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는 긴장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봉투를 열고 그 안의 감정결과를 꺼내 보다가 최종 결과라는 글자에 멈추었다.그녀는 가슴이 쿵쾅 뛰더니 갑자기 답답하고 아팠다. 자신의 오빠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감정 결과, 장설의 아이는 강남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얇은 종이는 마치 수천 킬로의 무게가 있는 것 같았다. 청아는 꽉 쥐고 손끝이 하얗게 질려 마음이 매우 아프면서도 장설이 미웠다!장설!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오빠한테 이럴 수 있는 것일까!그녀의 어머니는 어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일단 결혼식부터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미 장설의 가족과 연락하여 예단과 결혼식에 관한 일을 상의했고 장설의 가족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가능한 한 만족시키려고 했다.비록 추석에 불쾌하게 헤어졌지만 청아는 그녀의 어머니가 무척 기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필경 경사가 둘이었고 그녀는 심지어 아이가 확실히 오빠의 것이라면 그 일도 추궁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차 안은 어두컴컴했지만 시원은 여전히 청아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요 며칠 사람 찾아 장설을 조사해 봤어요. 그녀는 청아 씨 오빠와 연애하기 전부터 사생활이 비교적 혼란스러웠고요. 학교에 있을 때 유부남을 꼬신 적 있고 심지어 청아 씨 오빠와 사귈 때도 몇 명의 남자 동료와의 관계가 수상했어요. 그녀의 아이는 그녀 회사 동료의 것일 수 있고요."청아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 장설은 완전히 그녀의 오빠를 호구로 생각했던 것이다!시원은 나지막이 말했다."사실, 미리 알아도 나쁘진 않아요. 만약 청아 씨 오빠가 그녀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야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에게는 더욱 잔인하죠."청아는 목이 메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정신을 차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시원이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장설과 결혼하지 않는 것은 청아 씨 집안에게는 좋은 일이에요."청아는 시원이 그녀를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난감하여 울먹이며 쓴웃음을 참
마지막 결과를 본 그는 얼굴이 이미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충격에 강남은 마음이 비통해지며 눈앞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었다!그는 문득 오늘 병원에 가서 한 검사를 떠올리더니 모든 것을 깨달았다!장설의 아이는 그의 아이가 아니었다!그녀는 그를 배신했고 또 그를 속였다!그의 보고서를 쥔 손은 걷잡을 수 없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음속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청아는 즉시 따라가서 강남을 붙잡았다."오빠, 흥분하지 마요! 그녀는 지금 임신해서 때리면 안 돼요!""내 아이가 아니잖아!" 강남은 노호하며 청아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청아는 계속 그의 팔을 잡고 성급하게 말했다."오빠 지금 엄청 화나고 엄청 슬프다는 거 알아요. 근데 만약 지금 그녀를 때려서 그녀의 뱃속의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오빠는 고의 상해죄로 감옥에 가야 한다고요!""그녀 때문에 감옥에 가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강남은 표정이 험상궂었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고함을 지르며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난 그녀를 위해 고객까지 잃었고 내 여동생한테 미안한 일을 가득 했어. 나는 심지어 양심까지 버렸는데, 그녀는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고!"청아는 그를 껴안고 똑같이 슬프게 울었다."오빠, 오빠!"차 안의 시원은 함께 안고 통곡하는 두 사람을 보고 차에서 내리지도, 막지도 않았다. 이때 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강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었다!이런 일은 어떤 남자에게 있어 큰 굴욕과 타격이며, 그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었다!얼마나 울었는지 강남은 마침내 냉정해졌지만 안색은 여전히 보기 좋지 않았고 목이 쉬었다."나 올라갈게. 걱정 마. 그녀 안 때릴 테니까. 난 그녀와 똑똑히 얘기해 볼 거야!”청아는 휴지를 들고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고 눈에는 여전히 눈물을 머금은 채 신신당부했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오빠 반드시 침착해야 해요. 오빠의 미래와 엄마를 위해서라도
청아는 즉시 고개를 돌려 보았다.강남이 먼저 나왔는데, 그는 손에 트렁크 하나를 들고 힘껏 아래로 던졌다.장설은 훌쩍거리며 끊임없이 강남에게 매달리면서 심지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려 했다.강남은 단호하여 트렁크를 던진 다음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보아하니 강남은 그녀를 때리지도, 마음이 약하지도 않아 청아는 안심했다.장설은 땅에 엎드려 가슴이 찢어지도록 울면서 위층의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게 했다.그녀는 한참 울다가 강남이 정말 마음을 굳게 먹은 것을 보고서야 트렁크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울면서 걸었고 나무 밑에 세워진 롤스로이스를 눈치채지 못하고 곧 동네를 나와 택시를 탔다.시원이 물었다."올라가서 청아 씨 오빠 살펴볼래요?"청아는 한 번 생각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우리 오빠는 지금 혼자 있고 싶어할 거예요.”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집으로 데려다줄게요!"도중에 두 사람은 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 장설이 쫓겨난 것을 보고 청아는 속이 매우 후련했지만 여전히 오빠가 불쌍했다.시원의 핸드폰은 끊임없이 전화가 왔는데, 그는 받지도 않고 바로 끊었다.청아가 말했다."길가에 내려줘요, 나 혼자 택시 타고 돌아가면 되니까요. 얼른 가서 일봐요!"시원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괜찮아요, 이럴 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없어요!"30분 후, 차가 청아 집 아래에 멈추자 시원은 고개를 돌려 온아하게 입을 열었다."돌아간 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요. 오늘은 매듭짓는 거니까 앞으로 모든 일이 좋아질 거예요!"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시원 씨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이 말은 오해하기 쉬웠고 그녀는 그에게 그렇게 많은 신세를 졌으니 말로 표현해도 너무 성의가 없을 거 같았다.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보조개 두 개를 드러냈다."우리 집에 있어 이것 또한 행운이죠. 시원 오빠 말처럼 다 좋아질 거예요!""응!" 시원은 옅게 웃었다.
소연은 마음이 약간 흔들렸다. 솔직히 그녀 평소의 의식주는 모두 진원이 대신해서 안배했기에 그녀는 스스로 쇼핑하며 옷을 살 기회가 아주 적었다."가자, 내가 디저트 살게!"슬기가 유혹했다.소연은 손에 든 설계 방안을 보고 머뭇거리며 고개를 저었다."됐어, 이 방안 아직 끝내지 않았거든."슬기는 눈꼬리를 치켜세우고 윤미의 사무실을 가리켰다."소희에게 맡겨. 어차피 그녀는 매일 아무 일도 없으니까 우리 도와 좀 더 하는 것도 당연하지!"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멸시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그녀가 무얼 안다고, 만약 일을 망치면 민아 언니한테 설명할 방법이 없어.""일단 시키면 되잖아, 다 하면 네가 고치고. 어차피 이런 설계방안은 여러 번 고쳐야 해." 슬기의 눈빛은 음흉했다."민아 언니가 원망하면 소희가 했다고 말하면 되지."이런 설계 템플릿은 사실 이미 두 번이나 고쳤는데 상대방은 줄곧 불만스러워했다. 민아도 좀 귀찮아서 그 사람들과 대처하고 싶지 않아 아예 소연에게 던져주고 자신은 치파오의 디자인 원고를 만드는데 전념했다.소연도 이런 난장판을 맡고 싶지 않았다.소연은 생각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소희에게 물어볼게.""가봐, 너 기다릴게!"소연은 광고 방안과 모델의 자료를 들고 윤미의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소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윤미를 향해 말했다."윤미 언니, 지금 고객이 나 만나자고 해서 지금 나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민아 언니가 퇴근하기 전에 이 광고 모델 이미지 디자인을 하라고 해서 소희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윤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지, 근데 소희가 잘 하지 못할까 봐 그래.""괜찮아요, 어차피 내가 수정해야 되니까요." 소연은 자료를 소희에게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부탁할게!"소희는 받아와서 담담하게 말했다."천만에!"소연은 거의 티 내지 않게 눈썹을 찌푸리고는 윤미에게 고맙다고 말한 후 몸을 돌려 갔다.윤미는 담담하게 웃었다."그럼
이 사장님은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뒤로 번지다 멈칫했다."이전의 템플릿도 고쳤어요? 두 판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았나요?"민아는 즉시 소연을 보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뒤의 몇 판만 고치라고 하지 않았니?"소연은 당황하여 입을 뗐다."제가 고친 게 아니에요!""응?" 민아는 불쾌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연은 소희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녀가 고쳤어요!" 윤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희를 대신해서 몇 마디 하려 했지만 고개를 들자 온옥이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눈짓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윤미는 멈칫하더니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고객 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책임을 미루는 것은 확실히 말이 안 됐다!소희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만든 그림이에요. 죄송해요, 정해진 템플릿이 있는지 몰랐어요. 스타일을 통일하기 위해 전부 다시 만들었거든요!"소연은 낮은 목소리로 원망했다."왜 먼저 나에게 물어보지 않았어?"임영미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고, 슬기도 고소하게 바라보았다.윤미는 화가 나서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소희가 정말 억울하다고 느꼈다. 분명 소연이 자신의 일을 하지 않고 소희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지금은 또 모든 책임을 소희에게 떠넘겼다!"정말 죄송합니다!"온옥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새로 온 조수가 고친 그림이라 이 방면에 그다지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사장님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민아의 컴퓨터에는 아직 저장된 서류가 있을 거예요. 즉시 다시 수정하도록 하죠.""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이 사장님은 바로 입을 열었고 눈은 줄곧 그 설계도를 주시하며 감탄했다."정말 완벽하게 만들었어요. 새로 고친 디자인은 대담하면서도 참신해서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피하며 모델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완전히 표현했네요!""정말 좋아요!""그리고 이 스타일링 디자인은 광고의 주제와도 매우 적합해요!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이에요!"이 사장님은 흥
모두의 마음은 제각기 달랐지만 오직 윤미만이 진심으로 소희를 위해 기뻐했다. 그녀는 그 설계원고들을 보았는데 확실히 기발하고 또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아주 완벽했다. 이 또한 그녀를 매우 놀라게 했는데, 뜻밖에도 이것이 소희가 독립적으로 완성한 것이라니!온옥은 소희를 자세히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잘했어, 계속 노력해!"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온옥은 일어나서 말했다."자, 회의는 이걸로 끝이야!"영미도 일어났을 때 소희를 힐끗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힐을 밟고 떠났다.민아는 자료를 정리하면서 냉소했다."윤미야, 그 설계도들 설마 네가 한 건 아니겠지?"그녀는 소희처럼 전공이 아닌 학생이 그렇게 완벽한 설계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윤미는 가볍게 웃었다."당연히 아니지. 나라도 이 사장님을 그렇게 만족시킬 수 없을 걸!"그녀는 웃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 "소희야, 가자!"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떠나자 민아는 힘을 다해 자료를 책상에 던졌다. 그녀는 대단한 고객을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이런 결과는 그야말로 그녀의 체면을 구겼다!사무실로 돌아오자 민아의 안색은 여전히 보기 흉했다."소연, 나는 줄곧 네가 아주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너는 정말 나를 실망시켰어!”"내가 너에게 맡긴 임무는 널 믿는 것인데, 뜻밖에도 마음대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다니!""명달 광고의 연간 설계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이 손실을 네가 배상해 줄 거야?"소연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말을 하지 않았고 민아가 분풀이를 다 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어제 오후에 고객을 만나러 갔어요. 원래 소희가 다 한 후에 내가 다시 고치려고 했는데, 명달의 사장님이 이렇게 일찍 올 줄은 몰랐어요."민아는 냉소했다."네가 고쳐? 남이 만든 완벽한 디자인 원고를 뭘로 고칠건데?"소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손을 꼭 쥐었다.잠시 침묵하고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나는 치파오의 디자인 원고를 열심히 만들어서 이
눈 깜짝할 사이에 금요일이 됐고, 온옥은 회의를 할 때 일요일 오후 영화 준비를 위한 연회에 대해 말했다.그때 프로듀서, 영화사, 각 주연배우, 투자자가 모두 도착할 것이다.민아는 은서의 팬이라 감격에 겨워 말했다."그날 은서도 참석하는 거예요?"온옥이 말했다."지금 확실한 것은 서이연 씨가 도착하는 거야. 은서의 일정은 비교적 빡빡해서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어."민아는 약간 실망했다."그녀 만날 줄 알았는데!""자, 일요일 저녁 7시에 연회가 시작되니까 주소도 너희들에게 보내줄게. 그때 너희들은 좀 일찍 와서 기다릴 수 있어."온옥이 말했다."연회도 중요하지만, 너희들의 설계 원고 잊지 마. 다음 주 월요일에 전부 제출해야 해. 연회 후 영화도 정식으로 시작되고, 영화 측도 디자이너를 확정할 거야.""네!"여러 사람들은 일제히 호응했다.온옥은 소희를 보고 목소리는 담담했다."넌 신인이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연회에서 꼭 윤미랑 같이 있어. 함부로 어디 가고 함부로 말하지 마. 소란을 일으키면 아무도 너를 돕지 않을 테니까!"슬기는 가볍게 비웃었다."자신의 체면을 구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회사 체면을 구기면 안 돼죠!"소희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주의할게요!"윤미도 말했다."내 조수는 내가 잘 데리고 있을 게요!""그래! 모두들 일하러 가자."온옥이 말하고는 일어나서 하이힐을 밟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영미와 민아는 밖으로 나가면서 연회 때 입을 예복을 상의했다.윤미는 소희를 불러 함께 사무실로 돌아가며 위로했다."그들의 말을 마음에 두지 말고 너무 신경 쓰지 마. 솔직히 이 연회에 가도 우리 둘은 구경하러 가는 거라서 나는 아예 가고 싶지 않거든."소희는 가볍게 웃었다."왜요?"윤미는 다소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디자인 원고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거든. 치파오는 모두 똑같잖아. 이리저리 변한다고 해도 무늬와 색깔이 다른 거라 난 두 가지를 디자인했지만 너무 평범해서 이번 경쟁을 포기하려고!"소희는 잠시
상대방은 보고 매우 만족해했고, 일부 작은 세부사항에 대해서만 수정건의를 제기함과 동시에 또 비밀 유지 협의를 체결하였다.윤미는 소희를 불러 협의서를 건네주며 당부했다."이거 들고 온 총감독 찾아가. 이 협의서는 그녀의 사인이 필요하거든.""네, 지금 바로 갈게요!" 소희는 계약서를 들고 온옥의 사무실로 갔다.소희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온옥은 전화를 받고 있었고 담담하게 그녀를 한 번 보았다.대략 5분을 기다렸는데 온옥이 전화를 끊었고 소희는 앞으로 나가 협의를 그녀에게 주었다.온옥은 한 쪽으로 밀더니 시선을 떨구며 담담하게 말했다."잠깐만, 나 지금 일 있어. 일 끝나면 볼 테니까 일단 밖에 나가서 기다려!"소희가 귀띔했다."윤미 언니가 고객분이 이 협의서를 기다리고 있어요."온옥은 고개를 들어 엄숙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명령하는 거야?""죄송합니다!"소희는 말한 뒤 밖에 나가서 기다렸다.윤미 이쪽에서 손님은 이미 설계도와 기타 자료를 사장에게 보여주려고 했고 윤미도 흔쾌히 승낙하여 소희에게 모든 자료를 한 부 복사하게 하려고 했지만 소희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마침 이때 소연이 지나가자 윤미가 그녀를 불렀다."소연 씨, 소희가 없으니 이 자료들 좀 복사해줘."소연은 웃으며 대답하고는 서류를 가지고 복사실로 갔다.그녀가 자료를 나눈 후 각각 복사했고, 절반쯤 복사했을 때, 그녀는 갑자기 멍해졌다.중간에 디자인 원고 몇 장이 끼워져 있는데, 보석과는 상관없었고 치파오의 관한 것이었다.틀림없이 윤미가 자료를 정리할 때 자신이 만든 치파오 설계 원고를 안에 끼웠을 것이다. 소연은 꺼내어 한 번 보더니 보면 볼수록 놀랐다.그녀와 민아는 모두 윤미의 특기는 액세서리를 디자인하는 것이고, 의상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영미를 경쟁자로만 여기고, 이번 주에도 주로 영미 쪽의 동정을 살폈다.그러나 그녀의 손에 있는 이 몇 장의 설계 원고는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치파오의 곡선 디자인,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