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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9화

아심은 무심코 방 안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나무 격자창에 반사되는 햇빛으로 인해 아지랑이처럼 퍼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곧 스님이 방에서 나와 아심에게 부적을 건넸다.

“이것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모든 일이 명확해질 것이오.”

아심은 이런 것들을 별로 믿지 않았지만, 스님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여 부적을 공손히 받아 들고 두 손으로 가슴에 품었다.

“감사해요, 스님!”

스님은 더할 나위 없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소, 아가씨. 여기 이것을 보시오.”

그는 목에 걸린 줄을 당겨 아래에 걸린 패를 보여주었다. 그 패에는 계좌번호가 찍혀져 있었다.

스님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4만 원이오. 결제해 주세요.”

아심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편 시언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낮게 웃음을 터뜨렸고, 억제된 웃음 속에 분명한 조소가 담겨 있었다.

아심은 핸드폰을 꺼내 4만 원을 송금했다.

...

후원을 떠난 뒤에도 시언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 보였고, 그의 인생에서 이보다 우스운 일을 본 적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심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앞서 걷다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돌아서서 부적을 그의 손에 쥐어 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만 웃어요!”

시언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가지고 있어 봐, 마음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질걸? 저런 걸 하는 스님이라면 평범한 스님은 아닐 테니 꽤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

아심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숨을 깊게 들이쉬고,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억눌렀다.

“말했잖아,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시언은 두 손가락으로 아심의 이마를 살짝 튕기며 말했다.

“말 안 들으면 이렇게 되는 거야!”

아심은 이마의 아픔에 손을 올리며 시언을 올려다보았지만, 시언은 이미 그녀를 지나쳐 커다란 등이 보일 뿐이었다.

아심은 아픔을 달래며 미소를 짓고는, 그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둘은 절을 나와 바깥의 돌 위에 앉아 주한결 일행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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