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석은 평온한 표정으로 도경수를 보며 말했다. “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장기나 둬!”도경수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좀 신경 써주면 안 돼? 너처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건 좀 그렇지 않나?”“이게 더 좋지 않나? 나는 걱정이 없고, 그들도 자유로워서 좋잖아!” 강재석은 무심하게 말하자 도경수는 냉소하며 말했다. “네가 예전에 소희를 좀 더 신경 썼더라면, 임씨 집안에 시집가서 3년이나 소외당하지 않았을 거야!”“임씨 집안에 시집간 게 어때서? 그건 소희가 선견지명이 있는 거야!” 강재석은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 임씨 집안의 그 녀석도 소희의 손아귀에 있잖아.”두 사람은 장기를 두며 다투었지만, 말다툼하면서도 장기 두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양재아는 입술을 깨물며 시언에게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들이 싸우는 게 참 볼만해요. 옆에서 듣고 있으면 정말 재미있어요!”시언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먼저 위로 올라갈게요.”시언이 올라가려고 하자 재아는 뒤따라가며 말했다. “오빠, 주방에서 만든 대추 꿀떡 먹어볼래요?”“아니, 괜찮아.” 시언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위층으로 걸어갔다. 재아는 계단을 붙잡고, 시언의 뒷모습을 보며 눈빛이 슬프고 어두웠다. 시언이 강성에서 어떤 친구를 사귀었겠는가? 분명 강아심을 만나러 갔을 것이다.아심은 정말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고, 모든 여자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재아 역시 아심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강씨 집안 같은 가문에서는 결혼할 때 반드시 가문을 따져야 했다. 소희가 임씨 집안에 시집간 것처럼 시언 역시 아심 같은 출신의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리가 없었다. 또한 결혼할 생각이 있었다면, 벌써 강재석에게 데려왔을 것이다. 재아는 이렇게 정신 승리를 하자 다시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강재석은 운성에서 온 서류 한 묶음을 시언에게 건네며 말했다.“
며칠 동안 건강을 회복한 강솔은 이미 작업실로 복귀하여 일하고 있었다.[진석!]강솔은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야. 아까 스승님에게 전화했는데, 받지 않으시더라고.][아마도 강재석 할아버지와 함께 산책 중이신 것 같아. 그러니 내가 못 들어간다고 전해줘.]진석은 손목시계를 한 번 보더니 말했다. “이렇게 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가면 어디 가는데?”그러자 강솔은 기쁘게 말했다. [주예형이 오늘 일찍 퇴근할 수 있다고 해서, 같이 저녁 먹으러 갈 거야.]어둠이 깔리면서, 진석 또한 얼굴이 어두워졌고 진석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녁에 돌아오긴 할 거야?”[모르겠어. 영화표도 예매해 놔서, 저녁 먹고 나서 같이 영화 볼 거야. 너무 늦으면, 집에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어!]“응.”진석은 전화를 끊고, 어두운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갑자기 찬바람의 쓸쓸함을 느꼈다....강솔은 도씨 저택에 들어간 이후로 예형과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영상 통화로만 연락을 주고받았고, 오늘 예형이 드디어 시간을 내주었다. 그래서 강솔은 기쁜 마음으로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영화표도 예매해 두고 데이트를 계획했다.저녁 7시에, 두 사람은 한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만났다.“왜 이렇게 비싼 곳을 예약했어?”예형의 질문에 강솔은 예형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요즘 너무 고생했잖아. 제대로 영양보충 해주려고!”이에 예형은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우리 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아!”“하지만 나는 너무 마음이 아프거든.”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한 후, 예형이 물었다. “전에 너에게 소희에게 전화하라고 했던 거, 했어?”강솔은 레몬 물을 마시고 나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전화를 하고 싶지 않아.”생각 밖의 말에 예형은 찡그리며 물었다. “왜?”“소희는 임씨 그룹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니까
식사 도중, 주예형의 전화가 울리자 고개를 숙여 확인하니 심서진이 보낸 메시지였다. 예형은 무의식적으로 강솔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야 의자에 기대어 메시지를 열었다.[사장님, 방금 작성한 계획서인데, 이 부분에 문제가 있나요?][이렇게 늦게까지 일해?][집에 가도 혼자 있을 바에야, 차라리 회사에 남아 선배를 위해 일하는 게 나아요!] 서진이 열심히 일하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나 지금 밖에서 저녁 먹고 있어서 돌아가서 볼게.][데이트 중인가요? 그럼 강솔 언니랑 시간 잘 보내세요! 맞다, 아침 회의 때 보니 코가 좀 불편해 보이던데, 오늘 날씨가 추워요. 그러니 따뜻하게 입으세요.]문자를 본 예형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이제 괜찮아졌어.][그러면 다행이에요. 더는 얘기하지 않을게요. 강솔 언니가 질투할 수도 있으니까요! 히히.][응. 돌아가서 계획서 본 뒤에 다시 연락할게. 집에 일찍 가.][알겠어요. 기다릴게요!]휴대폰을 계속 보고 있는 예형에 강솔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 “누구야?”예형은 전화를 끄고 손가락을 움켜쥐며,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업무팀의 이혁이야. 팀을 이끌고 야근 중인데, 문제가 좀 생겨서...”곧이어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영화는 같이 못 볼 것 같아.”갑작스러운 영화 캔슬에 강솔은 매우 실망하며 말했다. “이렇게 늦게까지 회사에 가야 해? 내일 해도 되지 않아?”“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내가 사장으로서 데이트를 즐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그럼 가. 영화는 다음에 보면 되니까, 회사 사람들이 너를 안 좋게 생각하지 않도록 해.”강솔은 빠르게 체념하며 말했다. “조금 이따가 몇 가지 음식을 포장해서, 야근하는 사람들에게 야식을 보내줄게.”예형은 강솔을 바라보며 갑자기 죄책감을 느껴 얼른 마음을 바꾸고 강솔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강솔이 예형이 말이 없는 것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사실 나도 오늘 피곤해. 식사 후 일찍 돌아가서 쉬
예형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들어와요!”심서진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놀란 듯 말했다. “강솔 언니와 데이트하러 간 게 아니었어요? 어떻게 다시 돌아왔어요?”예형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 돌아왔어. 넌 아직 퇴근 안 했어?”서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예형에게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좀 이따가 갈게요. 요즘 회사가 너무 바빠도, 사장님께서 강솔 언니와 시간을 보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강솔 언니가 불만을 가질 거예요!”예형은 눈을 내리깔며 씁쓸하게 말했다. “예전엔 강솔이 날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근데 지금에서야 그게 아니란 걸 알았지.”서진의 눈빛을 번뜩이며 예형의 옆에 앉고는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다투셨어요?”한밤중, 예형은 피곤했고, 마음속에 쌓인 말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리고 앞에 있는 서진은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좋은 대상이었다.“강솔이 임씨 그룹의 사모님과 사이가 좋아서, 우리 제품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녀가 여러 번 거절했어. 마치 내가 잘못된 일을 한 것처럼.”예형은 자조적으로 고개를 젓자 서진은 놀란 듯 물었다. “왜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왜 강솔 언니가 거절했을까요?”예형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소희와의 관계가 영향을 받을까 봐 그런 것 같아.”서진의 눈빛이 어둡게 빛나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솔 언니가 왜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까요? 임씨 그룹과 협력하면 우리 회사가 크게 도약할 수 있고, 사장님도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요.”“사장님이 매일 이렇게 고생하는 걸 보면 가슴이 아파요.”예형은 짜증 났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강솔은 겉으로만 날 신경 쓰는 척하는 거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전혀 모르고 있어.”서진은 예형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부드럽게 위로했다. “사장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지 간에 저는 항상 당신 편이에요. 제 능력이 한정되어 있지만, 회사에 모든
강솔은 눈을 내리깔았다. “마음이 불편해서 밖에 좀 앉아 있으려고 한 거니까 그렇게 심각하게 굴지 마, 어?”“무슨 일이야?” 진석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주예형과 데이트하러 영화 보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기분이 안 좋아?”“영화 못 봤어. 회사에 일이 생겨서 다시 일하러 갔거든.” 강솔은 풀이 죽어 말하자 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바쁘면 얼마나 바쁘길래, 네가 아파도 신경 쓰지 않고, 약속도 어기고, 한밤중에 다시 회사에 가야 해?”“대통령보다 바쁘다는 거야! 너 걔가 진짜로 일하고 있는지 확인해 본 적 있어?”강솔은 놀란 눈으로 진석을 쳐다보자 진석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시선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그냥 좀 화가 나서 그래.”예형이 강솔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게 화가 나고, 강솔이 예형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게 화가 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었다.강솔은 진석의 옷자락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네가 날 위해 화를 내는 건 알지만, 난 예형을 믿어. 예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진석은 침묵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화가 나서 강솔의 손에서 옷을 빼앗고 싶었지만, 외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그러지 못했다. 진석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약간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이해한다면서, 왜 혼자서 우울해하고 있어?”강솔은 툴툴거렸다. “사람이 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잖아?”진석은 강솔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예형이 강솔을 화나게 했지만, 정작 마음 아파하는 사람은 진석이였다. 진석은 전생에 분명 강솔에게 큰 빚을 졌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힘들 리가 없었다.“진석, 내일 나는 집으로 돌아갈 거야. 내 병은 다 나았고, 더 이상 약도 필요 없고, 돌봐줄 사람도 필요 없어.”강솔은 고개를 돌려 말하자 진석은 기둥에 기대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래, 네가 가고 싶으면 가.”“넌? 여전히 여기서 지낼 거야?”
“소희는 같이 안 돌아가? 이제 곧 설인데.”“친구 결혼식에 참석해야 해서, 결혼식이 끝난 후에 돌아올 거야. 그때는 임구택과 같이 돌아올 거야.”이에 도경수는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올해 설은 정말 시끌벅적하겠구나!”“운성에서 설을 지내는 건 어때?”하지만 도경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됐어, 난 조용한 게 좋아.”강재석은 비웃음을 터트렸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도경수는 무언가를 떠올리고 물었다. “양재아와 강시언의 일, 정말 안 신경 쓰는 거야?”둘의 이름이 거론되자 강재석은 도경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정신이 혼미한 거 아니야? 이미 말하지 않았나, 그 일은 거론하지 않겠다고. 소희가 뭐라고 했는지 잊었어?”딱 잘라 말하는 강재석에 도경수는 화가 나서 말했다. “좋아, 말하지 말자고. 누가 더 급할지 두고 보자고.”강재석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한편, 재아는 시언이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좀 허전해졌다. 곧이어 소희가 도착하자, 공항에 같이 가서 배웅하고 싶어 했으나 소희는 정중히 거절하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떠나면 스승님이 외로울 거야. 네가 여기서 스승님과 함께 있어 줘.”재아는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그대로 남기로 했다....전용기 활주로에서소희는 강재석을 부축하여 비행기에 올랐고 웃으며 말했다. “결혼식 끝나고 바로 돌아갈게요. 맛있는 거 준비해 주세요.”강재석은 사랑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너희 오빠랑 같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도도희 이모는 설 전에 돌아오지 않나요?”소희의 질문에 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 걔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나 봐.”“그토록 오래 기다렸는데도 아직 인정받지 못했네요.”“재아도 갈 곳이 없으니 도씨 저택에서 머물 수 있게 해줘야지. 도경수가 기쁘다면 된 거야.” 강재석이 의미심장하게 말하자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설 전에 일을 잡지 않고 스승님 자주 뵈러 갈게요
임구택은 운전하며 소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오늘 뭐 할 일 있어? 나랑 같이 회사에 갈래?”소희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일 가자. 간미연의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화영에게 넘겼는데, 오늘은 미연이랑 세부 사항을 논의해야 해.”이에 구택은 소희를 쓱 한 번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 “내 회사에서도 너의 일을 방해하진 않을 거야.”소희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내가 걱정하는 건 누군가가 집중하지 못할까 봐서야.”정곡을 찌르는 소희의 말에 구택은 무언의 미소를 지었다.“자기야!” 소희는 갑자기 돌아보며 맑은 눈으로 말했다. “오빠가 강아심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요즘 계속 아심과 함께 있었는데, 왜 갑자기 떠난 걸까?”강시언이 아심과 오랜만에 다시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줄 알았는데 시언이 그렇게 결단력 있게 떠나다니. 이제 한 명은 운성에, 다른 한명은 강성에 있으니, 다시 만나는 건 어려울 것이었다. 소희의 질문에 구택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천천히 말했다. “감정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 아니면 형님 같은 분이 임성현 집안사람들과 굳이 얽힐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형님이 임씨 집안과 방씨 집안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은 모두에게 아심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였을 거야. 아심을 보호하려는 장벽을 세운 거지.”“감정이 없다면 왜 그렇게까지 했겠어?”소희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아심일 수도 있을까?”소희의 질문에 구택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손을 꽉 잡았다. “두고 보면 알겠지.”약간의 희망이 보이자 소희의 눈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정말 오빠가 자기 자신을 위해 좀 더 잘해주길 바라.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짐을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정아현은 의자에 앉아 서류를 정리했다. 그러고는 서류를 아심에게 건네면서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아심은 멍하니 고개를 들며 말했다. “뭐라고요?”“하루 종일 미스터
강아심은 사무실의 불을 끄고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심은 자주 혼자 가서 밥을 먹던 식당을 지나치자 차를 세우고 식당에 들어가 식사했다.아심은 혼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골랐고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차가운 몸을 조금은 따뜻하게 해주었다. 아심과 익숙해진 직원이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가져다주며 웃으며 말했다. “또 이렇게 늦게까지 일했어요?”이에 아심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시간에 와서 우유를 얻어 마시려고요.”직원은 아심의 아름다움에 여전히 놀라며 말했다. “제가 당신처럼 예뻤다면, 돈 많은 남자를 찾아서 이렇게 힘들게 일하지 않았을 거예요.”진심이 느껴지는 말에 아심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힘으로 사는 게 가장 오래가는 거예요.”그 말이 납득이 간다는 듯 직원은 눈을 돌리며 말했다. “맞아요, 여자는 독립적이어야 해요!”식사를 마친 아심은 식당을 나서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밖은 매우 추웠고, 식당에서 가져온 따뜻함은 곧 차가운 바람에 사라졌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둡고 냉랭한 분위기가 아심을 맞이했다.어느 날 밤, 집에 돌아와 메시지를 보내려다 포기하려던 순간, 아심은 집의 발코니에 서 있는 강시언의 모습을 보았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마치 어둠의 바다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갑자기 등대를 발견한 것처럼. 그때의 상황과 감정은 이제도 기억이 생생하고,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깊이 새겨졌다.아심은 불을 켜지 않고 천천히 발코니로 걸어갔다. 그곳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고, 시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책상 앞으로 다가가서 서랍에서 노트를 꺼내 펼쳤다. 함께 식사하기, 영화 보기, 쇼핑하기, 커플룩 입기 등 적어 놓은 목록을 보았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다시 만난다는 조항을 지워버렸다.그들은 연인이 아니었기에 이별이라 할 수도 없었기에 아심은 마지막에 다시 만난다는 조항을 썼던 것이었다.‘한때 가졌던 온기로 평생의 외로움을 대신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