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림은 진지하게 말했다."소희야, 너는 학교에서 성적이 그렇게 좋은데 더 좋은 일 찾아야 하지 않겠어? 자꾸 이런 아르바이트를 찾지 마."소희는 담담하게 대답하며 별로 설명하지 않았다.유림은 밥을 다 먹기도 전에 손님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을 보고 또 바삐 돌아쳤다.소희는 밥을 먹고 주방에 가서 서인과 작별인사를 했고 또 당부했다."유림이는 단순해서, 처음으로 일하러 나왔으니 너도 신경 좀 써.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도록!”서인은 그녀에게 사과를 건네며 물었다."그녀와 사이가 좋아?""응, 맞아!"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무튼 그녀가 여기에 있으니, 나 대신 그녀를 잘 봐줘.""그래, 안심해!" 서인은 통쾌하게 대답했다."그럼 갈게!"소희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잠깐만!" 서인은 그녀를 불렀다."너 이쪽에서 일하니? 제작진의 밥이 맛없으면 매일 여기 와서 밥 먹어. 샤브샤브 질리면 이문더러 다른 거 만들어 주라고 할게!""응!" 소희는 대답하며 사과를 들고 갔다.그녀는 사과를 먹으며 천천히 촬영하는 곳으로 갔다. 사과를 다 먹자 그녀도 마침 도착했다.그녀는 자신의 의자를 찾아 찾았고, 앉자마자 한 남자가 와서 물었다."소희야, 너 점심에 어디 갔었어? 내가 너 점심밥 남겨줬는데."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고마워요. 난 이미 먹었어요!"남자는 피부가 희고 눈이 좀 작지만 아주 잘생겼다. 그는 털썩하고 소희의 곁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난 촬영팀 사람인데 이정남이라고 해,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 찾으면 돼!”"네!"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정남은 성격이 좋아서 소희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이곳은 처음이지? 학생처럼 보이는데, 갓 졸업했어?""아직이요, 대학교 4학년이에요!""어쩐지!"정남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앞으로 내가 너 책임질게!""고마워요.""촬영팀도 사실 아주 재미있어. 매일 새로운 일이 있거든. 예를 들면 우리가 지난번에 촬영했을 때,"정남
그는 구택이 귀국한 후 어떻게 임 씨 그룹의 다른 경영진들을 신복시켰는지, 어떻게 짧은 시간내에 적을 물리치고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했는지, 그 수단은 또 어떻게 맹렬하고 신속한지를 말했다.소희도 그런 일들을 몰랐기에 간식을 먹으며 정남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한참 뒤, 정남은 말하느라 입이 바싹 말랐지만 소희가 조금도 구택을 숭배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이야, 당신을 그 여자들과 정말 다르네!""뭐가 달라요?" 소희가 물었다.정남은 가볍게 웃었다."다른 여자들은 임구택의 이름만 들어도 그에게 달려들고 싶은데, 사모하는 감정을 아주 다 드러냈지."소희는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그건 과찬이에요. 나도 그를 엄청 좋아하거든요!"정남, "…..."그는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넌 그녀들과 달라!"소희는 정남에게 자신도 다른 사람과 똑같고, 그녀도 구택을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몰랐다. ......은서는 구택이 왔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더러 먼저 찍으라고 하고는 자기는 뒤쪽 사무실에 가서 구택을 찾으러 갔다.문에 들어서자 그녀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얼른 소리쳤다."구택아!"그녀는 베이지색의 치파오에 하얀 얇은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 머리를 뒤로 감아 온화하고 대범할 뿐만 아니라 소녀의 청아함과 아름다움을 드러냈다.구택은 뒤를 돌아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촬영은 잘 돼가?""응, 주 감독님이 내가 찾는 느낌이 좋다고 했어!"은서가 부드럽게 웃었다."은서는 한국 사람이지만 그 시절 민국 대갓집 규수의 그런 기질이 타고났다니깐요. 연기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주 감독도 기세를 몰아 은서를 몇 마디 칭찬했다.몇 사람이 말을 할 때, 바깥 로비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외쳤다."북극 작업실 사람은? 얼른 그 여자 불러와!"구택은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곧, 소희와 정남이 같이 걸어왔다."회색 운동복을 입은 여자가 손에 치파오를 들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남은 문득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나 생각났어요! 이건 윤 배우님이 직접 가져온 치파오예요!"윤결은 베테랑 배우지만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는 데뷔하자마자 전성기에 들어섰고 서른이 될 때 오히려 인기가 줄어들었다. 이번에 주 감독은 그녀를 남자주인공의 누나로 뽑았는데, 주로 그녀의 개인적인 기질과 캐릭터가 일치해서 그녀를 자신의 영화에 초대한 것이었다.윤결은 주 감독의 초청을 받아서 우월감을 가졌고, 메이크업 팀 뿐만 아니라 코디 팀도 자신의 사람을 썼다.정남은 냉소하며 말했다."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윤 배우님에게 물어봐요!"그는 말을 마치고 중얼거렸다."아마 전의 옷이었는데, 지금은 살이 쪄서 입을 수 없었는지도!"조수는 안색이 보기 흉해졌지만 주 감독 앞에서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윤 배우님에게 물어보러 갈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뒤에서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조수는 고개를 돌리자 구택이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이대로 간다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이유 없이 남을 욕하다니, 그녀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겠는가?"은서는 눈을 굴리더니 얼른 맞장구를 쳤다."만약 아직 소희 씨를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사람 시켜서 윤 배우님 불러오라고 할게!"주 감독은 즉시 사람을 시켜 윤결을 찾아오게 했다.윤결은 재빨리 왔고, 그 치파오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직접 가져온 건데, 무슨 일이야?"그 조수는 임시로 윤결에게 안배한 것이라 그녀의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조수는 또 자신이 거물급 배우님을 따랐다고 생각하고 날뛰기 시작해서 오전 내내 많은 사람들을 훈계했고 이번에 마침내 큰 코 다쳤다."일이 밝혀지면 됐어!"은서는 입을 열더니 그 조수를 바라보았다."빨리 소희 씨에게 사과해야지!"조수는 좀 내키지 않아 고개를 숙이고 멋쩍게 말했다."미안해, 내가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했어.""성의가
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죄책감 같은 거 없어요. 그녀 자신이 덤볐으니 해고된 것도 그녀 자신 때문이죠!"소희는 단지 구택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틀림없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여기로 달려왔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이렇게 잘 보호하고 있었으니 만약 어느 날 그가 그녀의 곁에 없다면, 그녀는 적응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정남은 계속 옆에서 재잘거렸다."솔직히 말하면 촬영팀도 나름 기형적인 사회야. 권세에 빌붙어 약자를 괴롭히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너무 많거든. 오늘 임 대표님한테 딱 걸렸으니 너 대신 불평을 품고 화풀이 했지, 만약 그가 없었다면 그녀가 너를 욕해도 아무도 대신해서 나서지 않을걸?""응!" 소희도 그렇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있으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네요!""에이!"정남이 농담으로 말했다."임 대표님이 무슨 보고 싶다면 볼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 근데 방금 정말 패기가 넘치긴 했어. 마음도 그렇게 착하고.”소희는 정남의 말을 듣다가 핸드폰에 갑자기 문자가 들어온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확인해보니 역시 구택의 문자였다."앞으로 또 다른 사람이 자기 건드리면 그냥 때려요. 내가 있잖아요!”소희는 눈을 드리우고 가볍게 웃었다."네, 알았어요! 그리고 고마워요!""우리 사이에 고맙긴요!"소희는 귀여운 소녀의 이모티콘을 보냈다.이것은 전에 청아가 그녀에게 보낸 것인데, 그녀는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저장했다.구택은 잠시 후에야 문자를 보냈다."나 갈게요. 일 있으면 전화하고요. 그리고 이정남이라는 사람하고 거리 좀 둬요. 눈에 거슬리니까요."소희는 옆에서 구택을 칭찬하고 있는 정남을 힐끗 쳐다보며 천천히 답장을 보냈다."둘째 삼촌! 나 일하고 있잖아요. 일할 때 이성과 접촉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 아닌가요? 그리고 그 사람은 당신의 팬이에요. 당신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 슬퍼할 걸요.""몰라요, 아무튼 나 마음이 불편해요."소희는 남자의 도도하면서도 억지를 부리는 표정을 상상
은서는 눈을 들더니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그럴 리가, 주 감독님이 정말 때리라고 하셨기에 나도 그 요구에 따라 했을 뿐이야."이연은 눈을 드리우며 가볍게 웃었다."은서 언니는 전의 신에서 기본적으로 한 번에 통과했는데, 하필 여기에서 실수를 하다니, 은서 언니 속도 많이 후련하겠죠?”은서는 그녀를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대본을 보았다."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여기에는 카메라도, 기자도 없으니 솔직하게 얘기해 봐요."이연은 몸을 기울여 눈썹을 들고 은서를 바라보았다."만약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면, 은서 언니는 임 대표님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거죠?”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을 향한 은서의 적의를 느꼈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연회 이후의 기사도 은서의 팀이 냈을 것이다.은서는 눈을 들더니 침착하고 여유로웠다."너 너무 예민한 것 같은데!""그래요?" 이연은 비웃었다. "만약 임 대표님 때문이라면, 은서 언니는 사람 잘못 찾았어요. 진정으로 맞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고요!”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설마 아직도 모르겠어요? 대표님이 좋아하는 사람은 소희라고요!" 이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은근히 불쾌함을 드러냈다.은서는 눈을 천천히 가늘게 떴다."네 추측이야?""그럴 리가요!"이연은 싸늘하게 웃었다."소희는 비록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앙큼한 사람이예요. 언니는 그녀를 친구로 여길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녀는 오래전부터 대표님을 꼬셨다고요!"은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이연의 음울한 눈빛에는 질투가 배어 있었다."전에 언니가 아직 귀국하지 않았을 때, 소희와 대표님은 이미 아는 사이였어요. 당시 그녀는 뜻밖에도 나에게 자신은 대표님의 조카딸이라고 말했고요. 사실 그녀는 그저 임가네의 과외 샘이었죠. 난 너무 어리석어서 그 말을 믿었고요. 심지어 연회에서 대표님이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안고 떠나는 것을 보고도 의심하지
명원은 멈칫하더니 즉시 물었다."당연하죠, 무슨 일 생겼어요?""그래!"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에게 소희 씨와 구택이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말해줘!"명원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은서는 목이 메었다."너 진작에 알고 있었지? 너까지 나를 속이다니!""아니에요!" 명원은 다급하게 설명했다."택이 형은 그저 소희를 갖고 노는 것 뿐이에요. 내가 택이 형이 우리 형에게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요! 은서 누나, 너무 조급해하지 마요. 택이 형은 조만간 소희를 버리고 누나 곁으로 돌아갈 거예요."은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그들은 지금 정말 사귀고 있는 거야?"명원은 잠시 멈추다 침울하게 말했다."응.""언제 부터?""그건 잘 모르겠어요. 나도 누나보다 몇 달 일찍 돌아왔을 뿐인걸요. 그때 소희는 케이슬에서 종업원으로 일했고, 택이 형이 자주 놀러 갔거든요. 그때부터 나는 두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형에게 물어보니 그제야 그들이 사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은서는 눈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너희들 다 알고 있었고, 나 혼자만 몰랐구나!""우리도 누나가 슬퍼할까 봐 걱정해서 그래. 게다가 나는 정말 택이 형이 소희랑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도 소희를 그렇게까진 좋아하지 않거든요."명원은 걱정해하며 말했다."누나, 울지 마요. 이게 다 소희가 뻔뻔스럽게 택이 형 꼬셔서 그런 거예요. 택이 형도 그녀에게 잠시 현혹된 거뿐이라고요."은서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알겠어. 나중에 구택에게 내가 너에게 전화했다고 말하지 마.""누나, 슬퍼하지 마요. 내가 장담하는데, 택이 형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나뿐이에요. 그 소희랑은 잠깐 노는 것뿐이라고요."명원이 걱정했다."응, 알아!" 은서는 휴지를 뽑아 눈물을 닦았다."가서 일봐, 끊을게!"전화를 끊고 은서는 휴지로 자신의 차가운 눈빛을 가렸다.그녀는 구택과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녀는 그를 위해 외국에서 분투해
소희는 다가와서 인사했다. "할머님, 구은서 씨 안녕하세요!"은서는 고개를 돌려 노부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아직 모르시죠? 소희 씨 지금 우리 촬영팀에서 디자이너 조수로 일하는데, 엄청 대단한 걸요!""그래?" 노부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소희는 아주 재능이 있지. 나도 줄곧 그런 소희가 마음에 들고!”소희는 온화하고 얌전했다."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은서는 노부인의 팔을 껴안고 더욱 즐겁게 웃었다."소희 씨는 재능도 있고 매력도 있다니까요. 촬영팀에 들어온 첫날부터 남자들이 소희 씨 연락처 구하느라 바빴어요. 요며칠 또 남자친구 사귄 것 같은데, 이정남이라고 아주 잘 생겼어요. 모두들 잘 어울린다고 난리예요!”소희는 담담하게 은서를 한 번 보았다."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남녀가 같이 일하면 사귀는 걸로 돼죠?"은서는 눈에 차가운 빛이 번쩍였지만 여전히 대범하게 웃었다."다른 사람은 그렇다쳐도 이정남은 확실히 소희 씨에게 너무 관심이 많잖아요. 점심에 밥을 가지고 오지, 비가 오면 우산 챙겨주지, 내가 보기에 그는 하루 종일 소희 씨랑 붙어있어 하길 원하는 거 같아요!"소희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난 지금 촬영팀에 속하니까 함께 일하고 접촉이 있는 것도 정상이죠."노부인은 명랑하게 웃었다."우리 소희는 너무 예쁘게 생겼으니까 남자들이 좋아할 법하지. 내가 남자라면 나도 소희가 좋다고 쫓아다닐걸!”은서는 멋쩍게 웃었다."그런가요!""할머님, 농담 그만 하세요!" 소희는 가볍게 웃었다."이제 유민에게 수업하러 갈게요.""그래!" 노부인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유민의 방에 들어서자 그는 한창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소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말했다."샘 나한테 밥 사줘요 하는 걸요!""내가 왜?" 소희는 영문을 몰랐다.유민은 책가방에서 답안지 한 장을 꺼내 소파에 놓았는데, 그 우에는 새빨간 필로 적은 100점이라고 있었다!
소희가 신발을 갈아 신고 밖으로 나가자 구택이 마침 돌아왔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치자 구택이 먼저 물었다."지금 가려고요? 내가 데려다 줄게요!"은서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기뻐해하며 말했다."구택아, 돌아왔어! 방금 아버님이 너 찾고 있었는데, 얼른 올라가봐!"소희는 자신의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나 먼저 갈게요!""응!" 구택이 대답했다.두 사람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구택은 위층으로 올라갔고, 2층의 테라스 앞으로 걸어가 소희가 대문을 나와 기사의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몸을 돌려 서재로 가서 어르신을 만나러 갔다.......케이슬은 이미 다시 개업해서 시원은 모두들 저녁에 케이슬에서 모이자고 약속했다.구택은 오후에 일이 있어 시원에게 소희를 데리러 가라고 했다.시원은 소희와 청아를 데리고 7시에 케이슬에 도착했고, 룸에 들어가자 백림과 명원 등은 이미 모두 도착했다. 명원은 미연을 데리고 함께 왔다.은서와 오진수 등도 속속히 도착했고, 오직 구택만이 일이 있어 좀 늦게 왔다.먹을 것과 마실 것이 올라오자 한 무리의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놀기 시작했다.소희, 청아와 미연 세 사람은 함께 한담을 나누었고, 황정아 그들은 은서를 에워싸고 있었으며 백림은 진수 등을 불러 카드놀이를 했다.시원은 그들이 카드놀이 하는 것을 보고 소희와 청아를 불렀고 은서까지 합치면 네 사람은 지난번처럼 앉으며 규칙도 전과 같았다.미연은 카드게임을 할 줄 몰라 소희 뒤에 앉아서 배우려고 했는데, 또 인차 명원에게 불려갔다.시원은 함께 앉아 있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며 가볍게 웃었다."며칠 못 봤는데 이 녀석은 간미연 씨와 사이가 많이 좋아진 것 같군."소희만 그 속사정을 알고 있어서 말없이 웃기만 했다.구택이 왔을 때 소희는 이미 이마에 거북이가 두 마리나 찍혔다. 그가 들어오자 그녀는 마침 고개를 돌렸고, 그렇게 눈이 마주친 남자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소희는 뻘쭘해하며 바로 고개를 돌렸다.이때 은서가 불렀다."구택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