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는 코웃음쳤다."네 사촌 여동생이 아니라고?""아니야!"허연은 청아를 시기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내 사촌 여동생이 왜 배달을 하냐고?"청아는 거기에 서 있었다. 그녀는 디저트 가게에서 일하며 까다로운 손님을 수도 없이 만나왔다. 아마 오늘 시원을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일 가, 그녀는 지금 매우 뻘쭘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허연 씨의 사촌 여동생이 아니에요. 사람 잘못 봤어요. 이제 가봐도 되겠죠?"시원은 웃으며 유진에게 물었다."화 풀렸어? 그녀더러 가게 할까?"유진은 애교를 부리며 흥얼거렸다."됐어요, 오늘 기분 좋으니까 그녀와 따지지 않을 래요.""우리 유진이 정말 착하네!"시원은 부드럽게 웃었다."난 마음이 약해서 문제라니까요!" 유진은 고개를 들어 간드러지게 웃었다.시원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몸을 돌려 청아한테 다가갔다.유진은 미소를 거두며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시원은 곧장 청아의 앞으로 가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청아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울어요?"청아는 고개를 들었고 눈에는 눈물로 반짝였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아니요."시원은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바보 같은 계집애, 남이 일부러 괴롭히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다음에 이런 사람을 만나면 바로 밀크티를 그 사람의 얼굴에 뿌려요. 일자리 잃어버리면 또 어때요, 내가 있는 한 청아 씨는 절대로 일자리를 못 찾진 않을 거예요."청아는 억울하진 않았지만 눈물이 솟아올랐고 인차 고개를 숙였다.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멍해졌다. 유진은 시원을 바라보며 떠보며 물었다."오빠, 이 여자 알아요?"시원은 입가의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여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지."유진,"…..."그녀는 살짝 당황했다. "나, 난 몰랐어요, 정말이에요!"그녀는 뒤돌아서 진혜를 노려보았다. 허연의 사촌 여동생이라며? 어떻게 또 시원의 여동생이 된 거야?시원은
유진은 물건을 받던 동작이 멈추더니 바로 고개를 들어 시원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오빠, 이게, 무슨 뜻이에요?""우리 이제 끝났어!"시원은 쇼핑 가방을 그녀의 손에 들어주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친구더러 청아 씨의 사진 삭제하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너도 그 후과를 잘 알고 있을 텐데!"말이 끝나자 시원은 어리둥절해진 청아를 끌고 이곳에서 떠났다.유진의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은 "탁" 하고 땅에 떨어졌다. 그녀는 지금 몹시 당황했고 큰 소리로 시원의 이름을 불렀지만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허연은 다가와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이제 알겠지? 시원 오빠는 널 전혀 좋아하지 않아. 그는 단지 널 가지고 노는 것뿐이라고!"유진은 손을 들어 허연의 얼굴을 때렸다."그 우청아라는 여자, 네가 일부러 여기로 부른 거지? 나 엿 먹이려고!"허연은 얼굴에 뺨을 맞았더니 표정이 일그러지며 일부러 그녀를 자극했다."그래, 맞아! 시원 오빠는 내 사촌 여동생한테도 이렇게 잘해 주는데, 이제 너도 그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지? 넌 화를 내도 소용없어. 시원 오빠는 이미 너와 헤어졌으니까!""이 미친년이!" 유진은 험상궂은 얼굴로 달려들며 허연의 얼굴을 마구 잡았다.허연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감싸면서 손을 들어 유진의 얼굴을 때렸다.두 사람은 순간 싸우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단정하고 우아한 재벌 집 아가씨도 싸우기 시작하면 미친 여자와 다를 바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멍하니 있다가 바삐 와서 싸움을 말렸고, 방 안에는 각종 욕설과 뺨을 내리치는 소리가 나면서 무척 혼란스러웠다.30분 후.청아는 쇼핑카트를 밀고 시원의 뒤를 따라가며 줄곧 인상을 쓰고 있었다.시원은 처음으로 마트에 온 거라 갈비를 파는 구역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그리고 간식을 보자 청아가 즐겨 먹는 간식을 골라 쇼핑카트에 가뜩 넣었다.청아는 여전히 배달하는 옷을 입고 있었고 시원은 개인 맞춤형 양복을 입고 있었다.
시원은 감자칩 한 봉지를 들고 그녀의 머리를 살짝 때렸다."나 걱정하지 마요.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니까요. 청아 씨는 이유진 그녀들과 달라요. 당신이 원하는 것은 진심이고 내가 원하는 것은 즐거움이죠. 당신은 듬직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날 많이 봐요. 가능한 한 나 같은 남자 피하고 남한테 속지 말고요."청아는 그의 말에 환하게 웃었다. 사실 그녀도 줄곧 그녀와 시원은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연애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 자신이 이 모양이니 어떻게 연애할 생각을 하겠는가.만약 나중에 그녀가 연애한다면, 그녀는 반드시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평생 헤어지지 않고 함께하는 그런 사람.집에 돌아온 청아는 옷을 갈아입은 뒤 주방에 들어갔고 시원은 서재에 가서 전화를 받으러 갔다.그녀는 갈비찜과 시원이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 만들었고, 또 붕어탕을 끓였다.시원은 서재에서 나와 붕어탕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또 산후조리 해주려고요?"청아는 "풉"하고 웃으며 은근히 두 개의 보조개를 드러냈다."붕어탕은 영양가치가 있어서 산후조리할 때만 마실 수 있는 거 아니라고요."시원은 붕어탕을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담백하네요. 바로 이 맛이에요."청아도 배가 고팠고 또 오랫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기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시원은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배달 그만둬요!"청아는 멈칫했다."아니에요, 어차피 나도 저녁에 별일 없어서요. 소희는 저녁에 일해야 하니까, 나 혼자 너무 심심해서 나가서 뛰어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시원은 눈빛을 돌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배가 고팠는지 식사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밥을 다 먹은 뒤, 청아는 식탁을 치웠고 시원도 주방에 가서 설거지를 도와주었다.청아는 인차 그를 밀어냈다."시원 오빠가 설거지할 필요 없어요, 나 혼자 하면 돼요!"시원은 농담으로 말했다."청아 씨가 한 밥을 먹었는데,
어정을 떠난 후 시원은 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야, 케이슬 갈래?"구택이 말했다."오늘은 됐어. 집에서 우리 아버지 모셔야 해서."시원은 의외를 느꼈다."너 집에 갔어? 웬일이래!"구택은 그의 야유를 아랑곳하지 않았다."끊어!"핸드폰을 내려놓고 구택은 서재로 돌아가서 계속 자신의 아버지와 바둑을 두었다.어르신은 매일 일찍 잠자리에 들었기에 9시에 구택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피우려 했지만 담배를 꺼내자 또 피우기 싫어졌다.담배를 손에 쥐며 한 바퀴 돌린 후, 그는 핸드폰을 꺼내 천천히 타자했다. [할아버지는 좀 어때요?]소희는 뜨거운 물을 받아와서 서인더러 얼굴을 닦으라고 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울릴 때, 그녀는 유민이 게임하자고 부른 줄 알고 서인이 얼굴을 닦은 뒤 그 물을 붓고 돌아와서야 문자를 확인했다. 뜻밖에도 구택이었다.[많이 좋아졌어요.][언제 돌아와요?][이틀 더 기다려야 할 거 같아요.][네, 돌아올 때 미리 알려줘요.][그럴게요.]두 사람은 문자를 거의 하지 않았기에 몇 마디 인사 나눈 후, 두 사람은 모두 핸드폰을 쳐다보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핸드폰 화면이 자동으로 꺼져서야 구택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놓은 뒤 어둠 속 어딘가를 바라보며 눈빛은 깊고 부드러웠다.시원은 케이슬에 가서야 소희가 휴가를 내고 운성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쩐지.다음날.청아의 어머니 허홍연은 낯선 전화 하나를 받았다."안녕하세요, 우청아 씨의 어머니시죠?"홍연은 얼른 대답했다."맞아요, 누구시죠?""저는 청아의 친구예요. 청아가 전에 저를 너무 많이 도와줘서 감사를 표시하고 싶은데 청아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서요. 그래서 어머님을 찾은 거고요. 제가 그 돈을 청아 어머니께 드려서 어머님께서 청아에게 전해줬으면 해서요."홍연은 상냥하게 말했다."그렇군요. 우리 청아는 원래 마음씨가 따뜻해서
청아는 고개를 들어 억지로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나이도 어린데 자꾸 인상 쓰지 마요!"미연이 말했다.청아는 웃었다."점장님도 그냥 나보다 세 살 위일 뿐이에요!"미연은 담담하게 웃었다."생사와 같은 큰일이 아니라면 힘내요!"청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일자리를 잃었을 뿐, 알바는 얼마든지 다시 찾을 수 있었으니 초조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미연 언니 고마워요!" 청아는 헤헤 웃으며 보조개 두 개를 드러냈다."천만에!"미연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섰다.청아가 일하러 가려고 할 때, 앞치마의 주머니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그녀의 어머니인 것을 보자 그녀는 휴게실 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청아야, 너 출근하고 있는 거야?" 홍연은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네.""그게 말이다, 그 사람들이 집 파는 돈을 입금해 줬는데, 내가 전에 너한테 일부 주겠다고 했잖아. 2000만 원, 내가 지금 입금해 줄게."청아는 멈칫했다. 그녀도 홍연이 자신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줄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2000만 원이나 주면, 오빠 집 살 돈은 있어요?" 청아가 물었다."어차피 선불금 내는 거뿐이니까 충분해!"홍연은 가슴이 좀 찔렸다. 원래 홍연은 청아에게 100만 원 정도 주려고 했지만 지금 남의 돈을 받아서 그녀에게 주는 것이었으니 홍연은 집 파는 돈을 한 푼도 청아에게 주지 않은 셈이었다."그럼 엄마는요? 오빠한테 집 사줬으니 엄마한테 무슨 돈이 있다고?" 청아는 근심해하며 물었다.홍연은 청아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보고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엄마도 돈 좀 있어. 그리고 나도 일자리 하나 구했는데 평소에 먹고 자는 거 다 포함하니까 돈 쓸 일이 없어. 넌 여자아이가 밖에서 혼자 사니까 돈 쓰는 곳이 많잖아. 그리고 또 곧 개학할 예정이니 학비까지 내야 하고."청아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홍연은 떠보며 물었다."청아야, 너 남자친구 사귀었어?""
구택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됐어, 난 그래도 익숙한 사람이 편해."시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림이 와서 구택과 시원더러 같이 카드 게임하자고 불렀다. 구택이 말했다."너희들끼리 놀아. 난 앉아 있다 바로 갈 거라서."시원은 비웃었다."뭐야, 소희 씨도 없는데, 우리랑 같이 못 놀겠다 이거야?"구택은 태연했다."내가 너희들 보고 싶어서 매일 여기로 오는 줄 아니?"많은 사람들이 한바탕 떠들고 웃을 때, 시원은 일부러 상심한 척했다."20년 친구인 내가 들어도 너무 슬퍼서 가슴에 산산조각 날 거 같아."구택은 코웃음쳤다."주워서 테이프로 좀 붙여. 계속해서 여자 꼬셔도 되는걸!"시원은 웃었다."난 그 누구도 꼬신 적 없어. 나 모함하지 마!"몇 마디 나눈 뒤, 시원은 진지하게 물었다."소희 씨는 언제 돌아온데?""2, 3일 정도 더 있어야 할 거 같아!"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라이터를 만지작거렸다. 잘생기고 완벽한 얼굴은 남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할 부드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이때, 병실에 또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남자가 들어왔다. 그를 간호하는 여자는 오자마자 바로 남은 침대 하나를 차지했고 소희는 그녀와 다투기 귀찮아서 저녁에 그냥 의자에 기대어 잠을 잤다.한밤중에 서인은 의자에 웅크려서 자고 있는 소희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간호사를 불렀다."임시로 침대 하나 추가해 줄 순 없어요?"간호사가 말했다."죄송해요. 요즘 입원한 환자들이 많아서 침대가 많이 부족하네요."서인은 얼굴이 차가워졌다."그럼 담요 좀 가져올 순 없을까요?"간호사는 그의 안색을 보고 겁에 질렸다."네, 곧 가지러 갈게요."간호사가 담요를 가져오자 서인은 침대 옆으로 움직이며 말했다."올라와, 침대에서 자."소희는 담요를 가지러 오며 안색은 담담했다."아니야!"그녀가 담요를 들고 가려고 하자, 서인은 그녀를 붙잡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침대는 충분히 크고, 넌 또 원숭이처럼 말랐으니,
소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곧장 다가가서 차가운 목소리로 여자에게 질문했다."누구랑 누가 안고 잤다는 거죠?"여자는 깜짝 놀라 인차 고개를 돌렸다. 소희의 눈빛이 날카롭고 차가운 것을 보고 그녀는 급히 헛웃음을 지었다."농담이에요, 농담."말이 끝나자 그녀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소희가 죽을 들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 여자는 마침 물을 마시고 있었다. 소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찔린 듯 몸을 돌아섰다.소희는 밥을 탁자 위에 놓고 서인에게 밥을 먹였다.밥을 먹은 뒤, 마침 의사가 회진하러 왔고 소희는 물병을 들고 뜨거운 물을 받으러 나갔다.......백림은 마침 부상당한 친구를 보러 왔고 복도에서 앞의 여자애가 좀 익숙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걸으면서 소희와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물병을 들고 병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백림은 눈빛을 돌려 간호사를 찾아가서 물었다."19호 병실에 어떤 환자가 있는 거죠?"간호사는 그의 고귀한 옷차림에 기질이 비범하다는 것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19호 병실에 환자 두 명이 있는데, 어느 환자를 물어보시는 거예요?"백림은 눈알을 굴리며 웃으며 말했다. "젊은 사람이요.""아, 그 환자는 다리 근이 부러져서 금방 수술했어요."간호사가 말했다."그럼 그를 돌보는 사람은 누구죠?"어린 간호사가 말했다. "여동생이요."옆에 있던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여동생은 무슨, 한 침대에서 자는 거 보면 틀림없이 커플이죠!"백림과 말하던 어린 간호사는 콧방귀를 뀌었다."환자분이 여동생이라고 했으니 그냥 여동생이라고요!"옆의 간호사가 말했다."넌 왜 화를 내는데? 설마 그 사람한테 반한 거야!"백림은 두 사람이 농담하는 것을 듣고 안색이 좀 차가워졌다. 그는 19호 병실을 한 번 보더니 생각에 잠겼다.그는 병원에서 나와 차에 앉으며 생각을 하다가 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백림은 농담하며 말했다."구택, 소희 씨가 강성으로 돌아온 거 같은데. 우
구택은 옥상에 서서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뒷모습은 무척 차가웠다. 멀리 우뚝 솟은 건물은 어두컴컴한 하늘 속에서 무척 쓸쓸하고 썰렁했다.음침한 날씨와 어두운 광선에 남자의 안색은 희미했다.그는 따라오는 소녀를 힐끗 쳐다보며 비꼬았다."병실에 있는 그 사람이 소희 씨 할아버지예요?"소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드리우며 말했다."미안해요, 내가 구택 씨를 속였어요. 나는 운성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그는 누구죠?" 구택이 물었다."친구예요."구택은 코웃음쳤다."한 침대에서 잘 수 있는 친구?"소희는 멈칫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해명하지 않았다.구택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더욱 화가 났다. 그녀가 떠난 그날 밤, 그는 안절부절못했고 그녀가 한밤중에 나쁜 사람을 만날까 봐 두려웠으며 그녀가 말한 그 사촌 오빠가 그녀를 데리러 가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고 또 그녀의 집에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두려웠다. 그는 그때 하마터면 차를 몰고 바로 운성으로 가서 그녀를 찾을 뻔했다.그러나 그녀의 거짓말은 그의 모든 걱정을 웃음거리로 만들었고, 그의 열정도 그녀의 침묵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그는 자신을 비웃으며 말을 가리지 않았다."소희 씨가 어디로 가든, 어떤 사람과 함께 있든, 사실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죠! 우리는 애인도 아닌 그냥 밤에 같이 자는 사이일 뿐, 언제든지 갈라질 수 있죠!"소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문득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구택은 빛을 등지고 서있었다. 어슴푸레한 날씨는 그의 얼굴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덮어주며 그의 이목구비의 윤곽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소희 씨 자신이 우리의 관계를 잘못 알고 자신의 주제를 잘못 파악했기 때문에 나를 속일 생각을 한 거예요! 사실 난 전혀 상관이 없거든요!"날씨는 더욱 흐려졌고 바람 한 점 조차 없어 공기가 무더웠으며 사람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소희는 안색이 하늘처럼 창백하고 처량해졌다. 그녀는 손을 천천히 꽉 쥐며 마치 맞은편 건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