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 호텔에서.성수현이 스위트룸에 들어서자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보고 우청아가 이미 도착했을 거라 짐작했다. 문을 밀고 들어가며 뒤돌아 문을 닫고 소리쳤다. “청아 씨, 청아 씨!”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거실을 지나 침실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나고, 문 뒤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청아였고, 나머지 두 사람은 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다들 예뻤다. 이에 성수현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청아 씨, 이게 뭐지? 친구들 불러 함께 놀자는 거야?”“함께 놀기는 개뿔!” 성연희가 성수현 머리에 술병을 직접 내리쳤고, 술병은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술병에 있던 술이 머리에서 흘러내렸다.“아악!” 성수현이 머리를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이어 연희는 한 발로 성수현의 가슴을 차서 침대 위로 넘어뜨렸고, 이어서 이불을 그 위에 덮어쓰고는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 그리고 소희는 청아를 보며 눈썹을 한 번 추켜세우며 말했다. “올라가서 몇 번 걷어차!”청아는 어차피 일도 끝났으니 차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에 침대 위로 뛰어올라 세게 찼다. 어디를 찼는지 모르겠지만, 성수현은 계속하여 비명을 질렀다.“잘했어!” 연희가 청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청아는 분이 안 풀렸는지 발을 들어 계속 차며 말했다. “개새끼야, 건방지게 여자를 노리개 취급을 해! 돈이 많으니까 세상 다 가진 기분이야? 본인이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해? 같잖게 돈지랄하다니!”이불 밑에서 성수현은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다. “그만해, 청아 씨,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제발 그만해요. 용서해 줘!”청아는 숨이 차올랐는 몇 발 더 차고 나서야 멈췄고 연희가 웃으며 물었다.“기분 어때?”연희의 질문에 청아의 눈빛은 반짝였다. “시원해!”두 사람이 침대에서 내려왔고, 소희가 뒤따라가며 한 번 더 이불 밑에서 신음하는 사람을 무심하게 바라보고는 방문을 닫고 나갔다. 소희 일행이 떠난 후, 젊은 여자가 들어
그날 성수현은 자신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난 얘를 부르지 않았다고!”하지만 성수현의 아내는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침대 위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누워 있는 것만 보고, 동행한 사람들과 함께 두 사람을 다시 패기 시작했다.또한 성수현은 금방 맞은 데 또다시 맞게 된 판이었다. 바로 옆방에서 성연희가 나와 성수현의 비명과 애원 소리를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이에 소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듣지 말고 그냥 가자!”연희가 우청아의 어깨를 끌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오늘 정말 속이 다 시원했어. 간만에 이렇게 기분이 좋았네.”청아가 웃으며 말했다. “저녁은 내가 살게, 뭐 먹을래?”청아의 질문에 연희가 웃으며 말했다. “양꼬치 어때?”소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넘버 나인의 셰프보고 양꼬치를 해달라고 하려고?”“오늘은 그럴 필요 없어, 아무 가게에서나, 야외에서 하는 그런 곳에서 먹어. 사실 기분이 좋으면 뭘 먹든 좋잖아!”연희가 유혹적으로 눈을 흘기며 말했다. “호텔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다가 마주치는 곳에서 먹자!”“좋아!”“그렇게 해!”소희와 청아가 입을 모아 동의했다.반 시간 후, 세 사람은 양꼬치 가게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옆에 있는 작은 다리와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이때 연희가 청아에게 물었다. “성수현을 건드렸으니, 너희 사장이 널 해고하지 않을까? 아니면 내일 나랑 소희가 너네 회사로 가서 기 좀 살려줄까?”연희의 말에 청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황대헌이 성수현과 함께 가라고 할 때부터 사직할 준비가 됐어.”그러자 연희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가 돈을 내서 스튜디오를 차리고 네가 수석 디자이너가 되는 게 어때? 네 재능으로라면 크게 성공시킬 수 있을 거야.”“지금은 안 돼!” 청아가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배워야 할 게 아직 많다는 걸 알았어. 내가 배울
장시원은 우청아를 한참 바라보다가 청아의 얼굴을 가볍게 톡 쳤다. 너무 세게 치지 않으려고 가볍게 만졌는데, 부드럽고 섬세한 피부에 닿는 감촉이 시원의 마음 깊은 곳의 기억을 자극했다. 곧 시원의 눈동자가 어둡게 변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청아, 일어날 수 있어?”“응, 할 수 있어.” 청아가 중얼거렸지만, 몸은 꼼짝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시원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청아를 안아 올려 차로 향했다. 임구택과 함께 왔던 차가 밖에 주차되어 있었기에 청아를 조수석에 앉혔다. 근데 청아는 뭐가 불편한지 미간을 찌푸렸고 시원 자신도 모르게 함께 미간을 좁혔다.“이렇게 많이 마셔서 뭐 해? 헤어진 후에도 이렇게 날 걱정시키면.”시원은 안전벨트를 매주고 자신의 코트를 청아에게 덮어주고 나서 운전석으로 갔다. 길을 가는 동안 청아는 조용히 머리만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경원 주택단지에 도착했을 때, 시원은 청아를 안고 건물로 들어갔고 집에 들어서자 이경숙 아주머니가 놀라며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죠?”“별일 아니에요!” 시원이 차분하게 답했다. “요요는 어때요?”“요요는 벌써 잤어요!” 이경숙 아주머니가 서둘러 답했고 시원은 청아를 안고 침실로 가며 이경숙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이경숙 아주머니, 오늘은 집에 가지 마시고 여기서 요요와 같이 자세요. 청아가 술을 좀 마셔서요.”“알겠어요!” 이경숙 아주머니의 집은 어차피 혼자라 집에 가든 안 가든 상관없었다. 그리고 이경숙 아주머니가 요요를 확인하러 갔다가 다시 나왔을 때, 청아가 있는 방의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얼핏 보니 시원이 청아의 화장을 지워주고 따듯한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래서 이경숙 아주머니는 시원과 청아가 다시 화해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뻐했다.방에서, 시원은 침대 옆에 앉아 청아의 손을 닦아주었다. 청아의 손가락은 길고 하얀 편이었고, 손을 잡으면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부드러웠다.“요요, 요요!” 청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장시원은 요요를 가만히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시원의 시선이 점점 더 부드러워졌고, 요요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눈가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시원은 그렇게 눈을 깜빡이지 않고 요요를 바라보다가, 이내 일어나서 침대 옆에 놓인 이야기책을 정리했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의 램프를 좀 더 어둡게 조절한 뒤에야 문을 열고 나갔다.이경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시원이 나오자 일어나며 말했다.“이미 늦었는데 여기서 주무시는 게 어때요?”“괜찮습니다. 우청아가 좀 많이 마셔서 내일 아침에 머리가 아플 수도 있어요. 아침에 해장국 좀 끓여주세요.” 시원이 부탁하자 이경숙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청아 씨 잘 챙길게요!”그리고 시원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청아가 새로운 일이 바빠서 가끔 야근해야 할 겁니다. 요요를 돌보는 것 외에 청아도 좀 챙겨주세요. 사례비로 2000만원 계좌이체 해드릴게요.”하지만 이경숙 아주머니가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청아 씨가 이미 잘 주고 있어요. 따로 주실 필요 없어요!”“그냥 받아주세요. 청아에게는 말씀하지 마시고요!” 시원이 당부하고는, 외투를 입고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서며 말했다. “아, 그리고 오늘 저녁에 제가 청아를 데려다준 것도 말하지 마세요.”“알겠어요.”이경숙 아주머니는 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직 화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시원처럼 좋은 남자라면, 두 사람이 다시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면 청아도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테니까....시원은 건물 밖으로 나와 자신의 차에 앉았지만, 바로 출발하지 않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밤은 이미 깊어져 조용한 주택가는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가끔 새들이 무언가에 놀라 날아가는 소리만이 그 정적을 깨뜨렸다.이때 구택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시원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 시간에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나?”“내가 심심해서 전화한 거라고 하면 믿겠어?”전화 너머로
“네?” 이경숙 아주머니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어정쩡하게 말했다. “그게, 소희 씨였어요!”우청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경숙 아주머니를 같이 밥 먹자고 말했다. 그리고 밥을 다 먹고 나서, 청아는 소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젯밤에 나하고 성연희 다 너무 많이 마셔서, 네가 계산한 거야? 얼마야, 내가 너한테 보내줄게, 내가 쏘기로 했잖아!]이에 소희가 금방 답장을 보냈다. [나 아니야, 장시원 오빠가 산 거야.]청아는 소희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어젯밤, 시원 씨도 왔었어?][응, 임구택이랑 같이 왔어.]청아는 원래 시원에게 전화해서 어젯밤에 시원이 대신 낸 돈이 얼마인지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생각해 보고는 그만두었다.밥을 먹고 나서, 청아는 출근했는데, 지하철에 앉아 있으면서 평소처럼 출근할 때의 열정과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 아마도, 오늘이 콜드스프링 건축회사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회사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 지금까지 만든 여러 디자인 초안을 보면서, 청아는 더욱 떠나기 싫어졌다. 청아는 정말로 이 일을 좋아했고, 사무실에는 많은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들이 있었다. 또한, 함께 일하는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청아는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황대헌 사무실고명기가 청아를 해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청아 씨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해고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이에 황대헌은 비웃으며 말했다. “성수현이 아침 일찍 전화해서 청아 씨에 대해 컴플레인을 걸었어요. 청아를 해고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와의 모든 협력을 취소하겠다고 하면서요.”“성수현 같은 큰 고객을 잃으면, 우리 둘 중 누가 책임을 지게 될 거 같습니까?”“그 성수현의 의도가 나쁜 겁니다. 우청아 씨는 억울하죠!”“고객을 불쾌하게 했는데 어떻게 억울한 거죠?” 강하게 주장하는 고명기에 황대헌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혼자서 고고한
황대헌이 우청아를 해고하기 전에, 청아는 사직서를 황대헌의 얼굴에 내던지며 말하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 사직할 거니까 더 이상 인형처럼 여기저기 불려 다닌 지 않을 거야!’청아는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 안에서 황대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아가 문을 밀고 들어갔을 때, 처음 본 것은 성수현이었는데, 얼굴엔 멍이 들어 있고 눈빛이 다소 음울했지만 청아를 보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청아 씨, 어서 들어와요!” 황대헌이 열정적이고 친근하게 청아를 불렀다. 그리고 청아는 황대헌의 태도에 당황하여 안으로 두 걸음 들어서서야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봤다.장시원은 오늘 정장을 입지 않고 연회색 V넥 얇은 스웨터를 입었는데, 그로 인해 시원의 얼굴이 더욱 잘생기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마치 그림에서 걸어 나온 듯한 고상한 귀공자 같았다.“청아 씨, 앉아서 얘기해요!” 황대헌이 직접 청아에 물 한 잔을 따라주며 시원을 소개했다. “이분은 장시원 사장님입니다. 예전에 장씨 그룹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하니까 잘 알겠죠? 그럼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할게요.”“장시원 사장님께서 성수현 사장님에게 보여주신 설계도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십니다. 그래서 진도준 디자이너와 함께 빌딩의 설계를 맡아달라 하는데 어떤가요?” 청아는 소파에 앉아 시원과 눈을 마주치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고, 사직서를 쥔 손도 저도 모르게 꽉 쥐었다.그리고 청아는 생각했다. 황대헌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 시원 때문이라는 것을. 시원이 이른 아침부터 여기 나타난 것은 정말로 청아의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하여 협력하고 싶어서였을까?시원은 깊은 눈동자로 청아를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장씨 그룹을 떠났다고 해서 아예 협력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 건가요? 공과 사는 구분을 하셔야죠, 혼동하지 마시고.”“아니, 그런 건 아니에요!” 청아가 다소 당황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시원의 앞에서, 청아는 언제나 침착할 수 없었다.“청아 씨, 장시원 사장님께 이
“감사합니다, 장시원 사장님!” 우청아가 입을 열었다. 이 시점에서 장시원이 여기 나타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모르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 시원은 스윗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 말은 조금 전에도 한 것 같은데요.”이에 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저는 오늘 사직할 생각이었어요.”시원은 청아의 순수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마요, 나는 당신이 이렇게 사직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니까.”“성수현 같은 나쁜 사람은 한번 밟아주면 되는 거고, 그 사람 때문에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포기할 가치는 없으니까.”청아는 마음이 움직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정말 감사해요!”“정말 고마우면 설계도 잘 만들어. 기다리고 있을게!” 시원이 미소 지었다.“저, 열심히 할게요!”“그리고,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무 급한 건 아니니까!”“휴식도 잘하면서 쉬엄쉬엄 해!”시원의 덧붙인 말에 청아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시원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안 따라와도 돼.”“장시원 사장님!” 청아가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난 듯 한 걸음 다가가며 말하자 시원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순간 심장이 쿵쿵 거세게 뛰었다.“어젯밤에, 저 대신 계산을 해주셨나요? 얼마인지 알려주시면 계좌이체 해드릴게요.”순간 설레었던 시원이 마음을 가다듬고 애써 괜찮은 척 버튼을 누르고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으니까 일단 빚 진 거로 해 놔요.”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고, 마지막 순간 시원이 엘리베이터 바깥에 서 있는 청아를 바라보았을 때, 눈빛에 따듯함이 스쳐 지나갔다.청아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시원에게 20만원을 보냈다. 오늘 같은 인정을 갚을 수 없지만, 갚을 수 있는 것은 꼭 갚으려고 했다.하지만 계좌이체 한지 10분이나 지난 시점 휴대폰을 세 번이나 확인했지만, 시원은 거절했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청아는
“끊어!” 전화를 끊은 후, 우청아는 고태형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고 오후의 바쁜 일정에 들어갔다....성연희도 술에 꽤 취했었는데, 점심때 전화 소리에 깨어나서 휴대폰에 수십 개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는데 대부분 회사 일과 소희, 청아가 보낸 메시지였다.연희는 하나하나 답장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어젯밤에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반쯤 술에 취한 상태로 밤중에 일어나 샤워도 하고 화장도 지웠다는 것만 희미하게 기억났다. 술에 취해도 화장을 지우며 얼굴을 지킨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얼굴을 씻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들었고 문을 열고 나가자 식탁에서 김영이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이에 연희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했다. “왜 여기에 있어?”김영은 잘생긴 얼굴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전에 여기 와본 적 있고, 누나가 알려준 비밀번호로 들어왔어요, 기억 안 나요?”연희는 문틀에 기대며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전에는 친구였지만, 지금 우리는 낯선 사람보다 못하지 않나? 네가 내 집에 함부로 들어오는 게 맞다고 생각해?”김영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으며 말했다. “해장국을 끓였고, 몇 가지 담백한 요리도 했으니까 맛보고 어떤지 말해줘요.”“김영!” 연희는 머리가 아파 오며 몸도 조금 힘들었다. 최근 김영은 연희에게 꽃을 보내거나 선물을 보내는 등, 버려도 계속해서 보냈다. 지난번에 맞았음에도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김영이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연희는 머리카락을 짜증스럽게 쓸어올리며 말했다. “정말 네가 여기에서 쓸데없이 시간 낭비 안 했으면 좋겠어. 만약 여전히 이선유 때문이라면, 걔한테 가서 나와 노명성이 헤어졌다고 말해.”“네 임무가 완수되었다고!”김영이 연희 앞에 서서 국물을 떠주고 젓가락을 건네주며 극진하게 대했다. 연희가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국물을 마셨고, 김영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맛은 어때요? 레시피를 보고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