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도선욱은 군대에서 반평생을 보냈지만, 강시언 같은 후배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존경심을 보였다. 몇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은 평소에 하인들이 청소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설 명절 분위기가 느껴졌다. 시언은 강아심의 손을 잡고 물었다. “추워? 손이 왜 이렇게 차?”“잠깐 밖에 서 있으면 손이 차가워져요. 괜찮아요!” 아심은 조용히 말했다.“네 체질은 제대로 조절해야 해.”“알겠어요, 돌아가서 할게요.”“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다른 사람 말은 안 들어도, 당신 말은 무조건 들을게요.”두 사람은 함께 걸으며 대화했다. 그리 애정이 넘치는 대화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밀하게 느껴졌다. 도서경은 그들을 보며 점점 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거실에 도착하자, 아심이 돌아보며 말했다. “아저씨, 서경 씨, 편하게 앉으세요!”“그래, 그래, 우리끼리니까 편하게 있어.”도선욱은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고 이때 하인은 차와 간식을 가져왔다. 아심은 하인에게 운성 특산물을 더 가져오라고 특별히 지시했고, 서경은 예의상 몇 마디 하더니, 곧 도선욱 뒤에 앉아 말하지 않았다.“어르신은 건강하신가?”“네, 건강하십니다.”“올해 너희 집에서 설을 보내니, 어르신이 기뻐하시겠구나. 그럼 당연히 모든 것이 잘 되겠지.” 도선욱이 웃으며 말하자 시언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기뻐하시는 건 아심이 덕분이에요.”도선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너의 결혼이 어르신의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시언은 말을 끊고, 바로 화제를 돌렸다. “아저씨는 왜 와이프분을 데려오지 않으셨나요?”“장모님 댁에 명절 행사가 있어서 거기 가서 이번에는 같이 오지 않았어. 예전에는 항상 같이 왔는데.” 도선욱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경이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서경이는 작년에 사관학교 졸업하고, 지금은 통역 일을 하고
아심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드디어 시언이 왜 전에 오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자신을 데려왔는지를 깨달았다. 잠시 더 앉아 있다가, 아심은 시언과 도선욱이 할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고 일어서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시언 씨, 두 분이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잠시 밖에 나가서 걸을게요.” 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무 멀리 가지 마.” “알겠어요.”아심은 도선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저택을 나섰다. 저택의 정원은 아름다웠지만, 아심은 정원에서 산책하지 않고 차를 몰아 마을로 향했다.그 마을은 산과 물을 끼고 있는 유서 깊은 곳으로, 주변 지역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설 첫날인 오늘,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있었다. 마을에서는 신년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거리는 매우 활기찼다.하지만 아심은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해,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청색 돌과 기와로 이루어진 작은 골목길에는 한 서점이 있었고, 예쁜 외투를 입은 여자가 문을 열고 있었다. 이에 아심은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 “영업 중인가요?” 여자는 뒤돌아 아심을 바라보았다. 스물일곱, 여덟쯤 되어 보이는 그녀는 단아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영업 중이에요, 들어오세요!” 아심은 여자를 따라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은 밖에서 보기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숨겨진 보물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들어서자마자 정교하게 조각된 병풍이 눈에 들어왔고, 병풍 앞에는 긴 책상이 놓여 있었다. 또한 그 위에는 장식들과 다양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좌우로 책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각종 서적이 분류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책장 앞에는 붉은 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각 탁자 위에는 설을 맞이하여 아기자기한 간식들이 놓여 있었다. “편하게 앉으셔서 편하게 보세요!” 여자는 외투를 벗었고, 안에는 심플한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 분위기는 마치 전래동화에서 볼법했고 현실로 튀어나온
도도희가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설맞이 문화축제가 열리는데, 내가 초대받아 며칠 동안 머물 예정이야.” “문화축제라니, 어떤 행사들이 있나요? 나중에 저도 한번 구경해볼게요.” 아심이 흥미롭게 물었다. “그래, 재미있는 것들이 꽤 있을 거야.” 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 “문화제가 끝나면 나도 강성에 잠시 들를 예정이야. 시간이 맞으면 함께 갈 수 있겠네.” “그러면 정말 좋겠네요!”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었고, 도도희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마친 후, 그녀는 아심에게 말했다. “문화제는 내일 시작이라, 오늘은 행사 준비를 위해 가봐야 해. 내일 올 거면 연락해.” “네, 바쁘신데 먼저 가세요. 내일 연락드릴게요.” 아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도도희가 떠난 후, 아심은 계속 책을 읽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서도장원.시언은 도선욱과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밖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삼촌, 잠시 쉬세요. 제 여자친구가 처음 이곳에 와서, 정원이 넓어 길을 잃을까 봐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도선욱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우리 이야기 나누느라 아심 양을 소홀히 했군!” “괜찮습니다. 집이니 알아서 잘 지낼 겁니다.” 시언은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밖으로 나갔다. 도선욱은 시언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고는 도서경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고, 서경은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나 시언을 따라갔다.“시언 오빠!” 정원에서 서경이 시언을 부르자, 시언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무슨 일이니?” 서경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시언 오빠, 아심 씨와 결혼할 거예요?” “결혼식 때 청첩장 보낼게.” 시언의 대답에 서경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렸다. “시언 오빠, 왜 저를 안 기다려줘요?” 석양 아래, 시언의 눈빛은 깊고, 표정 없는 얼굴은 위엄 있고 냉정해 보였다. “서경
“응, 원래는 시언을 한번 보려고 왔는데, 이제 봤고, 할 말도 다 했잖아. 너도 그런 말을 했으니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구나.” “나는 시언에게 인사할 거니까, 너는 준비해. 지금 바로 떠나자.”서경은 방금 거절당한 터라 시언을 다시 볼 얼굴이 없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짐을 정리하러 갔다....해가 거의 질 무렵, 아심은 새로 산 두 권의 책을 들고 서점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마자 시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정원에 없던데, 차를 몰고 나갔어?] 아심은 걸으면서 웃으며 말했다. “네, 마을에 좀 구경하러 나왔어요.” [아직 마을에 있어?] “곧 돌아갈 거예요.” 그러자 시언은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을은 재미있어?] 아심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럭저럭, 꽤 활기차더라고요!” [그럼, 잠깐 기다려. 내가 널 찾으러 갈게.] 아심은 잠시 멈칫하며 물었다. “나를 찾으러 온다고요? 저녁에 손님과 함께 식사하는 거 아니었어요?” [도선욱 삼촌은 이미 떠나셨어.]시언의 말에 아심은 더욱 놀랐다. 도씨 집안 사람들이 시언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설날에 맞춰 왔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서경이 시언을 좋아하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쉽게 떠나버린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려웠다. 이때 시언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완승했어.] 아심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지만, 표정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보답할 거예요?” [이따가 저녁 사줄게.] 아심은 휴대전화를 들고 천천히 걸어가며, 봄바람이 부는 듯한 상쾌한 기분으로 미소를 지었다. “단지 저녁 먹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이에 남자는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그 말에 아심의 가슴은 순간적으로 부드러워졌고,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낮게 말했다. “앞에 커피숍이 하나 있으니까, 거기서 기다릴게요.” [좋아!]...마을
도경수는 서둘러 전화를 다시 받았다. [도희야, 언제 돌아올 거니?] “며칠 후에요.” [좋아, 우리 집에서 기다릴게!] “네, 그럼 끊을게요!” 도도희는 전화를 끊고, 아까 들었던 재아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약간 찡그렸다. 그녀는 이전에 전화로 먼저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하자고 했지만, 도경수는 이번에는 집에 돌아와 직접 검사하기를 고집했다.도도희는 도경수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이 움직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번 문화제의 초대를 받아들여, 돌아와 보게 된 것이었다.도도희가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전화를 받자 비서는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가님, 전시회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돌아오실 수 있나요?] 도도희는 찡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전시관에 전시된 한 명화가 가짜라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뭐라고요?” 도도희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었다. “오늘 밤 바로 돌아갈게요. 먼저 상황을 잘 수습해 줘요.” [알겠습니다.]도도희는 전화를 끊고, 자기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비행기 표를 예약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문화제 책임자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일정에 변동이 생겨 돌아가야 한다고 알렸다.문화제 책임자는 도도희의 급한 목소리를 듣고는 말없이 그녀의 출국 준비를 도왔다. 출발하기 전에, 아심에게 급한 일이 생겨 내일 문화제에 함께 갈 수 없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시언은 곧 차를 몰고 도착했고, 두 사람은 커피숍을 나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심이 도도희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아심은 단팥죽을 먹고 있었다.갑자기 떠나게 되어 약간 아쉬운 마음에 아심은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알겠어요, 안전하게 가세요. 돌아오면 다시 약속 잡아요.”아심의 말에 시언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친구야?” 아심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오랜 친구예요. 만난 적은
장시원과 조백림 일행은 오후에 차례로 강씨 저택에 도착했다. 우청아와 요요는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다. 강재석은 그들의 방문을 미리 알고 요요를 위해 특별히 설 선물을 준비했다. 성연희는 말할 것도 없이, 강씨 저택에 오는 것이 마치 자기 집에 오는 것과 다름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처음으로 이곳에 왔고, 강씨 저택의 명성을 들은 적이 있었다.하지만 실제로 와서 본 후에도 여전히 강씨 가문의 백 년 부귀영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 거실에 앉아 강재석과 이야기를 나누며, 전해 들었던 성격이 까다롭고 괴팍하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인자하고 친절한 모습이라 감탄했다. 강재석은 요요를 데리고 가서 그의 물고기들을 보여주었다. 요요는 강재석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동물원에 어떤 동물이 있는지 귀엽게 설명했다. 또한 강재석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보자고 했다. 강재석은 웃으며 흔쾌히 수락했다.“그럼 너의 동물원에 물고기도 있니?” 요요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없어요.” 강재석은 즉시 사람을 불러 연못에서 붉은 아로와나 두 마리를 잡아 요요에게 선물했다. 강성으로 돌아간 후, 장씨 집안은 이 두 마리 아로와나를 위해 정원에 연못을 새로 만들었다. 물론, 이것은 나중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그때 요요는 작은 어항에 담긴 두 마리 붉은 아로와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눈이 반달처럼 휘어져서 웃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연희는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소희를 찾았다. “아심은 어디 갔어? 여기 놔뒀는데, 왜 안 보여?” 소희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아심을 잃어버렸겠어?” “어디 갔는데?” “오빠랑 같이 어른을 뵈러 갔어. 내일이면 볼 수 있을 거야.” “같이 어른을 뵈러 갔다고? 뭔가 있는 거 아냐?” 연희는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뭔가 있지, 네 주선자 선물도 곧 받을 수 있을 거야!” “완벽해!” 연희는 손가락을 튕기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성취감이
“오해를 살 일은 피하는 게 좋잖아.” 이에 백림은 농담처럼 말했다. “같은 집에 머무는데, 사람들이 우리 사이가 깨끗하다고 믿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깨끗한 사람은 스스로 깨끗하니까!” 유정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조백림 씨? 잠시 나가줄래?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백림은 몸을 바로 세우고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옷을 갈아입으면 30분 정도 쉴 수 있을 거야. 구택 형이 저녁에 식사하자고 했거든. 아래층에서 기다릴게.” “알겠어. 고마워!”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제시간에 내려갈게.” 백림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방을 나갔다. ...백림의 별장과 작은 정원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곳이 시원과 청아가 머무는 장소였다. 요요는 새로운 곳에 와서 신이 나서 계속 계단을 오르내리며 뛰어다녔다. 관리자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주방에 특별히 아이용 식사를 준비하게 했다. 시원은 요요에게 야채 달걀말이를 먹이면서, 짐을 정리하는 청아를 바라보았다. “여기 사람들 도와줄 거야. 요요의 짐은 내가 저녁에 챙길게. 너 좀 쉬어. 내가 요요 데리고 나가서 좀 놀게 할게.” 요요는 분명히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라서 누군가가 계속 봐줘야 했다. 시원이 있으면 요요를 하인에게 맡기지 않고 항상 직접 돌봤다. “여기 경치도 좋고 공기도 정말 좋아!” 청아는 발코니에 서서 멀리 풍경을 보며 말했다. 그러다가 뒤돌아 시원에게 웃으며 말했다. “운해거리의 청원을 조금 닮았어.” 청원을 언급하자 시원은 청원의 모델에 따라 지은 레고 별장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청원이 좋아?” 지금까지 시원은 청아에게 그 별장의 존재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언젠가 그건 특별한 깜짝선물이 될 것이다. “좋아하지. 나는 그때 청원의 명성이 대단해서 그 근처의 디저트 가게에서 일했으니까.”“들어가지는 못해도, 멀리서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청아가 말할
이에 청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됐어, 조금 높아 보이니까.”“내가 있는데 뭘 걱정해!”시원은 요요에게 혼자 놀게 하고, 청아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올라가니 작은 옥상이 있었는데, 지면에서 약 7미터에서 8미터 높이였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요요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청아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엄마, 조심해!” 요요는 두 손을 입에 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청아가 왼쪽을 보니, 옆집 마당에 있는 미연이 자기를 보고 놀란 듯했다. 청아는 살짝 당황하여 몸을 돌려 미끄럼틀로 들어갔고, 시원이 그녀의 뒤에 앉아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준비됐어?”“당신, 혹시 당신이 타고 싶어서 나를 핑계 삼는 거 아니야?” 청아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말하자, 시원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이렇게 유치한 것, 너와 함께하지 않으면 내가 관심 있을 것 같아?”“하!” 청아는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나를 부추겼어?”청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원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빠르게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청아는 본능적으로 시원의 팔을 꽉 잡았다.빠르게 미끄러지는 느낌은 꽤 짜릿했지만, 청아는 어릴 적의 즐거움을 느낄 새도 없이 두 사람은 갑자기 한 구부러진 부분에서 멈춰버렸다. 이에 청아는 어리둥절하게 말했다.“막혔나?”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미끄럼틀은 반투명 상태로 희미한 불빛이 비쳐 들어왔다. 하지만,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두 사람이 어디에 걸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때, 시원은 아무 말 없이 갑자기 몸을 숙여 청아의 턱을 잡고 깊이 키스했다.청아는 숨이 가빠졌지만, 좁은 공간에서 피할 수 없어 그저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청아가 멈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가자, 오래 있으면 요요가 우리를 못 찾아서 걱정할 거야.”시원은 목소리에 웃음을 담으며 물었다.“재미있어?”“유치해!” 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