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는 인차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녀가 얼굴을 가리자 눈물은 그녀의 손바닥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청아야, 나도 네가 속상해하는 거 안다. 탓하려면 이 엄마를 탓해라. 네 오빠 탓하지 말고. 그도 감히 너한테 전화하지 못하고 있어." 그녀는 울먹였다. "네 새언니는 집 때문에 네 오빠와 맨날 다퉜으니 네 오빠도 정말 방법이 없었어."청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나 혼자서 집 하나 구해서 지낼게요.""청아야, 엄마는 네가 철이 든 좋은 아이라는 거 안다!"그녀의 어머니는 마치 입을 막고 울고 있는 것 같았다.전화를 끊고 청아는 침대에 앉아 있으며 자신이 억울한지 슬픈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사라져서 소식이 없었고 지금 그녀는 또 살던 집이 없어졌다.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바로 12살 그전이었다. 그때 그녀의 아버지는 아직 마약과 도박을 하지 않았고, 한 가족은 행복하고 즐겁게 지냈다.그리고 지금 그녀의 일생에서 가장 즐거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고 있는 그 집도 없어졌다!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온몸을 떨며 울었다."왜 그래요?"낮은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시원은 문에 기대며 문을 등지고 침대에 앉아 울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청아는 즉시 고개를 숙이고 목이 멘 채 말했다."아니에요!""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보통 어려운 일은 내가 다 해결해 줄 수 있어요."시원은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청아는 팔꿈치에 머리를 묻고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아요. 나 지금 혼자 좀 있고 싶어요."시원은 잠시 침묵하다 몸을 돌려 떠났다.청아는 30분 동안 혼자 있다가 세수를 하고 나왔다. 보기엔 이미 아무렇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주방에 가서 4개 요리를 한 후 시원의 방에 갔다."시원 씨, 나 집에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마 오후에야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점심밥은 이미 다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뒀어요. 먹을 때 데우면
시원은 잠시 놀라며 매너 있게 그더러 들어오라고 했다."청아 씨는 일이 있어서 집에 돌아갔는데요, 전화 한 번 해보세요."임승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서 사방을 살펴보았다. 여기에는 그가 보지 못한 수많은 물건들이 있었는데 딱 봐도 재벌 집이었다.그는 놀랍기도 기쁘기도 하며 태도도 더욱 공손하고 조심스러웠다.시원은 그에게 물 한 잔 따라주었다."앉으세요.""네, 네!" 임승은 황송해하며 두 손으로 물을 받아 소파에 앉아서 물었다."우리 청아는 자네와 동거하고 있나요?"시원은 남자의 눈에 비친 기대를 보고 눈 밑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내가 요즘 좀 다쳐서 청아 씨를 간병인으로 고용한 거 뿐이에요.""아, 그렇군요!" 남자는 무척 실망했다.그는 눈앞의 가죽 소파, 진귀한 탁자를 다시 한번 보며 매우 아쉬워했다.시원은 눈빛이 차가운 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청아 씨를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죠? 내가 전화라도 할까요?"남자는 목소리가 쉬었다. "전화해 봤자 아무 소용 없어요."그는 말을 한 뒤 시원이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하고 혼자 중얼거렸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청아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지금 병원에 있는데, 수술비 2000만 원이 필요해요. 집안의 돈은 모두 청아 오빠한테 집을 사줬으니 그 만한 돈이 또 어딨겠어요? 나는 원래 청아보고 돈 좀 더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청아가 남 간병하면서 학비 버는 거 보니, 내가 또 마음이 아파서요!"임승은 눈물을 훔치면서 말하며 무척 짠해 보였다.시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방금 청아가 방에서 울었던 일을 떠올렸다. 알고 보니 이것 때문이었다."청아 씨도 아마 이렇게 많은 돈이 없을 거예요. 이렇게 하죠, 내가 돈을 입금해 드릴게요. 병을 치료하는 게 중요하죠." 시원이 말했다.임승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들어 감격해하며 말했다."정말요? 정말 우리에게 2000만 원을 빌려줄 수 있다고요?""맞아요, 지금 바로 입금해
시원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여전히 그녀의 어머니 때문인 줄 알고 위로했다."청아 씨 아버지가 오늘 오셔서 청아 씨 어머니가 아프시다고 설명했어요. 안심해요. 내가 아저씨한테 돈을 입금해 주었으니 청아 씨 어머니도 곧 좋아질 거예요!"청아는 잠시 멈칫하다 멍하니 물었다."누가 왔다고요?"시원은 대답했다."청아 씨 아버지요! 그는 자신이 우임승이라고 말했어요."청아의 안색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하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가 시원 씨한테 돈 달라고 했어요? 얼마 줬어요?""2000만 원요, 청아 씨 어머니 수술비가 2000만 원 아니에요?"청아는 마치 가슴을 새게 두들겨 맞은 듯 통증이 온몸으로 퍼지며 머리가 하얘졌고 손에 든 종이 박스는 "펑" 하고 땅에 떨어졌으며 그 안의 물건이 굴러 나와 여기저기 흩어졌다.오늘 일어난 일은 한순간에 파도처럼 그녀를 향해 밀려왔고 그녀를 좁은 구석까지 몰아 그녀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았다.그녀는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은 채 시원을 바라보았다."왜 그한테 돈 줬어요?"시원은 멍해졌다.청아는 울분을 전부 분노로 바뀌며 통곡하며 물었다."누가 당신더러 그에게 돈을 주라고 했냐고요! 그것도 2000만 원이나요, 왜 나한테 물어보지 않았어요! 당신은 정말 자신이 구세주라고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그녀는 마음속으로 몹시 미워하며 힘껏 눈물을 닦고 몸을 돌려 작은방으로 뛰어갔다.문을 닫자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문에 기대어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시원은 그녀의 고함과 질문에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일까?그가 그녀의 가족에게 병을 치료하라고 돈을 빌려준 게 잘못된 일인가?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보고 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웅크리고 앉아 천천히 주웠다.앨범 몇 개, 토토로 인형 하나 그리고 레고로 맞춘 성 하나, 공주의 성은 이미 흩어졌다............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청아는 방
밥 먹을 때 청아가 말을 하지 않자 시원은 더욱 불편해서 주동적으로 화제를 찾았다."레고 좋아해요?”청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하나 밖에 없어요. 10살 때 아빠가 나한테 사주신 생일 선물이었어요."그때 그녀의 아버지는 아직 도박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방금 호텔의 주방장으로 승진해서 월급이 두 배로 올랐다. 그래서 그는 특별히 그녀의 생일에 그녀가 내내 갖고 싶어 했던 이 레고를 사줬던 것이다.그 해에 그들은 새 집으로 이사까지 했고 친척과 주변 이웃들은 모두 그들 가족을 부러워했다.그러나 오늘, 그들의 집은 팔렸고 가정도 완전히 사분오열되었다.모두 도박 때문이었다. 청아는 평생 이처럼 그렇게 증오하는 일이 없었다!시원이 물었다."그럼 청아 씨 아버지도 청아 씨한테 꽤 잘해 주셨는데, 나중에 어떻게 도박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청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다."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그때 호텔 주방에 셰프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 아빠가 주방장이 된 것을 질투하여 고의로 그를 데리고 도박을 하러 갔고 또 일부러 그더러 이기게 했어요. 우리 아빠는 며칠 만에 엄청 많은 돈을 땄고요. 후에 그는 점점 깊이 빠져들며 도박을 하고 싶지 않아도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어요!"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청아 씨의 아버지가 셰프였군요. 어쩐지 청아 씨의 요리 솜씨가 훌륭하더라니!"청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속에 높은 산이었고 지금 그 산은 이미 무너졌다.부성애는 일종의 신념이었다. 이런 신념이 서서히 무너질 때, 이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실망스러운지 아무도 몰랐다!시원은 계속 말했다."청아 씨 아버지는 단지 일시적으로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뿐, 앞으로 깨닫게 될 거예요."청아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그는 그녀를 깔보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를 위로했다. 청아는 무척 감동을 받았다.밥 먹은 뒤 주방을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한눈에 부
그녀는 위층으로 돌아왔을 때 구택의 문자를 받았다."안방으로 와요!"소희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남자는 침대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남자는 눈을 들어 가볍게 웃었다."이리 와요!"그녀는 걸어가서 침대에 엎드리며 턱을 그의 늘씬한 다리에 받치고 흑백이 분명한 큰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하려 했지만 하지 않았다.구택은 몸을 살짝 숙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왜 그래요?"소희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베고는 눈을 반쯤 감고 말했다."구택 씨는 엄청 많은 거 알고 있잖아요. 그럼 왜 어떤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예뻐하지 않는 걸까요?"구택의 손바닥에는 그녀의 가볍고 부드러운 얼굴이 있어 마치 그녀를 모두 자신의 손안에 넣은 것 같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람은 매우 복잡해요. 선과 악은 동시에 존재하고 사랑과 이기적인 감정도 동시에 존재하죠. 그러니 무슨 감정이든 다 정상이에요, 이상하지 않아요!"소희는 안색이 담담했고 심지어 조금 싸늘했다."하긴, 사람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죠!"구택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동물도 어떤 동물은 온순하고 어떤 동물은 흉악하죠. 결국 사람도 동물이에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구택은 몸을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고는 그녀를 안고 올라가려 했다. 소희는 그의 손을 내려놓았다."아직 샤워 안 했어요.""그럼 샤워하러 가요!""졸려서 움직이기 싫어요!""내가 씻겨줄게요!"구택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손바닥은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목을 받쳤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안았다.남자는 허리춤에 목욕 수건을 두르고 있었고 소희는 그의 품에 안겨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 깨달은 것 같아요.""뭘요?" 남자가 물었다.소희는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구택 씨 전에 잘못 말했어요, 내가 부족한 것은 사실 부성애가 아니에요!"구택의 목소리는 점점 더 허스키해지고 있었다."그럼
시월이 말을 마치자 소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맑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 눈빛은 차가운 듯 또 무거운 것 자세히 보면 또 마치 먼지가 없는 맑은 물 같았다.시월은 그녀의 눈빛에 찔려 인차 웃으며 말했다."시간 없으면 됐어, 내가 왔다 갔다 하면 되니까."소희는 자신의 책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괜찮아요, 그 친구 이름이 뭐예요?"시월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즉시 대답했다."주혜정이라고 하는데 6층에 가서 혜정을 대신해서 왔다고 하면 6층의 반장은 바로 알 거야.”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요!""고마워 소희야, 다음에 야식 쏠게!" 시월은 고마운 표정을 지었다.소희가 떠난 후 설화는 다가오며 무척 경악했다."이렇게 쉽게 갔다고?”시월은 비웃었다."생각이 없는 여자애일 뿐, 만약 임구택과 심명이 그녀를 감싸지 않았다면 그녀가 케이슬에서 오래 있을 거 같아?”설화는 한숨을 내쉬었다."아마도 재벌들은 딱 이런 머리 없는 여자애를 좋아할지도."시월은 코웃음쳤다."좋아한다고? 내가 보기엔 그냥 신기해서 갖고 노는 거뿐이야!"소희는 6층에 가서 반장을 찾았고 혜정을 대신해서 왔다고 했다.반장은 둥근 얼굴에 갸름한 눈망울로 어여쁜 편이었다. 그녀는 소희를 한 번 보더니 부드럽게 웃었다."혜정은 오늘 휴식이라, 원래 6616호 책임지고 있어. 복도 끝의 마지막 방이야. 이건 손님이 주문한 술이고.”반장은 주문한 리스트를 그녀에게 주고 잠시 생각하다 낮은 소리로 당부했다."들어갈 때 가능한 한 고개를 숙여."소희는 미간을 살짝 움직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그녀는 술을 들고 6616호로 갔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후, 안의 불빛은 반짝이고 있었고 소파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남자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다른 두 호스티스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좀 가까이 다가가면 남자가 약간 뚱뚱한 몸, 40~50세 정도 하는 나이에 안경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노래하는데 삼매경이었다.소희는 다
두 사람은 모둠 과일과 술을 들고 룸에 들어갔다. 룸 안에는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불빛이 반짝이며 귀가 먹먹해졌다.많은 사람들은 즐겁게 놀고 있어서 아무도 술과 과일을 들고 들어온 두 종업원을 주의하지 않았다.소희는 술을 놓을 때 반대편 주민이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방금 그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그의 옆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여자는 과일을 보고 머리를 돌려 주민에게 애교를 부렸다."나 리치 먹을래!”주민은 준수한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부드럽게 리치 하나를 여자에게 건네주었다.옆의 사람들은 소란을 피웠다. "지연이한테 까줘야지!""까줄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연이한테 먹여줘!""어떻게 먹일까?""당연히 입으로 먹여줘야지!"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는 가운데, 그 여자애는 고개를 살짝 쳐들고 주민이 리치를 까서 그녀에게 먹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은 좀 쑥스러워했다."농담 그만해!"여자애는 팔꿈치로 주민을 한 번 치며 눈살을 찌푸렸다."빨리, 아니면 나 쪽팔리잖아!"불빛이 주민의 얼굴을 비추자 다양한 색깔에 그는 마치 광대의 가면을 쓴 것 같았다. 그는 리치 껍질을 까서 잠깐 망설이다 여자애의 입에 넣었다.옆에 있던 사람들이 아직도 떠들며 주민더러 입으로 먹이라고 하자 여자애는 리치를 한입에 삼키고 주민을 보호하는 듯 그를 껴안고 뾰로통했다."그만해, 너희들. 너무 그러지 마, 주민 씨 그만 놀려!"많은 사람들은 또 다 같이 웃었다. 소희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비록 소란을 피우고 있지만 이 지연이라는 여자애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여자애는 나이가 많지 않아 응석받이로 자란 듯 제멋대로인 걸 보면 회사의 고위층 같지도 않았다.소희는 이미 술을 열었으니 더 이상 룸에 남아 있을 수 없어 몸을 돌려 함께 온 종업원과 떠났다.9시 30분에 6616호실의 손님이 떠났고 소희도 8층으로 돌아갔다.시월은 그녀를 보자 눈빛에 놀라움이 스치며 멋쩍게 웃었다."일찍 돌아왔네?""응,
10시 30분, 소희는 어정으로 돌아왔고 푸른 독수리가 보낸 자료도 받았다. 그 주얼리 회사 사장은 송진일이라고 하는데 송지연이라는 외동딸이 하나 있었다. 자료에는 그의 배경과 전의 경력이 있었는데 그는 거의 자수성가한 셈이었고 그가 창립한 주얼리 브랜드는 강성에서도 명성이 꽤 자자했다. 주얼리 디자인은 북극 디자인 작업실에서 제공한 것이라 이는 그들의 상업 전략이었다.뒤에는 주민의 자료가 있었다. 그는 금주 사람이었고 부모님은 모두 일반 회사 직원이었다.다소 의외인 것은 주 씨네 집안과 송 씨네 집안은 친척 관계라는 것이었다. 주민의 외할머니와 진일의 어머니는 사촌이었기에 촌수를 따지면 주민은 진일을 외삼촌이라 불러야 했다.전혀 상관없는 관계 같은데 주민이 이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는 건 이것과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친척 관계를 제외하고, 다른 것은 소희가 추측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늘 그녀가 본 그 여자애는 아마도 교양 그룹 사장의 딸, 송지연이었을 것이다.교양 주얼리 그룹의 자료를 본 뒤 소희는 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석이 설명했다."교양 주얼리 그룹 디자인을 맡은 사람은 윤미예요. 그러나 그들은 가끔 King의 이름으로 홍보를 하곤 했지만 작업실도 그저 눈감아주고 따지지도 않았어요."그는 말을 마치고 물었다."왜요? 동의하지 않으면 나는 즉시 그들로 하여금 아가씨와 관련된 모든 마케팅 문장을 삭제하라 할게요."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아직은 그럴 필요 없어요. 일 있으면 다시 전화할게요.""그래요." 진석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남자친구랑은 어때요? 이제 좀 만나볼 수 있을까요?""그 선배, 나 지금 출근하고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 나중에 전화할게요!"진석이 대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소희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맞은편 진석은 끊긴 전화를 보고 소리 내서 웃었다. 밤 11시가 됐는데 또 무슨 출근을 한다고. 그녀는 대체 어떤 남자 친구를 찾았길래 찔려서 말도 하지 못하게 하는 걸까!......12시가 다
“아심아!”강재석이 먼저 웃으며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할아버지!”강아심이 미소를 띠며 다가갔다.“오랜만이에요. 건강은 어떠세요?”“좋아, 아주 좋아!”강재석은 더욱 인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축하드려요. 소희가 이렇게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정말 부러워요!”강재석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같이 기뻐해야지, 같이!”도경수는 여전히 아심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바로 강아심인가?”아심은 도경수를 향해 고개를 돌려 고운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답했다.“네, 제가 강아심이예요. 도경수 어르신 맞으시죠? 안녕하세요!”도경수는 이전에 아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으나, 지금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보자 목이 메고 눈이 뜨거워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모두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에 도경수도 정신을 가다듬고 도도희에게 물었다.“소희는 봤니?”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봤어요.”강재석은 바로 물었다.“우리 소희는 지금 뭐 하고 있나?”“친구들과 함께 있어요.”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좀 더 일찍 소희와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정말 늦게 만난 게 아쉬울 정도로 대화가 잘 통했어요.”그 말에 강재석은 호탕하게 웃었다.“그렇게 오래 이야기했다면, 정말 서로 마음에 든다는 뜻이지!”그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도경수가 질문을 던졌다. “도도희, 너는 아심 양과 어떻게 알게 된 거니?”도도희는 아심을 바라봤고, 아심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꽤 오래전이죠. 한 미술 전시회에서 처음 만났어요.”도경수는 바로 물었다.“미술을 좋아하나?”“네, 좋아해요. 하지만 진지하게 배워본 적은 없어요.”아심이 부드럽게 대답했다.“예전엔 무슨 일을 했나?”도경수가 다시 묻자, 강재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갑자기 조사라도 하려는 거야? 이제 막 알게 된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다 보면 겁을 줄지도 몰라.”이에 강시언이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가지 마세요!”양재아가 급히 권수영을 막아서며 말했다.“오늘 강아심도 초대받은 손님이에요. 만약 일을 크게 만들면, 장씨 집안만이 아니라 임씨 집안에서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임씨 집안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권수영의 분노는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장씨 집안도, 임씨 집안도 지씨 집안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그랬기에 권수영은 그 어느 쪽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 그녀는 갈 곳 없는 분노를 강아심에 대한 증오로 바꾸며 이를 갈았다.“강아심,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아심과 강시언은 강재석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이때, 아심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까 그 일, 고마워요.”만약 시언이 아심을 위해 지씨 집안을 봐줬다면, 아심이야말로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언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지씨 집안 같은 사람들과는 애초에 엮이지 말았어야 했어.”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지승현은 저 사람들과 달라요. 제가 엮인 건 지씨 집안 때문이 아니고요.”“아니라고?”시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스쳤다.“지승현이 지씨 집안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지씨 집안의 중심인물이고,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지씨 집안의 눈길을 끌지. 이게 관계가 없다고?”아심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래서요? 무슨 일이 생기면 겁을 먹고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가요?”시언은 아심을 깊게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좋아, 네 진정한 사랑, 참으로 대단해.”시언은 그 말을 남기고 단숨에 앞서 걸어가 버렸다. 아심은 시언의 차가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후,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강재석의 휴게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시언은 반대쪽 벽에 기대어 아심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아심이 조용히 다가가며 말했다.“안 들어가요?”시언은 여전히 화가 난 듯한 얼굴로 아심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전에 할아
김화연은 상황의 전말을 간략히 설명했고, 강시언은 차가운 눈으로 지수철을 훑어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누구의 체면을 고려할 필요도 없어요. 결혼식장에서 소란을 피운 이들에게는 체면을 논할 자격이 없어요. 당장 지씨 집안을 떠나게 조치하겠어요.”양재아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고, 그녀는 시언을 향해 돌아서며 간절히 말했다.“시언 오빠, 수철이는 정말로 자기 잘못을 인정했어요!”시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히 대답했다.“잘못인 줄 알면서도 저지른 행동은 더 큰 잘못이죠. 그리고 처벌이 두려워서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고요.”재아는 그의 냉혹한 대답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다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곧 시선을 돌려 강아심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아심아, 네가 수철이를 위해 한마디만 해주라!”김화연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다들 아는 사이인가요?”재아는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심이는 수철이 형의 여자친구예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시언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러나 아심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재아를 담담히 바라보며 말했다.“누구의 동생이든 그건 나와 아무 상관없어요. 다만 다행히도 내 친구의 동생일 뿐이지, 내 친동생은 아니네요.”“만약 내 친동생이 이렇게 자라서 고작 세 살짜리 여자아이를 괴롭혔다면, 난 엄하게 혼내서 다시는 그딴 짓 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거예요.”아심의 단호하고 확고한 말에 재아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고, 수철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심을 향해 음험한 시선을 한 번 보냈다.재아는 시언이 김화연의 입장을 지지하고, 아심 역시 끼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더 이상 지씨 집안을 위해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짧은 판단 끝에 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심의 말이 맞네요. 내가 처음부터 마음 약해져서 지씨 집안을 돕겠다고 나선 게 잘못이었네요.”“제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네요. 수철이를 데리고 가서 바로 돌아갈게요.”재아는 진심 어린 목
지수철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입을 열지 못하자, 양재아는 곧장 말을 꺼냈다.“제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 말한 거예요. 아까 권수영 여사님께서도 수철이를 혼내셨고, 수철이도 이미 잘못을 인정했어요.”“여사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오늘은 소희와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잖아요. 만약 지씨 집안을 여기서 내쫓는다면 서로 얼굴을 들기 힘들어질 거예요.”재아는 소희의 이름을 직설적으로 언급하며 자신이 단순히 도씨 집안의 손녀가 아니라, 소희와도 친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김화연은 재아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도씨 집안과 소희 모두를 떠올리며, 이 상황에서 체면을 지켜줄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김화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씨 집안 때문이든, 소희 때문이든, 이번에는 넘어가야 했다.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던 오후, 2층 방에서 강아심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시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의 휴대폰을 대신 끊어줄까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심은 이미 눈을 떴다.아심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잠시 멍해졌고, 이내 휴대폰 벨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손을 들어 휴대폰을 집어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도희 이모!”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넌 어디 있어? 오후 내내 보이지 않더구나. 지금 강재석 어르신을 뵈러 가려는데, 그분이 너도 이 결혼식에 왔다고 하더라. 같이 갈래?]그 시각, 강재석은 점심 식사 후 도경수와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도경수는 끊임없이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강재석은 그의 속내를 간파하고 먼저 도도희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찾아오라고 부탁했다. 도도희는 전화를 끊고 강재석을 찾아가면서, 강재석이 아심의 이름을 듣고 기뻐하던 모습이 떠올라 아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갓 잠에서 깨어난 강아심은 반쯤 내려앉은 긴 속눈썹으로 잠기운 어린 분위기를 풍기며 느릿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저도 인사드려야죠. 먼저 가 계세요. 곧 따라갈게요.”두 사람은 통화를 마쳤다.아
전화를 받은 양재아는 먼저 권수영의 이야기를 들었다. 권수영은 다소 억울한 어조로 말했다.“재아양, 우리 수철이가 잠깐 장난 좀 친 거예요. 그 어린 여자아이랑 그냥 놀다 그런 거지, 걔도 아직 어린애잖아요. 그 애한테 뭘 어쩌겠어요?”“게다가 우리 수철이도 이미 혼이 났어요. 수철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알 거예요.”“오늘이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라 내가 참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했을 거라고요!”“그런데 지금 김화연 여사님이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재아 양이 나서서 부탁 좀 해주면 안 될까?”“오늘은 임씨 집안 결혼식이고, 신부도 재아 양 외할아버지의 제자잖아요. 재아 양이 한마디만 해주면 여사님도 체면을 봐서 넘어가 줄 거예요.”권수영은 최대한 간곡하게 부탁하자, 재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재아는 지씨 집안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그렇게 깊은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이 도움을 준다면 지씨 집안도 체면을 세워줄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잠시 후, 재아는 결정을 내렸다.[알겠어요. 제가 여사님께 가서 얘기해 볼게요. 그냥 애들이 장난친 일이라고 하면 그렇게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실 거예요.]“정말 고마워요, 재아 양. 정말로 우리 지씨 집안의 은인이에요!”권수영은 과장된 어조로 감사의 말을 전하자, 재아는 말했다.[어디 계신가요? 수철이를 데리고 오세요. 제가 함께 여사님께 가서 말씀드릴게요.]권수영은 재아의 의도를 곧바로 이해하고 말했다.“지금 데리고 갈게요.”재아와 권수영이 만났을 때, 재아는 지수철의 부은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너무 심하게 맞았잖아요!”“고작 어린애랑 장난 좀 쳤다고 이렇게까지 때리다니요. 참 권력이 대단한 집안이네요.”권수영은 주위를 살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임씨 집안과 관련된 일이기에 재아는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제가 여사님께서 어디 계신지
임유민은 두 번째 총알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지수철의 입술에 맞았다. 그의 입술은 순식간에 부어올라 더는 강한 척할 수도 없었다. 유민이 세 번째 발사 준비를 하자, 지수철은 입안에서 흐릿하게 소리쳤다.“말할게! 말할게!”유민은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전화해요.”지수철은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미 요요의 할머니를 따돌렸으니, 세 번째 친구가 빨리 오라고 했다. 이에 5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남자아이가 도착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나무에 묶인 지수철을 보자,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유민은 몇 걸음에 그를 따라잡아 꽃밭 가장자리를 발판 삼아 공중에서 회전하며 발길질을 날렸다. 이에 그 자리에서 날아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결국, 세 명 모두 유민에게 나무에 묶였고, 그의 사격 연습 표적이 되었다....한편, 권수영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상황을 알게 되었다. 김화연은 당연히 요요를 괴롭힌 사람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세 아이가 어느 집 자식인지 알아냈다.김화연은 한적한 거실에 앉아 놀고 있는 요요를 지켜보며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집안 사람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니 일이 커져 분위기를 망치는 건 바라지 않아요. 당장 이 세 집에 연락해서 애들을 데리고 저택에서 나가라고 전하세요!”김화연의 지시는 즉시 실행되었고 김화연은 다시 가사도우미들에게 당부했다.“이 일은 당분간 아천이랑 청아한테 알리지 마세요.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으니까요.”이에 다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따랐다....권수영은 곧 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수철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그를 찾아 나섰다. 권수영은 수철을 발견한 순간 비틀거리며 땅에 넘어질 뻔했다,수철과 다른 두 소년은 나무에 묶여 있었고, 얼굴은 멍투성이에 입에는 무
정원은 나무와 꽃들로 빽빽해, 두 소년이 요요를 안고 달아난 뒤 금세 그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김화연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졌고,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할 틈도 없이 몇몇 부인들과 함께 서둘러 그들을 뒤쫓았다.지수철은 요요를 안고 꽃밭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더 빨리 뛰었다. 수철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듯한 빛이 가득했고,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그 순간, 수철의 무릎에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두 다리가 꺾이며 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요요 역시 그와 함께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지수철은 무릎을 부여잡고 뒹굴더니 막 욕을 퍼붓기 시작하려는 찰나, 그의 동료가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의 얼굴을 향해 강력한 발길질이 날아왔다.코뼈가 부러지는 충격에 수철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과 함께 수철의 가슴팍에 또 한 차례 발길질이 들어갔다. 이번엔 고통이 극심해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임유민은 땅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을 잠시 스쳐본 뒤, 요요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기압총을 내려놓고 요요를 일으켜 세웠다. 요요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일부러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빠가 있잖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요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유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요요는 유민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작은 몸을 떨었다.“괜찮아, 괜찮아.”유민은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도 약간의 경직된 기색이 떠올랐다.“요요!”멀리서 김화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묻어 있었다.“할머니!”요요는 크게 외쳤다.곧 김화연이 나타났고, 그녀의 얼굴은 창백한 빛을 띠었다. 김화연은 빠르게 걸어와 요요를 품에 안았다.“할머니, 유민 오빠가 나쁜 사람들을 혼내줬어요!”요요는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김화연은
강시언은 무언가 느낀 듯 강아심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과 맞닿은 아심의 거의 벌거벗은 듯한 시선에, 그는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약간 냉소적인 표정을 드러냈다.아심은 고개를 돌리며, 귀 끝이 옅은 홍조로 물들었다. 마치 블러셔가 뺨에서부터 번진 것 같았다. 그렇다, 술에 취했음이 분명했다.눈빛이 교차한 후,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졌다. 아심은 넓은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햇살의 따스함과 결혼식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겼다. 그러다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낯선 환경에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음 속에서도 아심은 잠들어버렸다. 밤에는 아무리 넓고 편안한 침대에서도 잠들기 힘들고, 종종 불면증이나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가 지금은 매우 안정적으로 잠들어 있었다.시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쿠션을 가져왔다. 시언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받쳐 머리를 들어 올리고, 쿠션을 아심의 머리 아래에 받쳐주었다.자수 무늬가 새겨진 면을 일부러 아래쪽으로 돌려놓으며 배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긴 손가락이 아심의 부드럽고 섬세한 얼굴을 스쳤다. 그 순간 시언의 각진 얇은 입술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 시언은 휴대폰을 무음 상태로 설정했다. 가끔 전화가 와도, 그는 잠깐 확인한 뒤 바로 끊고 다시 술을 즐겼다.시언에게 아부와 아첨이 넘치는 술자리들은 피로감만 줄 뿐이었다. 그랬기에 이런 조용함이 그에게는 오히려 더 큰 안식을 주었다....권수영은 양재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이 때문에 지수철은 완전히 신경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게다가 이곳은 임씨 집안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철저히 경비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수철은 그저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곧 두 명의 같은 학교 친구들을 만났다.수철은 A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동급생들 역시 집안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랬기에 이런 결혼식장에서 만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저택에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놀이
강아심은 강시언 맞은편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 아심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을 들고 머리를 살짝 젖혀 술을 한 모금에 들이켰다.시언은 아심이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선을 바라보았다. 삼킬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목선이 더욱 선명해졌다.이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아심, 넌 그저 약간의 잔재주 말고는 다른 건 할 줄 모르지?”아심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더 큰 처벌을 피하려고 미리 그를 자극하며 시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아심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가는 술기운에 촉촉해졌고, 붉어진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그런 순진한 표정은 아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묵직해졌다.“네가 매번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 잔재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내가 네게 관대했기 때문이지, 이해했어?”아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더욱 올라와 눈동자는 한층 더 촉촉해졌다.시언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권수영과 양재아가 웃으며 멀어지는 모습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다시 아심을 보며, 다소 조롱 섞인 어조로 물었다.“네 남자친구 어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아심은 입가에 묻은 술 자국을 가볍게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진정한 사랑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어야죠.”그 말에 시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고, 웃음에서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진정한 사랑? 겨우 한 잔 마시고 취한 거야?”아심은 그의 말에 되받아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딘가 찔리는 마음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아심은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바라봤다. 그러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아심은 놀란 듯 시언을 돌아보며 물었다.“뭘 도와준다는 건데요?”“네가 버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