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경숙 아주머니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어정쩡하게 말했다. “그게, 소희 씨였어요!”우청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경숙 아주머니를 같이 밥 먹자고 말했다. 그리고 밥을 다 먹고 나서, 청아는 소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젯밤에 나하고 성연희 다 너무 많이 마셔서, 네가 계산한 거야? 얼마야, 내가 너한테 보내줄게, 내가 쏘기로 했잖아!]이에 소희가 금방 답장을 보냈다. [나 아니야, 장시원 오빠가 산 거야.]청아는 소희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어젯밤, 시원 씨도 왔었어?][응, 임구택이랑 같이 왔어.]청아는 원래 시원에게 전화해서 어젯밤에 시원이 대신 낸 돈이 얼마인지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생각해 보고는 그만두었다.밥을 먹고 나서, 청아는 출근했는데, 지하철에 앉아 있으면서 평소처럼 출근할 때의 열정과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 아마도, 오늘이 콜드스프링 건축회사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회사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 지금까지 만든 여러 디자인 초안을 보면서, 청아는 더욱 떠나기 싫어졌다. 청아는 정말로 이 일을 좋아했고, 사무실에는 많은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들이 있었다. 또한, 함께 일하는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청아는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황대헌 사무실고명기가 청아를 해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청아 씨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해고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이에 황대헌은 비웃으며 말했다. “성수현이 아침 일찍 전화해서 청아 씨에 대해 컴플레인을 걸었어요. 청아를 해고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와의 모든 협력을 취소하겠다고 하면서요.”“성수현 같은 큰 고객을 잃으면, 우리 둘 중 누가 책임을 지게 될 거 같습니까?”“그 성수현의 의도가 나쁜 겁니다. 우청아 씨는 억울하죠!”“고객을 불쾌하게 했는데 어떻게 억울한 거죠?” 강하게 주장하는 고명기에 황대헌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혼자서 고고한
황대헌이 우청아를 해고하기 전에, 청아는 사직서를 황대헌의 얼굴에 내던지며 말하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 사직할 거니까 더 이상 인형처럼 여기저기 불려 다닌 지 않을 거야!’청아는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 안에서 황대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아가 문을 밀고 들어갔을 때, 처음 본 것은 성수현이었는데, 얼굴엔 멍이 들어 있고 눈빛이 다소 음울했지만 청아를 보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청아 씨, 어서 들어와요!” 황대헌이 열정적이고 친근하게 청아를 불렀다. 그리고 청아는 황대헌의 태도에 당황하여 안으로 두 걸음 들어서서야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봤다.장시원은 오늘 정장을 입지 않고 연회색 V넥 얇은 스웨터를 입었는데, 그로 인해 시원의 얼굴이 더욱 잘생기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마치 그림에서 걸어 나온 듯한 고상한 귀공자 같았다.“청아 씨, 앉아서 얘기해요!” 황대헌이 직접 청아에 물 한 잔을 따라주며 시원을 소개했다. “이분은 장시원 사장님입니다. 예전에 장씨 그룹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하니까 잘 알겠죠? 그럼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할게요.”“장시원 사장님께서 성수현 사장님에게 보여주신 설계도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십니다. 그래서 진도준 디자이너와 함께 빌딩의 설계를 맡아달라 하는데 어떤가요?” 청아는 소파에 앉아 시원과 눈을 마주치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고, 사직서를 쥔 손도 저도 모르게 꽉 쥐었다.그리고 청아는 생각했다. 황대헌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 시원 때문이라는 것을. 시원이 이른 아침부터 여기 나타난 것은 정말로 청아의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하여 협력하고 싶어서였을까?시원은 깊은 눈동자로 청아를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장씨 그룹을 떠났다고 해서 아예 협력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 건가요? 공과 사는 구분을 하셔야죠, 혼동하지 마시고.”“아니, 그런 건 아니에요!” 청아가 다소 당황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시원의 앞에서, 청아는 언제나 침착할 수 없었다.“청아 씨, 장시원 사장님께 이
“감사합니다, 장시원 사장님!” 우청아가 입을 열었다. 이 시점에서 장시원이 여기 나타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모르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 시원은 스윗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 말은 조금 전에도 한 것 같은데요.”이에 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저는 오늘 사직할 생각이었어요.”시원은 청아의 순수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마요, 나는 당신이 이렇게 사직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니까.”“성수현 같은 나쁜 사람은 한번 밟아주면 되는 거고, 그 사람 때문에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포기할 가치는 없으니까.”청아는 마음이 움직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정말 감사해요!”“정말 고마우면 설계도 잘 만들어. 기다리고 있을게!” 시원이 미소 지었다.“저, 열심히 할게요!”“그리고,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무 급한 건 아니니까!”“휴식도 잘하면서 쉬엄쉬엄 해!”시원의 덧붙인 말에 청아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시원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안 따라와도 돼.”“장시원 사장님!” 청아가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난 듯 한 걸음 다가가며 말하자 시원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순간 심장이 쿵쿵 거세게 뛰었다.“어젯밤에, 저 대신 계산을 해주셨나요? 얼마인지 알려주시면 계좌이체 해드릴게요.”순간 설레었던 시원이 마음을 가다듬고 애써 괜찮은 척 버튼을 누르고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으니까 일단 빚 진 거로 해 놔요.”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고, 마지막 순간 시원이 엘리베이터 바깥에 서 있는 청아를 바라보았을 때, 눈빛에 따듯함이 스쳐 지나갔다.청아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시원에게 20만원을 보냈다. 오늘 같은 인정을 갚을 수 없지만, 갚을 수 있는 것은 꼭 갚으려고 했다.하지만 계좌이체 한지 10분이나 지난 시점 휴대폰을 세 번이나 확인했지만, 시원은 거절했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청아는
“끊어!” 전화를 끊은 후, 우청아는 고태형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고 오후의 바쁜 일정에 들어갔다....성연희도 술에 꽤 취했었는데, 점심때 전화 소리에 깨어나서 휴대폰에 수십 개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는데 대부분 회사 일과 소희, 청아가 보낸 메시지였다.연희는 하나하나 답장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어젯밤에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반쯤 술에 취한 상태로 밤중에 일어나 샤워도 하고 화장도 지웠다는 것만 희미하게 기억났다. 술에 취해도 화장을 지우며 얼굴을 지킨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얼굴을 씻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들었고 문을 열고 나가자 식탁에서 김영이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이에 연희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했다. “왜 여기에 있어?”김영은 잘생긴 얼굴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전에 여기 와본 적 있고, 누나가 알려준 비밀번호로 들어왔어요, 기억 안 나요?”연희는 문틀에 기대며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전에는 친구였지만, 지금 우리는 낯선 사람보다 못하지 않나? 네가 내 집에 함부로 들어오는 게 맞다고 생각해?”김영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으며 말했다. “해장국을 끓였고, 몇 가지 담백한 요리도 했으니까 맛보고 어떤지 말해줘요.”“김영!” 연희는 머리가 아파 오며 몸도 조금 힘들었다. 최근 김영은 연희에게 꽃을 보내거나 선물을 보내는 등, 버려도 계속해서 보냈다. 지난번에 맞았음에도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김영이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연희는 머리카락을 짜증스럽게 쓸어올리며 말했다. “정말 네가 여기에서 쓸데없이 시간 낭비 안 했으면 좋겠어. 만약 여전히 이선유 때문이라면, 걔한테 가서 나와 노명성이 헤어졌다고 말해.”“네 임무가 완수되었다고!”김영이 연희 앞에 서서 국물을 떠주고 젓가락을 건네주며 극진하게 대했다. 연희가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국물을 마셨고, 김영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맛은 어때요? 레시피를 보고 만들
노명성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이건 도전인가?”“아니요!” 김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성연희가 당신과 헤어졌으니, 난 누나를 쫓아다닐 권리가 생긴 거죠. 게다가, 나는 당신보다 누나를 더 사랑할 수 있어요.”“나보다 더 사랑한다고요?” 노명성은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연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 더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김영은 말했다.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여자와 어정쩡한 관계를 만들어서 누나가 계속 경계를 하지 않아도 될겁니다.”“누나를 화나게 하지 않을 것이고, 화났다면 제가 먼저 달래고 화해하려고 할 거예요. 누나가 불안해하지 않게요.”“나는 누나와 결혼하는 날만 기다릴 거예요. 누나를 사랑하고, 누나를 아끼며, 평생 누나만을 잘 대할 겁니다!”연희는 김영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고 명성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연희를 잘 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번 생의 연희는 내 것이야!”“맞아!” 연희가 갑자기 말했지만, 그 말은 김영을 향한 것이었다. 이에 명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성연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연희는 명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김영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요, 내 인생은 더 아름다울 수 있는데 왜 남자 때문에 불안해해야 하겠어? 왜 행복을 남자에게 기대해야 하지?”“누나?” 김영이 놀라 연희를 바라보자 연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고마워요, 네가 해준 말과 음식 고마워!”연희는 일어나서 안방으로 걸어갔다. “나는 이제 다시 잘 거니까, 두 분 나가면서 문 좀 닫아요!”김영은 연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기뻐했다. 연희의 뜻은 본인이 명성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걸까?명성은 김영의 생각을 훤히 알아차린 듯, 안경 너머 깊은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식 한 끼하고 꽃 몇 송이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김영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죠!”명성은 입가에 시니컬한 미소를 띠고
“그리고, 술 마시면 다시 너를 직접 잡아다가, 3일간 침대에서 못 일어나게 할 거야!”말을 마친 노명성은 잠시 기다렸다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돌아서서 떠났다. 방 안에서 성연희는 문에 기대어 바닥에 앉아, 밖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희는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토요일 오전, 소희는 임유민에게 수업을 해줬고 휴식 시간에 유민이 말했다. “월요일 오후에 우리 학부모 회의가 있어요, 제 부모님이 안 계셔서, 대신 가주세요!”소희가 유민을 바라보며 묻자 임유민은 태연하게 말했다.“어떤 학부모 회의인데?”“전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선생님이 칭찬 회를 열면서 다른 학생들도 독려하려고 해요.”“1등이라고? 앞에서 1등이야 아니면 뒤로 1등이야?”놀리는 듯한 말투에 유민이 소희를 힐끗 보며 말했다. “이건 선생님이 자신 없는 건가요, 아니면 나를 믿지 않는 건가요?”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수학 경시대회 문제가 매우 어렵다고 들었어!”“그럭저럭이에요!” 유민이 거만하게 말했다. “그래서 결정했어요? 갈 거예요?”“안 갈 거야, 대신 네 삼촌을 보내!”소희가 단호하게 말하자 유민이 눈살을 찌푸렸다.“왜 안 가요?” “널 칭찬하는 거면, 나도 거기 가서 연설해야 하잖아? 네 평소 학습 습관이나, 어떻게 가르치는지 말해야 해?” 소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강성에서 한 번 참여한 적이 있었다. 1등의 부모가 연설대에 올라가서 자신의 교육 방법과 이런저런 것들을 자랑했고, 아래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시선이 가득했다.당시에는 부모를 부르지 않고, 뒷줄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지루함을 느꼈기에 소희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에 서고 싶지 않았다.“제 삼촌이 간다면, 선생님을 설득할 필요가 없었겠죠!” 유민이 투덜거렸다. “가주세요, 제가 선생님께 말할게요. 연설할 필요 없고 거기 앉아만 있으면 돼요.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 뒤에 저랑 밥 먹으러 가요.”“내가 당신을 데
수업을 마치고 소희는 임구택을 찾아 2층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임구택은 창가 쪽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소희가 들어오자 잘생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뭐 하러 노크까지 해.”소희는 손에 든 인삼을 책상 위에 놓으며,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어머님이 보내셨어, 먹어!”이에 구택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네 몸을 잘 돌보라고 준 건데, 매번 나한테 주면 엄마가 나랑 말도 안 하실 거야.”“내가 주는 거니까, 어머님이 화낸다면 나한테 화내라 해.”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자신의 품에 앉히고 가녀린 허리를 두 팔로 감싸며 말했다. “엄마는 너한테 화내지 못해, 화낼 거면 나한테만 화내겠지.”“먼저 이걸 먹어.” 소희가 인삼을 들이밀자 구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 먹으면 안 돼? 달콤한 걸 별로 안 좋아해.”“내가 먹여줄까?” 소희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묻자 구택의 눈빛은 깊고 의미심장했다. “어떻게 먹여줄 건데?”그러자 소희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 방법.”소희의 말에 구택은 목을 가다듬었고 구택의 시선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면 뭐 하러 기다려!”소희는 입술 가에 살짝 미소를 띠며, 구택에게 입을 벌리라며 인삼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구택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물었다. “이게 네가 생각한 그 방법이야?”이에 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가?”구택은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약간 서운해했다. 그런 모습에 소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인삼을 자기 입에 넣고 구택에게 기울어 구택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달콤한 인삼이 입 안에서 녹아내리고, 구택은 몇 번 삼키고 나서, 소희가 든 도자기 그릇을 책상에 놓았다. 그리고 소희의 얼굴을 손으로 쓸며 소희를 자기 가슴과 의자 사이에 누르고 집중해서 부드럽게 키스했다.소희는 눈을 반쯤 감고 나른하게 누워있는 고양이처럼 느껴졌다. 소희의 매혹적이고 자각하지 못하는 모습에 구택은 점점 더 자제할 수 없게 되었다.
“안 돼!” 임구택이 입을 열었고 목소리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낮 시간도 나의 것이야!”이에 성연희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구택 씨, 너무 한 거 아니예요?”소희는 둘의 대화를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연희에게 말했다.“화내지 마, 나 지금 임씨 저택에 있으니까 데리러 와!”“오예!” 연희는 흥분과 자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나의 소희야, 기다려, 금방 갈게!”전화를 끊고 나서, 구택은 소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오늘 청원으로 돌아가기로 했잖아. 데이비드와 설희가 널 보고 싶어 해.”소희는 구택에게 다가가 안았다. “연희와 노명성이 아직 화해하지 못해서 연희와 좀 더 있고 싶어. 저녁에 청원으로 돌아가자.”구택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구택은 그저 고개를 숙여 소희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술 마시지 마, 마시고 싶으면 돌아와서 내가 너랑 같이 마셔줄게.”“알았어, 술 안 마실게. 연희도 안 마시게 할게!”“그래!”소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노정순에게 인사를 하고 점심식사에 머무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노정순이 투덜거리며 말했다.“일주일을 기다렸는데 또 안 남아?”그러자 구택이 계단에서 내려와 소희를 변호했다. “소희가 일이 있어요. 이제 사람이 소희를 데리러 올 거예요. 제가 어머니랑 점심 같이 먹을게요.”“네가 필요한 게 아냐. 내가 원하는 건 소희야!” 노정순이 구택을 힐끗 보며 말핮 구택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가족들 눈에는 소희밖에 없었다. 이에 소희가 웃으며 말했다.“내일 점심에 꼭 여기 있을게요.”그제야 노정순은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내일 점심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게 할게.”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십 분 후, 소희는 연희의 차를 타고 떠났고 연희는 구택이 화가 난 건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소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웃었다.“오늘 주말인데 우청아도 같이 불러내자. 지금 전화해 볼게.”
소희가 메시지를 보낸 지 3초 만에 임구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차 안에서 소희는 깜빡거리는 전화 화면을 잠시 응시했다. 남궁민이 불편해할까 싶어 임구택이 무슨 말을 할지 걱정되어 잠깐 망설이다 전화를 끊고,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하고 싶은 말 있으면 문자로 해.][왜 전화 끊었어? 그 사람은 왜 왔어?]소희는 첫 질문은 넘기고 대답했다.[아마 우리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온 것 같아.][그런데 왜 굳이 그 사람한테 밥까지 사?][손님이니까 예의를 지켜야지.]그러자 구택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그럼 어디로 가는지 주소 보내.]소희는 예정된 식당 주소를 보냈다. 그 사이 앞좌석에서는 심명과 남궁민이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고, 소희는 눈을 감아버렸다.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소희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구택을 발견했다. 그는 날렵하고 우아한 맞춤 정장을 입고, 시계를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소희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심명도 구택을 발견하곤 얼굴을 찌푸리며 소희에게 물었다.“왜 임구택까지 불렀어?”소희가 대답했다.“구택도 남궁민을 알아.”심명은 불편한 표정으로 몸을 돌리며 가려고 했다. 그때 남궁민이 비웃으며 말했다.“뭐죠? 얼굴 보기도 전에 도망가려는 건가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여자를 남에게 뺏긴 거죠.”소희는 남궁민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무슨 말이야?”심명은 얼굴이 굳어지며 남궁민에게 한 대 더 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다가 소희의 물음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임구택이 왔으면 잘됐네. 나도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겠군.”구택은 이미 소희를 보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소희의 손을 먼저 잡은 뒤 남궁민과 심명을 번갈아 보았다. 이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남궁민이 입을 열기 전, 소희가 먼저 소개했다.“내 남자친구, 임구택.”남궁민은 이미 이디야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손을 내밀며 태연하게 말했다.“사장님, 반가
“남궁민은 어디 있어?” 소희가 물었다. 심명이 옆으로 비켜서자, 소희는 소파에 다리와 팔이 묶인 채 앉아 있는 남궁민을 보게 되었다.둘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소희는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남궁민은 반가움에 찬 얼굴로 말했다.“소희, 드디어 다시 만났네!”소희는 다가가 직접 그의 묶인 끈을 풀어주며 물었다.“여긴 어쩐 일로 왔어?”남궁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짙은 갈색 눈동자에는 온화한 빛이 감돌았다.“당신을 보러 왔지!심명은 이 광경에 속이 뒤틀리는 것처럼 불편해하며 눈살을 찌푸렸다.“말하려면 제대로 해. 그 지독한 표정은 뭐야? 나도 아직 여기 있거든.”남궁민은 심명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오직 소희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사실 예전부터 찾아오고 싶었어. 그런데 한동안 강시언의 일을 돕느라 조금 늦었거든.”소희는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설마 새해에 그 메시지 보낸 게 당신이었어?”남궁민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나야!”소희는 살짝 웃으며 물었다.“지금 어디서 묵고 있는데?”“호텔에 있어.”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확인하고 말했다.“그럼 점심은 내가 대접할게.”“좋지!” 남궁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사는 곳이니, 네가 주인이지.”그때 심명이 갑자기 끼어들며 소희에게 애교 섞인 불만을 표했다.“나도 같이 갈래! 그런데 왜 나한텐 밥 사준다고 안 해?”남궁민이 비웃으며 말했다.“여긴 네 구역이라며. 자기 땅에서 뭘 또 사달라고 하는 거야?”“우리 둘 사이에 당신이 끼어들 일 아니거든요!” 심명은 이를 악물자, 소희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둘 다 그만 좀 해. 점심은 내가 두 사람 다 대접할 테니까.”두 사람은 동시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서로를 한 번 흘겨보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점심시간이 다가와 세 사람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소희는 차를 가져왔고, 남궁민은 아까까지 묶여 있었기에 당연히 소희의 차에 탔다. 그는 앞좌석 문을 열
소희는 놀란 듯 말했다.[남궁민? 어디 있어?]“지금 내 곁에 있어. 네가 오랫동안 미행을 당하는 걸 보고 그를 데려왔어.”“그자가 혹시라도 너를 괴롭히는 거라면, 내가 당장 그를 돌려보내 버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 심명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소희는 어이가 없어 말했다.[주소 좀 보내줘. 내가 곧 갈 테니까 그 사람한테 손대지 마.]“알았어!” 심명은 기쁘게 대답한 뒤, 덧붙였다.“운전 조심하고 서두르지 마.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릴게.”소희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심명은 소희와 곧 만나게 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즉시 주소를 보냈다. 그러자 남궁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심명을 쳐다보았다.“이제 내가 소희의 친구라는 걸 알았으니, 얼른 나 좀 풀어줄래요?”심명은 남궁민이 자신을 소희의 전 남자친구라 소개한 이후로 불편함이 가득했기에, 냉소하며 말했다.“소희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뭘 그렇게 서두르나요? 얌전히 기다려요.”남궁민은 손이 뒤로 묶여 있었지만, 다리는 자유로워 스스로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그는 심명의 표정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소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심명은 남궁민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소희랑 어떻게 알게 된 사이에요?”남궁민은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얼굴로 눈을 한 번 깜빡이며 무시하듯 말했다.“내가 왜 대답해야 하죠?”심명은 냉소하며 말했다.“그럼 내가 소희가 오기 전에 널 영영 소희를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버릴 권리도 있다는 거 잊지 마요.”남궁민은 심명이 실제로 그렇게 할 사람이라는 걸 알고, 결국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우린 꽤 오래된 친구예요.”“꽤 오래됐다고요? 그럼 내가 소희를 만난 시기보다 더 이른 시절이라는 건가요?”“당연히 그렇죠!” 남궁민은 소희와의 만남을 자랑스럽게 회상하며 말했다.“그때 소희가 나한테 총을 건네줬거든요.”심명은 비웃으며 말했다.“자기 보호도 못 하는 주제에 전장에 나간 걸 자랑이라고 해요?”“난 그래서 그 생사를 함께한 친
남궁민은 코웃음을 치며 느긋하게 말했다.“나랑 소희의 관계? 나는 소희의 전 남친이자, 생사를 함께한 친구...”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명은 벌떡 일어나 그의 얼굴을 위험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당신의 소희의 뭐라고요? 방금 잘 못 들었으니까 다시 말해봐요.”남궁민이 태연하게 말했다.“나는 소희의 전...”퍽! 심명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꽂혔다. 심명의 매력적인 눈매는 분노로 붉게 물들었고, 섬뜩하고 냉혹한 기운이 감돌았다.“내가 아는 한, 소희에게 전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건 나뿐이에요. 감히 나의 소희를 핑계 삼으려고 하다니, 죽여서 내쫓아버릴 줄 알아요!”남궁민은 입가에 상처가 생겨 피가 맺혔다. 이를 악물고 심명을 노려보며 말했다.“여기도 법과 인권이 있는 나라니 조심해요. 내가 당신을 고소할 거니까. 아니, 지금 내 인신 자유를 불법으로 제한하고 있으니 꼭 법적 조치를 취할 거예요!”심명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느긋한 태도로 말했다.“이곳은 내 구역인데, 당신이 뭘 하든 내가 겁낼 줄 알아요?”그리고 옆에 있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데려가서 실컷 두들겨 패. 사실대로 말할 때까지 계속.”남궁민은 심명이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난 진짜로 서희를 알아요. 그래서 C 국까지 찾아온 거라고요!”심명은 남궁민이 서희라는 이름을 말하는 걸 듣고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며 경계심이 더해졌다.“찾으러 온 이유가 뭐죠?”남궁민은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말했잖아요. 우리는 친구이자, 생사를 함께한 사이라고.”“생사를 함께 했다고요?” 심명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우리 소희를 구한 적이라도 있다는 건가요?”“서희가 날 구했죠.” 남궁민은 자부심이 서린 표정으로 답했다.“또한 우린 함께 싸운 적도 있다고.”심명은 소희의 과거에 대해 일부 알고 있었기에 그의 말에 약간의 신빙성을 느끼기 시작했다.“남자가 여자에게 구원받았다니, 정말 큰 은혜를 입었네.”남궁민은 심명의 비꼬는
지엠 본사 아래 주차장에 도착한 소희는 차를 세우고 내려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몇 대 떨어진 곳에 파란색 페라리가 멈춰 서더니, 연한 파란색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가 소희 쪽을 바라보며 걸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남자는 몸을 돌릴 겨를도 없이 목덜미에 통증을 느끼며 눈앞이 깜깜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곧이어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다가와 검은색 롤스로이스로 끌고 가 태웠고, 차는 신속히 사라졌다.소희는 차 뒤쪽을 돌아가며 누가 자신을 미행했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페라리가 주차된 자리까지 가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차의 주인 역시 사라진 상태였다.소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혹시 자신이 오해했나 싶었다. 그저 우연히 그곳에 주차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떠나버린 걸까?더 이상 찾을 수 없자, 소희는 신경을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화영을 만나러 갔다.화영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화영은 회의 중이었다. 소희는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며 기다렸다.약 30분 후, 화영이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소희는 소파에 기대어 쿠션을 안고 잠들어 있었다.소희는 소리에 금세 눈을 떴다. 화영인 걸 확인하고 다시 눈을 감은 채 잠을 깨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영은 소희에게 커피 한 잔을 준비해 건네주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자 화영은 소희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웃으며 말했다.“며칠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구택 사장님이 자제를 좀 하셔야겠어.”소희는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며, 눈가에 핀 연한 홍조가 스며들었다. 그녀는 커피잔을 손에 들고 물었다.“설탕 넣었지?”“넣었어. 세상에, King이 달콤한 걸 좋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화영이 웃저, 소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먼저 마시고, 다 마시면 드레스 피팅하러 가자.” 화영이 말에, 소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투덜댔
결혼식까지는 아직 일주일이 남았다. 원래라면 소희는 지금쯤 운성으로 돌아가야 했고, 결혼 전까지 두 사람은 만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소희는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직접 할아버지께 말씀드려.”구택은 낮게 웃으며 끝없이 소희의 얼굴에 입맞춤을 퍼부었다.“좋아, 내가 말할게. 할아버지도 분명 내 마음을 이해해 주실 거야.”소희는 침대에 눕자 이불을 뒤집어쓰며 몸을 말아 올렸다. 손을 뻗어 불을 끄고는 말했다.“너무 졸려, 이제 자자!”구택은 욕실 가운을 벗어 이불을 젖히고 들어가 소희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어깨에 입맞춤을 남겼다.“분명 아까까지는 아주 생기 넘치더니.”“조금 자제해주면 안 돼?” 소희는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 구택은 그녀의 목선을 따라 올라가 귀밑을 가볍게 입 맞추며 말했다.“곧 운성으로 돌아가잖아. 우리 사흘 동안 못 보겠는걸.”“나흘이야!” 소희는 구택을 바로잡았다.“나흘도 길지. 내가 혼자 이 침대를 지키며 네가 없는 네 밤을 보내야 한다니.” 구택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낮고 매혹적으로 변해갔다. 그는 소희의 귀 뒤에 자극적인 입맞춤을 남겼다.소희는 귀 뒤의 예민한 피부가 붉게 물들며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몸과 마음이 점점 나른해지면서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그 결과, 다음 날 아침 소희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구택은 원래 그녀와 함께 출근하고 싶었지만, 피곤해 보이는 그녀를 보고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얻었으니, 오늘은 양보해야지. 나 혼자 출근할 수밖에.”소희는 그의 애처로운 투정에 베개에 얼굴을 묻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돌려 구택을 보았다.“얼른 출근해. 저녁에 내가 데리러 갈게.”“충분히 자고 일어나서 아침 꼭 챙겨 먹고, 나갈 때는 연락해.” 구택이 당부했다.“알겠어!”구택은 소희의 뺨에 입맞춤을 남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섰다. 소희는 열 시까지 푹 자고 아침을 먹은 후 구택
그날 밤, 어정.임구택이 샤워하는 동안 소희는 발코니의 소파에 기대어 성연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소희의 얼굴에는 약간의 피로가 묻어 있었고, 눈매는 지쳐 보였다. 연희는 결혼식 날 구택이 신부를 맞이하러 올 때 어떻게 혼내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신나게 설명하고 있었다.[아, 맞다. 소희야, 지씨 가문의 일 들었어?] 연희가 갑자기 화제를 바꿨고, 졸음이 밀려오던 소희는 흐릿하게 대답했다.“지씨 가문? 무슨 일이야?”[지씨 가문의 어르신이 돌아가시자마자 엄청난 권력 다툼이 일어났대. 결국 지승현이 이겼다고 하더라.][다들 상상도 못 했지. 지씨 가문에서 내쫓겼던 할머니가 이런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을 줄은 말이야!] 연희가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사실 나도 아심이 때문에 지씨 가문에 관심을 두게 됐어. 그동안 유언장 때문에 아심이가 지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거든.][나도 그녀를 도울 방법을 고민했는데, 그 집 할머니가 몰래 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씨 가문 사람들도 아심이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어졌어.]아심 이야기가 나오자 소희는 금세 정신이 들었고, 성연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눈빛에는 생각에 잠긴 기색이 더해졌다.연희가 덧붙였다.[지승현은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정말 냉정한 사람인 것 같아.][이틀 만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측 사람들을 많이 내쫓았다는 소문이 돌더라고. 이런 성격을 가진 지승현이니, 지씨 가문의 사람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지.][그래서 아심이가 손해를 보지 않을까 좀 걱정돼.]소희는 마음이 복잡해져 연희와 몇 마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구택이 다가와 소희의 옆에 앉으며 방금 말리던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물었다.“아까는 졸린다며?”소희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뭔데?” 구택은 욕실 가운을 반쯤 열어젖히고 다가왔고, 그로 인해 은은한 차가운 향과 함께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승현은 단호하게 말했다.“이건 할머니의 마음이야. 그리고 네가 당연히 받아야 할 몫이기도 해.”아심이 대답했다.“할머니의 마음은 손자며느리에게, 지씨 가문의 일원에게 주고 싶었던 거겠지. 그래서 받을 수 없어. 네가 가지고 있다가, 미래의 아내에게 전해줘.”“아심아...” 승현은 여전히 아심을 설득하고 싶어 하자, 아심이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넌 날 잘 안다고 했잖아. 그러니 더는 설득하지 마.”승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심아, 굳이 모든 관계를 이렇게 명확히 나눌 필요는 없잖아.”“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친구 사이에도 서로 조금씩 빚지며 관계가 깊어지기도 하는 거야.”아심은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볼게.”승현은 아심의 진지한 표정에 웃음이 터져 나왔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녀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져 가는 걸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더 큰 아쉬움도 느껴졌다.“아심아, 앞으로 우리 계속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물론이지.” 아심은 미소 지었다.“설마 나에게 원망이 남아서, 선을 긋고 싶다는 건 아니겠지?”“당연히 그럴 리 없지!” 승현은 즉시 대답했다.“난 네게 오직 고마운 마음뿐이야.”그리고 아쉬움도 함께.“그럼 됐네.”이때 직원이 음식을 가져와 두 사람은 대화를 잠시 멈췄다. 아심은 숟가락을 들어 웃으며 말했다.“일단 식사하자. 며칠 동안 쌓인 일을 처리하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지 오래야.”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그렇게 고생해? 돈이야 끝없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고생하는 이유가 꼭 돈 때문만은 아니야.” 아심은 해산물 수프를 한 모금 마시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한 번 바빠지면 그냥 멈추기 싫어지거든.”승현은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래도 건강은 챙겨야 해. 의사도 그렇게 당부했잖아.”“알겠어.”두 사람은 가볍게 일상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갔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승현
아심은 표정 변함없이 물을 따라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눈치챘어?”승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하게 말했다.“응. 원래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피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했어.”그는 아심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이틀 전, 내 개인 계좌에 정아현 씨가 보낸 돈이 들어왔더라. 그래서 아현 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어.”“아현 씨가 그러더라고. 네가 부탁한 거라고, 네가 소개해 준 고객에 대한 커미션이라고 말이야.”“그 순간 모든 게 이해됐어.”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너는 정말로 남에게 빚지지 않으려는 사람이구나. 내게 여자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한 것도, 내가 병원에서 서명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지?”“그리고, 그때 이미 할머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내 곁에 있어 주며 힘든 시기를 함께해준 거고.”“또한 예전에 네가 아플 때 내가 곁을 지켜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고.”“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너는 일부러 강성을 떠났지.”“혹시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있을까 봐,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더라도 임종을 앞둔 할머니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아심은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할머니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해 나도 아쉬워.”승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넌 매일 할머니와 통화했잖아. 할머니는 정말 기뻐하셨고, 가시는 길도 평온하셨어.”“그렇다면 다행이네.”아심은 승현이 똑똑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별할 때 얽히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승현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심아, 정말로 나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어?”아심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사실 중간에 너와 진지하게 연애를 시작해 볼까 생각도 했어. 하지만 미안해, 그건 내겐 무리였어.”승현이 물었다.“그 사람 때문이야?”아심은 솔직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래.”승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