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솔은 갑자기 한 가지가 떠올랐다.“맞다, 전에 경성에서 스승님께 드리려고 산 목도리가 있었는데, 지난번에 스승님 댁에 갈 때 깜빡하고 가져가지 않았어. 일단 집에 가서 목도리 좀 가져올게.”지난번에 진석을 피해서 강성으로 돌아왔을 때, 마음이 불안정해서 소희와 함께 스승님을 보러 갔을 때도 목도리를 깜빡 잊었다.“그래.”진석은 차를 몰아 강솔이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강솔은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주예형의 차가 아파트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에 강솔은 살짝 놀랐다. 오늘 카페에서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눈 뒤, 더 이상 그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시 강솔의 집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근데 도대체 왜 또 찾아온 걸까?진석은 예형의 차를 몰랐지만, 강솔의 표정을 보고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그는 얼굴을 살짝 굳히며 말했다.“내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고, 진석은 강솔의 손을 꼭 잡고 아파트로 올라갔다. 예형의 차를 지나칠 때, 강솔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살짝 빼려 했다.진석의 얼굴은 점점 차가워졌고, 강솔은 힐끗 쳐다보며 손을 놓지 않았다. 강솔도 이제는 담담해졌다. 그녀는 차에 있는 사람을 보지 않고, 모르는 척했다.아파트로 올라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진석은 강솔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왜 피했어? 그 사람이 우리가 함께 있는 걸 알까 봐?”“아니야!”강솔은 급히 설명했다.“그 사람이 오해할까 봐.”진석의 화가 치밀었고, 얼굴은 점점 더 무섭게 굳어지며 말했다.“오해? 그 사람이 우리가 함께 있는 걸 알까 봐 그렇게 두려워해? 아직도 그 사람에게 미련이 남아서 다시 돌아가고 싶어?”“그런 뜻이 아니야!”강솔은 답답해하며 말했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사람이 내가 오빠 때문에 자신이랑 헤어졌다고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는 거야.”강솔은 급하게 말하면서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였다. 아마 오늘 예형의 그 말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도경수의 집에 도착하자, 강솔은 진석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하인이 슬리퍼를 가져오며 웃었다.“아가씨, 돌아오셨군요. 오늘 아침 어르신께서도 아가씨가 안 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강솔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스승님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퇴근하자마자 바로 왔어요.”강솔은 신발을 갈아신으며 안쪽을 살폈다.“스승님은 어디 계세요?”“어르신은 서재에서 손님과 대화 중이시고, 양재아 아가씨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어요.” 도우미는 웃으며 말했다. 강솔은 안쪽으로 걸어가니, 재아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 소리가 시끌벅적했고 매우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강솔이 들어서자 양재아의 웃음은 순간 굳어졌다.강솔은 재아에게 신경 쓰지 않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재아는 눈을 굴리며 리모컨을 내려놓고 강솔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강솔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코트를 침대에 올려두고, 옷장 문을 열어 갈아입을 옷을 꺼내려 했다.그때 재아가 문을 두드리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강솔 언니!”강솔이 돌아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재아는 공손하게 말했다.“사실 언니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강솔은 짧은 머리를 뒤로 쓸어올리며 대답했다.“그래, 말해봐.”재아는 한 발 더 다가와 말했다.“저 요즘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심심해서요. 언니네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너 디자인을 배운 적 있어?”재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렇진 않지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강솔은 단호히 말했다.“좋아하는 것과 전공은 다르지. 우리 작업실 디자이너 채용 기준은 엄격해서, 넌 아마도 통과하지 못할 거야.”재아는 급히 말했다.“제가 배울게요! 원래 제 꿈이 보석 디자이너가 되는 거였거든요. 언니가 저 좀 가르쳐주면 안 될까요?”강솔은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런 건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네가 대학에서 무슨 전공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에 맞는 직업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
진석은 눈을 약간 가늘게 뜨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강솔이 맞는 말을 했어. 회사에 들어가려면 기준이 있는데, 너는 전공이 아니니까 너를 가르칠 수 없어.” 재아의 얼굴이 순간 붉어지며 급히 해명했다. “저도 제가 전공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강솔 언니한테는 제가 비서로라도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언니는 제가 비서조차도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진석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너는 정말 비서도 할 수 없어! 스승님 앞에서 불평할 필요 없어. 그 룰은 내가 정한 거니까 강솔을 탓할 이유가 없지. 다음번엔 나에게 직접 와.” 진석의 단호한 말에 재아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감정을 숨기고 억울한 표정만 지었다. “저는 불평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도 스승님 앞에서 왜 그런 말을 했지? 스승님께 나서서 부탁드리려고 한 건가, 아니면 강솔이 너를 일부러 괴롭힌다고 느끼게 하려는 건가?” 진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네가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 왜 억지를 부리니? 세상 모든 사람이 너에게 길을 양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재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저, 저...” “그만!” 도경수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재아야, 가서 저녁 준비가 다 되었는지 알아보고, 점심에 만든 고기를 따뜻하게 데우라고 해라. 강솔이 좋아하니까.” 재아는 입술을 깨물고 일어섰다. “알겠어요, 지금 가볼게요.” 재아는 주방으로 가면서 얼굴에 즉시 어두운 기색이 스쳤다. 재아가 나간 후, 도경수는 말했다. “진석아, 서재로 와라.” 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수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문을 닫은 후 도경수는 진석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왜 그러느냐, 화가 난 것 같구나?” 진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도경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한테 숨기지 마라. 무슨 일이 있느냐? 강솔과 싸운 거냐? 네가 왔을 때부터
양재아는 마치 진석의 말을 들은 듯한 모습이자 재아는 급하게 말했다.“저는 정말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비록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디자이너나 비서로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아요.”“차라리 사무실에서 잡무를 도와주는 일이라도 할 수 있으니, 제발 저를 받아주세요.”진석이 차분히 말했다.“그건 안 된다. 너는 그래도 스승님의 손녀인데, 네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네 신분을 알게 된다면, 스승님의 체면이 손상될 수도 있어.”재아는 겁먹은 듯한 눈빛으로 도경수를 바라보며 애원했다.“할아버지, 저는 정말로 제 힘으로 뭔가를 하고 싶어요. 디자이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일단은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싶어요.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진석은 여전히 냉정했다.“말했잖아, 안 된다고. 스승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그만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더는 이 문제로 끈질기게 굴지 말아.”재아는 진석의 단호한 말투에 위축되었고, 당혹감이 얼굴을 스치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도경수는 부드럽게 말했다.“진석의 말을 따르는 게 좋겠다. 진석을 믿어보렴.”재아는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더는 할아버지와 진석 오빠를 곤란하게 하지 않겠어요.”도경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제 가서 강솔이 내려왔는지 확인해라. 저녁 준비가 다 됐는지 알아보고 오거라.”재아는 즉시 방을 나서며 말했다.“네, 바로 가볼게요!”재아가 나가자, 도경수는 한숨을 쉬며 진석에게 말했다.“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마라. 아직 어린아이잖니.”진석은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이미 성인이잖아요.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아이는 아니에요.”“스승님 앞에서 강솔을 슬쩍 끼워 넣으며 은근히 이간질하려는 것도 눈에 보여요.”도경수는 그저 웃으며 대답했다.“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다면, 더 많이 만나면서 오해를 풀어나가면 되지 않겠니?”진석은 도경수의 생
수요일 저녁 7시 정각 소희는 전위 호텔 앞에 나타났다.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소희는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아빠 소정인이었다. [소희야, 아빠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차가 좀 막히네. 먼저 들어가있어.]소희는 발걸음을 늦추며 이따 임구택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결혼 3년 동안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임구택이 이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부한다는 것은 안 봐도 뻔했다.그렇다고 임구택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과거 소씨 가문의 회사가 위기를 맞자 뻔뻔하게 임씨 가문을 찾아가 혼인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였고, 당시 임씨 가문의 장남은 이미 결혼을 한 터라 자연스레 그 약속은 차남 임구택이 이행하게 되었다. 그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임씨 가문은 당연히 소씨 가문에 좌지우지 당하지만은 않았다. 예물로 50억 원을 건네어 소씨 가문이 난관을 이겨내게 도우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3년 뒤에 이 혼사가 자동 해지되는 것으로.3년 전, 그녀는 아직 법정 결혼 연령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라스베가스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대리인이 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하자마자 임구택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결혼 해지를 석 달 앞두고 돌아왔다. 결혼을 거부한다는 태도가 너무나도 뚜렷했다.하필이면 오늘, 그녀의 아버지가 회사 때문에 그녀를 앞세워 다시 한번 그를 찾아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소희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하였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아내에요!”그가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까?듣건대 임구택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강성의 유명한 악질이었다고 한다. 강성의 흑과 백을 모두 통솔하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섭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지만 며칠 전 TV의 경제 채널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명품 양복을 입고, 거만하면서도 우아하고 듬직해 보였다.그녀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네, 감사합니다. 기사님.”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
소희는 멍해졌다.남자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왜 절 따라오시는 거예요? 강성대 학생이신가요?”그는 오는 길에서부터 이 여자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멈추면 그녀도 무슨 일이 있는 척 멈추더니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소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고 반문했다. “여기가 당신 집으로 가는 길인가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을 왜 제가 따라다닌다고 하는 거죠?”남자의 눈동자의 싸늘한 빛이 스치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소희에게 올라오라고 눈짓했다.소희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꼬듯 말했다. “됐어요, 오해받을 만한 행동 안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계단으로 걸어갔다.그녀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남자의 가늘게 뜬 눈을 가렸다.소희는 임구택과 다시 마주칠까 봐 아예 계단으로 9층까지 올라갔다.회의실에 도착하니 조교가 학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교는 그녀를 보자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했다.그 옆에는 몇몇 학생들도 자료를 제출하러 왔는데, 그중 한 명은 따가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소희는 못 본 척 휴대폰을 꺼내 스도쿠를 했다.5분도 안 돼 한 판을 풀고 나니 밖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돌아온 지 얼마 안 됐죠? 출국한지 오래됐으니 돌아올 때 됐구나 싶었는데”교장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교장선생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임구택도 소희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 머물지 않고 바로 지나갔다.학과장은 급히 마중 나가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방 교장은 그에게 소개하였다. “이 분은 LS그룹의 대표이사님이십니다. 예전에 우리 학교 학생이었지요. 참, 우리 학교 여러 항목의 장학금도 임 회장님이 후원한 것입니다.”그러자 학과장은 냉큼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임구택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 마침 학생들에게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제출
임구택은 그날 창문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명우는 제일 먼저 천위 호텔의 CCTV를 조사했다.이상하게도 7시와 9시 두 시간대 모두 공백 상태였고 천위 호텔의 보안요원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당시 인터넷이 끊겼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었다.그래도 명우는 한 사람을 찾았다. 서이연.서이연은 B급 배우로 청순하고 러블리한 이미지의 노선을 걷고 있으나 줄곧 뜨지 못했다. 어제 저녁 6시 50분쯤 그녀가 천위 호텔에 들어가 연풍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CCTV에서 볼 수 있었다. 이후 CCTV 기록에는 공백이 있어 그녀가 어느 방으로 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9시 5분경 서이연의 매니저가 그녀를 부축하고 연풍관 밖에 나타났는데, 그녀는 한쪽 다리를 구부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그 뒤로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명우는 서이연이 어떤 차를 타고 떠났는지 몰라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젯밤 그녀는 왼쪽 다리를 수술했다.명우는 이미 차트를 확인했는데 낙상이었다.그날 밤, 강성의대 부속병원.VIP706호. 병상에 누워있는 여인은 두 손을 맞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맞은 켠 소파에 앉은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임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다리 어떻게 다쳤어요?” 임구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이연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반쯤 늘어뜨린 눈꺼풀 아래 눈물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과 관련이 있나요?”“숨길 필요 없어요, 사람을 시켜 이미 CCTV를 확인했으니까. 어젯밤 9시쯤 매니저가 당신을 부축해서 차를 타고 떠날 때 다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죠. 그날 밤 제 방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맞나요?” 임구택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했다.손님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천위 호텔은 카메라가 객실 창문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이연이 어디서 뛰어내렸는지는 볼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