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대답해 봐요!" 영철은 얼굴까지 빨개졌다.“그녀는 농구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연희는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너 해 봤어?”소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영철은 여전히 믿지 않았고 케빈을 불러와서 소희의 기록을 자랑했다.옆에서 게임하는 사람들도 믿기지 않았다.소희는 여전히 담담했다. 슛을 한 것일 뿐인데, 그들은 왜 이렇게 흥분해하는 것일까?이쪽의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주의하기 시작했고 명원은 백림에게 물었다."저쪽에서 무슨 일 생겼어요? 왜 이렇게 떠들썩하는 거예요?”백림은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가 농구 게임기의 기록을 깼는데, 그들은 모두 그녀가 농구를 쳐보지 않았다는 말을 믿지 않고 그녀한테 물어보고 있어!”“기록을 깼다고요?"명원은 싸늘하게 웃었다."난 못 믿겠어요.”그는 원래 소희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바로 농구 게임기 앞으로 걸어가서 마음대로 농구를 던지더니 3점 슛을 넣었다!“이게 뭐가 어렵다고요." 명원은 비웃었다."기록을 깨는 건 너무 쉽죠!”연희는 싸늘하게 웃었다."장가네 둘째 도련님이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이상, 우리 소희랑 겨루어 볼래요?”소희는 명원을 건드리지 말라고 연희에게 눈짓했다!명원은 연희가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그도 자신의 집안에서는 당당한 큰 도련님이었가. 그는 도발을 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좋아요, 내가 소희 씨와 한 번 겨루어 보죠. 소희 씨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지!”영철은 흥분해서 말했다. "소희 씨, 그와 겨뤄봐요!”소희가 말을 하지 않자 명원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못하겠어요? 방금 기계가 고장 난 건 아니겠죠?”소희는 농구 게임기 앞으로 가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시작하는 거예요?”명원은 시선을 돌렸다."우리 뭘 걸어야 하지 않을까요!”연희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요, 당신이 지면 앞으로 우리 소희를 볼 때마다 누님이라고 불러요!”명원은 얼굴이 어두워졌
사람들은 조용하게 소희와 명원의 동작을 주시하면서 점점 눈을 뗄 수 없게 되었고, 어떤 사람은 이미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소희는 농구 골대를 전혀 보지 않고 고개를 반쯤 숙여 굴러오는 공만 바라보며 하나하나 씩 슛을 던졌고 그녀의 동작도 전혀 다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침착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그녀가 던진 공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모두 클린 슛이었다.명원도 엄청 대단해서 소희와 거의 막상막하였다.고수들끼리 시합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보는 내내 짜릿하다고 생각했다!은서조차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희 씨도 정말 대단해. 그녀가 농구를 쳐본 적이 없다고? 명원 말고 나도 좀 믿을 수 없는걸!”시원이 말했다."아마도 어떤 사람은 이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겠지. 천재야!”은서는 가슴이 떨리더니 구택을 바라보았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를 넣은 채 두 사람이 슛하는 것을 집중하며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눈빛을 따라 바라보니 그가 줄곧 소희를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3분은 엄청 빨리 지나갔고 명원은 멈추며 이마에 땀이 가득한 채로 고개를 들어 자신의 득점을 바라보았다. 1147!그는 자신만만했고 입가에는 이미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지만 얼굴의 미소가 굳어졌다. 1150!마침 그보다 공이 하나 더 많아서 소희는 3점 더 넣었다!그는 인차 안색이 좀 안 좋아졌다!“우와!" 연희는 소리를 질렀다."우리 소희 만세!”영철은 소희를 점점 숭배하게 되며 흥분에 겨워 손을 비볐다."소희 씨, 정말 대단해요!”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는데, 한 소녀가 어떻게 이렇게 큰 순발력을 가질 수 있는지 몰랐다!보통 사람들은 끝까지 슛을 넣으면, 팔이 아파서 힘이 오래가지 못하는데, 소희는 줄곧 안정적이었으니 그들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시원은 결과를 예상한 듯 그저 웃기만 했다."앞으로 다시 소희 씨한테 도전하나 봐야지.”연희는 말을 하지 않고 싸
은서는 그를 노려보았다."우리 사이에 그렇게 따질 필요가 있겠어?”명원은 그제야 웃었고 앳된 얼굴은 무척 잘생겼다.은서는 웃으며 말했다."내 영화가 금방 개봉됐는데, 방금 여기의 직원들한테 물어보니 이곳의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던데, 모두들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정말요?" 명원은 즉시 맞장구를 쳤다."내가 당장 가서 전 영화관을 빌려야지!”은서는 소희를 쳐다보았다."소희 씨도 같이 가요!”소희는 생각에 잠긴 듯 명원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말을 듣자 바로 정신을 차렸다."그래요!”명원은 즉시 표를 샀고 사람들은 함께 위층의 영화관에 가서 은서의 영화를 보았다.블루드는 5층 전체가 영화관이라 커플에게 적합한 원룸이며 단체 관영을 위한 소형 영화관도 있었다.명원은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영화관을 빌렸고, 한 줄은 5명 총 여섯 줄의 좌석이 있었다.들어가면 안에는 럭셔리하고 호화로우며 편안한 가죽 좌석이 있었고 앞에 있는 탁자는 각종 디저트와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은서는 구택을 불러 그와 함께 앞에 앉으려 했지만 구택은 전화를 받아야 한다고 그들더러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은서는 부드럽게 웃었다."그럼 내가 자리 남겨줄게, 빨리 와!”소희와 연희는 마지막 두 번째 줄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 앉아 이 영화에 관해서 열띤 토론을 하며 분위기는 무척 떠들썩했다.명원은 다른 사람들이 영화와 은서를 칭찬하는 것을 듣고 자신도 칭찬을 받은 것처럼 전에 소희한테 져서 안 좋았던 기분도 사라졌다.연희는 가장자리에 앉아 정교한 눈썹을 치켜세웠다."얼마 만의 영화관이야, 꽤 참신한 느낌이군!”소희는 연희가 영화를 엄청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명성은 전문적으로 그들이 사는 집에 가정 영화관까지 설치했다.그녀는 연희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노명성 최근에 너 안 찾았어?”연희의 어여쁜 얼굴에는 은근히 분노를 띠고 있었다."어제 우리 집에 갔는데, 글쎄 우리 엄마한테 내가 그를 괴롭혔다고 말하는 거 있지? 정말 뻔
영화를 보다 소희는 뒤를 돌아보았고 연희가 마지막 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연희는 그녀가 자신을 보는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세웠다.앞줄에 앉아 있던 은서도 마찬가지로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고 몇 번 고개를 돌아본 다음 그제야 구택이 뒤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실망이 밀려오며 구택에게 문자를 보냈다.[왜 뒤에 앉았어?]소희는 곁눈질로 남자의 핸드폰이 밝아진 것을 보았다.구택은 핸드폰을 들고 은서에게 답장을 보냈다.[이따 또 나가서 전화를 해야 하니까 앞에 가서 너희들 방해하지 않을게!]은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답장했다. [그래.]그냐는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지만 구택은 더 이상 답장을 하지 않았고 그녀도 영화를 볼 마음이 없어졌다.영화는 두 시간 동안 방영됐고 구택은 소희의 곁에 앉아 가끔 핸드폰 문자를 답장하는 것 외에 더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은서는 참지 못하고 뒤돌아보았고 구택과 소희가 비록 함께 앉아 있었지만 말을 하지 않고 표정도 낯선 사람처럼 담담한 것을 보고 또 은근히 한숨을 돌리면서 자신이 너무 많이 생각했다고 느꼈다.구택과 소희의 신분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 두 사람은 불가능했다.영화가 끝나고 방에 불이 켜지자 구택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소희는 이 남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영화를 보고 나니 시간도 많이 늦어서 많은 사람들은 서로 작별 인사를 하며 블루드를 떠났다.케빈은 성격이 활발해서 하룻밤 사이에 백림 그들과 사이가 좋아졌고 어울렸고 심지어 단톡방까지 만들어 다음에 또 모이자고 했다.소희와 연희는 모두 술을 좀 마셨기에 케빈은 차를 몰고 그녀들을 바래다주었다. 시원은 구택의 안색이 담담한 것을 보고 뒤돌아서서 소희에게 말했다."집에 도착하면 단톡방에 문자 남겨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원 오빠 잘 가요!”“그래요!" 시원은 소희에게 차 문을 닫아주고는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시원은 구택의 곁에 서서 낮은
......소희와 연희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케빈, 먼저 소희를 집으로 데려다줘. 우린 술집에 가서 계속 술 마시자.”소희는 시계를 한 번 보았는데, 시간은 이미 11시가 되었다."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자!”“싫어!" 연희는 고집을 부렸다."난 술 마시고 춤추러 갈 거야. 예전에는 노명성 그 자식 때문에 마음대로 놀지 못했으니 지금은 솔로로 된 이상 놀고 싶은 대로 놀 거야!”소희는 나지막이 말했다."말 들어!" “소희야!" 연희는 소희의 팔을 안고 애교를 부렸다."나는 그동안 잠을 잘 자지 못했단 말이야. 침대에 누워 있으면 자꾸 헛된 생각을 해서 그래. 놀러 가게 해줘. 실컷 놀다 돌아가면 바로 잠들 수 있다니깐.”소희는 문득 마음이 좀 아팠다. 연희는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라서 근심 걱정 없이 살았다. 지금 잠을 이루지 못한 이유는 당연히 노명성 때문이었다.케빈은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안심해요. 내가 같이 가면 돼요.”소희는 케빈이 연희를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기에 그가 함께 하면 그녀는 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나도 잠이 안 오니까 우리 같이 가자!" 소희가 말했다.“정말?" 연희는 흥분한 표정으로 소희의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역시 우리 소희 최고!”케빈은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나는?”“너희들도 다 좋지!"연희는 두 손을 들어 웃으며 말했다."너희 같은 친구들이 있는 것은 나의 행운이야!”소희는 그녀를 흘겨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마시기도 전에 취했니!”네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는 술집에 갔다. 이때 술집은 한창 떠들썩했고 각종 밴드의 노래와 알록달록한 불빛이 섞이며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그들은 자리를 찾아 앉았고, 연희는 술을 주문한 뒤 모두 열었다."우리 소희 빼고, 너희 둘은 누구도 무너지면 안 돼. 내가 쓰러지지 않는 한 너희들도 쓰러질 수 없어!”케빈은 술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안심해, 네가 쓰러져도 내가 있으니
시원은 즉시 물었다.[너희들 또 술집에 가서 술 마시는 거야?]백림: [너무 한데? 같이 헤어졌는데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술 마시러 간 거예요!]영철: [우리 사촌누나가 술을 마시고 싶대서요. 우리도 모두 목숨을 걸고 그녀와 함께 하는 거예요.]그리고 그는 또 문자를 보냈다."누군가가 소희 씨한테 말을 걸었는데, 우리 사촌누나한테 욕 엄청 먹었어요. 하하!]구은서: [예쁜 사람은 어딜 가도 눈에 띄는 존재죠.]장명원: [은서 누나, 지금 누나 자신을 말하는 거예요?]구은서: [날 미인으로 생각해 줘서 고마워!]장명원: [에이, 난 누나의 열혈 팬이라고요!]구택은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스크린의 밝은 빛이 그의 아름다운 미간을 비추며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남자는 곧장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은 뒤 문을 열고 나갔다.술집에서 연희는 춤을 추다 지쳐서 소희한테 기대어 술을 마셨다."소희양, 넌 화도 안 나?”소희는 눈을 돌려 물었다."무슨 말이야?"“그 성이 구 씨라는 여자 말이야, 아주 임구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거 같은데.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그녀가 임구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걸. 넌 화도 안 나니?" 연희는 차갑게 말했다.소희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담담하게 말했다."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권리가 있지.”게다가 은서는 자신과 구택의 관계를 전혀 몰랐고 그녀도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접근하려는 것뿐이었다.연희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너 우리 소희 맞아?”"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연희는 냉소를 지었다."아무튼 나는 용서할 수 없어. 노명성을 꼬시는 사람만 보면, 난 그 여자의 뺨을 내리쳐서 30층에서 떨어지게 하고 싶어!”소희는 눈을 드리웠다."우리의 상황은 다르잖아!”연희와 노명성의 관계는 이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이런 상황에서 한 여자가 노명성한테 접근하는 것은 바로 앙심을 품고 있는 것이었다.연희는 고개를 들어 술병을 들고 마셨다."사실 우리도 여자를
술집은 떠들썩한 음악과 짙은 술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고 어두운 불빛 아래, 눈을 감고 있는 연희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연희야!"소희는 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앞으로 다가갔다.케빈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소희를 바라보았고 갑자기 눈앞에 누군가가 스쳐 지나가며 소희보다 먼저 다가가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소희는 제자리에 멈춰 섰고, 케빈은 한쪽으로 쓰러지며 입가에서 피가 새여 나왔다. 그도 멍한 기색을 띠고 있는 걸 보면 그 역시 취한 것 같았다!명성은 잘생긴 얼굴이 음침했고 바로 연희를 안으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연희는 눈을 뜨며 명성을 보고는 무척 흥분해하며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이거 놔, 이 나쁜 놈아, 놓으라고!”금테 안경 아래의 남자의 눈동자는 음침하고 차가웠고 그는 연희를 꼭 안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소희야, 나 살려줘!" 연희는 발버둥 치며 울면서 소희를 불렀다.소희는 얼른 다가가서 명성의 팔을 잡았다.분노에 눈이 먼 명성은 케빈인 줄 알고 소희를 세게 뿌리쳤다.소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단단하고 튼튼한 가슴에 부딪혔고, 곧 누군가의 품에 꼭 안겼다.소희는 멈칫하다 고개를 들어 남자의 싸늘한 얼굴을 보았다.구택은 안색이 무척 흉했다."노 대표님이 자신의 여자를 지키는 것은 문제없지만, 내 사람을 다치게 하진 말았어야죠!”명성은 그제야 그 사람이 소희라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구택은 양복 외투를 벗어 소희의 어깨에 덮어주고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살펴보았다."다친 데 없어요?”소희는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저었다.명성이 입을 열었다."다음에 내가 직접 임 대표님과 소희 씨한테 사과할게요. 지금 내 아내가 술에 취해서 먼저 그녀를 데리고 돌아가야 해서요. 먼저 가볼게요!”구택이 미처 입을 열지 못할 때 소희가 즉시 말했다."연희를 데리고 갈 수 없어요!”연희는 이때 소란도 피우지 않고 명성의 품에 안겨 그의
소희는 목이 메더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머리를 홱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당신과 무슨 상관이라고!”구택은 목소리가 담담했다."확실히 나와 관계가 없는 일이지만 소희 씨와도 상관없어요. 성연희 씨와의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그녀는 노명성 씨의 아내하고요.”소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 남자가 지금 이간질하는 것 같지?구택은 그녀의 생각을 꿰뚫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말한 건 사실이에요!”소희는 눈을 드리우며 말을 하지 않았다.구택은 몸을 기울이며 소희에게 다가갔고 소희는 본능적으로 뒤로 기대며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는 경계심이 가득한 채로 구택을 바라보았다.지척의 거리에서 남자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방금 자신을 피해서 약간의 분노를 띠었다.그는 안전벨트를 잡아당겨 소희에게 매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며 어정을 향했다.길가의 행인은 많이 줄었지만 구택은 차를 빨리 운전하지 않았고 심지어 평소보다 더 느렸다.어정에 거의 도착했을 때, 소희는 핸드폰으로 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한참 울렸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고, 소희는 연희가 잠든 줄 알고 끊으려던 참에 전화가 연결되었다.전화에서 무엇을 들었는지 소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전화를 뚝 끊었다.구택은 소희의 궁색한 표정을 보고 그녀가 전화에서 무엇을 들었는지 알아차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흘겨보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그 눈빛은 마치 그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에게 도발하는 것 같았다!소희는 화가 나서 속으로 술만 마시면 자신을 “배신”하는 연희를 은근히 욕했다.차가 어정의 지하 차고에서 멈추자 구택은 앞을 보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나도 같이 올라갈까요?”소희는 연희가 줏대가 없어서 화가 났다. 남자가 살짝 꼬드기면 바로 넘어가다니. 그래서 그녀도 구택을 대할 때 친절하지 못했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갑게 한 마디 내뱉었다."싫어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바
부신명은 고영해의 표정을 보며 더 화가 치밀었다.“그럼 당신,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고영해는 급히 해명했다.“그렇게 일찍 안 건 아니에요. 최근 이틀 사이에야 겨우 소식을 들었고, 오늘도 최이석한테 전화했는데, 그 사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인정할 리가 있나?”부신명은 분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인정하면 지금까지 받아 챙긴 돈 다 토해내야 하니까.”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고영해를 쏘아봤다.“회사가 최이석한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지 알아요? 당신은 자신만만하게 꼭 이 프로젝트 따내겠다고 장담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게 뭐죠?”부신명은 탁자 위를 세게 내리쳤다.“내일 당장 짐 싸서 나가요!”고영해는 면박을 당해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입술을 깨물었고, 속으로는 온통 최이석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 지경까지 만든 게 다 최이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이 망하자.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다음 날구씨그룹 인사부와 이사회 일부 고문들의 이메일에는 한 통의 실명 고발장이 도착했다.유지그룹 영업팀 본부장 고영해가 보낸 것으로, 그는 최이석이 먼저 뇌물을 요구하며 협상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고발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거액의 이체 기록과 녹취 증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이에 모두가 이 고발장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구은정은 증거의 진위를 조사하게 했고, 확인을 마친 뒤 회의석상에서 서성 앞으로 서류를 던지듯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조사해 보니 더 충격이네요. 유지그룹 건만이 아니에요. 최이석이 맡은 프로젝트는 전부 사익을 취했어요.”“이 사람, 당신이 데리고 온 인물이죠?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서성은 눈앞에 놓인 자료들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정말 최이석이 이렇게 대담할 줄은 몰랐어요!”그는 고개를 들고 은정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회사는 최이석을 해고해야 해요. 저는 절대 감싸거나 묵인하지 않을 거예요!”“해고요?”은정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이미 법무팀에 고소 진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임유진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고, 유진이 멀어지자 그제야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구씨그룹과의 계약은 여전히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최이석은 최근 구은정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여러 단계를 더 거쳐서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사실 잘 알고 있었다. 최이석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양보를 한 상태였다.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양쪽은 암묵적으로 팽팽하게 대치 중이었고 이석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석이 몰래 여씨그룹과 접촉해 유지그룹과 여씨그룹 사이를 오가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가 더 많은 돈을 주느냐에 따라 결국 그쪽과 손을 잡을 셈이었다.고영해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자신이 최이석에게 준 돈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충동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일부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 4층 버튼이 눌린 걸 확인했다.그 순간, 예약해둔 고객의 전화가 울렸다.“왜 아직 안 오셨어요?”[곧 가요.]고영해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임유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했지만 내리지 않고 다시 1층 버튼을 눌렀다. 자리에 돌아온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구은정에게 말했다.“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다렸어요.”음식은 이미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고, 은정은 그녀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일단 식사부터 하자.”요리는 꽤 괜찮았다. 재료는 신선했고, 요리사의 솜씨도 뛰어났지만 유진은 많이 먹지 않았다.레스토랑 내부는 품격 있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는 중식 스타일의 조각된 펜던트 조명이 달려 있어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었고, 그 아래에서 구은정의 이목구비는 더욱 짙어 보였다.은정은 유진을
유진이 요즘 운동을 안 해서 걷고 싶다고 하자, 구은정은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임유진이 중식을 먹고 싶다고 말했고, 마침 한 블록 건너편에 중식 전문점이 있어 두 사람은 걸어서 향했다.하늘은 이미 어둑해졌고, 저녁 시간대라 거리는 번화했다. 네온사인은 반짝이고, 도로 위는 차량과 인파로 북적였다.식당이 거의 다 왔을 무렵, 유진은 길 건너편에서 이벤트 중인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가게 앞에는 커다란 케이크 조명 간판이 환히 밝혀져 있었고, 예쁘고 유혹적인 분위기였다.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맞은편을 바라보며 물었다.“전에 삼촌이 주문해 줬던 타로 크림 롤, 여기 거예요? 맛 괜찮았어요.”은정은 곧장 눈치를 채며 말했다.“내가 다녀올게.”이에 유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고마워요, 삼촌!”은정은 말없이 길을 건너 디저트 가게로 향했고, 유진은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5, 6분쯤 지났을까? 은정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여러 명의 사람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중이었다.키 크고 잘생긴 그는, 냉철한 분위기와 독특한 존재감으로 복잡한 인파 속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이 은정을 향해 자연스레 쏠렸다.번화하고 소란스러운 거리, 은정이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손에 디저트를 들고 자신에게 곧장 다가오는 모습은 어딘지 낯익고 익숙했다.유진은 잠깐,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느꼈다. 유진의 앞으로 다가온 은정은 타로 롤케이크를 그녀에게 곧바로 건네지 않았다.“식당 가서 먹자.”그 말에 유진은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식당에 도착해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고, 유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새로 생긴 식당인가 봐요.”“마음에 들면 자주 오자.”은정의 말에 유진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나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할머니께 한 달만 따로 살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 시간이 거의 다 됐고요.”은정은 순간 멍해졌고, 낮은 목소리로
정현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가끔은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구씨그룹 나름대로 고려가 있겠죠.”그의 말은 겉도는 이야기뿐, 전혀 실질적인 조언은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런 현준의 말에서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계속 의견을 나눴고, 두 사람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꽤 길게 대화를 이어갔다.곽시양의 책상은 유진의 사무실 맞은편에 있어, 현준이 유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현준은 나올 때,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시양은 직감했다. 현준은 틀림없이 유진에게 소혜를 추천하고 나왔을 것이다.소혜는 부서 신입 중에서도 능력과 학력이 가장 두드러졌고, 현준의 밀어주기가 더해진다면 부팀장 자리는 거의 따놓은 당상일 수 있었다.시양은 생각에 잠긴 듯 눈빛을 번득이며 조용히 자료를 정리했다.유진은 평소처럼 정시에 퇴근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익명의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팀장님, 보고드릴 게 하나 있어요. 구씨 그룹이 우리와 협력하지 않기로 한 건, 담당자인 최이석 부장이 유지그룹 쪽과 친분이 있어서예요.][이미 프로젝트는 유지그룹에 넘기기로 결정됐어요. 진소혜 씨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팀장님께 알리지 않았고요.][팀장님이 실패하게 만들고, 직원들 앞에서 망신 주기 위해서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팀장님에게 떠넘긴 거예요.][자기는 책임 피하고, 팀장님을 함정에 빠지게 했죠. 이 모든 게 그 사람의 계략이에요.]유진은 메시지를 다 읽고 나서 눈을 반짝이며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쪽은 장난기 어린 여자 목소리였다.“삼촌,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전화를 끊은 유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갈아입고는 옆집으로 향했다. 문은 닫히지 않고 반쯤 열려 있었고, 유진은 별다른 예고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구은정은 서재에서 전화를 받는 듯했고, 유진은 소파에 앉아 애옹이를 쓰다듬으며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몇 분 후, 유진의 휴대폰에
정현준이 어색하게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소혜 씨는 원래 목표를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죠.”그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장님도 부담스럽다면, 우리 영업팀 쪽이랑 다시 얘기해 볼까요? 그쪽도 이제 이 프로젝트 포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소혜의 도발 섞인 말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 기복 없이 차분했다. 속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자료를 대략 훑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굳이 물어볼 필요 없어요. 소혜 씨의 기획서 봤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이 프로젝트, 제가 직접 구씨그룹과 협의하죠.”소혜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소혜는 구씨 그룹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미 친분을 쌓아두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내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하기로 내정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결코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유진이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래야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망신을 당하게 되니까.계획이 잘 흘러가자, 소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팀장님답네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이번 프로젝트 꼭 함께 성공시켜요.”유진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요, 잘 부탁해요.”이후 이틀 동안, 유진은 구씨그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매번 비서가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은 번번이 거절당했다.유진 측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소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만간 유진이 자진해서 포기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도 자연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혜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능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인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유진을 꼭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솔직히 말해도 안 되는 거야?”유진은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랑은 상관없어요. 연하 안 좋아하면 분명하게 말해요. 괜히 질질 끌지 말고요.”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효성은 분명 오해하고 있었다. 이 일은 셋이 제대로 마주 앉아 솔직하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그때 은정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집에도 안 들르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온 거야? 이거 물어보려고?”“그럼 뭐겠어요?”유진이 코웃음을 치자,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유진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연하처럼 화난 척하며 외쳤다.“아니, 삼촌 진짜 안 끝낼 거예요? 계속 이러면, 나 진짜 다시는 안 올 거예요!”은정은 입가를 살짝 풀며, 한발 물러나는 어조로 말했다.“알겠어. 최대한 자제할게.”유진은 그의 웃음소리에 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애옹이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나 갈래요!”“수업은 안 해?”은정이 묻자, 유진은 어딘가 토라진 말투로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안 해요!”은정은 유진을 배웅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하지만 유진은 등을 돌린 채 문을 닫아버렸고,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다.은정은 무의식적으로 혀끝으로 어금니
연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랑 효성이랑 둘이 쇼핑하러 가. 난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유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상사가 방금 전화해서 오라고 하셨어.”연하가 말하자, 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다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해.”연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때 갑자기 장효성이 말을 받았다.“정말 가식적이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유진아,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쟤는 애초에 네 도움 필요 없어. 괜히 네 손으로 호랑이 새끼 키우지 마.”연하는 끝까지 참다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효성을 노려보았다.“장효성,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오히려 효성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난 네가 전화 받는 소리 못 들었거든.”연하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애초에 임유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효성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예의 하나 없이 공격해 온 것이다.유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둘 다 왜 이래?”그때 옆자리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본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여기서 싸울 자리는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난 딱히 할 말 없어. 그냥 갈래.”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고 떠나기 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남의 남자 훔치는 거에 익숙해진 사람은, 친구 남자친구도 똑같이 건드려. 너도 조심해.”그 말을 끝으로 효성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이내 연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효성이, 무슨 말이야?”유진은 효성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구은정을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나 연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효성이가 괜히 오해한 거야. 난 네게 부끄러운 행동한 적 없어.유진아, 나 믿어?”유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믿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연하가 도착했다.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길, 자신은 주차할 곳을 찾는 중이니 먼저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효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연하까지 부른 거야? 미리 말 좀 해주지.”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단톡방에 말했는데? 못 봤어?”사실 그날 일 이후, 효성은 연하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 알림도 꺼둔 상태였다. 예전에 유진이 왜 채팅방에서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쁘다고 둘러댔을 뿐이었다.이에 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봤네, 정신이 없어서.”곧 연하가 들어왔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유진아, 효성아!”효성은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하가 다가오는 순간,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일부러 내려놓았다.연하는 그 행동을 눈치채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길 막혔어?”“아니, 우리 대학 때 자주 가던 케이크 가게 들렀거든. 거기서 디저트 몇 개 샀어.”연하는 말하며 가방에서 디저트 상자를 꺼내 효성의 쪽으로 내밀었다.“효성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두리안 파이야.”연하의 화해 제스처는 분명했다. 하지만 효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요즘은 그런 냄새 나는 거 싫어해서.”연하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유진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저 웃으며 물었다.“예전엔 냄새나도 잘만 먹더니, 입맛 바뀐 거야?”효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냄새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탁. 연하는 파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입을 열면서는 또다시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취향이 맞았다는 뜻이지. 왜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효성의 얼굴이
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