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희에게 다가온 몇몇 사람은 모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강성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연희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며, 얼마나 무자비하고 가혹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연희는 강성에서 아무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하지만 이 사람들은 처음으로 연희의 모습을 직접 보게 되었고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 그들이 평소에 즐기던 것은 사소한 장난에 불과했고, 연희와 비교할 바가 전혀 되지 않았다. 선유는 연희에게 겁을 먹고, 다시 한번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성연희, 당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 아버지를 불러 당신 집안을 망하게 할 거야!”짝! 연희가 다시 한번 선유의 뺨을 시원하게 날렸다. “네가 할아버지를 불러와도 여기는 강성이야. 네가 날고 긴다고 해도 내 발끝도 못 미친다는 뜻이란다.”선유의 양쪽 얼굴은 부어올랐고, 입가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리고 연희에게 목을 졸리자 마침내 겁에 질린 표정을 드러내며 눈물과 콧물 때문에 얼굴이 범벅이 되었다.“연희 언니, 제가 잘못했어요. 여기서 그만둘 테니까 그만해요!”하지만 연희는 이성을 잃었다.“너의 부모가 됨됨이를 가르치지 않으면, 사회에 나와서 가르침을 받아야지 안 그래!”“어깨에 힘 가득 주고 다니고 싶으면 너희 집으로 돌아가. 여기서는 그럴 자격이 없단다.”“그딴 뭣 같은 수작 부리지 마! 다시 한번 소희에게 손대면, 광화문에 매달아 버릴 테니까!”선유는 맞아서 정신이 혼미해졌고 눈에 공포만 가득 차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연희는 일어나서 다시 한번 선유를 발로 차 바닥에 던진 뒤, 모두를 차갑게 훑어보고는 깔끔하게 돌아서 나갔다.문을 열고 나가자, 가녀린 실루엣이 맞은편 벽에 기대어 있었다. 연희가 나타나자 소희가 팔을 들어 야구모자를 조금 들어 올려 물었다.“맘껏 때렸어?”연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놀랐다. “너 여기 왜 있어?”이에 소희가 눈썹을 추켜세웠다. “나도 사람을 패러 왔는데, 누가 먼저 선수 쳐서. 그래서 밖에서
“상관없어, 내가 하라면 해야 해!” 성연희는 비릿하게 웃었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당당했다....두 사람이 떠난 후, 한참 동안 이선유는 동기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양쪽 볼은 부어올랐고, 눈과 입술 주변은 멍이 들어 헝클어진 머리와 함께 말할 수 없이 초라했다. 선유는 고통을 참으며 휴대폰을 찾아 번호를 눌렀고,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흐느꼈다.“아빠, 빨리 와요, 나 맞았어요!” 통화 건너편에서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선유야, 너 어디야, 누가 널 때렸어!”“다 필요 없고 빨리 와요!”선유는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이진혁은 마음이 아팠고 자기 딸이 다른 사람한테 맞았다는 것에 분노했다. “도대체 누가 때린 거야? 널 때릴 정도로 대담한 사람이 어디 있어!”이진혁의 질문에도 선유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고, 입을 열려는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나무문이 다시 발로 차여 열렸다. 이번에는 일곱여명이 들어왔고, 명우가 가장 앞에서 걸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시 한번 놀란 선유를 무시하고 선유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었다.휴대폰 너머에서 이진혁의 부름소리가 들렸다. “선유야, 선유야!”명우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진혁 사장님, 이선유 씨는 잠시 우리가 데려갔습니다. 오셔서 직접 얘기하시죠. 아, 그리고 저는 임씨 그룹의 명우입니다.”통화 건너편에서 이진혁은 잠시 당황했는지 멈칫했다. “임구택의 사람이야? 왜 내 딸을 때려? 혹시 협력에 불만이 있다면, 나는 양보할 수 있어. 하지만 내 딸 몸에 손대는 건 용납 못해!”“협력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사장님께서 이미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하셨다고 했는데 연락 못 받으셨나요?”명우의 얼굴엔 그 어떤 표정도 없었다. “이선유 씨는 저희가 먼저 데리고 있을 테니 이진혁 사장님께서 오시면 마저 얘기하도록 하시죠.”“내 딸을 어디로 데려간다는 거야?”“이봐!”“임구택한테 전화해야겠어. 임구택을 찾아야 해!”한편, 선유는 두
소희는 잔 속에 담긴 전통주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성연희, 나랑 임구택이 사귀는 걸 왜 공개하지 않는지 알아?”“알아, 너한테 많은 고민이 있을 거야.”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소희가 잔잔하게 말했다. “한편으로는 구택이랑 조용하고 티 내지 않고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 결국 우리가 좋아하면 그만이니까.”“외부의 것들이 들어오면 우리의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기만 할 거야.”“또 다른 한편으로는 구택은 이미 용병 생활에서 벗어났고, 지금은 임씨 가문의 후계자이고 대표이지만, 나는 달라.”“나는 아직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어. 내 뒤에는 오빠도 있고, 매부리도 있고.”소희는 말을 잠깐 멈추었다가 계속했다. “구택을 사랑하지만, 나의 현재 처한 상황 때문에 구택이 연루되어 피해 보는 걸 원하지 않아.”“구택은 두려워하지 않고, 심지어 모든 것을 함께 나누길 원한다는 걸 알지만, 내가 싫어. 그 사람이 나한테 느끼는 나의 사랑이 순수했으면 좋겠어.”소희의 말에 연희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너와 구택 씨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네 안의 그런 것들이 변했을 줄 알았어. 알고 보니 아니었구나!”소희는 언제나 그랬다. 자신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좋은 것을 다 해주려 했다,예전에 강시언이 소희를 위해 죽음을 위장해주었을 때, 소희는 완전히 벗어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백양과 다른 이들을 위해 복수하기 위해 다시 돌아갔고, 삼각주를 휩쓸고, 매부리를 설립하며, 그런 협정들까지 체결했다.그때 시언은 화가 나서 때리려고도 했지만 겨우겨우 참았다. 마찬가지로, 그녀는 화가 나도 참아야 하고, 구택도 참아야 했다!“연희 씨!”주방장이 구운 삼겹살, 막국수 그리고 해산물 전 등을 들고 와서 말했다.“말씀하신 요리 나왔습니다.”정원 테라스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고, 삼겹살 냄새와 해산물 전의 향기를 맡자, 접시에 있던 스테이크는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했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음식인가 싶
구택은 밖에서 이미 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도착했지만, 소희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서두르지도 않았다.명길이 전화를 걸어 인터넷의 글이 이미 삭제되었다고 알렸고 내용은 해킹당한 건지, 아니면 스스로 삭제한 건지 알 수 없었다.해당 인물의 IP를 찾아내 사람을 보냈지만, 글을 올린 사람은 이미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도망쳤다. 그리고 도망칠 때는 너무 급했는지 집안의 물건들은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것 같았다.명길의 말에 구택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당장 찾아!”“네!” “그리고 이틀 동안 사람을 보내 임유민과 임유진을 은밀히 따라다니면서 안전 철저하게 지키고.”“사장님 안심하세요, 명우가 이미 준비했습니다!”구택의 휴대폰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구택이 한 번 보고는, 명우와의 통화를 끊고, 바로 받았다. “할아버지!”강재석의 목소리는 굉장히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방금 누가 말해줬는데, 소희가 인터넷에 공격받고 있다는데, 사실이야?”“이미 성명서를 준비했고 내일 아침에 바로 발표할 거야. 소희가 강씨 집안의 후계자라고, 강씨 집안 사람들이 소희를 안 키운 적이 없다고 모두에게 알릴 거야.”이전에 소희가 인터넷에 공격당했을 때, 강재석은 모르고 있었고, 일이 지나간 후에야 사람들이 알려주었다. 그 후로는 자기 사람들에게 직접 알렸다. 인터넷에서 소희에 관한 어떤 소식이든 바로 알려달라고.“그리고 이씨 집안, 이성령이 있을 때, 내가 그 양반이랑 거래할 때도 두려워하지 않았어.”“하물며 지금 이씨 집안에는 무능한 젊은이들밖에 없잖아?”구택은 잠시 멈췄다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이 일에 대해 소희가 저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더욱이 할아버지가 관여하는 걸 원치 않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걱정하시면 소희가 부담을 느낄 거예요.”강재석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 소희를 괴롭히게 내버려둘 수 있겠어?”“아무도 소희를 괴
심야의 불빛 아래, 소희의 눈동자는 달처럼 맑고 밝았다. 소희는 임구택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오래 기다렸어?”“아니, 방금 왔어.” 구택의 눈빛은 부드러웠다. 자신의 코트를 소희 어깨에 둘러주며, 낮은 목소리에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술 마셨어?”이에 성연희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요, 나랑 있을 때는 취할 정도로 마시진 않으니까.”구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희에게 물었다.“연희 씨는 어디 가세요? 기사가 모셔다드릴게요.”연희가 있는 것을 알고, 구택은 기사더러 차 한 대를 몰고 오라고 했었다.구택의 말에 연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소희 데리고 잘 돌아가요.”뒤따르는 기사가 이미 내려 문을 열고 연희를 기다리고 있었고 연희가 걸어가며 소희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쁜이! 좋은 밤 보내!”소희는 연희의 비정상적인 말에 술을 좀 더 마셨나보다 생각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구택은 계속 소희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소희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선유에 대해 딘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집에 돌아온 구택은 문을 닫고 바로 소희를 안아 들어 옷장에 올려놓고, 소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다급하게 키스했다.이에 소희는 고개를 살짝 젖혔는데, 자기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나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샤워부터 할래.”“같이 해!” 구택은 두루뭉술하게 대답했지만,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웠는지 딥키스를 하더니 결국 소희를 안고 침실로 걸어갔다.이 밤의 구택은 평소보다 더 인내심이 있었고 부드러웠다. 마치 두 사람이 감정을 확실하게 한 그 시기처럼, 소희를 유혹하려고 애쓰는 듯했다. 욕조는 물바다가 되었고, 사방에서 물이 소희에게 밀려들었다, 또한 구택은 마치 마지막 키스인것처럼 열정적이면서 소희의 모든 살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조명이 물에 비치자, 일렁이는 물보라가 금빛으로 반짝였다. 그리고 소희와 구택은 서로에게 취하고 있었다....다음 날, 구택
소희는 어제 그 글이 터져 나온 이후로 마민영이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지만, 비밀리에 긴급한 PR을 돌렸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그리고 소희는 민영을 상당히 신뢰했다.“나중에 전화해서 고맙다고 해야겠네.” 소희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마민영은 이미 채팅방을 만들어서 제작진 몇 백 명을 모두 초대했어요.”“누구든 소희 씨를 위해 인터넷에 선플 남기면, 그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기로 했고요.”“지금 제작진 모두가 일에 집중하지 않고 소희 씨를 위해 선플을 남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미나가 웃으며 말했지만 소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서 제작진 사람들이 나를 모두 좋게 보는 건 민영의 보너스였나?’이런 생각이 들자 소희는 웃음이 나왔다.“이번에는 일 때문에 제작 현장에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급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내게 전화해요.” 소희가 당부했다.“알았어요! 소희 씨, 당분간 집에 잘 있어요. 인터넷 문제는 신경 쓰지 말고요. 상황이 종료되면 그때 다시 돌아와요.”“그래요.”소희가 전화를 끊고, 미나가 말한 몇 가지 문제를 정리했다. 이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자 이경숙 아주머니가 요요를 안고 서 있었다. “소희 씨, 우리 집에 일이 좀 생겨서 바로 돌아가야 해요. 요요를 잠시만 봐주실 수 있나요? 대략 두 시간이면 돌아올 거예요.”“이모!” 요요가 소희를 보며 기뻐하며 웃었다.“물론이죠!” 소희가 웃으며 요요를 안아들었다. “마음 편히 가세요, 서두를 필요 없어요.”“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이경숙 아주머니가 연신 감사를 표하고는 서둘러 나갔고 소희는 요요를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이어 요요를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소희의 방을 한 바퀴 돌며, 소희의 디자인 초안과 펜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이모, 엄마도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요!”이에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아, 엄마와 엄마 모두 디자이너야. 다만 디자
요요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길을 가며 보고 들은 것들을 소희에게 재잘거렸다. 예를 들어, 어떤 아주머니가 예쁜 강아지를 데리고 있었고, 그 강아지 옷이 정말 예뻤으며, 어떤 할머니가 이상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이야기들.소희는 요요와 조용히 이야기하며 편안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희를 따라온 몇몇 남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 마트 주변에 모여 적절한 순간을 기다렸다. 그러자 갑자기 그들의 이어폰에서 지시가 들려왔다.“동쪽으로 향한 길을 따라 앞으로 200미터를 걸어가.”이에 남자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목표를 뒤쫓고 있는데, 왜 다시 떠나라는 명령을 내리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은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고, 약속된 대로 동쪽 길로 향했다. 200미터를 넘게 걸은 후, 다시 명령이 내려와 왼쪽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대략 200에서 300미터 더 걷고 나자, 양쪽에 큰 나무들이 서 있는 조용한 환경이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앞쪽에 네 다섯 명이 나타났는데 모두가 탄탄한 체구에 살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제야 그들은 누군가가 그들의 이어폰을 해킹해 이곳으로 유인한 것을 깨달았고 도망칠 기회조차 없었다.5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함께 온 다섯 명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명우가 한 남자의 팔을 밟으며,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팔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이진혁에게 말해. 소희를 건드리지 말라고. 소희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당신 딸은 손가락을 잃게 될 거라고.”“그리고 손가락을 다 읽고 나면 손목과 발이 절단될 거라고!”명우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이미 강성에 왔다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거야.”“딴짓거리 하지 말라는 얘기야. 그리고 잊었나 본데 여기는 강성이야.”남자는 고통스럽게 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전할게요!”명우는 두 걸음
성연희는 이선유가 저렇게 당하고도 조용히 있을 성격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연희는 자신의 회사에 머물며, 점심 무렵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희야, 이씨 집안에서 너한테 연락 온 거 없어?”소희는 바닥에 앉아 요요와 함께 블록을 쌓고 있었다. “없어.”“뭔가 이상해. 혹시 그 저질스러운 년이 내가 때린 걸로 겁먹었나?”연희는 콧방귀를 뀌며 말하자 소희가 말했다.“잠깐 더 기다려봐. 네 쪽에 뭔가 생기면 바로 말해줘.”“걱정 말고 맛있게 밥 먹어.” 연희가 명랑하게 웃었다. 연희와의 통화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간미연이 전화를 걸었다.“소희야, 삭제됐던 내용은 대부분 복구됐어. 글을 쓴 작가가 연희한테서 2000만 원을 받았어. 글의 내용은 다 이선유가 제공한 거야.”“글쓴이가 너를 고소할까 봐 걱정하는데, 이선유가 그 사람을 보호해 줬대.”“그리고 이 모든 악성 정보는 너와 친밀한 사람들이 제공한 거라고, 절대 진실이라고 말했어.”“대충 이 정도야. 별로 쓸만한 정보는 없어.”미연이 알아낸 정보를 모두 소희에게 전달했다. “이선유가 말한 친밀한 사람, 너 알아?”소희의 손에는 블록 하나가 꽉 쥐어져 있었고, 약간의 힘을 가하자 블록의 모서리가 손바닥을 찔렀다. 하지만 소희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알면 됐어” 미연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소희가 휴대폰를 내려놓고 손에 든 블록을 돌려보았다. 소희의 맑은 눈에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 소정인, 진연, 그들과 소희는 전생에 분명히 원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생에서도, 혈연 관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겨누고, 죽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강성, 도심 외곽의 한 별장에서이진혁은 비서가 가져온 보고를 듣고 얼굴이 철갑처럼 굳어졌고 앞에 있는 의자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임구택, 너무 오만하군. 내 딸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보고를 한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숨을 죽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