시원은 창문에 등을 기대고 방금 들어온 사람을 힐끗 쳐다보더니 눈에 의아함이 스쳤고, 즉시 멈춰서 청아를 바라보았다.시원의 품속에 기대어 있는 여자는 키가 크고 풍만했다. 그녀는 뒤돌아보더니 방해를 받아서 무척 불쾌했다."왜 이렇게 버르장머리가 없는 거야? 문을 두드리지 않고 들어오다니, 딱 봐도 무식해 보이는군!”청아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바삐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고 어눌하게 설명했다."미안해요. 분명 문을 두드렸는데 장 대표님의 비서인 줄 알았어요. 나는 대표님이 회의를 하고 돌아온 줄 몰랐어요. 정말 미안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즉시 떠나려고 했다!그녀는 정말 시원이 사무실에 있다는 것을 몰랐다. 방금 그 비서도 분명히 그녀에게 시원이 회의중이라고 말했다."잠깐만요!"청아가 미처 문 앞에 도착하지 못했을 때, 시원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물건 보내러 왔어요? 가져와봐요!"시원은 앞에 있는 여자를 밀치고 부드럽게 웃었다."잠깐만!""빨리 와요!" 여자는 애교를 부렸다.시원은 테이블 앞으로 걸어가 청아가 천천히 몸을 돌려 돌아오는 것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궁색함과 어색함 때문에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앞으로 가서 손에 든 서류를 책상 위에 놓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바로 이거예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응, 가봐요!" 시원은 부드럽게 말했다.청아는 몸을 돌려 도망치듯 떠났다.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는 립스틱을 바르고 일어나 뒤에서 남자의 어깨를 감싸 안고 콧방귀를 뀌었다."이런 눈치 없는 사람 정말 싫으니까 그냥 해고해 버려요!"시원은 청아가 보낸 서류를 보고 담담하게 웃었다."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벌써 내 회사 일에 참견하는 거야?"여자는 눈동자를 굴리며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나랑 키스까지 했는데 사귀지 않았다뇨? 그럼 어떻게 해야 우리 관계가 확실해질까요? 차라리,"그녀는 몸을 돌려 시원의 다리에 앉아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안고 붉은 입술은 무척 섹시했다."오늘 저녁에, 우리 정식
곧 퇴근할 때, 청아는 송장풍의 전화를 받았는데, 저녁에 퇴근하면 함께 밥 먹자고 그녀를 불렀다.송장풍은 이미 세번이나 그녀를 불렀지만, 전에 청아는 모두 거절했다. 오늘 그녀는 바로 거절하지 않고 한 번 생각하다 응답했다. 퇴근한 후 송장풍은 그녀를 데리러 오기로 약속했다.하늘은 부슬부슬 가랑비가 계속 내렸다.청아는 30분 동안 야근을 했기 때문에 회사를 떠날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송장풍은 차를 몰고 왔는데,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멀지 않은 곳에서 시원은 차에 앉아 청아가 송장풍의 차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줄곧 부드러운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을 띠었는데, 마치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도 같았다.비가 와서 그런지 전 강성이 유난히 조용했다.날씨가 좋지 않아 촬영팀은 촬영을 일찍 마쳤고, 소희는 일찍 어정으로 돌아와 저녁에 청아와 함께 샤브샤브를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집에 도착해서야 청아가 데이트하러 나갔음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청아와 송장풍이 사귀는 것을 그리 반대하지 않았다. 송장풍은 가정과 얼굴이 모두 우수하여 청아와 아주 잘 어울렸다.물론 시원도 좋지만 그는 바람기가 너무 많았다!*저녁에 온 도시가 차가 막혀서 청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10시가 다 되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약간 멍해졌다. 거실의 불은 켜져 있었고 베란다 앞에는 키가 큰 그림자가 서있었다.그녀는 좀 의외를 느꼈는데, 오늘 밤 시원이 그의 여자 친구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경 낮에 그들은 무척 친밀했다.시원은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담배 연기는 자욱한 비 속에서 반짝이며 반짝였다.소리를 듣고 그는 몸을 돌려 청아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돌아왔어요?"청아는 오늘 그의 사무실에서 본 그 장면을 떠올리며 약간 어색해하며 겸연쩍게 말했다."나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요.""뭐가 그리 급해요?" 시원은 어둠 속에 자신을 숨기며 담담하게 웃었다."이리 와서 얘기 좀 해요."청아는 가방
청아는 비분을 참기 어려워 손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그러나 손바닥은 남자의 얼굴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팔은 공중에서 멈추었고 손바닥은 떨리다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시울은 빨갰고 눈물은 떨어지며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찼다."장시원 씨, 나도 내가 당신에게 빚졌다는 거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청아는 얼굴이 하얗고 목이 멨고, 쉰 목소리로 말을 마치고 일어나 자신의 침실로 달려갔다.그녀는 문을 힘껏 닫고 문에 기대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녀는 줄곧 그가 그녀의 산이라고 여겼다. 그녀는 산 아래에 서서 반듯이 누울 수밖에 없었고 영원히 산 위에 올라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었다.그는 또한 그녀가 조심스럽게 마음속 깊은 곳에 숨긴 사람이었다. 그녀가 가장 기뻐하는 일은 바로 그와 친구가 되는 것이다.친구가 되어야만 그녀는 그와 평온하게 지낼 수 있고, 그의 주위의 여자 친구가 하나 또 하나 바뀐 것을 질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오늘 그는 그녀의 믿음, 그녀에게 매우 중요한 이 우정을 망쳤다!그들은 더 이상 이렇게 편안하게 함께 있을 수 없고, 함께 이야기하고, 밥 먹고,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었다.그녀는 매우 슬펐다. 마치 매우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려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두 팔로 다리를 안고 머리를 팔굽이에 묻고 슬피 울었다.한참 뒤, 그녀는 주머니 속의 핸드폰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시원이 그녀에게 보낸 문자였다.[미안해요.]청아는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이 네 글자를 보면서 휴대폰 화면이 자동적으로 꺼질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일어서서 문을 열고 나갔다. 거실에는 그 등불만 아직 켜져 있었고 시원은 이미 갔다.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3일 동안 비가 와서 제작진은 실내 촬영만 할 수밖에 없었다.날이 맑아지자 제작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음
소희는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대본을 내려놓았다."그럼 다른 사람 찾으세요. 나도 원래 배우가 아니니까 대타로 될 의무가 없네요."조감독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너 어느 부서의 사람인데 이렇게 날뛰는 거야?""북극 작업실의 조수예요."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조감독은 콧방귀를 뀌었다."아주 잘났어, 하기 싫으면 관둬, 하고 싶은 사람은 줄 서고 있을 테니까."소희도 그와 논쟁하지 않고 돌아섰다.조감독은 또 젊은 여자아이를 찾았지만 이연은 보자마자 바로 거절했다."안 돼요. 나는 소희가 이 배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요.»조감독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연아, 그 소희는 스스로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 게다가 신이 곧 끝날 작은 배역인데, 누가 연기한다고 달라지겠어!"이연은 조감독을 바라보았다."주 감독의 영화는 매 배역마다 인물에 부합되여야 하죠. 주 감독이 오늘 안 계시니 조감독님은 이 일을 얼버무리려 하는 거예요?»조감독은 안색이 약간 가라앉았다. 작은 배역인데, 인물에 부합해야 한다니, 그는 이연이 고의로 트집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이연은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정원은 자주 와서 그녀를 방문했기에 그도 감히 그녀에게 미움을 사지 못했다.그는 물었다."꼭 소희가 해야 돼?"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조감독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그럼, 내가 다시 그녀에게 물어볼게!"그는 어쩔 수 없이 또 직접 소희를 찾아갔는데, 먼저 사과한 다음 또 좋은 말로 소희더러 임시로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다.소희는 이해하지 못하고 말했다."왜 꼭 내가 해야 하는 거죠?"조감독은 바로 말했다."서이연이 요구한 건데, 네가 인물에 가장 부합한다니 뭐니 한 거야. 이렇게 하자 네가 연기하면, 우리가 너에게 50만 원 사례금 줄게. 어때?"소희는 마음속으로 냉소했지만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나에게 돈 줄 필요 없어요. 그러나 미리 말씀드리지만, 나는 전문적인 배우가 아니니 잘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서너 명이 뛰어내리자 이연을 보러 온 정원은 달려와서 물속의 이연을 보고 놀아움을 감추지 못하고 아까워하며 소리쳤다."이연 씨!"이연은 재빨리 구조되었지만 얼굴은 얼어서 새파래졌다.이미 늦가을이라, 특히 비가 한바탕 내린 후 연못의 물은 살을 에는 듯이 차가웠다.조감독은 달려와 소희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사람을 물 속으로 밀어넣을 수 있어, 이게 대본에 있는 거야?""본능일 뿐이에요!"소희는 목소리가 차가운 채 조감독을 쳐다보았다."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는데, 당신들이 굳이 나보고 연기하라고 했죠."소희의 얼굴에서 이 나이에 속하지 않는 차가운 한기를 본 조감독은 등골이 오싹해지더니 욕할 말이 목에 막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소희는 그의 곁에서 지나가며 제작진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전용 작은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꺼내 게임을 했다. 게임 화면이 막 켜지자 어떤 사람이 기세등등하게 다가와 소희 앞에 서서 높은 곳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신이 소희야?"소희는 먼저 한정판 AJ 신발을 보았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정원이 보였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이 년이?""도련님!"정남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소희의 앞을 가로막고 급히 말했다."소희는 제작진의 사람이 아니고 배우도 아니니 실수로 서 배우님을 다치게 했을 거예요. 그녀는 고의가 아니라고요!"정원은 눈썹을 찌푸리며 정남을 쳐다보았다."넌 또 누구니?""저는 제작진입니다."정남은 바삐 말했다."제가 소희를 대신해서 도련님과 서 배우님에게 사과드릴게요. 부디 소희와 따지지 마세요."이 도련님들은 돈도 있고 권력도 있어서 배우의 스폰서일 뿐만 아니라 영화의 스폰서이기도 했기에, 그들 스태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감독도 감히 이 사람들을 건드리지 못했다.정원은 냉소하며 정남을 바라보았다."너 이 계집애 좋아하냐? 그래, 네가 그녀를 대신해서 사정
소희는 주위의 의론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자에 앉아 게임을 계속했다.정남은 다가와 놀라서 물었다."소희야, 너 쿵후도 할 줄 알아?"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배웠어요!""너 이거 좀 배운 게 아닌데!"정남은 숭배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리 저번에 찍은 영화가 액션 영화였는데, 주 감독이 전문적으로 초청한 무술 지도도 너보다 못한걸."그 무술 지도도 몇 번 강한 표현을 펼쳤지만 소희처럼 이렇게 강한 솜씨는 절대 없었다."좀 가르쳐 줘!" 정남은 흥분해서 말했다.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이것은 스스로 공을 들여야 해서요. 설령 내가 몇 수를 가르쳐 준다 하더라도 정남 씨는 그럴싸한 동작을 하는 것일뿐 아무 소용이 없어요!"정남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긴, 이것도 다 어릴 때부터 연습해야 하지.’그는 흥분을 가라앉히더니 또 걱정하기 시작했다."너 지금 서이연과 설정원을 철저히 건드린 셈이야, 그들은 틀림없이 너에게 복수할 거라고!"소희는 게임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죽어서 약간 낙담했다. 왜 그녀는 이렇게 오래 놀았는데도 여전히 이렇게 형편없을까?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개의치 않고 말했다."나에게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엄청 많아서 그들 자신도 그럴 능력이 있어야 해요. 이제 그만 말하고 일 해요!"이연이 물에 빠졌기 때문에 오전은 잠시 촬영을 마치고 오후에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날씨가 추워서 소희는 샤브샤브 가게에 가지 않고 스태프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그러나 그녀가 도시락을 받으러 갈 때, 관리인은 손을 흔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점심은 없으니까 다음!"정남은 소희의 뒤에 서서 분개한 말투로 물었다."소희도 제작진 사람인데 왜 소희의 점심이 없는 거예요?""미안!" 관리인은 냉소하며 말했다."오늘 이 도시락은 모두 설정원 도련님이 직접 주문한 거라 특별히 소희의 몫이 없다고 당부했어. 그러니까 먹고 싶으면 혼자 나가서 먹어!"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쪽을 쳐다보았는데, 아무도 소희를 위해 말
은서는 눈빛에 어두운 빛이 번쩍이더니 가볍게 웃었다."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괴롭혀?"이연은 안색이 더욱 흉해졌다.이때 정원이 문을 밀고 들어와 손에 보온 도시락 하나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구 배우님도 있었군요?""이연이 보러 왔어요." 은서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정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설정원 도련님, 얼굴은 왜 그래요?"정원은 입꼬리를 만지며 이를 갈았다."다 그 소희 때문이에요. 반드시 그녀를 촬영팀에서 내쫓을 거예요!"은서는 문득 깨달으며 멋쩍게 말했다."소희의 쿵후는 괜찮죠. 나도 전에 본 적이 있으니 설정원 도련님도 그녀를 좀 멀리해요!""망할 년!" 정원은 분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절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어!"......샤브샤브 가게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자 소희는 재빨리 밥을 먹고 가게에서 잠시 도와준 후에야 촬영팀으로 돌아갔다.돌아오자마자 그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냉담한 성격이라 평소에 제작진 등 사람들과 거의 왕래가 없었고, 그들이 일을 마치고 가지는 식사 모임에 그녀도 여태껏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에 만나면 모두들 서로 인사 정도는 했다.그러나 오늘 모두들 그녀의 눈치를 보며 피하거나 못 본 척했다.소희는 돌아가자 조감독이 왔는데, 이전의 분노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오히려 약간의 동정을 가지고 있었다."주 감독님이 오셨는데, 사무실에 있어. 가봐."제작진의 임시 사무실은 뒤뜰의 한 방에 있었다. 소희는 문을 밀고 들어가서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자 마음속으로 즉시 깨달았다.사무실 안에는 주 감독뿐만 아니라 설정원과 서이연이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정원은 입을 삐죽거렸고, 눈빛은 더욱 음울해졌다."소희야, 앉아." 주 감독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태도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온화했다.정원은 다리를 들어 탁자에 놓더니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담담하게 말했다."주 감독, 나도 이미 분명하게 말했어. 그녀
소희가 말했다."내가 말했으니 당연히 있겠죠!"주 감독은 경악스럽게 소희를 바라보며 말을 하려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은서가 들어왔다.그녀는 곧장 소희에게 다가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소희 씨, 남자친구에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렇게 자랑하면 안 돼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기를 바라요."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언제 내 남자친구의 돈을 쓴다고 했죠? 고작 100억 원일 뿐, 남자친구를 찾을 필요가 없어요!"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소희를 바라보았다. 고작 100억이니? 그녀는 어느 호족의 아가씨인가? 그리고 은서의 말을 들어보면, 소희의 남자친구에게 돈이 더 많다고?은서도 다소 의외였다. 소희가 만약 구택의 돈을 쓰지 않는다면, 과외로 학비를 벌어야 하는 가난한 학생이 어떻게 그렇게 큰 돈이 있겠는가?소희는 주 감독을 쳐다보았다."설가네와 계약 해제해요, 내가 즉시 사람 시켜 돈을 입금하라고 할게요!"주 감독은 정원을 바라보았다.정원은 소희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추측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정말 100억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그를 놀리는 것일까?그러나 그녀의 침착한 표정을 보면 일부러 가장한 것 같지는 않았다.그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이연이 오히려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소희가 누구의 돈을 쓰든 상관없었지만 누가 돈을 받고 이 영화에 투자하는 일에 더 신경을 썼다.그녀는 작은 스타로서 이번 영화에서 은서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완전히 설정원이 이 영화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만약 정원이 투자자라는 신분을 잃었다면 다른 사람들은 분명히 다시는 이렇게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대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정원의 소매를 조심스럽게 잡아당기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원 씨, 그냥 넘어가요. 더는 소희 씨 난처하게 하지 마요!"정원도 그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희가 정말 돈을 꺼낼 수 있는지 몰랐기에 그는 냉소하며 말했다."나는 처음으로 허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