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이 우청아를 해고하기 전에, 청아는 사직서를 황대헌의 얼굴에 내던지며 말하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 사직할 거니까 더 이상 인형처럼 여기저기 불려 다닌 지 않을 거야!’청아는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 안에서 황대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아가 문을 밀고 들어갔을 때, 처음 본 것은 성수현이었는데, 얼굴엔 멍이 들어 있고 눈빛이 다소 음울했지만 청아를 보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청아 씨, 어서 들어와요!” 황대헌이 열정적이고 친근하게 청아를 불렀다. 그리고 청아는 황대헌의 태도에 당황하여 안으로 두 걸음 들어서서야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봤다.장시원은 오늘 정장을 입지 않고 연회색 V넥 얇은 스웨터를 입었는데, 그로 인해 시원의 얼굴이 더욱 잘생기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마치 그림에서 걸어 나온 듯한 고상한 귀공자 같았다.“청아 씨, 앉아서 얘기해요!” 황대헌이 직접 청아에 물 한 잔을 따라주며 시원을 소개했다. “이분은 장시원 사장님입니다. 예전에 장씨 그룹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하니까 잘 알겠죠? 그럼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할게요.”“장시원 사장님께서 성수현 사장님에게 보여주신 설계도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십니다. 그래서 진도준 디자이너와 함께 빌딩의 설계를 맡아달라 하는데 어떤가요?” 청아는 소파에 앉아 시원과 눈을 마주치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고, 사직서를 쥔 손도 저도 모르게 꽉 쥐었다.그리고 청아는 생각했다. 황대헌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 시원 때문이라는 것을. 시원이 이른 아침부터 여기 나타난 것은 정말로 청아의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하여 협력하고 싶어서였을까?시원은 깊은 눈동자로 청아를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장씨 그룹을 떠났다고 해서 아예 협력조차도 하고 싶지 않은 건가요? 공과 사는 구분을 하셔야죠, 혼동하지 마시고.”“아니, 그런 건 아니에요!” 청아가 다소 당황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시원의 앞에서, 청아는 언제나 침착할 수 없었다.“청아 씨, 장시원 사장님께 이
“감사합니다, 장시원 사장님!” 우청아가 입을 열었다. 이 시점에서 장시원이 여기 나타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모르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 시원은 스윗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 말은 조금 전에도 한 것 같은데요.”이에 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저는 오늘 사직할 생각이었어요.”시원은 청아의 순수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마요, 나는 당신이 이렇게 사직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니까.”“성수현 같은 나쁜 사람은 한번 밟아주면 되는 거고, 그 사람 때문에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포기할 가치는 없으니까.”청아는 마음이 움직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정말 감사해요!”“정말 고마우면 설계도 잘 만들어. 기다리고 있을게!” 시원이 미소 지었다.“저, 열심히 할게요!”“그리고,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무 급한 건 아니니까!”“휴식도 잘하면서 쉬엄쉬엄 해!”시원의 덧붙인 말에 청아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시원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안 따라와도 돼.”“장시원 사장님!” 청아가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난 듯 한 걸음 다가가며 말하자 시원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순간 심장이 쿵쿵 거세게 뛰었다.“어젯밤에, 저 대신 계산을 해주셨나요? 얼마인지 알려주시면 계좌이체 해드릴게요.”순간 설레었던 시원이 마음을 가다듬고 애써 괜찮은 척 버튼을 누르고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으니까 일단 빚 진 거로 해 놔요.”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고, 마지막 순간 시원이 엘리베이터 바깥에 서 있는 청아를 바라보았을 때, 눈빛에 따듯함이 스쳐 지나갔다.청아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시원에게 20만원을 보냈다. 오늘 같은 인정을 갚을 수 없지만, 갚을 수 있는 것은 꼭 갚으려고 했다.하지만 계좌이체 한지 10분이나 지난 시점 휴대폰을 세 번이나 확인했지만, 시원은 거절했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청아는
“끊어!” 전화를 끊은 후, 우청아는 고태형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고 오후의 바쁜 일정에 들어갔다....성연희도 술에 꽤 취했었는데, 점심때 전화 소리에 깨어나서 휴대폰에 수십 개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는데 대부분 회사 일과 소희, 청아가 보낸 메시지였다.연희는 하나하나 답장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어젯밤에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반쯤 술에 취한 상태로 밤중에 일어나 샤워도 하고 화장도 지웠다는 것만 희미하게 기억났다. 술에 취해도 화장을 지우며 얼굴을 지킨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얼굴을 씻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들었고 문을 열고 나가자 식탁에서 김영이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이에 연희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했다. “왜 여기에 있어?”김영은 잘생긴 얼굴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전에 여기 와본 적 있고, 누나가 알려준 비밀번호로 들어왔어요, 기억 안 나요?”연희는 문틀에 기대며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전에는 친구였지만, 지금 우리는 낯선 사람보다 못하지 않나? 네가 내 집에 함부로 들어오는 게 맞다고 생각해?”김영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으며 말했다. “해장국을 끓였고, 몇 가지 담백한 요리도 했으니까 맛보고 어떤지 말해줘요.”“김영!” 연희는 머리가 아파 오며 몸도 조금 힘들었다. 최근 김영은 연희에게 꽃을 보내거나 선물을 보내는 등, 버려도 계속해서 보냈다. 지난번에 맞았음에도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김영이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연희는 머리카락을 짜증스럽게 쓸어올리며 말했다. “정말 네가 여기에서 쓸데없이 시간 낭비 안 했으면 좋겠어. 만약 여전히 이선유 때문이라면, 걔한테 가서 나와 노명성이 헤어졌다고 말해.”“네 임무가 완수되었다고!”김영이 연희 앞에 서서 국물을 떠주고 젓가락을 건네주며 극진하게 대했다. 연희가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국물을 마셨고, 김영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맛은 어때요? 레시피를 보고 만들
노명성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이건 도전인가?”“아니요!” 김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성연희가 당신과 헤어졌으니, 난 누나를 쫓아다닐 권리가 생긴 거죠. 게다가, 나는 당신보다 누나를 더 사랑할 수 있어요.”“나보다 더 사랑한다고요?” 노명성은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연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 더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김영은 말했다.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여자와 어정쩡한 관계를 만들어서 누나가 계속 경계를 하지 않아도 될겁니다.”“누나를 화나게 하지 않을 것이고, 화났다면 제가 먼저 달래고 화해하려고 할 거예요. 누나가 불안해하지 않게요.”“나는 누나와 결혼하는 날만 기다릴 거예요. 누나를 사랑하고, 누나를 아끼며, 평생 누나만을 잘 대할 겁니다!”연희는 김영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고 명성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연희를 잘 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번 생의 연희는 내 것이야!”“맞아!” 연희가 갑자기 말했지만, 그 말은 김영을 향한 것이었다. 이에 명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성연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연희는 명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김영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요, 내 인생은 더 아름다울 수 있는데 왜 남자 때문에 불안해해야 하겠어? 왜 행복을 남자에게 기대해야 하지?”“누나?” 김영이 놀라 연희를 바라보자 연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고마워요, 네가 해준 말과 음식 고마워!”연희는 일어나서 안방으로 걸어갔다. “나는 이제 다시 잘 거니까, 두 분 나가면서 문 좀 닫아요!”김영은 연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기뻐했다. 연희의 뜻은 본인이 명성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걸까?명성은 김영의 생각을 훤히 알아차린 듯, 안경 너머 깊은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식 한 끼하고 꽃 몇 송이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김영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죠!”명성은 입가에 시니컬한 미소를 띠고
“그리고, 술 마시면 다시 너를 직접 잡아다가, 3일간 침대에서 못 일어나게 할 거야!”말을 마친 노명성은 잠시 기다렸다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돌아서서 떠났다. 방 안에서 성연희는 문에 기대어 바닥에 앉아, 밖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희는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토요일 오전, 소희는 임유민에게 수업을 해줬고 휴식 시간에 유민이 말했다. “월요일 오후에 우리 학부모 회의가 있어요, 제 부모님이 안 계셔서, 대신 가주세요!”소희가 유민을 바라보며 묻자 임유민은 태연하게 말했다.“어떤 학부모 회의인데?”“전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선생님이 칭찬 회를 열면서 다른 학생들도 독려하려고 해요.”“1등이라고? 앞에서 1등이야 아니면 뒤로 1등이야?”놀리는 듯한 말투에 유민이 소희를 힐끗 보며 말했다. “이건 선생님이 자신 없는 건가요, 아니면 나를 믿지 않는 건가요?”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수학 경시대회 문제가 매우 어렵다고 들었어!”“그럭저럭이에요!” 유민이 거만하게 말했다. “그래서 결정했어요? 갈 거예요?”“안 갈 거야, 대신 네 삼촌을 보내!”소희가 단호하게 말하자 유민이 눈살을 찌푸렸다.“왜 안 가요?” “널 칭찬하는 거면, 나도 거기 가서 연설해야 하잖아? 네 평소 학습 습관이나, 어떻게 가르치는지 말해야 해?” 소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강성에서 한 번 참여한 적이 있었다. 1등의 부모가 연설대에 올라가서 자신의 교육 방법과 이런저런 것들을 자랑했고, 아래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시선이 가득했다.당시에는 부모를 부르지 않고, 뒷줄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지루함을 느꼈기에 소희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에 서고 싶지 않았다.“제 삼촌이 간다면, 선생님을 설득할 필요가 없었겠죠!” 유민이 투덜거렸다. “가주세요, 제가 선생님께 말할게요. 연설할 필요 없고 거기 앉아만 있으면 돼요.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 뒤에 저랑 밥 먹으러 가요.”“내가 당신을 데
수업을 마치고 소희는 임구택을 찾아 2층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임구택은 창가 쪽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소희가 들어오자 잘생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뭐 하러 노크까지 해.”소희는 손에 든 인삼을 책상 위에 놓으며,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어머님이 보내셨어, 먹어!”이에 구택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네 몸을 잘 돌보라고 준 건데, 매번 나한테 주면 엄마가 나랑 말도 안 하실 거야.”“내가 주는 거니까, 어머님이 화낸다면 나한테 화내라 해.”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자신의 품에 앉히고 가녀린 허리를 두 팔로 감싸며 말했다. “엄마는 너한테 화내지 못해, 화낼 거면 나한테만 화내겠지.”“먼저 이걸 먹어.” 소희가 인삼을 들이밀자 구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안 먹으면 안 돼? 달콤한 걸 별로 안 좋아해.”“내가 먹여줄까?” 소희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묻자 구택의 눈빛은 깊고 의미심장했다. “어떻게 먹여줄 건데?”그러자 소희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 방법.”소희의 말에 구택은 목을 가다듬었고 구택의 시선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면 뭐 하러 기다려!”소희는 입술 가에 살짝 미소를 띠며, 구택에게 입을 벌리라며 인삼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구택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물었다. “이게 네가 생각한 그 방법이야?”이에 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가?”구택은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약간 서운해했다. 그런 모습에 소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인삼을 자기 입에 넣고 구택에게 기울어 구택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달콤한 인삼이 입 안에서 녹아내리고, 구택은 몇 번 삼키고 나서, 소희가 든 도자기 그릇을 책상에 놓았다. 그리고 소희의 얼굴을 손으로 쓸며 소희를 자기 가슴과 의자 사이에 누르고 집중해서 부드럽게 키스했다.소희는 눈을 반쯤 감고 나른하게 누워있는 고양이처럼 느껴졌다. 소희의 매혹적이고 자각하지 못하는 모습에 구택은 점점 더 자제할 수 없게 되었다.
“안 돼!” 임구택이 입을 열었고 목소리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낮 시간도 나의 것이야!”이에 성연희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구택 씨, 너무 한 거 아니예요?”소희는 둘의 대화를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연희에게 말했다.“화내지 마, 나 지금 임씨 저택에 있으니까 데리러 와!”“오예!” 연희는 흥분과 자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나의 소희야, 기다려, 금방 갈게!”전화를 끊고 나서, 구택은 소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오늘 청원으로 돌아가기로 했잖아. 데이비드와 설희가 널 보고 싶어 해.”소희는 구택에게 다가가 안았다. “연희와 노명성이 아직 화해하지 못해서 연희와 좀 더 있고 싶어. 저녁에 청원으로 돌아가자.”구택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구택은 그저 고개를 숙여 소희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술 마시지 마, 마시고 싶으면 돌아와서 내가 너랑 같이 마셔줄게.”“알았어, 술 안 마실게. 연희도 안 마시게 할게!”“그래!”소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노정순에게 인사를 하고 점심식사에 머무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노정순이 투덜거리며 말했다.“일주일을 기다렸는데 또 안 남아?”그러자 구택이 계단에서 내려와 소희를 변호했다. “소희가 일이 있어요. 이제 사람이 소희를 데리러 올 거예요. 제가 어머니랑 점심 같이 먹을게요.”“네가 필요한 게 아냐. 내가 원하는 건 소희야!” 노정순이 구택을 힐끗 보며 말핮 구택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가족들 눈에는 소희밖에 없었다. 이에 소희가 웃으며 말했다.“내일 점심에 꼭 여기 있을게요.”그제야 노정순은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내일 점심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게 할게.”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십 분 후, 소희는 연희의 차를 타고 떠났고 연희는 구택이 화가 난 건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소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웃었다.“오늘 주말인데 우청아도 같이 불러내자. 지금 전화해 볼게.”
성연희 어머니가 화를 내며 말했다. “소희야, 저 녀석이 뭐라는 거야!”이때 노명성이 다가와 연희를 막았다. “연희야, 잠깐 얘기 좀 하자.”하지만 연희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 “얘기할 것도 없고, 할 얘기도 없어.”연희의 태도에 연희 어머니는 더 화를 냈다. “무슨 소리야, 당신 정말 명성이랑 헤어지려고 해? 8년이나 사귀었는데, 책임감이 이리도 없는 거야?”그러자 연희는 차갑게 대답했다. “쟤가 8년을 투자했다는 건 나 또한 8년 투자했다는 건데 왜 제가 다 책임져야 하는 거죠?”“네가 헛짓거리해서 그래!” 연희 어머니가 말하자 연희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고는 소희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마음대로 해요. 어차피 나는 헤어질 거예요. 노씨 집안과의 약혼을 파기하는 것도 알아서 해요. 이런 이유로 나를 부른 거라면, 나는 먼저 갈 거예요.” 소희는 손을 돌려 연희의 손목을 잡았다. “연희야, 이건 헤어지는 게 아니라 화내는 거야. 정말로 헤어지고 싶다면, 명성 씨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해.”소희는 말을 마치고 연희의 손을 명성에게 넘겨주었다. “잘 얘기해 봐!”명성은 연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방으로 가서 얘기하자.”“그래!” 연희는 화가 난 듯하면서도 담담하게 대답했다.“헤어질 때도 정식으로 해야 한다면, 그럼 모든 걸 확실히 해두자.”연희는 명성의 손을 뿌리치고 계단을 올라갔고 명성은 뒤돌아서 연희 부모님에게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먼저 올라갈게요.”연희 아버지는 진중하게 말했다. “연희가 이렇게 큰 화를 낸 건 처음이야. 무슨 일이 있든, 잘 달래고, 다투지 마.”“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을 거예요!” 명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연희 어머니는 한숨을 쉬고 소희의 손을 잡았다. “연희는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밥 먹으러 가자. 이모가 너 좋아하는 케이크 만들어 놨어.”...명성이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연희는 발코니의 소파에 앉아 연희 어머니가 기르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