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니까, 빨리 꽃을 팔고 집에 돌아가라고.” 시언의 말에 아심은 한 송이 붉은 장미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숙이고 무심하게 말했다. “그럼 그 사람을 아끼는 거구나. 내가 착각했네!”시언은 아심이 화내는 모습을 처음 봤고,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했다. 시언은 손을 들어 차를 멈추고, 어두운 눈으로 아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을 아끼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너 없이는 내가 꽃을 사지 않는다는 거야.”아심은 한 손에 꽃바구니를 들고, 시언과 차 사이에 갇혀서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시언은 아심의 눈을 바라보며, 들고 있는 꽃을 내려놓고, 몸을 숙여 아심의 입술에 키스했다.아심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눈을 감고 키스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언은 아까 끝내지 못한 키스를 함께 보충해 주었다....다시 차에 오르자, 아심의 기분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심은 꽃바구니를 안고, 얼굴에는 특별한 빛이 감돌았다. 차는 두 시간 동안 달려 서도장원에 도착했다.서도장원은 강씨 집안의 또 다른 저택으로, 운성 북쪽의 고즈넉한 마을에 위치해 있다. 저택에는 책을 소장하는 건물, 개인 정원, 서양식 주택이 있으며, 넓은 부지에 강씨 집안이 가끔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었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네 시였다. 도선욱은 시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딸 도서경과 함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다가오자, 서경은 웃으며 말했다.“아빠, 시언 오빠가 왔어요!”도선욱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차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차가 멈추자, 도선욱의 얼굴에는 더 큰 미소가 번졌지만, 차에서 내린 여자를 보고 약간 놀랐다. 시언은 다가가 아심의 손에서 꽃바구니를 받아 하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 방에 가져다 놔요.”하인은 대답하고 꽃바구니를 들고 물러났다.그 후, 시언은 아심을 데리고 걸어갔다. 눈치 빠른 사람은 두 사람의 관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서경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좋아요!”도선욱은 군대에서 반평생을 보냈지만, 강시언 같은 후배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존경심을 보였다. 몇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정원은 평소에 하인들이 청소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설 명절 분위기가 느껴졌다. 시언은 강아심의 손을 잡고 물었다. “추워? 손이 왜 이렇게 차?”“잠깐 밖에 서 있으면 손이 차가워져요. 괜찮아요!” 아심은 조용히 말했다.“네 체질은 제대로 조절해야 해.”“알겠어요, 돌아가서 할게요.”“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다른 사람 말은 안 들어도, 당신 말은 무조건 들을게요.”두 사람은 함께 걸으며 대화했다. 그리 애정이 넘치는 대화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밀하게 느껴졌다. 도서경은 그들을 보며 점점 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거실에 도착하자, 아심이 돌아보며 말했다. “아저씨, 서경 씨, 편하게 앉으세요!”“그래, 그래, 우리끼리니까 편하게 있어.”도선욱은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고 이때 하인은 차와 간식을 가져왔다. 아심은 하인에게 운성 특산물을 더 가져오라고 특별히 지시했고, 서경은 예의상 몇 마디 하더니, 곧 도선욱 뒤에 앉아 말하지 않았다.“어르신은 건강하신가?”“네, 건강하십니다.”“올해 너희 집에서 설을 보내니, 어르신이 기뻐하시겠구나. 그럼 당연히 모든 것이 잘 되겠지.” 도선욱이 웃으며 말하자 시언도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기뻐하시는 건 아심이 덕분이에요.”도선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너의 결혼이 어르신의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시언은 말을 끊고, 바로 화제를 돌렸다. “아저씨는 왜 와이프분을 데려오지 않으셨나요?”“장모님 댁에 명절 행사가 있어서 거기 가서 이번에는 같이 오지 않았어. 예전에는 항상 같이 왔는데.” 도선욱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경이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서경이는 작년에 사관학교 졸업하고, 지금은 통역 일을 하고
아심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드디어 시언이 왜 전에 오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자신을 데려왔는지를 깨달았다. 잠시 더 앉아 있다가, 아심은 시언과 도선욱이 할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고 일어서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시언 씨, 두 분이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잠시 밖에 나가서 걸을게요.” 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무 멀리 가지 마.” “알겠어요.”아심은 도선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저택을 나섰다. 저택의 정원은 아름다웠지만, 아심은 정원에서 산책하지 않고 차를 몰아 마을로 향했다.그 마을은 산과 물을 끼고 있는 유서 깊은 곳으로, 주변 지역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설 첫날인 오늘,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있었다. 마을에서는 신년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거리는 매우 활기찼다.하지만 아심은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해,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청색 돌과 기와로 이루어진 작은 골목길에는 한 서점이 있었고, 예쁜 외투를 입은 여자가 문을 열고 있었다. 이에 아심은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 “영업 중인가요?” 여자는 뒤돌아 아심을 바라보았다. 스물일곱, 여덟쯤 되어 보이는 그녀는 단아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영업 중이에요, 들어오세요!” 아심은 여자를 따라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은 밖에서 보기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숨겨진 보물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들어서자마자 정교하게 조각된 병풍이 눈에 들어왔고, 병풍 앞에는 긴 책상이 놓여 있었다. 또한 그 위에는 장식들과 다양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좌우로 책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각종 서적이 분류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책장 앞에는 붉은 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각 탁자 위에는 설을 맞이하여 아기자기한 간식들이 놓여 있었다. “편하게 앉으셔서 편하게 보세요!” 여자는 외투를 벗었고, 안에는 심플한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 분위기는 마치 전래동화에서 볼법했고 현실로 튀어나온
도도희가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설맞이 문화축제가 열리는데, 내가 초대받아 며칠 동안 머물 예정이야.” “문화축제라니, 어떤 행사들이 있나요? 나중에 저도 한번 구경해볼게요.” 아심이 흥미롭게 물었다. “그래, 재미있는 것들이 꽤 있을 거야.” 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 “문화제가 끝나면 나도 강성에 잠시 들를 예정이야. 시간이 맞으면 함께 갈 수 있겠네.” “그러면 정말 좋겠네요!”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었고, 도도희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마친 후, 그녀는 아심에게 말했다. “문화제는 내일 시작이라, 오늘은 행사 준비를 위해 가봐야 해. 내일 올 거면 연락해.” “네, 바쁘신데 먼저 가세요. 내일 연락드릴게요.” 아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도도희가 떠난 후, 아심은 계속 책을 읽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서도장원.시언은 도선욱과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밖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삼촌, 잠시 쉬세요. 제 여자친구가 처음 이곳에 와서, 정원이 넓어 길을 잃을까 봐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도선욱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우리 이야기 나누느라 아심 양을 소홀히 했군!” “괜찮습니다. 집이니 알아서 잘 지낼 겁니다.” 시언은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밖으로 나갔다. 도선욱은 시언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고는 도서경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고, 서경은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나 시언을 따라갔다.“시언 오빠!” 정원에서 서경이 시언을 부르자, 시언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무슨 일이니?” 서경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시언 오빠, 아심 씨와 결혼할 거예요?” “결혼식 때 청첩장 보낼게.” 시언의 대답에 서경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렸다. “시언 오빠, 왜 저를 안 기다려줘요?” 석양 아래, 시언의 눈빛은 깊고, 표정 없는 얼굴은 위엄 있고 냉정해 보였다. “서경
“응, 원래는 시언을 한번 보려고 왔는데, 이제 봤고, 할 말도 다 했잖아. 너도 그런 말을 했으니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구나.” “나는 시언에게 인사할 거니까, 너는 준비해. 지금 바로 떠나자.”서경은 방금 거절당한 터라 시언을 다시 볼 얼굴이 없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짐을 정리하러 갔다....해가 거의 질 무렵, 아심은 새로 산 두 권의 책을 들고 서점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마자 시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정원에 없던데, 차를 몰고 나갔어?] 아심은 걸으면서 웃으며 말했다. “네, 마을에 좀 구경하러 나왔어요.” [아직 마을에 있어?] “곧 돌아갈 거예요.” 그러자 시언은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을은 재미있어?] 아심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럭저럭, 꽤 활기차더라고요!” [그럼, 잠깐 기다려. 내가 널 찾으러 갈게.] 아심은 잠시 멈칫하며 물었다. “나를 찾으러 온다고요? 저녁에 손님과 함께 식사하는 거 아니었어요?” [도선욱 삼촌은 이미 떠나셨어.]시언의 말에 아심은 더욱 놀랐다. 도씨 집안 사람들이 시언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설날에 맞춰 왔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서경이 시언을 좋아하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쉽게 떠나버린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려웠다. 이때 시언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완승했어.] 아심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지만, 표정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보답할 거예요?” [이따가 저녁 사줄게.] 아심은 휴대전화를 들고 천천히 걸어가며, 봄바람이 부는 듯한 상쾌한 기분으로 미소를 지었다. “단지 저녁 먹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이에 남자는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그 말에 아심의 가슴은 순간적으로 부드러워졌고,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낮게 말했다. “앞에 커피숍이 하나 있으니까, 거기서 기다릴게요.” [좋아!]...마을
도경수는 서둘러 전화를 다시 받았다. [도희야, 언제 돌아올 거니?] “며칠 후에요.” [좋아, 우리 집에서 기다릴게!] “네, 그럼 끊을게요!” 도도희는 전화를 끊고, 아까 들었던 재아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약간 찡그렸다. 그녀는 이전에 전화로 먼저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하자고 했지만, 도경수는 이번에는 집에 돌아와 직접 검사하기를 고집했다.도도희는 도경수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이 움직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번 문화제의 초대를 받아들여, 돌아와 보게 된 것이었다.도도희가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전화를 받자 비서는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가님, 전시회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돌아오실 수 있나요?] 도도희는 찡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전시관에 전시된 한 명화가 가짜라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뭐라고요?” 도도희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었다. “오늘 밤 바로 돌아갈게요. 먼저 상황을 잘 수습해 줘요.” [알겠습니다.]도도희는 전화를 끊고, 자기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비행기 표를 예약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문화제 책임자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일정에 변동이 생겨 돌아가야 한다고 알렸다.문화제 책임자는 도도희의 급한 목소리를 듣고는 말없이 그녀의 출국 준비를 도왔다. 출발하기 전에, 아심에게 급한 일이 생겨 내일 문화제에 함께 갈 수 없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시언은 곧 차를 몰고 도착했고, 두 사람은 커피숍을 나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심이 도도희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아심은 단팥죽을 먹고 있었다.갑자기 떠나게 되어 약간 아쉬운 마음에 아심은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알겠어요, 안전하게 가세요. 돌아오면 다시 약속 잡아요.”아심의 말에 시언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친구야?” 아심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오랜 친구예요. 만난 적은
장시원과 조백림 일행은 오후에 차례로 강씨 저택에 도착했다. 우청아와 요요는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다. 강재석은 그들의 방문을 미리 알고 요요를 위해 특별히 설 선물을 준비했다. 성연희는 말할 것도 없이, 강씨 저택에 오는 것이 마치 자기 집에 오는 것과 다름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처음으로 이곳에 왔고, 강씨 저택의 명성을 들은 적이 있었다.하지만 실제로 와서 본 후에도 여전히 강씨 가문의 백 년 부귀영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 거실에 앉아 강재석과 이야기를 나누며, 전해 들었던 성격이 까다롭고 괴팍하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인자하고 친절한 모습이라 감탄했다. 강재석은 요요를 데리고 가서 그의 물고기들을 보여주었다. 요요는 강재석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동물원에 어떤 동물이 있는지 귀엽게 설명했다. 또한 강재석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보자고 했다. 강재석은 웃으며 흔쾌히 수락했다.“그럼 너의 동물원에 물고기도 있니?” 요요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없어요.” 강재석은 즉시 사람을 불러 연못에서 붉은 아로와나 두 마리를 잡아 요요에게 선물했다. 강성으로 돌아간 후, 장씨 집안은 이 두 마리 아로와나를 위해 정원에 연못을 새로 만들었다. 물론, 이것은 나중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그때 요요는 작은 어항에 담긴 두 마리 붉은 아로와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눈이 반달처럼 휘어져서 웃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연희는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소희를 찾았다. “아심은 어디 갔어? 여기 놔뒀는데, 왜 안 보여?” 소희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아심을 잃어버렸겠어?” “어디 갔는데?” “오빠랑 같이 어른을 뵈러 갔어. 내일이면 볼 수 있을 거야.” “같이 어른을 뵈러 갔다고? 뭔가 있는 거 아냐?” 연희는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뭔가 있지, 네 주선자 선물도 곧 받을 수 있을 거야!” “완벽해!” 연희는 손가락을 튕기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성취감이
“오해를 살 일은 피하는 게 좋잖아.” 이에 백림은 농담처럼 말했다. “같은 집에 머무는데, 사람들이 우리 사이가 깨끗하다고 믿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깨끗한 사람은 스스로 깨끗하니까!” 유정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조백림 씨? 잠시 나가줄래?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백림은 몸을 바로 세우고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옷을 갈아입으면 30분 정도 쉴 수 있을 거야. 구택 형이 저녁에 식사하자고 했거든. 아래층에서 기다릴게.” “알겠어. 고마워!”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제시간에 내려갈게.” 백림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방을 나갔다. ...백림의 별장과 작은 정원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곳이 시원과 청아가 머무는 장소였다. 요요는 새로운 곳에 와서 신이 나서 계속 계단을 오르내리며 뛰어다녔다. 관리자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주방에 특별히 아이용 식사를 준비하게 했다. 시원은 요요에게 야채 달걀말이를 먹이면서, 짐을 정리하는 청아를 바라보았다. “여기 사람들 도와줄 거야. 요요의 짐은 내가 저녁에 챙길게. 너 좀 쉬어. 내가 요요 데리고 나가서 좀 놀게 할게.” 요요는 분명히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라서 누군가가 계속 봐줘야 했다. 시원이 있으면 요요를 하인에게 맡기지 않고 항상 직접 돌봤다. “여기 경치도 좋고 공기도 정말 좋아!” 청아는 발코니에 서서 멀리 풍경을 보며 말했다. 그러다가 뒤돌아 시원에게 웃으며 말했다. “운해거리의 청원을 조금 닮았어.” 청원을 언급하자 시원은 청원의 모델에 따라 지은 레고 별장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청원이 좋아?” 지금까지 시원은 청아에게 그 별장의 존재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언젠가 그건 특별한 깜짝선물이 될 것이다. “좋아하지. 나는 그때 청원의 명성이 대단해서 그 근처의 디저트 가게에서 일했으니까.”“들어가지는 못해도, 멀리서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청아가 말할
강아심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어디에 있든, 저도 따라갈게요. 나중에 우리가 운성에 정착하게 된다면 할아버지도 설득해서 함께 가도록 할게요.”시언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기둥과 화려한 지붕, 고풍스러운 정원이 담겨 있었다.아심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강씨 저택이에요?”시언은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운성 강씨 저택은 아니고, 강성에 내가 새로 지은 집이야. 공사 시작한 지 반년 정도 됐는데 이제 거의 완공 단계야.”그는 덧붙여 말했다.“물론 우리 집 같은 전통적인 구조물과 똑같을 수는 없어. 일부 고가의 골동품과 자단, 황화리 목재는 복제할 수 없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어.”강씨 저택은 백 년 역사의 고택으로, 그곳의 꽃과 나무, 벽돌 하나까지도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특히 붉은 나무로 만든 긴 복도는 결코 동일하게 재현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었다.그리고 시언이 많은 비용을 들여 새로 지은 이 집 역시 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고급 주택이었다.아심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하면, 나중에 할아버지도 강성에 와서 머물 수 있겠네요.”시언은 할아버지를 위해, 그리고 아심을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던 것이다.자신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는 남자, 어찌 아심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아마 아심이 계속 시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돌이킬 수 없게 된 이유는,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랬기에 아심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었다.시언은 긴 손가락으로 아심의 부드럽고 고운 뺨을 어루만지며, 깊은 눈빛으로 말했다.“만약 할아버지가 증손주를 보게 된다면, 강성에서 오래 머무시고 싶어 하실 거야.”아심은 고개를 살짝 돌려 시언의 손끝에 가벼운 키스를 남기며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럼, 당신이 열심히 노력해 봐요!”시언은 아심의 허리를 가볍게 움켜쥐고는 몸을 기울여 그녀를 소파에 눕
밤이 완전히 내려앉았을 때, 강시언은 주방에서 강아심을 위해 요리를 하고 있었다.그는 흰 셔츠로 갈아입고 소매를 걷어 올려 두드러진 팔 근육이 드러나 있었다. 늘 총을 다뤄왔던 시언의 손은 지금은 칼을 쥐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은 여전히 안정적이고 능숙했다.아심은 샤워를 마치고 긴 실크 원피스를 입었다. 긴 머리는 단정히 뒤로 묶어 길고 우아한 목선을 드러냈으며, 화장을 지운 얼굴은 맑고 깨끗해 보였다. 아심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머물렀고, 가끔 시언을 도와 물건을 건네거나 양념을 조언했다.두 사람은 이야기하며 웃음을 나눴고, 요리라는 단순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일이 그들에겐 즐겁게 지냈다.아심은 이 집에서의 생활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집은 크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살기엔 아주 넉넉했다. 그리고 도우미 없이 모든 일을 직접 하면서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연인의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그녀는 이런 진솔한 삶이 오히려 현실감이 없게 느껴졌다.‘시언 씨는 이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아심은 틈이 날 때마다 시언을 끌어안고 장난스럽게 물었다.“우리 정말 결혼한 거 맞아요?”시언은 한쪽 팔로 아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약간의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증명해야 네가 정말 믿겠어?”아심은 시언이 셔츠 어깨 부분에 남긴 자신의 손톱자국을 가볍게 키스하며 속삭였다.“내 이름을 말하면서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강시언이 강아심을 사랑한다고.”시언은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며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강시언, 와이프 강아심을 사랑해. 아주 많이.”아심은 시언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가슴에 이마를 기대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그녀는 약간 목이 멘 목소리로 대답했다.“믿을게요.”시언은 아심의 얼굴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네가 듣고 싶다면 매일 말해줄게.”시언은 사랑을 잘 몰랐지만, 아심이 원하는 것을 아는 한, 그것을 주는 게 그의 방식이었다. 아심이 꽃을 좋
조영아는 허형진을 발견하고는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며 다가갔다.“허형진 사장님!”조영아의 지나치게 꾸민 듯한 웃음이 허형진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을 주었다. 그는 그 웃음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강아심 같은 여자는 세상에 드물고, 강시언 같은 남자에게 사랑받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차 안, 시언은 뒷좌석에 있던 꽃다발을 꺼내 아심에게 건넸다. 아심은 붉은 장미로 가득 찬 꽃다발을 품에 안고는 한참 동안 시언을 바라봤다.이에 시언은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왜 그렇게 봐?”아심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장난스럽게 말했다.“예전에는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인 줄 몰랐거든요.”“로맨틱?” 시언은 전방을 주시하며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걸 조금 사온 게 그렇게 로맨틱한 거야?”아심은 꽃을 안고 웃으며 대답했다.“네! 저한테는 충분히 로맨틱해요.”아심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눈빛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아심에게만 허락된 이 작은 로맨스는 그 자체로 특별했다.아심은 차창 밖을 한 번 보고는 물었다.“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예요?”“할아버지께 말씀드렸어. 저녁 먹고 집에 들어간다고.”아심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나 오늘 야근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시언은 그녀를 옆으로 힐끗 보며 말했다.“네가 약간의 잔꾀는 부릴 줄 안다 해도, 할아버지께서 모르실 거라 생각해?”그 말에 아심은 약간 민망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할아버지가 제가 연애한다고 소홀해졌다고 생각하실까 봐요.”시언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계속 할아버지 집에만 살 수는 없어. 며칠 내로 할아버지 기분 좋으실 때 우리 결혼 사실을 말씀드리자. 그리고 매주 주말에 찾아뵈면 돼.”아심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할아버지께서 동의하실까요?”아심의 말에 시언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증손주를 보고 싶어 하시면 동의하실 거야.”아심의 얼굴이 붉어졌고,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그래서, 지금
조영아는 강시언의 말에 완전히 멍해져 있었다. 그녀의 등에서 서늘한 기운이 올라왔고, 결국 퍽! 소리를 내며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한편, 강아심은 이미 문밖으로 나와 정아현과 마주쳤다. 그녀는 간단히 지시를 내렸다.“나 먼저 퇴근할게요. 조영아 사장님 배웅 부탁해요.”아현은 시언의 크고 당당한 뒷모습을 힐끔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그녀는 이제야 아심이 갑자기 출국 계획을 취소한 이유를 이해한 듯했다.‘미인의 힘은 영웅도 넘어뜨린다더니, 정말 그 말이 딱 맞네!’아현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며 씩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아심은 사무실로 아가 필요한 물건을 챙긴 뒤, 시언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엘리베이터 안, 아심은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그 말들, 일부러 조영아 들으라고 한 거죠?”시언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일부러 한 말도 사실이지. 내가 왜 강성에 왔다고 생각해?”아심은 그의 말에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시언의 말이 아심의 가슴을 강하게 울리며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아심은 아무 말 없이 시언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빌딩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시언은 차를 가지러 갔고, 아심은 그를 기다리던 중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바로 허형진이었다.허형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심에게로 다가왔다.“조영아가 당신을 괴롭히러 왔다고 들었어요. 마주쳤나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마주쳤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 해결됐어요.”허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다행이네요. 제가 군수공장과 계약을 마쳤으니, 아마 조영아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만약 또 문제를 일으키려 하면 꼭 저에게 말해 주세요.”아심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허형진은 아심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 계약은 정말로 당신 덕분이에요. 오늘 퇴근도 일찍 했으니, 제가 저녁을 살게요.”그러나 아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음에요.
조영아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가 푸르스름해지며, 수치심과 분노로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아심은 조용히 그녀를 흘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조영아 사장님의 사고는 자신의 틀에 갇혀 있고, 그 얕은 인식은 시야를 좁고 한정적으로 만들었어요.”조영아는 입술을 꽉 깨물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말이죠?”아심은 부드러운 미소 속에서도 차분하고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아심의 매혹적인 눈빛에는 자신감과 날카로운 분위기가 어우러져 있었다.“조영아 사장님, 그날 저녁의 술자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떠올려 보세요. 정말 모르시겠어요?”“저와 강시언 사장님은 원래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우리의 관계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예요.”조영아는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진지하게 그날 밤을 떠올리려 했지만, 시언이 아심에게 특별히 친근하게 대했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들이 서로 알고 있다는 어떠한 신호도 없었던 것 같았다.그런 생각에 도달한 조영아는 아심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판단하며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둘이 아는 사이라고요? 그러면 왜 처음부터 자신을 강시언 사장님의 와이프라고 밝히지 않았죠?”“혹시 당신이 강씨 성을 쓰는 게 강시언 사장님의 성을 따라서 붙인 건가요?”그때, 똑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살짝 열려 있던 문이 밀려 열리며 한 남자의 날렵한 실루엣이 나타났다. 바로 시언이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차가운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권위를 풍기며 방 안의 공기를 바꿔놓았다.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물었다.“아직 퇴근 안 했어?”아심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곧 가요.”조영아는 시언을 보며 놀라움에 휩싸였다.“강시언 사장님?”시언은 마지못해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조영아는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며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강시언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시언은 아심에게 다가가 아심의 손을 잡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제 와이프 데리러 왔어요.”“와이프라뇨?” 조영
강시언이 음성 메시지로 답장을 보냈고 시언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밥 많이 먹어. 요즘 또 살이 빠졌더라.]아심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답장을 보냈다.[정말요?]시언이 바로 답했다.[안아보니까 좀 가벼워졌어.]아심은 장난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날 당신이 해준 요리를 먹고 나선, 다른 음식은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살 빠지는 게 당연하죠.]시언은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주말에 다시 해줄게.]아심은 만족한 고양이가 물고기를 안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시언은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겼다.[밥 먹어.]아심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점심에 집중했다. 이상하게도, 오늘의 식사는 평소보다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오후, 아심은 회의 하나를 열었고, 회의가 끝나고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아현이 아심을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사장님, 조영아 씨가 찾아왔어요!”아심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어디에 있어요?”아현은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손님 미팅룸이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팅룸로 향했다.방에 들어가자 조영아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자세는 오만했다. 한쪽 다리는 뒤로 접고 다른 한쪽 다리는 무릎 위로 올려놓은 채, 발끝을 바닥에 툭툭 치고 있었다. 조영아는 기다리는 데 지쳤는지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두드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심은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웃었다.“조영아 사장님!”조영아는 고개를 돌려 아심을 보더니 다리를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아심 사장님!”아심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하며 물었다.“어떤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조영아는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말했다.“강아심 사장님, 강성에는 공공관계 회사가 많죠. 사장님은 젊은 나이에 실력과 정직함으로 회사를 키워왔다는 평이 많아요.”“그래서 제 회사가 당신 회사에게 많은 고객을 빼앗겨도 개인적으로는 적대감을 가지지 않았어요.
도경수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했다.“그럼, 이렇게 결정한 거야!”그날 저녁, 모두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도도희는 이틀 후로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는데, 강아심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그날 밤.아심은 평소처럼 잠들기 전에 도도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 말씀드릴 게 있어요. 화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도도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일이니?”아심은 강시언이 찍은 혼인신고서 사진을 도도희에게 보여줬다.“저랑 시언 씨, 결혼했어요.”도도희는 놀란 표정으로 사진을 보며 혼인신고를 한 날짜를 확인했다. 그녀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이건 너무 빠른 거 아니니?”아심은 약간 미안한 듯 말했다.“죄송해요. 미리 엄마와 할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상황이 좀 급했거든요.”도도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정말 갑작스럽긴 하네. 원래는 너희 둘이 솔직히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게 하려고 했는데, 우리 딸을 이렇게 바로 데려가 버릴 줄은 몰랐네!”아심은 도도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제가 먼저 결혼하자고 했어요. 저는 정말 행복해요!”도도희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는 듯 딸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나도 정말 기뻐. 널 시언에게 맡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아심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직 할아버지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며칠 뒤, 기분 좋으실 때 얘기하려고요.”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버지가 화내실 일은 없을 거야. 설령 화를 내신다 해도 다 연기일 뿐이겠지. 시언일 얼마나 좋아하시는데? 분명 나처럼 너희를 축복해 주실 거야.”아심은 도도희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엄마, 전 정말 시언 씨를 많이 사랑해요.”도도희는 딸을 꼭 안아주며 대답했다.“그걸 모를 리 있겠니?”도도희는 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혼인신고는
강시언은 몸을 숙여 강아심의 머리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오기 전날 밤, 나는 한숨도 못 잤어.”아심은 긴 속눈썹을 떨며 작게 대답했다.“저도요.”지금의 행복한 순간에 비하면, 그날 밤의 뒤척임은 이제 더 이상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언은 깊이 감춘 표정을 지으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네가 떠났더라도, 나는 기다렸을 거야. 너는 나를 그렇게 오래 기다려줬는데, 나도 기다릴 수 있었어.”아심의 가슴 한쪽이 간질거리며 아릿하게 아파왔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물었다.“그러면 왜 나를 붙잡지 않았어요?”시언은 고개를 숙여 아심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며, 애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멋진 인생을 원했지. 내가 그걸 줄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줄 수 있어.”아심은 고개를 약간 기울여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원하는 건 당신뿐이에요.”시언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그럼, 내 모든 걸 너에게 줄게.”아심의 눈이 촉촉해지며 밝게 빛났고, 이냐 그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우리는 이미 서로의 것이에요.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관계죠.”시언은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래, 아심아.”아심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장난스러운 투로 말했다.“하지만 제가 먼저 결혼하자고 했잖아요. 당신은 아직 제대로 된 청혼도 안 했어요.”시언은 잠시 침묵하더니, 아심의 입가에 키스를 남기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강아심, 사랑해.”그의 말에 아심의 심장은 순간 멈춘 듯했다. 아심은 시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온갖 감정이 밀려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입술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마침내, 아심은 그토록 기다렸던 말을 들은 것이다. 아심의 신념이,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아심은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시언은 즉각 대답했다.“당연하지.”아심은 그의 입술을 바라보며 살짝
집 밖에 일렬로 서 있던 사람들은 공손히 서서 강재석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강재석은 진지한 태도로 그들에게 말했다.“아심이는 전에 이 집에 온 적이 있어서 여러분도 이미 만난 적이 있을 거야. 오늘은 정식으로 소개하지.”“시언의 아내이자 우리 강씨 집안의 미래 안주인, 강아심이야.”오석이 가장 먼저 기쁜 표정으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축하드려요, 도련님! 사모님!”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놀라움을 깨고, 차례차례 축하를 이어갔다.“사모님, 잘 부탁드려요!”“도련님, 사모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백년해로하시길 바라요!”...아심은 부드러운 미소로 감사 인사를 전하며, 차분하고 따뜻한 태도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결혼이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져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어떤 축하 준비도 하지 못했다.시언은 아심의 속마음을 읽은 듯 그녀의 손을 잡고 사람들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제 와이프가 여러분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잠시 후에 오석 집사님이 나눠드릴 거예요.”아심은 놀라며 시언을 쳐다봤지만,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앞으로 이 집의 안주인은 너야. 빨리 적응해야지.”오석은 강씨 집안에서 오랜 세월 일하며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도련님. 제가 바로 준비하도록 하죠.”사람들은 기쁜 표정으로 아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강재석은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식당으로 이끌었다.“점심이 준비됐으니 와서 같이 먹자.”비록 두 사람이 갑작스럽게 결혼한 것은 예상치 못했지만, 아심이 이곳에 올 것을 이미 짐작한 그는 특별히 점심을 평소보다 더 풍성하게 준비해 두었다.예상치 못한 행복은 언제나 가장 설레는 법이었기에, 강재석은 식사 내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식사를 마친 후, 강재석이 시언에게 물었다.“결혼 소식을 소희에게 바로 전할 거냐?”시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요. 내일 아심이와 함께 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