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소희가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고 태양은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구택은 침대 옆에 앉아 햇빛을 등지고 잘생긴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일어날래요?"소희는 다가와 그의 다리에 기대며 꼼짝도 하지 않으려 했다.구택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길쭉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릿결을 다듬어 주었다. "요 이틀 동안 뭐 놀았어요?"소희는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그에게 이틀 동안 어디에 가서 놀았는지 보고했다. 그녀도 이미 숲속의 성에 가 보았다. 그녀가 상상했던 것과 똑같았다.4살 전, 그녀의 가장 따뜻한 추억은 이웃집 언니가 낡은 동화책 한 권을 들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었다. 백설공주, 완두콩 공주, 재스민 공주...... 그녀들은 모두 성에서 살았고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다.성에 다가가는 순간, 그녀는 어린 시절을 되찾은 것 같았고, 기억 속 깊은 곳의 따뜻함을 되찾았다.구택이 물었다."스케이트장에 가 봤어요?""스케이트장이요?" 소희는 그의 다리에서 고개를 들어 눈을 반짝였다.한 시간 후 소희와 구택은 스케이트장 안에 서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옷을 갈아입었고 구택은 소희에게 프로텍터를 입혀주고 있었다."신발은 발에 맞아요?" 구택은 반쯤 쪼그리고 앉아 그녀에게 무릎 프로텍터를 입혀주며 부드럽게 물었다."네." 소희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오늘 안 바빠요? 미스터 힐드 만나러 가지 않아도 돼요?""며칠 동안 바빴으니 좀 쉬어야죠. 저녁에 연회가 있으니까 그때 우리 같이 가요."구택은 일어서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 따라와요, 긴장하지 말고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을 잡은 사람이 구택이기 때문일까,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남자는 항상 그녀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가져다줬다.안정감은 그녀에게 있어 낯설고 또 이상한 느낌이었다.이렇게 큰 스케이트장에는 그들 두 사람밖에 없었다. 소희는 원래 몸이 날렵하여 구택을 따라 두 바퀴 돌자 그중의 요령을 터득하고 그의 손을 뿌리
은설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두 배가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 소희는 그녀가 새로운 루비 목걸이를 한 것을 보았다.식사 후 소희와 구택은 돌아가서 잠시 낮잠을 잤다. 오후에 두 사람은 호숫가에 가서 낚시를 했다. 해가 거의 져갈 때 하인이 와서 구택에게 연회를 어디에 차리냐고 물었다.저녁에 사람들은 잔디밭에서 식사를 했다. 긴 테이블에는 새하얀 식탁보, 은색 등대, 아름다운 금변 도자기 그릇, 정교한 요리가 있었고 따사로운 밤바람은 사람들로 하여금 몹시 유쾌하게 했다.해가 지자 주위의 등불이 조금씩 켜졌고, 멀리서 나는 불고기 향기와 마지막 노을은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사람들은 이미 서로 익숙해져서 어색하지 않았고 분위기도 무척 즐거웠다.은설은 구택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소희에게 아이스 주스 한잔 건네주었고 소희는 한 모금 마신 뒤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은설을 바라보았다.힐드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구택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몸을 살짝 숙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이스 주스 마실래요?"소희는 멈칫하다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아니에요!""그래요?" 구택은 가볍게 웃었다."오늘은 소희 씨가 좀 편하게 즐겼으면 했는데, 싫으면 내가 가져갈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손을 뻗어 소희 앞에 있는 주스를 가져갔다."......"맞은편 은설은 입을 가리고 어여쁘게 웃으며 눈빛에는 부러움도 있었다.이 남자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계속 소희를 지켜보며 챙겨주고 있었다.구택은 하인더러 소희가 가장 좋아하는 복숭아 요구르트를 가져와 컵에 따르게 했다."음식 좀 먹고 마셔요. 찬 거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요."소희는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들만 없었으면 그녀는 그에게 키스까지 하고 싶었다.(흠, 저녁에 돌아가서 해줘도 마찬가지야.)운박은 사람 시켜서 운성의 한 오래된 가게에 가서 그들이 직접 만든 매실주를 사 오라고 했다. 머크 부인은 한 입 맛보고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
은설은 또 주사위 하나와 책 한 권을 꺼냈다."주사위를 던져서 던진 포인트에 따라 책에 상응하는 벌칙대로 벌받는 거예요, 어때요?"머크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재밌네요."소희도 당연히 의견이 없었다.하인은 곧 은설의 말에 따라 "시민, 경찰, 도둑"이라고 쓴 쪽지 3개를 준비했고, 세 사람은 선후로 손을 뻗어 제비를 뽑았다.소희는 마지막에 뽑았고 그녀의 쪽지는 “시민”이었다. 즉, 그녀는 어떻게 해도 벌칙을 받지 않을 것이고 차분하게 다른 사람이 알아맞히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머크 부인은 "경찰"을 뽑았다. 그녀는 소희와 은설을 바라보며 그들 두 사람의 표정에서 누가 "도둑"인지 분별하려고 했다.소희는 태연했고 은설은 위장을 잘했다. 그녀는 심지어 구경하는 척하며 소희에게 눈짓을 했다.그러나 바로 이 동작이 머크 부인으로 하여금 그녀가 “도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은설은 쪽지를 꺼내며 믿기지 않은 듯 말했다."내가 들통날 리가 없는데요? 머크 부인은 어떻게 알아맞혔죠?"머크 부인은 환하게 웃었다."제발이 저린 사람만이 자꾸 딴짓을 하기 좋아하거든요. 나는 마침 은설 씨가 딴짓하는 것을 봤고요.""부인님 너무 대단한걸요. 나도 벌칙 받을게요!"은설은 주사위를 들고 힘껏 던졌다.그녀가 던진 숫자는 1, 3, 6이었고 합치면 10 이었다. 그 벌칙이 적혀진 책에서 10에 대응하는 벌칙은 "여기 있는 남자와 각각 1분씩 포옹한다"였다.벌칙을 받지 않으면 술을 세 잔 마시거나 노래 한 곡을 불러야 했다.은설은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운박과 힐드를 포옹하는 것은 모두 문제가 없다고 느꼈지만 구택의 낯선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카리스마는 정말 그녀로 하여금 감히 그에게 이런 요구를 제기하지 못하게 했다. 아마 그녀가 막 입을 열 때 그는 그녀를 던져버릴 것이다.그녀는 감히 벌칙을 받지 못하고 결국 노래를 불렀다.그녀는 한 소절만 불렀는데, 아주 듣기 좋았고, 머크 부인은 그녀를 위해 가볍게 박수를 쳤다.그리고 세 사
구택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 했어요?"소희는 얼굴이 빨개지며 그의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안아줘요, 그리고 키스도 해줘요. 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반쯤 취해 있었다. 은은한 매실주 향기가 그의 얼굴을 스치며 구택은 순간 심장이 멎은 것만 같았다. 그는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나의 영광이죠!"주위에는 환호성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소희는 쑥스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그가 가벼운 키스만 할 줄 알았지만 구택은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들 단둘이 있는 것처럼 짙은 키스를 해주었다.소희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남자의 팔을 꽉 잡고 냉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그를 밀치고 고개를 숙이고 예의 있게 말했다."고마워요."그리고 그녀는 재빨리 그에게서 일어나 세 사람이 게임을 하는 곳으로 돌아갔다.그녀는 태연자약하고 침착한 척했지만, 오직 그녀 자신만이 지금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귀밑까지 뜨거워졌다.은설은 부러워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로맨틱하네요. 나도 이 벌칙 받았으면 좋겠는걸요."머크 부인은 상냥하게 소희에게 주스 한 잔을 따른 뒤 고개를 돌려 은설에게 웃으며 말했다."우리도 가능한 한 은설 씨를 만족시킬게요!""좋아요, 모두들 나 좀 도와줘요!" 은설은 시원하게 웃었다.따뜻한 밤바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세 사람은 유쾌하게 게임을 했다. 소희는 술에 취하며 점차 테이블 위에 기대며 은설이 노래 부르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온화하며 완전 노래 부르기에 적합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그녀의 아름다운 눈빛은 여자가 봐도 설렜다.뒤에 익숙한 기운이 다가오자 남자는 몸을 숙여 그녀를 안고 머크 부인과 은설에게 말했다."미안해요, 소희 씨가 많이 취한 것 같네요. 내가 그녀를 데리고 돌아가서 좀 쉴게요.""임 대표님 마음대로 해요. 사양하지 말고요!"머크 부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도
잔디밭의 연회에서. 소희가 떠난 후 은설은 머크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머크 부인도 점점 술에 취했다.힐드는 다가와 머크 부인을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부인도 이렇게 술을 마시며 취한 지 꽤 오래됐어요. 오늘 그녀는 틀림없이 매우 즐거웠을 거예요."은설도 술을 많이 마셨지만 여전히 방긋 웃었다."오늘 모두 즐거웠네요."힐드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운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부인을 데리고 돌아가서 쉴게요. 내일 다시 보죠."운박은 웃으며 말했다."부인님도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은설과 같이 부인님을 바래다 주죠."말이 끝나자 그는 은설에게 눈짓을 했다.불빛 아래, 은설은 원래 술을 마셔서 얼굴이 약간 빨개졌지만 이때 조금씩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술을 많이 마셔서 반응이 느려졌는지 그녀는 멍하니 서 있었다.운박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어지며 그녀를 재촉했다."뭐해, 얼른 가!"은설은 비로소 반응한 듯 낮은 소리로 대답하고는 힐드와 함께 머크 부인을 부축하며 그들이 지내는 별장으로 돌아갔다.깊은 밤, 밤바람은 따뜻했지만 은설은 손발이 차가웠다. 뒤돌아보니 운박은 이미 떠났고 방금까지 떠들썩하고 소란스러웠던 잔디밭은 그릇밖에 남지 않은 텅 빈 채로 무척 쓸쓸했다.그녀의 목에 있는 루비는 눈부신 빛을 반짝이고 있었는데 이는 오늘 운박이 그녀를 데리고 가서 산 것이었다. 그는 이미 그녀의 오늘 밤을 위해 미리 돈을 지불했던 것이다.주얼리는 차가웠고 그녀의 마음속까지 시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갑자기 웃으며 고개를 들어 힐드를 향해 매혹적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미스터 머크, 오늘 밤, 정말 멋져 보이네요!"힐드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파란색의 눈은 바다처럼 깊었다. 그는 천천히 웃었다."고마워요!"두 사람은 머크 부인을 침실로 데려가자마자 하인이 인차 와서 그녀를 섬겼다.힐드는 하인더러 물러나게 하고는 자신이 직접 머크 부인에게 옷을 갈아입히며 그녀를 안고 샤워하러 갔다.은설과 하인은 침
그녀는 운박과 지내고 있는 별장으로 돌아갔다. 운박은 아직 자지 않았는데 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랐다."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은설은 나무 난간에 기대어 담담하게 웃었다."당신을 실망시켰는걸. 힐드는 내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운박은 실망했고 좀 이상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아마도 나한테 힐드가 바람을 피울 정도로 그런 매력이 없어서일걸."은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침대로 걸어갔다."피곤해서 먼저 잘게."운박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가서 쉬어."은설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표정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침실에 들어가 방문을 닫고서야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눈을 감고 천천히 눈물을 흘렸다.이튿날, 소희는 구택의 품에서 깨어났다. 날은 이미 완전히 밝았고 햇빛은 얼굴에 내리쬐며 무척 화창하고 열렬했다.어젯밤은 확실히 좀 방자했다. 소희는 온몸이 불편했고 머리는 술에 취해 현기증이 났다.구택은 그녀를 달래며 일어나서 아침을 먹게 했다. 아직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운박의 비서가 와서 운박이 구택과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구택을 청했다.구택은 운박을 급히 만나러 가지 않고 먼저 소희와 함께 아침을 먹은 뒤 또 하인더러 소희에게 보신탕을 끓여 주라고 분부했다.소희가 말했다."도운박 씨한테 급한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으면 아침 일찍 와서 구택 씨 부르지도 않을 거고요. 나 신경 안 써도 돼요.""응, 불편하면 침대에 가서 좀 누워요. 금방 다녀올게요." 구택은 그녀의 볼에 키스하고 하인에게 당부한 후에야 운박을 만나러 나갔다.소희는 허벅지가 시큰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외출하기 싫어 구택이 떠난 후 아예 방으로 돌아가 책을 보았다.운박이 사는 별장 안, 은설은 아침 일찍 머크 부인에게 불려갔고, 서재에는 운박만 있었다.구택을 보자 운박은 마중 나오며 웃으며 물었다."소희 씨는 괜찮아요?"구택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술에 취해서 좀 불편한 거 빼고는 큰 문제 없어요.""그럼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술병이 깨지며 와인은 운박의 머리를 따라 쏟아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 마호가니 책상에 기대어 앉았다. 그의 얼굴은 피와 와인이 뒤섞이며 보기만 해도 무척 끔찍했다.구택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싸늘한 한기를 띠고 있었다. 그는 운박 앞에서 반쯤 쪼그리고 앉으며 그의 손에는 깨진 술병을 들고 있었고 날카로운 유리조각은 운박의 목에 닿았다. 그의 말투는 낮고 차가웠다."다시 한번 소희 씨를 이용할 생각을 하면 나는 당신을 물고기 먹이로 호수에 던질 거예요. 똑똑히 들었어요?"깨진 술병은 무척 날카로웠다. 운박의 얼굴에는 피와 와인이 가득했다. 그는 두려워하며 구택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구택은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던지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하찮고 냉혹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떠났다.운박은 그제야 감히 소리를 냈다."여봐라, 여봐라!"그는 두 번 소리쳤는데 누군가가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눈앞이 어두워지며 바로 기절했다.구택은 자기가 사는 별장으로 돌아와 하인에게 소희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하인은 즉시 말했다. "아가씨는 위층에 계시며 줄곧 외출하지 않으셨습니다."구택은 담담하게 응답하고는 발을 들어 위층으로 걸어갔다. 그는 침실로 들어갔지만 소희를 보지 못했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몸을 돌려 옷방과 욕실로 갔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즉시 나가서 차갑게 그를 따라온 하인에게 물었다."소희 씨는?"하인도 멍해졌다. "아가씨는 줄곧 위층에 계셨습니다."구택은 안색이 보기 흉해지며 그들더러 사람을 찾으라고 명령하려다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이 난 듯 몸을 돌려 다시 침실로 돌아가 베란다로 걸어갔다.벤치에서 소희는 몸을 웅크린 채 잠을 푹 자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이 카펫 위에 떨어진 줄도 몰랐다.구택의 팽팽한 안색은 단번에 완화해지며 입가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녀를 너무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마음속으로는
소희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도운박 씨 만나러 갔다 하지 않았어요?"구택은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고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농담이에요. 그가 실수로 와인을 쏟아서 좀 묻은 거뿐이에요."그는 돌아와서 먼저 샤워하려고 했는데 소희를 보지 못하는 바람에 다급해지며 샤워하는 것을 잊어버렸다.소희는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그의 가슴에 기대어 누웠다. "무슨 급한 일이에요?""아무것도 아니에요!"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햇빛이 점점 뜨거워지자 구택은 커튼을 반쯤 당겼고 빛은 인차 부드럽고 따뜻해졌다.소희는 지금이 이번 여름 햇빛이 가장 좋은 날이라고 느꼈다.......오후에 힐드는 운박이 다쳤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부인을 데리고 함께 그를 보러 갔다.운박은 머리에 흰색 거즈를 두르고 안색이 하얘진 채 담담하게 웃었다."괜찮아요,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좀 다쳤어요. 모두들 걱정하게 했네요."머크 부인은 걱정을 하며 말했다."의사 불렀어요? 병원에 가서 검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운박이 대답했다."의사는 이미 왔어요. 큰 문제는 없고 며칠만 쉬면 된다고 했어요."힐드는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푹 쉬어요. 비즈니스는 아직 급하지 않으니까요.""미안해요!" 운박은 미안한 듯 웃었다.머크 부인은 은설의 손을 잡고 말했다."도 대표님 잘 챙겨줘요."은설은 가볍게 웃었다."그럴게요."힐드 부부가 떠난 뒤 운박은 안색이 가라앉았고 출혈이 너무 심해서 안색은 유난히 보기 흉했다.은설은 침대 옆에 앉아 부드럽게 말했다."물 좀 마실래?"운박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요 며칠 외출할 수 없으니까 당신이 머크 부인하고 얘기 좀 많이 나눠. 그리고 나 대신 임구택 좀 감시해."은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임 대표가 때린 거야?"운박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마!"은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