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힐드와 구택은 계약서를 체결했고 합작한 쪽은 임 씨 그룹밖에 없었다.힐드는 손을 내밀었다."우리 잘 해봐요!"구택도 손을 들고 악수했다."그래야죠!"힐드는 웃으며 말했다."임 대표님의 여자친구는 정말 귀엽네요. 그녀가 부인을 위해 외할머니가 전에 잃어버린 옥고리를 찾아준 것에 대해 너무 고맙네요. 무척 감격스러운걸요. 임 대표님이 반드시 나를 대신하여 나의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달해 주기 바라요.""칭찬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럴게요!" 구택은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게 웃었다.힐드가 말했다."우리는 오늘 돌아갈 거예요. 나중에 전화로 연락하죠.""네!"힐드와 그의 부인은 오후의 비행기였다. 소희와 구택은 두 사람을 장원 밖으로 배웅하고 별장으로 돌아갔을 때 별장 밖에서 기다리던 은설을 보았다.운박은 힐드가 단독으로 구택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을 알고 점심도 안 될 때 화가 나서 떠났다. 그러나 그들은 은설이 아직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다.은설은 긴 치마를 입고 가벼운 화장만 했고 전보다 더 젊고 상큼해 보였다.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 구택을 바라보았다."임 대표님, 소희 씨와 잠시 단둘이 이야기해도 될까요?"구택은 소희를 바라보았고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나 짐 다 쌌어요. 이따 바로 떠날 수 있어요."운성에서의 일은 끝났으니 그들도 오후에 강성으로 돌아가야 했다. 사실 짐 쌀 것도 없었다. 그녀는 원래 짐을 가지고 오지도 않았다. 단지 머크 부인이 가기 전에 그녀에게 준 선물 그리고 구택이 그녀에게 준비한 운성 특산물이 있었다.구택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기다리고 있을게요!""네!"소희는 대답하고는 은설에게 말했다."가요!"두 사람은 별장 옆에 있는 화원의 조약돌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이때, 은설이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임 대표님은 소희 씨한테 너무 잘해주네요!"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부인을 말하지 않았다.은설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도운박과 함께 있을
"내가 아직 그가 나를 버린 일에 대해 핑계를 찾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을 때, 그는 또다시 나를 크루스에게로 밀어붙였어요.""그때 마침내 알았죠. 그의 눈에는 나는 단지 모든 사람들과 함께 잘 수 있는 천한 년에 불과하다는 것을요."소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은설 씨가 모든 것을 깨달았다면 언제 그를 떠나도 늦지 않아요!"은설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 찬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이미 그와 헤어졌다고 말했어요. 그는 내가 엄살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아마도 내가 예전처럼 싸우다 다시 주동적으로 그를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나 자신은 알고 있어요. 이제 완전히 단념했거든요. 그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나는 다시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미 M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 샀어요. 세 시간 뒤면 떠날 거예요."소희는 그녀를 위해 기뻐했다."은설 씨의 능력이라면 남자에 의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그러게요!" 은설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억울함을 삼켰다."돌이켜보면 난 정말 멍청했어요. 7년이란 시간을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낭비하다니. 게다가 결국 그냥 헛수고만 했죠!"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소희를 바라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자아냈다."소희 씨, 이번 합작에서 운박 씨가 어떻게 졌는지 알아요?"소희는 그녀의 말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은설이 말했다."여기 오기 전에 도운박은 임 씨 그룹에서 이 프로젝트를 책임진 사람을 매수했어요. 그 사람은 그에게 소식을 전하길 임 대표님은 힐드와 단독으로 합작을 할 예정이었고 이미 대책이 있다고 말했어요. 그때 도운박은 당황하여 모든 방법을 써서 힐드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그와 그의 곁에 있는 집사가 모두 우리나라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듣고 그는 특별히 나를 데리고 왔죠. 그러나 오늘 오전 도운박은 또 다른 소식을
별장으로 돌아온 소희는 구택이 서재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바로 침실로 돌아가 베란다에 서서 장원의 풍경을 보았다.어쨌든 그녀가 여기에 대한 기억은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은설 씨, 머크 부인과의 만남까지 포함해서.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자 남자는 인차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품에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소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은설 씨는 도운박 씨와 헤어졌어요. 그녀는 이미 오후에 M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 예약했고요."구택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도운박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녀에게 있어 헤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죠."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임 대표님은요? 좋은 사람이에요?"구택은 그녀의 턱을 쥐고 그녀더러 머리를 들게 했다. 그는 얇은 입술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이 세상에 절대 좋은 사람은 없어요. 특히 한 상인에게 있어서요. 그러니 내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소희 씨는 단지 내가 소희 씨에게 있어서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생각하면 돼요."소희는 남자의 깊은 눈빛을 보고 순간 그가 은설과 자신의 대화를 들은 줄 알았다.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만약 임 대표님이 내가 매일 아이스크림 한 통을 먹는 것을 허락한다면,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할게요."구택은 인내심 있게 웃었다."꿈 깨요!""…..."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한 바퀴 돌려서 철제 난간 앞의 꽃대에 올려놓으며 위로했다."아이스크림은 없지만 소희 씨에게 줄 다른 선물은 있어요.""네?" 소희는 호기심에 그를 바라보았다.구택의 손에는 벨벳의 원형 상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소희의 손에 넣어줬다."열어봐요."소희가 눈동자를 움치렸다. 이 상자는 반지를 넣는 상자와 같았다……그는 그녀에게 반지를 주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설마 여자에게 반지를 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것인가?소희는 눈을 깜박이며 구택의 뜻을 생각하면서 상자를 열었
연결되자 시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강성으로 돌아왔어? 나 다쳤으니까 빨리 나 보러 와!"구택은 그가 농담을 하고 있는 줄 알고 담담하게 말했다."거기 다쳤니, 아니면 마음을 다쳤니?"시원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정말이야, 빨리 와!"구택이 물었다."어딘데?"시원이 대답했다."네 아래층!"구택은 멈칫하다 눈을 가늘게 떴다.소희도 청아에게 집에 있냐고 전화로 물어보려 하다 구택이 걸어왔다."전화할 필요 없어요. 소희 씨랑 같이 내려갈게요.""네?" 소희는 이해가 안 갔다.구택도 설명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바로 아래층이었으니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 내려갔다.초인종을 누르자 문을 연 사람은 청아였다. 그녀는 소희를 보더니 멍해졌다가 또 구택을 보자 더욱 놀랐다."여긴 어쩐 일로 왔어요?"소희는 구택을 바라보았고 구택은 담담하게 물었다."시원은요?"소희와 청아는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오늘 시원은 이미 많이 좋아졌다. 적어도 머리가 어지럽거나 토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혼자 화장실에 갈 수도 있었다. 그는 지금 베란다의 소파에 누워 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인기척을 듣고 그는 고개를 들어 보았다."나 여기에 있어!"몇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소희는 낮은 목소리로 청아에게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청아가 물었다."너 이 집이 시원 씨의 집인 거 알고 있었어?"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청아는 입술을 깨물었다."근데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니?"소희가 말했다."너 장시원 씨를 알아?"청아는 무척 어이가 없었다.말하는 사이에 그들은 이미 베란다로 걸어갔다. 구택은 시원이 이마에 거즈를 감고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정말 다쳤어?"시원은 손을 뻗어 청아를 가리켰다."그녀한테 물어봐!"소희와 구택은 동시에 청아를 바라보았다. 청아는 인차 얼굴을 붉혔다."나,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시원은 방긋 웃으며 말했
시원은 눈웃음을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너희 두 사람 도대체 무슨 관계인데, 너 지금 그녀한테 설명까지 해야 하니?"구택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친구 사이라서 설명이 더 필요한 거야.""친구?" 시원은 키득거렸다."너 친구라는 두 글자 더럽히지 마."그는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안심해, 나는 너와 달라. 나는 양심이 있어서 이런 청순한 소녀는 안 건드려. 그녀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랑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낼 수 있어!"구택은 어이없는 듯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내가 보기에 너도 별일 없는 거 같으니 빨리 집에 가. 정 안 되면 너의 그 여자 친구들 찾아서 너 돌보게 하고!"시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지금 내상을 입어서 의사 선생님은 적어도 일주일은 쉬어야 해야 한다고 말했거든. 게다가 나는 이미 청아 씨 안 건드리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너 왜 자꾸 나 쫓아내는 거야?"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전에 소희 씨는 매일 저녁 내려와서 우청아 씨랑 같이 밥 먹었는데, 네가 여기에 있으면 그녀는 어떻게 여기에 오겠니?"시원은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슬퍼하며 고개를 저었다."나 이제야 알겠네. 내가 너랑 20년 친군데, 지금은 소희 씨의 머리카락보다도 못하다니!"구택은 코웃음쳤다."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왜 머리카락이랑 비교하는 거야? 너 머리 망가졌어?"시원은 손을 들어 머리를 가리고 소파에 따라 쓰러지며 희망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구택은 가볍게 웃었다."일어나, 너랑 할 말 있어.""참." 시원은 일어나서 물었다."힐드랑 얘기는 잘 끝냈어? 도 씨네는?"구택은 천천히 뒤의 소파에 기대며, 맑고 차가운 표정 사이에 도도함을 띠고 있었다."힐드가 만약 도 씨네를 버리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할 가치도 없지."시원은 웃었다."도 씨네 전 가주는 정말 늙어서 노망이나 하는군. 어떻게 집안을 도운박 같은 사람한테 넘겨주는 거야? 완전히 자업자득이지."그는 또 물었다.
시원도 농담으로 말했다."소희 씨는 절대 가면 안 돼요. 소희 씨가 가면 임구택은 나를 밖으로 던져서 소희 씨한테 자리를 비워주는 수가 있어요."소희는 구택을 힐끗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그럼 실례할게요!"구택은 그제야 밖으로 나가며 그의 뒤를 따라가는 소희에게 당부했다."시원이 무슨 말을 해도 아랑곳하지 말고 상대하지 마요! 소희 씨는 편한 대로 있다가 밥 다 먹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돼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구택 씨 혼자 운전하는 거예요?""명우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요.""넵, 조심히 가요!"시원은 거실에 앉아 청아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청아 씨가 보기엔 그들 두 사람 무슨 관계 같아요?"청아는 순진하게 문 앞에서 서로 관심하는 두 사람을 보며 어리둥절했다."네?"시원은 놀라며 그녀한테 물었다."청아 씨 연애해 본 적 없죠?"청아는 멍하니 있다 고개를 저었다."없어요!""어쩐지! 다음에 이 오빠가 몇 가지 방법 가르쳐 줄게요. 나중에 남자가 청아 씨 뒤를 졸졸 따르는 것을 보장하죠." 시원은 음흉하게 웃었다.청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만약 연애한다면 난 반드시 그 남자와 모든 걸 털어놓을 텐데 왜 굳이 내 뒤를 졸졸 따르게 만드는 건데요?"시원은 멈칫하더니 곧 웃기 시작했다."그럼 그가 청아 씨를 가지고 논 거라면요?"청아가 말했다."그럼 난 당연히 그와 헤어져야죠!"시원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바보군요, 남자는 당연히 여자를 갖고 논다는 것을 티 내지 않죠. 그러니까 청아 씨는 남자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배워야 해요."청아는 생각하다 말했다."만약 그렇게 복잡하다면 차라리 연애 안 할래요!"이때 소희가 다가오자 시원은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 소희 씨가 청아 씨 좀 가르쳐 줘봐요. 어떻게 구택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소희는 멈칫했다."네?"청아는 얼굴을 붉히더니 소희를 끌고 옆으로 걸어갔다."농담이야. 나 밥하러 갈
청아는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허연이 바로 그렇다니까!"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원래 그는 이런 타입을 좋아했구나!"청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마도 그는 전생에 굶어 죽은 송아지였기 때문에 이번 생에는 암소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을걸."소희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똑똑!"이때 시원은 주방의 유리 문을 두드리며 문을 밀고 들어와 방긋 웃으며 말했다."두 미인 분이 무슨 일로 웃고 있을까요? 불쌍한 환자는 지금 굶어가며 밥 먹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청아는 깜짝 놀라 시원이 방금 그를 조롱하는 것을 들은 줄 알고 고개를 돌려 소희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모두 송아지와 암소를 떠올리며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시원은 영문을 몰랐다."내가 뭐라고 했는데요? 뭐가 그렇게 웃겨요?"청아는 웃음을 참으며 냉장고에서 케이크 하나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오후에 금방 만든 건데, 먼저 이거 먹어요. 이따 곧 밥 먹을 거예요."시원은 케이크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물었다."우유 있어요?"청아는 멈칫하다 남자를 보며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배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리고 앉아 온몸이 떨며 웃었다.시원은 멍해지며 소희에게 물었다."왜 저래요?"소희는 애써 침착하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녀는 굶어 죽은 송아지 한 마리를 떠올린 거뿐이에요!""하하하하!" 청아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으며 웃기 시작했다.시원, "…..."한 시간 후, 음식은 식탁에 차려졌다. 소희도 있었기에 청아는 요리를 6개 만들었는데 그중 2개의 매운 요리는 특별히 소희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시원은 이틀 동안 담백한 음식만 먹어서 이때 소희 앞에 있는 매운 생선찜과 매운 닭볶음이 있는 것을 보고 계속 침을 흘렸다. 그는 참지 못하고 청아와 상의했다."한 입만 먹으면 안 돼요?"청아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한 입도 먹을 수 없어요!"두 사람은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며 청아는 이미 그와 말다툼하는 데 습관이
시원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안 비싸요. 그냥 일반 샴페인이니까 가져가서 마셔요!"소희는 술병을 한 번 보았다. 프랑스의 로즈 샴페인이었다. 확실히 비싸지 않았다. 수백만 원 정도 할 뿐이었다.청아는 일반 샴페인이란 말을 듣고서야 받았다."고마워요!""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그냥 청아 씨의 붕어탕이랑 퉁 친 걸로 해요!" 시원은 웃으며 또 소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서재로 갔다.청아는 술을 연 뒤 컵 두 개를 찾았다."우리 베란다에 가서 얘기하자!""응!"베란다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다. 청아는 로즈 샴페인을 맥주처럼 잔에 가득 부어 소희에게 한잔 건네주었다."학교 축제 때 이런 술 마신 적 있었는데, 맛이 별로 좋지 않았어."그녀는 잔에 든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눈빛이 밝아졌다."이거 맛있네. 내가 마신 것보다 훨씬 맛있어."소희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을 한 모금 마셨다."잠깐만!" 청아는 일어나서 주방에 가서 자기가 만든 디저트를 가져왔고 또 두 통의 아이스크림도 가져왔다."케이크는 새로 만든 거고 아이스크림은 전에 마트에 가서 산 건데 모두 네가 좋아하는 맛이야."소희는 아이스크림 포장을 한 번 보았다. 그녀가 평소에 즐겨먹는 브랜드였지만 매우 비쌌다. 청아는 디저트 가게에서 하루 일하면 기껏해야 이 아이스크림 두 통밖에 살 수 없었다.그녀는 아이스크림을 열고 눈을 드리우며 말했다."앞으로 나한테 아이스크림 사주지 마.""왜?" 청아가 물었다.소희는 눈을 들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나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아이스크림 끊을 준비하고 있거든.""그렇구나!" 청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그럼 이것도 먹지 마!"소희는 아이스크림을 든 손을 재빨리 뒤로 피했다."이거 먹고 끊으면 되지. 그렇지 않으면 낭비잖아!"청아는 웃으며 보조개 두 개를 드러냈다."내가 보기엔 너 참을 수 없을걸!"그녀는 소희처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소희는 한
전화를 받은 양재아는 먼저 권수영의 이야기를 들었다. 권수영은 다소 억울한 어조로 말했다.“재아양, 우리 수철이가 잠깐 장난 좀 친 거예요. 그 어린 여자아이랑 그냥 놀다 그런 거지, 걔도 아직 어린애잖아요. 그 애한테 뭘 어쩌겠어요?”“게다가 우리 수철이도 이미 혼이 났어요. 수철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알 거예요.”“오늘이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라 내가 참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했을 거라고요!”“그런데 지금 김화연 여사님이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재아 양이 나서서 부탁 좀 해주면 안 될까?”“오늘은 임씨 집안 결혼식이고, 신부도 재아 양 외할아버지의 제자잖아요. 재아 양이 한마디만 해주면 여사님도 체면을 봐서 넘어가 줄 거예요.”권수영은 최대한 간곡하게 부탁하자, 재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재아는 지씨 집안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그렇게 깊은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이 도움을 준다면 지씨 집안도 체면을 세워줄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잠시 후, 재아는 결정을 내렸다.[알겠어요. 제가 여사님께 가서 얘기해 볼게요. 그냥 애들이 장난친 일이라고 하면 그렇게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실 거예요.]“정말 고마워요, 재아 양. 정말로 우리 지씨 집안의 은인이에요!”권수영은 과장된 어조로 감사의 말을 전하자, 재아는 말했다.[어디 계신가요? 수철이를 데리고 오세요. 제가 함께 여사님께 가서 말씀드릴게요.]권수영은 재아의 의도를 곧바로 이해하고 말했다.“지금 데리고 갈게요.”재아와 권수영이 만났을 때, 재아는 지수철의 부은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너무 심하게 맞았잖아요!”“고작 어린애랑 장난 좀 쳤다고 이렇게까지 때리다니요. 참 권력이 대단한 집안이네요.”권수영은 주위를 살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임씨 집안과 관련된 일이기에 재아는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제가 여사님께서 어디 계신지
임유민은 두 번째 총알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지수철의 입술에 맞았다. 그의 입술은 순식간에 부어올라 더는 강한 척할 수도 없었다. 유민이 세 번째 발사 준비를 하자, 지수철은 입안에서 흐릿하게 소리쳤다.“말할게! 말할게!”유민은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전화해요.”지수철은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미 요요의 할머니를 따돌렸으니, 세 번째 친구가 빨리 오라고 했다. 이에 5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남자아이가 도착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나무에 묶인 지수철을 보자,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유민은 몇 걸음에 그를 따라잡아 꽃밭 가장자리를 발판 삼아 공중에서 회전하며 발길질을 날렸다. 이에 그 자리에서 날아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결국, 세 명 모두 유민에게 나무에 묶였고, 그의 사격 연습 표적이 되었다....한편, 권수영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상황을 알게 되었다. 김화연은 당연히 요요를 괴롭힌 사람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세 아이가 어느 집 자식인지 알아냈다.김화연은 한적한 거실에 앉아 놀고 있는 요요를 지켜보며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집안 사람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니 일이 커져 분위기를 망치는 건 바라지 않아요. 당장 이 세 집에 연락해서 애들을 데리고 저택에서 나가라고 전하세요!”김화연의 지시는 즉시 실행되었고 김화연은 다시 가사도우미들에게 당부했다.“이 일은 당분간 아천이랑 청아한테 알리지 마세요.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으니까요.”이에 다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따랐다....권수영은 곧 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수철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그를 찾아 나섰다. 권수영은 수철을 발견한 순간 비틀거리며 땅에 넘어질 뻔했다,수철과 다른 두 소년은 나무에 묶여 있었고, 얼굴은 멍투성이에 입에는 무
정원은 나무와 꽃들로 빽빽해, 두 소년이 요요를 안고 달아난 뒤 금세 그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김화연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졌고,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할 틈도 없이 몇몇 부인들과 함께 서둘러 그들을 뒤쫓았다.지수철은 요요를 안고 꽃밭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더 빨리 뛰었다. 수철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듯한 빛이 가득했고,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그 순간, 수철의 무릎에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두 다리가 꺾이며 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요요 역시 그와 함께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지수철은 무릎을 부여잡고 뒹굴더니 막 욕을 퍼붓기 시작하려는 찰나, 그의 동료가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의 얼굴을 향해 강력한 발길질이 날아왔다.코뼈가 부러지는 충격에 수철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과 함께 수철의 가슴팍에 또 한 차례 발길질이 들어갔다. 이번엔 고통이 극심해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임유민은 땅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을 잠시 스쳐본 뒤, 요요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기압총을 내려놓고 요요를 일으켜 세웠다. 요요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일부러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빠가 있잖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요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유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요요는 유민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작은 몸을 떨었다.“괜찮아, 괜찮아.”유민은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도 약간의 경직된 기색이 떠올랐다.“요요!”멀리서 김화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묻어 있었다.“할머니!”요요는 크게 외쳤다.곧 김화연이 나타났고, 그녀의 얼굴은 창백한 빛을 띠었다. 김화연은 빠르게 걸어와 요요를 품에 안았다.“할머니, 유민 오빠가 나쁜 사람들을 혼내줬어요!”요요는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김화연은
강시언은 무언가 느낀 듯 강아심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과 맞닿은 아심의 거의 벌거벗은 듯한 시선에, 그는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약간 냉소적인 표정을 드러냈다.아심은 고개를 돌리며, 귀 끝이 옅은 홍조로 물들었다. 마치 블러셔가 뺨에서부터 번진 것 같았다. 그렇다, 술에 취했음이 분명했다.눈빛이 교차한 후,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졌다. 아심은 넓은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햇살의 따스함과 결혼식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겼다. 그러다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낯선 환경에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음 속에서도 아심은 잠들어버렸다. 밤에는 아무리 넓고 편안한 침대에서도 잠들기 힘들고, 종종 불면증이나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가 지금은 매우 안정적으로 잠들어 있었다.시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쿠션을 가져왔다. 시언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받쳐 머리를 들어 올리고, 쿠션을 아심의 머리 아래에 받쳐주었다.자수 무늬가 새겨진 면을 일부러 아래쪽으로 돌려놓으며 배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긴 손가락이 아심의 부드럽고 섬세한 얼굴을 스쳤다. 그 순간 시언의 각진 얇은 입술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 시언은 휴대폰을 무음 상태로 설정했다. 가끔 전화가 와도, 그는 잠깐 확인한 뒤 바로 끊고 다시 술을 즐겼다.시언에게 아부와 아첨이 넘치는 술자리들은 피로감만 줄 뿐이었다. 그랬기에 이런 조용함이 그에게는 오히려 더 큰 안식을 주었다....권수영은 양재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이 때문에 지수철은 완전히 신경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게다가 이곳은 임씨 집안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철저히 경비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수철은 그저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곧 두 명의 같은 학교 친구들을 만났다.수철은 A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동급생들 역시 집안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랬기에 이런 결혼식장에서 만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저택에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놀이
강아심은 강시언 맞은편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 아심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을 들고 머리를 살짝 젖혀 술을 한 모금에 들이켰다.시언은 아심이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선을 바라보았다. 삼킬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목선이 더욱 선명해졌다.이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아심, 넌 그저 약간의 잔재주 말고는 다른 건 할 줄 모르지?”아심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더 큰 처벌을 피하려고 미리 그를 자극하며 시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아심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가는 술기운에 촉촉해졌고, 붉어진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그런 순진한 표정은 아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묵직해졌다.“네가 매번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 잔재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내가 네게 관대했기 때문이지, 이해했어?”아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더욱 올라와 눈동자는 한층 더 촉촉해졌다.시언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권수영과 양재아가 웃으며 멀어지는 모습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다시 아심을 보며, 다소 조롱 섞인 어조로 물었다.“네 남자친구 어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아심은 입가에 묻은 술 자국을 가볍게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진정한 사랑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어야죠.”그 말에 시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고, 웃음에서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진정한 사랑? 겨우 한 잔 마시고 취한 거야?”아심은 그의 말에 되받아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딘가 찔리는 마음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아심은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바라봤다. 그러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아심은 놀란 듯 시언을 돌아보며 물었다.“뭘 도와준다는 건데요?”“네가 버틸
강아심은 고개를 끄덕이고 양재아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권수영은 아심이 떠나자 안도한 듯 숨을 내쉬며 지승현에게 말했다.“너는 재아 씨랑 좀 더 이야기를 나눠봐. 젊은 사람들끼리 통하는 이야기가 더 많을 테니까.”승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절했다.“저는 재아 양과 잘 모르는 사이예요. 특별히 나눌 얘기도 없고요. 엄마 친구분이시니까 엄마가 알아서 모시세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재아를 향해 간단히 묵례하고 자리를 떴다.재아는 표정을 잃지 않았지만, 손을 꼭 움켜쥐었다. 재아가 승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재아의 마음일 뿐이었지만, 승현이 재아를 무시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권수영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속으로는 승현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생각했다.‘승현이가 저 모양이라니! 만약 수철이 결혼할 나이가 됐으면 그에게 재아를 소개했을 텐데!’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권수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승현이는 원래 좀 부끄럼이 많아서 그래요. 여자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잘 못해요.”“게다가 평소엔 일에 치여서 여자들을 만날 시간도 없거든요.”재아는 냉소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보니까 승현 씨는 아심 씨와 대화는 잘하던데요.”권수영은 당황했지만 재빨리 웃으며 말을 돌렸다.“강아심 씨는 공공 관계 일을 하잖아요. 그러니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와 친한 거죠.”“하지만 재아 씨는 진짜 명문가의 아가씨에다가 품위 있고 아름다우니 비교가 되겠어요?”권수영의 말에 재아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사람들은 강아심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고요.”권수영은 속셈이 담긴 태도로 재아의 심리를 읽으며 대답했다.“그건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예요. 그런 여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남자가 얼마나 있겠어요?”재아는 가볍게 웃으며 대화를 다른 주제로 돌렸다.“지아윤은 안 왔나요?”“왔죠.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거예요. 내가 전화해서 불러볼게요.”권수영은 곧장 대답하며
권수영은 의자에 앉아 있는 강아심을 일부러 무시한 채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양재아 씨, 여기는 내 아들 지승현이예요. 경성대 졸업생이고, 졸업 후 집안 사업을 도와주고 있죠. 지금 우리 집안은 승현이 혼자 다 책임지고 있어요!”권수영은 아들을 한껏 칭찬한 뒤, 다시 승현에게 말했다.“여기는 도재아 양, 국화 대가인 도경수 선생님의 손녀야. 외모도 빼어나지만 재능도 대단하단다!”승현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재아 씨, 반가워요.”재아도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지승현 씨, 반가워요.”사실 재아는 권수영에게서 여러 차례 연락을 받았다. 세 번이나 전화로 만남을 요청하길래, 받은 선물도 많았고 관계를 틀고 싶지는 않아 마지못해 만나기로 했다.그녀는 권수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꽃밭으로 안내받았고, 승현을 보자마자 권수영의 의도를 눈치챘다.승현은 깔끔하고 점잖은 인상이었고, 예전 남자친구인 임예현과 닮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상당히 컸다.그래서 재아는 자신의 태도를 차분하고 품위 있게 유지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감을 두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아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승현에게 말했다.“승현아,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하자. 나는 먼저 가볼게.”“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어!”승현은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으나 강아심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시계를 흘낏 보았다. 이미 2분이 지나 있었다.권수영은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아니, 이게 누구야? 강아심 씨 아니신가. 이제 공공 관계 사업까지 린 씨 결혼식장에 진출한 건가?”“어머니, 그런 말씀은 삼가세요.”승현이 얼굴을 굳히며 강하게 말렸다.“아심 씨는 연희 씨의 친구이자, 신부 소희 씨와도 친한 사이예요.”이때 재아가 입을 열었다.“아심 씨, 저를 못 알아보겠어요?”재아는 승현이 아심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한 회사 개업식에서 아심이 어려움을 겪던 중, 승현이 그녀
“승현아.”강아심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먼저 뭐라도 먹어봐.”승현은 케이크를 그녀 앞에 밀어놓으며 말했다.“점심은 아직 못 먹었을 것 같은데.”아심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에 뭔가 먹어서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아.”지승현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오늘 만난 이유는 할머니의 유산 문제 때문이야. 할머니 유언장에 따르면, 돌아가신 지 한 달 뒤에 유산을 상속해야 한다고 했어.”“할머니의 뜻에 따라 네가 상속받을 부분을 꼭 받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진심이야.”아심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법정 상속에 따라 유산은 승현의 아버지와 큰아버지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승현은 그들의 성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유산을 받게 되면 즉시 팔아치우고, 자금을 회수할 게 뻔했다.승현은 그런 방식으로 할머니의 유품이 처분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우려를 솔직히 전했다.“할머니의 유품이 엉뚱한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꼭 네가 받아줬으면 해.”아심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나에게 유품을 주신 이유는 우리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야.”“하지만 지금은 이미 헤어진 상태에서 제가 그걸 받는 건 할머니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몰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승현은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며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봤다.“할머니는 널 진심으로 좋아하셨어요. 돌아가시기 전에도 말씀하셨어. 언젠가 당신이 나를 떠날 수도 있으니 절대 억지로 붙잡지 말라고.”“그렇게 모든 걸 알고 계시면서도 유품을 당신에게 남기셨잖아. 그러니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어.”...파티장 2층.강시언은 프랑스풍의 큰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은 정원에서 대화 중인 두 사람을 담담히 응시하고 있었다.얇은 입술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그의 표정은 연기로 흐릿해졌지만, 눈빛만큼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