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은 눈웃음을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너희 두 사람 도대체 무슨 관계인데, 너 지금 그녀한테 설명까지 해야 하니?"구택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친구 사이라서 설명이 더 필요한 거야.""친구?" 시원은 키득거렸다."너 친구라는 두 글자 더럽히지 마."그는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안심해, 나는 너와 달라. 나는 양심이 있어서 이런 청순한 소녀는 안 건드려. 그녀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랑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낼 수 있어!"구택은 어이없는 듯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내가 보기에 너도 별일 없는 거 같으니 빨리 집에 가. 정 안 되면 너의 그 여자 친구들 찾아서 너 돌보게 하고!"시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지금 내상을 입어서 의사 선생님은 적어도 일주일은 쉬어야 해야 한다고 말했거든. 게다가 나는 이미 청아 씨 안 건드리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너 왜 자꾸 나 쫓아내는 거야?"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전에 소희 씨는 매일 저녁 내려와서 우청아 씨랑 같이 밥 먹었는데, 네가 여기에 있으면 그녀는 어떻게 여기에 오겠니?"시원은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슬퍼하며 고개를 저었다."나 이제야 알겠네. 내가 너랑 20년 친군데, 지금은 소희 씨의 머리카락보다도 못하다니!"구택은 코웃음쳤다."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왜 머리카락이랑 비교하는 거야? 너 머리 망가졌어?"시원은 손을 들어 머리를 가리고 소파에 따라 쓰러지며 희망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구택은 가볍게 웃었다."일어나, 너랑 할 말 있어.""참." 시원은 일어나서 물었다."힐드랑 얘기는 잘 끝냈어? 도 씨네는?"구택은 천천히 뒤의 소파에 기대며, 맑고 차가운 표정 사이에 도도함을 띠고 있었다."힐드가 만약 도 씨네를 버리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할 가치도 없지."시원은 웃었다."도 씨네 전 가주는 정말 늙어서 노망이나 하는군. 어떻게 집안을 도운박 같은 사람한테 넘겨주는 거야? 완전히 자업자득이지."그는 또 물었다.
시원도 농담으로 말했다."소희 씨는 절대 가면 안 돼요. 소희 씨가 가면 임구택은 나를 밖으로 던져서 소희 씨한테 자리를 비워주는 수가 있어요."소희는 구택을 힐끗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그럼 실례할게요!"구택은 그제야 밖으로 나가며 그의 뒤를 따라가는 소희에게 당부했다."시원이 무슨 말을 해도 아랑곳하지 말고 상대하지 마요! 소희 씨는 편한 대로 있다가 밥 다 먹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돼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구택 씨 혼자 운전하는 거예요?""명우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요.""넵, 조심히 가요!"시원은 거실에 앉아 청아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청아 씨가 보기엔 그들 두 사람 무슨 관계 같아요?"청아는 순진하게 문 앞에서 서로 관심하는 두 사람을 보며 어리둥절했다."네?"시원은 놀라며 그녀한테 물었다."청아 씨 연애해 본 적 없죠?"청아는 멍하니 있다 고개를 저었다."없어요!""어쩐지! 다음에 이 오빠가 몇 가지 방법 가르쳐 줄게요. 나중에 남자가 청아 씨 뒤를 졸졸 따르는 것을 보장하죠." 시원은 음흉하게 웃었다.청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만약 연애한다면 난 반드시 그 남자와 모든 걸 털어놓을 텐데 왜 굳이 내 뒤를 졸졸 따르게 만드는 건데요?"시원은 멈칫하더니 곧 웃기 시작했다."그럼 그가 청아 씨를 가지고 논 거라면요?"청아가 말했다."그럼 난 당연히 그와 헤어져야죠!"시원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바보군요, 남자는 당연히 여자를 갖고 논다는 것을 티 내지 않죠. 그러니까 청아 씨는 남자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배워야 해요."청아는 생각하다 말했다."만약 그렇게 복잡하다면 차라리 연애 안 할래요!"이때 소희가 다가오자 시원은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 소희 씨가 청아 씨 좀 가르쳐 줘봐요. 어떻게 구택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소희는 멈칫했다."네?"청아는 얼굴을 붉히더니 소희를 끌고 옆으로 걸어갔다."농담이야. 나 밥하러 갈
청아는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허연이 바로 그렇다니까!"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원래 그는 이런 타입을 좋아했구나!"청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마도 그는 전생에 굶어 죽은 송아지였기 때문에 이번 생에는 암소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을걸."소희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똑똑!"이때 시원은 주방의 유리 문을 두드리며 문을 밀고 들어와 방긋 웃으며 말했다."두 미인 분이 무슨 일로 웃고 있을까요? 불쌍한 환자는 지금 굶어가며 밥 먹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청아는 깜짝 놀라 시원이 방금 그를 조롱하는 것을 들은 줄 알고 고개를 돌려 소희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모두 송아지와 암소를 떠올리며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시원은 영문을 몰랐다."내가 뭐라고 했는데요? 뭐가 그렇게 웃겨요?"청아는 웃음을 참으며 냉장고에서 케이크 하나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오후에 금방 만든 건데, 먼저 이거 먹어요. 이따 곧 밥 먹을 거예요."시원은 케이크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물었다."우유 있어요?"청아는 멈칫하다 남자를 보며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배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리고 앉아 온몸이 떨며 웃었다.시원은 멍해지며 소희에게 물었다."왜 저래요?"소희는 애써 침착하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녀는 굶어 죽은 송아지 한 마리를 떠올린 거뿐이에요!""하하하하!" 청아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으며 웃기 시작했다.시원, "…..."한 시간 후, 음식은 식탁에 차려졌다. 소희도 있었기에 청아는 요리를 6개 만들었는데 그중 2개의 매운 요리는 특별히 소희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시원은 이틀 동안 담백한 음식만 먹어서 이때 소희 앞에 있는 매운 생선찜과 매운 닭볶음이 있는 것을 보고 계속 침을 흘렸다. 그는 참지 못하고 청아와 상의했다."한 입만 먹으면 안 돼요?"청아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한 입도 먹을 수 없어요!"두 사람은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며 청아는 이미 그와 말다툼하는 데 습관이
시원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안 비싸요. 그냥 일반 샴페인이니까 가져가서 마셔요!"소희는 술병을 한 번 보았다. 프랑스의 로즈 샴페인이었다. 확실히 비싸지 않았다. 수백만 원 정도 할 뿐이었다.청아는 일반 샴페인이란 말을 듣고서야 받았다."고마워요!""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그냥 청아 씨의 붕어탕이랑 퉁 친 걸로 해요!" 시원은 웃으며 또 소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서재로 갔다.청아는 술을 연 뒤 컵 두 개를 찾았다."우리 베란다에 가서 얘기하자!""응!"베란다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다. 청아는 로즈 샴페인을 맥주처럼 잔에 가득 부어 소희에게 한잔 건네주었다."학교 축제 때 이런 술 마신 적 있었는데, 맛이 별로 좋지 않았어."그녀는 잔에 든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눈빛이 밝아졌다."이거 맛있네. 내가 마신 것보다 훨씬 맛있어."소희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을 한 모금 마셨다."잠깐만!" 청아는 일어나서 주방에 가서 자기가 만든 디저트를 가져왔고 또 두 통의 아이스크림도 가져왔다."케이크는 새로 만든 거고 아이스크림은 전에 마트에 가서 산 건데 모두 네가 좋아하는 맛이야."소희는 아이스크림 포장을 한 번 보았다. 그녀가 평소에 즐겨먹는 브랜드였지만 매우 비쌌다. 청아는 디저트 가게에서 하루 일하면 기껏해야 이 아이스크림 두 통밖에 살 수 없었다.그녀는 아이스크림을 열고 눈을 드리우며 말했다."앞으로 나한테 아이스크림 사주지 마.""왜?" 청아가 물었다.소희는 눈을 들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나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아이스크림 끊을 준비하고 있거든.""그렇구나!" 청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그럼 이것도 먹지 마!"소희는 아이스크림을 든 손을 재빨리 뒤로 피했다."이거 먹고 끊으면 되지. 그렇지 않으면 낭비잖아!"청아는 웃으며 보조개 두 개를 드러냈다."내가 보기엔 너 참을 수 없을걸!"그녀는 소희처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소희는 한
어정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밤 10시가 됐다.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 바로 시원의 집으로 향했다.청아는 문 열자마자 구택을 보고 깜짝 놀랐다.시원은 예상했던 표정을 하고 있었다."손님은 떠났어?""소희 씨는?" 구택은 물으면서 방안으로 향했다.소희는 베란다에서 걸어 나오며 의외를 느낀 듯 입을 열었다."왜 돌아왔어요?"그는 전에 분명 오늘 밤은 여기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손님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길에 마침 여기를 지나가서요." 구택은 앞으로 다가가서 소희의 손을 잡았다."늦었으니 환자가 쉬는 것을 방해하지 말고 우리 집에 가요!"시원은 코웃음을 쳤다."어떤 손님이길래 네가 직접 바래다주는 거야?"구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말이 너무 많아서 머리를 다쳤으니 바래다줘도 뭐!"시원은 이를 갈며 냉소했다."이 손님은 정말 특별하네."구택이 대답했다."특별하지만 발생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니 너도 조심해!"시원, "…..."그는 구택한테서 말 못 할 손해를 보자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웃음을 띠었다."소희 씨, 이 사람의 말 듣지 마요. 오늘 밤 여기서 청아 씨와 함께 자요. 조금도 불편하지 않거든요. 게다가 청아 씨는 항상 혼자 자면 무섭다고 했거든요."청아는 구택과 소희의 시간을 방해할까 봐 즉시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아니야, 나 안 무서워. 소희 넌 임구택 씨 따라서 돌아가면 돼."시원, "…..."구택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희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가요!"소희도 웃음을 참으며 뒤돌아서서 두 사람과 작별 인사를 했다."청아야 잘자, 시원 씨도요!"구택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시원 씨?"시원은 마침내 한 번 이기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소희 씨랑 약속했어. 앞으로 나는 그녀를 동생이라 부르고, 그녀는 나를 시원 씨라고 부르기로!"소희는 천천히 말했다."난 청아를 따라 부른 것뿐이에요."청아는 인차 설명했다."맞, 맞아요,
시원, "…..."그는 안색이 어두운 채 청아의 몸을 훑어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전봇대처럼 마른 몸매에 남자도 달랠 줄 모르니, 평생 솔로로 살 준비나 해요!"말을 마치고 그는 고개를 돌려 떠났다.청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분노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솔로라도 당신 같은 남자 찾지 않을 거야!"시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지금 뭘 중얼거리고 있어요?"청아는 고개를 살짝 쳐들고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발을 들어 자신의 방으로 갔다.시원은 어쩔 수 없는 듯 웃으며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소희와 구택은 떠난 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위층과 아래층에는 그들 두 집밖에 없었고 계단은 평소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지금은 더욱 쓰는 사람이 없었다.구택은 직접 소희를 안고 침착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남자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아름다운 얼굴에는 나른하고 온화한 웃음이 묻어 있었다."술 마셨어요?"소희는 두 팔로 그의 어깨를 안았다."조금 마셨어요.""또 뭐 했죠? 솔직하게 말해요." 남자는 담담하게 웃었다.소희는 가슴이 찔린 채 머리를 굴렸다. 그가 왔을 때 아이스크림은 이미 다 먹었으니 그녀는 그가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웃으며 말했다."술만 조금 마셨어요. 맹세해요!"구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오기 전에 시원이 나한테 사진 한 장을 보냈는데, 사진 속에서 나는 소희 씨가 아이스크림 한 통을 들고 매우 즐겁게 먹는 것을 보았어요. 설마 내가 잘못 봤나요?"소희는 흑백이 분명한 큰 눈을 뜨고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틀림없이 시원 씨가 일부러 포토샵 했을 거예요. 우리의 관계를 이간질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구택 씨 절대 속으면 안 돼요!"구택은 깨달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소희 씨 말이 맞네요. 우리는 절대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 돼요!"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두 사람은 이미 위층
심명은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눈을 가늘게 떴다. 구택은 소희와 함께 있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 갈아탔을까?그의 만화처럼 잘생긴 얼굴에 하찮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예뻐봤자지, 너희들 하나하나 보고 싶어서 안달 나는 모양 좀 봐, 침이 머리에서 흘러나오겠다!"양진은 손석군의 왼쪽에 앉아 심명에게 술을 따라주며 히죽거리며 말했다."나 본 적 있는데. 이래 봬도 정말 예쁜걸요. 그 두 눈이 얼마나 예쁜지! 그러나 임구택이 누구도 그 여자애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으니 우리도 그냥 볼 수밖에 없죠!"심명은 코웃음쳤다."임구택이 그런 말을 했다고 꼭 들어야 하니?"이 말은 심명만이 말할 수 있었기에 다른 사람은 감히 대답하지 못하고 그냥 맞장구만 치며 멋쩍게 웃었다.이때 종업원이 들어와 술을 가져다 주자 양진은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즉시 들어온 사람을 가리켰다."형님 믿지 않겠으면 그녀한테 물어봐요, 이런 일이 있는지 없는지."술을 가져다준 사람은 연설화였다.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술을 놓으며 양진의 말을 듣고 약간 애교를 부리는 듯 심명을 힐끗 쳐다보고며 웃으며 양진에게 물었다."양진 도련님 방금 무슨 말씀 하셨어요? 저 못 들었는데요."양진이 말했다."너희 8층에 새로운 소녀 하나 왔지? 아주 예쁘게 생긴 애인데 8809호를 전문적으로 책임지고 있고. 네가 심명 형님한테 말해봐."설화는 인차 알아차리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양진 도련님의 말이 맞아요. 확실히 이런 일이 있었어요."그녀는 심명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탄식하며 말했다."그녀는 케이슬에 오자마자 바로 8층에 왔죠. 첫날에 또 손시월을 한바탕 엿 먹였고요. 저희는 모두 그녀가 틀림없이 배경이 간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이틀도 안 되어 저희는 그녀가 임 대표님의 사람이란 것을 알았지 뭐예요."심명은 얇은 입술로 약간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녀를 불러와, 내가 좀 봐야겠어!"설화는 난감해했다."도련님, 제가 도
양진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그녀가 오지 않는다면?"심명은 미소가 조금씩 사라지더니 눈빛이 차가워지진 채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넌 그녀 앞에서 무릎 꿇어!"양진은 멍해지며 심명이 농담인지 아닌지 몰랐지만 방안은 점점 조용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맞장구를 치며 웃고 떠들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심명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로를 쳐다보며 왜 분위기가 갑자기 이렇게 됐는지 영문을 몰랐다.심명이 생일을 쇨 때 그들 몇 사람은 현장에 있었지만 케이크를 선물한 그 여자애가 소희라는 것을 몰랐다.심명은 얇은 입술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가, 가서 무릎 꿇고 그녀더러 오라고 빌어. 그녀가 만약 기분이 좋지 않다면, 넌 네 뺨을 내리치며 그녀를 기쁘게 하고. 아무튼, 그녀는 반드시 와야 해. 그것도 기분 좋게! 그리고 너,"심명은 사악한 눈빛으로 설화를 쏘아보았다."양진 혼자서 무릎 꿇으면 안 되니까 너도 같이 가서 무릎 꿇어. 그리고 소희 씨에게 네가 방금 무슨 험담을 했는지 그대로 말해. 이따 나는 양진한테 물어볼 거야. 만약 네가 한 글자라도 적게 말했다면, 난 사람 시켜서 널 이 8층에서 던져버리라고 할 테니까!"설화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심명에 대해 그녀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규칙을 지키지 않고 완전히 제멋대로 행동했다. 그가 그녀를 8층에서 던져버리겠다고 한 것은 절대 협박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 정말 이렇게 악랄했다!양진도 안색이 하얗게 질려 석군을 쳐다보며 도움을 청했고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는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다.석군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양진에게 경고했고 양진은 멍청해서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얼른 가, 가서 소희 아가씨 모셔와!"소희 아가씨라는 말에 양진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이 소희라는 사람은 심명과 아는 사이였다!그는 지금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그는 다시 석군을 바라보며 석군이 자신을 도와 심명에게 좋은 말 몇 마디 하게 하고 싶었다.
“아심아!”강재석이 먼저 웃으며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할아버지!”강아심이 미소를 띠며 다가갔다.“오랜만이에요. 건강은 어떠세요?”“좋아, 아주 좋아!”강재석은 더욱 인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축하드려요. 소희가 이렇게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정말 부러워요!”강재석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같이 기뻐해야지, 같이!”도경수는 여전히 아심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바로 강아심인가?”아심은 도경수를 향해 고개를 돌려 고운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답했다.“네, 제가 강아심이예요. 도경수 어르신 맞으시죠? 안녕하세요!”도경수는 이전에 아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으나, 지금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보자 목이 메고 눈이 뜨거워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모두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에 도경수도 정신을 가다듬고 도도희에게 물었다.“소희는 봤니?”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봤어요.”강재석은 바로 물었다.“우리 소희는 지금 뭐 하고 있나?”“친구들과 함께 있어요.”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좀 더 일찍 소희와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정말 늦게 만난 게 아쉬울 정도로 대화가 잘 통했어요.”그 말에 강재석은 호탕하게 웃었다.“그렇게 오래 이야기했다면, 정말 서로 마음에 든다는 뜻이지!”그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도경수가 질문을 던졌다. “도도희, 너는 아심 양과 어떻게 알게 된 거니?”도도희는 아심을 바라봤고, 아심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꽤 오래전이죠. 한 미술 전시회에서 처음 만났어요.”도경수는 바로 물었다.“미술을 좋아하나?”“네, 좋아해요. 하지만 진지하게 배워본 적은 없어요.”아심이 부드럽게 대답했다.“예전엔 무슨 일을 했나?”도경수가 다시 묻자, 강재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갑자기 조사라도 하려는 거야? 이제 막 알게 된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다 보면 겁을 줄지도 몰라.”이에 강시언이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가지 마세요!”양재아가 급히 권수영을 막아서며 말했다.“오늘 강아심도 초대받은 손님이에요. 만약 일을 크게 만들면, 장씨 집안만이 아니라 임씨 집안에서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임씨 집안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권수영의 분노는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장씨 집안도, 임씨 집안도 지씨 집안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그랬기에 권수영은 그 어느 쪽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 그녀는 갈 곳 없는 분노를 강아심에 대한 증오로 바꾸며 이를 갈았다.“강아심,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아심과 강시언은 강재석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이때, 아심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까 그 일, 고마워요.”만약 시언이 아심을 위해 지씨 집안을 봐줬다면, 아심이야말로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언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지씨 집안 같은 사람들과는 애초에 엮이지 말았어야 했어.”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지승현은 저 사람들과 달라요. 제가 엮인 건 지씨 집안 때문이 아니고요.”“아니라고?”시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스쳤다.“지승현이 지씨 집안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지씨 집안의 중심인물이고,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지씨 집안의 눈길을 끌지. 이게 관계가 없다고?”아심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래서요? 무슨 일이 생기면 겁을 먹고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가요?”시언은 아심을 깊게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좋아, 네 진정한 사랑, 참으로 대단해.”시언은 그 말을 남기고 단숨에 앞서 걸어가 버렸다. 아심은 시언의 차가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후,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강재석의 휴게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시언은 반대쪽 벽에 기대어 아심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아심이 조용히 다가가며 말했다.“안 들어가요?”시언은 여전히 화가 난 듯한 얼굴로 아심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전에 할아
김화연은 상황의 전말을 간략히 설명했고, 강시언은 차가운 눈으로 지수철을 훑어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누구의 체면을 고려할 필요도 없어요. 결혼식장에서 소란을 피운 이들에게는 체면을 논할 자격이 없어요. 당장 지씨 집안을 떠나게 조치하겠어요.”양재아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고, 그녀는 시언을 향해 돌아서며 간절히 말했다.“시언 오빠, 수철이는 정말로 자기 잘못을 인정했어요!”시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히 대답했다.“잘못인 줄 알면서도 저지른 행동은 더 큰 잘못이죠. 그리고 처벌이 두려워서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고요.”재아는 그의 냉혹한 대답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다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곧 시선을 돌려 강아심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아심아, 네가 수철이를 위해 한마디만 해주라!”김화연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다들 아는 사이인가요?”재아는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심이는 수철이 형의 여자친구예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시언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러나 아심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재아를 담담히 바라보며 말했다.“누구의 동생이든 그건 나와 아무 상관없어요. 다만 다행히도 내 친구의 동생일 뿐이지, 내 친동생은 아니네요.”“만약 내 친동생이 이렇게 자라서 고작 세 살짜리 여자아이를 괴롭혔다면, 난 엄하게 혼내서 다시는 그딴 짓 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거예요.”아심의 단호하고 확고한 말에 재아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고, 수철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심을 향해 음험한 시선을 한 번 보냈다.재아는 시언이 김화연의 입장을 지지하고, 아심 역시 끼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더 이상 지씨 집안을 위해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짧은 판단 끝에 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심의 말이 맞네요. 내가 처음부터 마음 약해져서 지씨 집안을 돕겠다고 나선 게 잘못이었네요.”“제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네요. 수철이를 데리고 가서 바로 돌아갈게요.”재아는 진심 어린 목
지수철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입을 열지 못하자, 양재아는 곧장 말을 꺼냈다.“제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 말한 거예요. 아까 권수영 여사님께서도 수철이를 혼내셨고, 수철이도 이미 잘못을 인정했어요.”“여사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오늘은 소희와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잖아요. 만약 지씨 집안을 여기서 내쫓는다면 서로 얼굴을 들기 힘들어질 거예요.”재아는 소희의 이름을 직설적으로 언급하며 자신이 단순히 도씨 집안의 손녀가 아니라, 소희와도 친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김화연은 재아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도씨 집안과 소희 모두를 떠올리며, 이 상황에서 체면을 지켜줄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김화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씨 집안 때문이든, 소희 때문이든, 이번에는 넘어가야 했다.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던 오후, 2층 방에서 강아심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시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의 휴대폰을 대신 끊어줄까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심은 이미 눈을 떴다.아심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잠시 멍해졌고, 이내 휴대폰 벨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손을 들어 휴대폰을 집어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도희 이모!”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넌 어디 있어? 오후 내내 보이지 않더구나. 지금 강재석 어르신을 뵈러 가려는데, 그분이 너도 이 결혼식에 왔다고 하더라. 같이 갈래?]그 시각, 강재석은 점심 식사 후 도경수와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도경수는 끊임없이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강재석은 그의 속내를 간파하고 먼저 도도희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찾아오라고 부탁했다. 도도희는 전화를 끊고 강재석을 찾아가면서, 강재석이 아심의 이름을 듣고 기뻐하던 모습이 떠올라 아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갓 잠에서 깨어난 강아심은 반쯤 내려앉은 긴 속눈썹으로 잠기운 어린 분위기를 풍기며 느릿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저도 인사드려야죠. 먼저 가 계세요. 곧 따라갈게요.”두 사람은 통화를 마쳤다.아
전화를 받은 양재아는 먼저 권수영의 이야기를 들었다. 권수영은 다소 억울한 어조로 말했다.“재아양, 우리 수철이가 잠깐 장난 좀 친 거예요. 그 어린 여자아이랑 그냥 놀다 그런 거지, 걔도 아직 어린애잖아요. 그 애한테 뭘 어쩌겠어요?”“게다가 우리 수철이도 이미 혼이 났어요. 수철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알 거예요.”“오늘이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라 내가 참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했을 거라고요!”“그런데 지금 김화연 여사님이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재아 양이 나서서 부탁 좀 해주면 안 될까?”“오늘은 임씨 집안 결혼식이고, 신부도 재아 양 외할아버지의 제자잖아요. 재아 양이 한마디만 해주면 여사님도 체면을 봐서 넘어가 줄 거예요.”권수영은 최대한 간곡하게 부탁하자, 재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재아는 지씨 집안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그렇게 깊은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이 도움을 준다면 지씨 집안도 체면을 세워줄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잠시 후, 재아는 결정을 내렸다.[알겠어요. 제가 여사님께 가서 얘기해 볼게요. 그냥 애들이 장난친 일이라고 하면 그렇게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실 거예요.]“정말 고마워요, 재아 양. 정말로 우리 지씨 집안의 은인이에요!”권수영은 과장된 어조로 감사의 말을 전하자, 재아는 말했다.[어디 계신가요? 수철이를 데리고 오세요. 제가 함께 여사님께 가서 말씀드릴게요.]권수영은 재아의 의도를 곧바로 이해하고 말했다.“지금 데리고 갈게요.”재아와 권수영이 만났을 때, 재아는 지수철의 부은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너무 심하게 맞았잖아요!”“고작 어린애랑 장난 좀 쳤다고 이렇게까지 때리다니요. 참 권력이 대단한 집안이네요.”권수영은 주위를 살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임씨 집안과 관련된 일이기에 재아는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제가 여사님께서 어디 계신지
임유민은 두 번째 총알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지수철의 입술에 맞았다. 그의 입술은 순식간에 부어올라 더는 강한 척할 수도 없었다. 유민이 세 번째 발사 준비를 하자, 지수철은 입안에서 흐릿하게 소리쳤다.“말할게! 말할게!”유민은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전화해요.”지수철은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미 요요의 할머니를 따돌렸으니, 세 번째 친구가 빨리 오라고 했다. 이에 5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남자아이가 도착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나무에 묶인 지수철을 보자,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유민은 몇 걸음에 그를 따라잡아 꽃밭 가장자리를 발판 삼아 공중에서 회전하며 발길질을 날렸다. 이에 그 자리에서 날아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결국, 세 명 모두 유민에게 나무에 묶였고, 그의 사격 연습 표적이 되었다....한편, 권수영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상황을 알게 되었다. 김화연은 당연히 요요를 괴롭힌 사람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세 아이가 어느 집 자식인지 알아냈다.김화연은 한적한 거실에 앉아 놀고 있는 요요를 지켜보며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집안 사람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니 일이 커져 분위기를 망치는 건 바라지 않아요. 당장 이 세 집에 연락해서 애들을 데리고 저택에서 나가라고 전하세요!”김화연의 지시는 즉시 실행되었고 김화연은 다시 가사도우미들에게 당부했다.“이 일은 당분간 아천이랑 청아한테 알리지 마세요.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으니까요.”이에 다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따랐다....권수영은 곧 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수철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그를 찾아 나섰다. 권수영은 수철을 발견한 순간 비틀거리며 땅에 넘어질 뻔했다,수철과 다른 두 소년은 나무에 묶여 있었고, 얼굴은 멍투성이에 입에는 무
정원은 나무와 꽃들로 빽빽해, 두 소년이 요요를 안고 달아난 뒤 금세 그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김화연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졌고,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할 틈도 없이 몇몇 부인들과 함께 서둘러 그들을 뒤쫓았다.지수철은 요요를 안고 꽃밭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더 빨리 뛰었다. 수철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듯한 빛이 가득했고,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그 순간, 수철의 무릎에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두 다리가 꺾이며 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요요 역시 그와 함께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지수철은 무릎을 부여잡고 뒹굴더니 막 욕을 퍼붓기 시작하려는 찰나, 그의 동료가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의 얼굴을 향해 강력한 발길질이 날아왔다.코뼈가 부러지는 충격에 수철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과 함께 수철의 가슴팍에 또 한 차례 발길질이 들어갔다. 이번엔 고통이 극심해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임유민은 땅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을 잠시 스쳐본 뒤, 요요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기압총을 내려놓고 요요를 일으켜 세웠다. 요요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일부러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빠가 있잖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요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유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요요는 유민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작은 몸을 떨었다.“괜찮아, 괜찮아.”유민은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도 약간의 경직된 기색이 떠올랐다.“요요!”멀리서 김화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묻어 있었다.“할머니!”요요는 크게 외쳤다.곧 김화연이 나타났고, 그녀의 얼굴은 창백한 빛을 띠었다. 김화연은 빠르게 걸어와 요요를 품에 안았다.“할머니, 유민 오빠가 나쁜 사람들을 혼내줬어요!”요요는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김화연은
강시언은 무언가 느낀 듯 강아심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과 맞닿은 아심의 거의 벌거벗은 듯한 시선에, 그는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약간 냉소적인 표정을 드러냈다.아심은 고개를 돌리며, 귀 끝이 옅은 홍조로 물들었다. 마치 블러셔가 뺨에서부터 번진 것 같았다. 그렇다, 술에 취했음이 분명했다.눈빛이 교차한 후,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졌다. 아심은 넓은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햇살의 따스함과 결혼식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겼다. 그러다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낯선 환경에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음 속에서도 아심은 잠들어버렸다. 밤에는 아무리 넓고 편안한 침대에서도 잠들기 힘들고, 종종 불면증이나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가 지금은 매우 안정적으로 잠들어 있었다.시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쿠션을 가져왔다. 시언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받쳐 머리를 들어 올리고, 쿠션을 아심의 머리 아래에 받쳐주었다.자수 무늬가 새겨진 면을 일부러 아래쪽으로 돌려놓으며 배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긴 손가락이 아심의 부드럽고 섬세한 얼굴을 스쳤다. 그 순간 시언의 각진 얇은 입술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 시언은 휴대폰을 무음 상태로 설정했다. 가끔 전화가 와도, 그는 잠깐 확인한 뒤 바로 끊고 다시 술을 즐겼다.시언에게 아부와 아첨이 넘치는 술자리들은 피로감만 줄 뿐이었다. 그랬기에 이런 조용함이 그에게는 오히려 더 큰 안식을 주었다....권수영은 양재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이 때문에 지수철은 완전히 신경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게다가 이곳은 임씨 집안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철저히 경비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수철은 그저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곧 두 명의 같은 학교 친구들을 만났다.수철은 A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동급생들 역시 집안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랬기에 이런 결혼식장에서 만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저택에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놀이
강아심은 강시언 맞은편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 아심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을 들고 머리를 살짝 젖혀 술을 한 모금에 들이켰다.시언은 아심이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선을 바라보았다. 삼킬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목선이 더욱 선명해졌다.이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아심, 넌 그저 약간의 잔재주 말고는 다른 건 할 줄 모르지?”아심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더 큰 처벌을 피하려고 미리 그를 자극하며 시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아심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가는 술기운에 촉촉해졌고, 붉어진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그런 순진한 표정은 아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묵직해졌다.“네가 매번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 잔재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내가 네게 관대했기 때문이지, 이해했어?”아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더욱 올라와 눈동자는 한층 더 촉촉해졌다.시언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권수영과 양재아가 웃으며 멀어지는 모습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다시 아심을 보며, 다소 조롱 섞인 어조로 물었다.“네 남자친구 어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아심은 입가에 묻은 술 자국을 가볍게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진정한 사랑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어야죠.”그 말에 시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고, 웃음에서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진정한 사랑? 겨우 한 잔 마시고 취한 거야?”아심은 그의 말에 되받아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딘가 찔리는 마음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아심은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바라봤다. 그러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아심은 놀란 듯 시언을 돌아보며 물었다.“뭘 도와준다는 건데요?”“네가 버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