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는 이미 끝났고, 우청아와 소희는 호텔 입구에 서서 장시원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시원이 요요를 안고 떠난 이후로 청아는 요요를 다시 보지 못했고, 시원이 요요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도 몰랐다.전화벨이 네다섯 번 울린 후, 갑자기 한 차량이 다가왔고 차창을 내리자 시원의 준수한 얼굴이 보였다. “전화 끊고 차에 타!”그때 요요가 뒷좌석 창문에서 청아를 향해 소리쳤다. “엄마, 소희 이모!”소희가 손을 흔들며 물었다. “재미있게 놀았어?”요요는 입을 벌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옷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소희에게 건넸다. “이모에게 줄 거야!”“고마워, 내 보물이야!” 소희는 사탕을 받아들며 환하게 웃었고, 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희 둘은 이 점에서 정말 취향이 같구나, 다음에 사탕을 사면 꼭 두 배로 사야겠어!”“고마워, 오빠!” 소희는 웃으며 말했다. “나 먼저 갈게, 오빠가 청아를 집에 데려다줘서 고마워.”“어차피 내 할 일이야!” 시원은 부드럽게 웃자 청아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소희와 작별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임구택의 차가 앞에 있었고, 소희는 손을 흔들며 부조좌석으로 걸어갔다. 차에 오른 구택은 뒤돌아보며 웃었다. “장시원과 우청아가 싸운 줄 알았는데, 별일 없는 것 같네.”“응, 나도 안심했어!” 소희가 구택에게 손짓했다. “삼촌, 여기로 와!”구택은 그녀가 ‘삼촌'이라 부르자 마음이 따끔거렸고, 몸을 기울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소희는 그의 셔츠를 잡고 조금 기울여 구택의 입술에 키스했다. 구택은 움직이지 않았고, 어둠 속에서 깊은 눈빛으로 소희의 눈과 눈썹을 바라보았다.소희는 눈을 감고 입술을 살짝 열어 그에게 무언가를 입에 넣어주었는데, 차가운 달콤함과 약간의 향긋한 맛이 입 안에서 퍼졌다.소희의 속눈썹이 떨리며 구택을 올려다보았고,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장난기가 반짝였다.구택은 목을 굴리며 동공이 흔들렸고, 소희의 얼굴을 감싸 쥐고 강하게 입맞
장시원이 말했다.“엄마야.”우청아는 얼굴에 걸렸던 웃음이 갑자기 굳어졌다. 놀란 표정으로 시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 엄마가 요요를 봤어?”차 안은 어두웠고, 밖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번쩍였다. 그랬기에 시원은 청아의 놀란 표정을 보지 못했고, 그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친구의 아이라고 말했어.”그제야 청아는 한숨을 돌리며 안도했지만, 김화연이 전에 말한 것들을 생각하자마자 마음이 무거워졌다.요요는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일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고, 청아는 참을성 있게 듣고 가끔 웃음을 짓거나 농담을 건네며 반응했다.시원은 거울 너머로 청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 그는 경원에 가지 않았다. 바쁘기도 했고, 마음속에는 명명할 수 없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기에 자신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청아는 그의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시원의 무관심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이것은 시원이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기뻐하지 말아야 할지 모르게 했다. 마치 고통받는 것은 자신뿐인 것 같았다.이러한 인식은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마치 상황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시원을 매우 불안하게 했다.시원은 답답했는지 손을 들어 넥타이를 조금 끌어내리고, 핸들을 잡은 손에 약간의 힘을 주었다. 그리고 길고 굵은 손가락이 계속해서 움직였다.……경원에 돌아온 것은 거의 10시였다.요요는 오후에 너무 많이 잤기에 기운이 넘쳤다. 시원을 끌고서 성연희가 그녀에게 사준 새 장난감을 보러 갔다.“요요, 이제 목욕하고 잘 시간이야.” 청아가 부르며, 시원이 하루 종일 요요를 돌봤으니 피곤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장시원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도 오후에 요요가 자는 모습을 보고 깨우지 않았어. 너 목욕하러 가. 나는 그녀와 함께 있을게.”청아는 두 사람이 그렇게 잘 놀고 있으니, 일단 옷을 갖고 목욕하러 갔다.샤워실에서 물소리가 금방 들려왔고 시원은 머리를 돌려 한번 쳐다보다 점점 마음
우청아가 놀라 장시원을 바라봤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 “오해하지 마요!”청아는 시원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자신을 의심 많고 소심하다고 한다니!요요가 집을 짓고 있었는데, 싸우는 것 같자 고개를 들어 둘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엄마, 삼촌한테 화내지 말고 차분하게 말해요.”이에 청아는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시원은 요요가 자신을 감싸주자 마음이 편안해졌고,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요요가 제일 착하네!”청아는 요요가 하품을 하며 일어나자 그녀를 안고 일어섰다. “나 요요 데리고 목욕시키고 재울게요.”시원이 말했다. “내가 할게, 요요한테 오랜만에 이야기 들려줄게요.”요요도 시원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삼촌이랑 자고 싶어요.”그러자 청아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럼 먼저 목욕부터 시킬게요.”밤이 늦었고, 요요는 하루 종일 놀아서 피곤했다. 목욕을 하고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지만 눈을 감지 않고, 시원이 이야기해 주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시원이 오자 청아는 요요를 그에게 맡기고 옆방으로 갔다.……청아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조금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머릿속은 오늘 시원의 어머니가 한 말들로 가득 찼다. 손에 든 책을 반쪽도 넘기지 못하고, 그냥 책을 치워버리고 누워 잠을 청했다. 잠이 들 무렵, 시원이 그녀에게 몸을 숙여 키스하는 것을 느꼈다.청아는 순간 잠이 달아났고, 두 손으로 시원의 어깨를 밀어냈는데 본능적으로 저항했다.“왜 그래?”어둠 속에서, 시원의 목소리는 낮고 매혹적이었고, 청아는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아요.”시원은 움직이지 않고, 오랫동안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애매하게 입을 열었다. “몸이 불편한 거야, 아니면 마음이 불편한 거야?”청아는 고개를 들어, 짙은 밤색을 뚫고 그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시원은 손을 뻗어 청아의 턱을 잡고, 입가에 얇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내가 널 만지는 걸 원
우청아는 저항하려 했지만, 곧 장시원의 키스에 온몸이 녹아내려 힘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마음속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억울함과 쓸쓸함이 밀려왔고, 본능적으로 그를 불렀다. “시원 씨!”부탁하는 것 같으면서도 목이 메인 것 같은 청아의 부름에 시원은 고개를 들어 청아를 바라보았다.청아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자 시원이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이에 청아는 갑자기 시원을 꼭 안더니 그의 품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리고, 그런 청아의 모습에 시원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시원은 한편으로 청아를 꼭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달래주었고, 한편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정 회사 사람이 나한테 일부러 보낸 여자야. 그리고 난 그 여자에게 관심 하나도 없었어. 네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이에 청아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우리 헤어지고, 다시 친구로 돌아가면 안 되나요?”청아의 시원은 온몸이 굳어졌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빛은 상처받은 듯 어두워졌다.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청아는 고개를 저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그럼 왜 헤어지자는 거야?”시원의 질문에 청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럼 어떻게 친구로 지내자는 거야?” 시원의 입가에는 악마 같은 미소가 걸렸다. “널 볼 때마다 네 옷을 벗기고 싶고, 머릿속에는 온통 나랑 침대에서 섞이고 있는 모습뿐인데, 어떻게 평범한 친구로 지내자는 거지?”외설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시원에 청아는 얼굴이 붉어지며 작게 말했다.“그럼 앞으로 안 만나면 되잖아요.”“어디로 가려고? 시카고로 다시 도망치려고?” 시원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 “우청아, 네가 다시 도망치면 나는 직접 널 찾아서 다리를 부러뜨려서 침대에 묶어둘 거야. 네가 평생 침대에서 못 일어나게 될 거라고.”이에 청아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변태!”“그러니까, 변태한테 화내지 마!” 시원은 차갑게 청아를 바라보며 그녀
허홍연은 일주일 전, 옛 이웃으로부터 결혼식 초대장을 받았고, 이웃의 아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그녀를 초대했다.일요일 오전, 허홍연은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서려고 했다. 그때 우강남이 차를 몰고 그녀를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기뻐하며 방에서 기다렸다.정소연이 방으로 돌아와 강남에게 말했다. “나 동료랑 약속 잡아서 쇼핑하러 가기로 했어.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됐으니 나 차 몰고 갈게, 어머니는 택시 타시라고 해!”소연의 말에 강남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엄마한테 이미 말해뒀는데, 이제 와서 택시를 부르면 늦을까 봐 걱정되네. 왜 이제야 말해?”“말한다는 걸 까먹었어!” 소연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한테 가서 말해줘.”강남은 어쩔 수 없이 부모님 방에 가서 허홍현에게 알리자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그녀는 원래 강남이 차를 몰고 옛 동네로 가서 이웃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상황에 허홍연은 괜찮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소연이 일이 더 중요하니까. 난 택시 타면 돼.”“그럼 제가 택시 불러드릴게요.” 강남이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 그리고 몇 분 후, 차가 도착했고, 허홍연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옛 동네로 택시를 타고 갔다.옛날의 낡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결혼하는 집안 사람들로 북적였다. 허홍연이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벽 모퉁이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와 소리쳤다. “여보!”허홍연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 놀라서 멍해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정신이 돌아왔다. “우임승?”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우임승은 열 살은 더 늙어 보였다. 흰머리가 섞인 머리카락과 굽은 등, 낡은 옷차림에 그가 겨우 50대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었다.허홍연은 놀라서 이 남자를 바라보았고, 증오와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안 죽고 살아 있었네. 근데 왜 또 돌아온 거야?”우임승은 겁에 질려 다가왔고, 주름진 얼굴이 갖은 풍파를 겪은 듯해 보였다. “내가, 내가 잘못했어. 이제 더 이상 도박하지 않을 거야,
“목숨 걸고 싸워도 두렵지 않아, 이제 죽는 것도 두렵지 않은데 뭔들 두려워하겠어?”우임승은 양아치처럼 행동하자 허홍연은 화가 너무 난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우강남의 와이프가 임신했어, 그래서 지금 돌아가면 안 돼. 일단, 우청아한테 가봐. 청아는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어.”우임승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청아 지금 어디 있어?”이에 허홍연은 차갑게 말했다. “주소 알려줄 테니까 가. 이따가 옛 이웃들 다 올 텐데 여기서 구경거리 만들지 말고!”“알았어, 알았어!” 우임승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소 알려줘, 지금 바로 갈게. 근데 내 주머니엔 돈이 한 푼도 없어. 몇만 원만 줘, 청아한테 뭐 좀 사 갈게.”허홍연은 못마땅하게 한숨을 쉬며 휴대폰으로 우임승에게 몇만 원을 송금하자, 우임승은 기분 좋게 떠났다.그러나 그는 청아를 찾아가지 않고, 그 돈으로 배불리 식사한 뒤 바로 게임장으로 들어갔다.……월요일, 청아가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문을 열자마자 집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거실에서 요요와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엄마!” 요요가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껴안으며 웃으며 말했다. “외할아버지 왔어!”우임승은 좀 더 깨끗하고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일어나 청아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청아야!”갑작스레 나타난 우임승에 청아의 머릿속은 울리며 멍해졌고 이경숙 아주머니가 부엌에서 나와 청아에게 웃으며 말했다. “청아 씨, 아버님이 오후 내내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어요.”청아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고 우임승을 보며 말했다. “잠깐 나오시죠.”우임승은 이경숙 아주머니에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청아를 따라 침실로 들어가자, 청아가 문을 닫고 나직이 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이어 우임승은 조금 불안해하며 말했다. “이 몇 년 동안 여기저기서 일했어. 두 달 전에 다리를 다쳐서 일자리를 잃어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어.”“제가 여기
우청아는 바로 대답했다. “아니에요, 요요는 그 아이가 아니에요.”“그럼 누구의 아이야?”청아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해외에서 공부할 때 강간을 당했어요. 그래서 요요는 해외에서 태어났고.”우임승은 청아를 보며 놀라서 갑자기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청아야,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능력이 없어서 널 고통스럽게 만들었어.”청아는 우임승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아팠고, 창밖을 바라보며 돌아섰다.어렸을 때, 아버지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산이었다. 그렇게 크고, 단단했기에, 청아는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가 항상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산은 무너졌고, 더 이상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오늘 그녀가 집에 들어왔을 때,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우임승이 많이 늙었다. 가난하고, 시간에 지친 모습으로, 마치 어릴 적 마당에 버려진 낡고 오래된 시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아가 우임승을 가엾게 여겨야 하나?우임승이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렇게 많은 빚을 지지 않았을 것이고, 옛집을 팔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아는 여전히 집이 있었을 것이다.그들 가족은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고, 설령 청아와 장시원의 차이가 컸다 해도, 청아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청아는 시원에게 다가갈 용기가 전혀 없게 되었다. 청아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무수한 부채만 있는데, 어떻게 그와 함께할 수 있겠는가?사실 청아는 항상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언젠가 나타날 것이고, 시한폭탄처럼 언제든지 터질 수 있으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그가 마침내 나타났다.왜인지 모르게, 청아는 동시에 불편함과 안도감을 느꼈다. 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걱정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청아야!” 우임승이 청아의 뒷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와 그 사람 사귀고 있는 거야? 그 사람을 통해 나한테 일자리를
그 시절, 가난했지만 우청아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들이었다.이제 부엌에 서 있는 우임승의 어깨는 구부정하고 머리카락은 희어졌다. 그들의 집도 사라져 버렸고,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요요는 작은 의자에 앉아 작은 손가락으로 토마토를 집어 입에 넣고 우임승을 향해 눈을 찡긋하며 웃으며 말했다. “맛있어!”“그렇지? 외할아버지는 거짓말 안 해!”청아는 더 이상 보지 못하겠는지 방으로 돌아갔다.저녁 식사 때 세 사람은 함께 식사했고, 우임승은 청아가 좋아하는 네 가지 요리를 만들었다. 그는 항상 청아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다.식사하는 동안 우임승은 계속 요요를 즐겁게 해주며, 새우 껍질을 벗겨주고, 뼈를 골라내며, 청아를 향해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요가 너 어렸을 때처럼, 생선 머리를 가장 좋아해.”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우임승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요요에게 생선 살을 먹였다.밤에, 청아는 게스트 룸의 침대 시트를 교체하고 그곳에서 잠을 자도록 했다.하지만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요요를 지키며 까마득한 하늘이 점점 밝아오는 것을 바라보았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이경숙 아주머니가 제시간에 도착했고, 청아는 출근 전에 이경숙 아주머니에게 당부했다. “제 아버지가 잠시 여기 머물게 될 텐데,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양해 부탁드려요.”“점심은 아버지가 해주실 거니까 요요만 보시면 돼요.”이에 이경숙 아주머니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요요의 외할아버지인데 뭐가 불편하겠어요. 저는 요요 외할아버지가 참 좋더라고요, 말투도 부드럽고 성격도 좋고 요요에게도 잘해주시고요.”청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요요와 작별 인사를 하고 출근했다.청아는 주로 에너지 스테이션 입찰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입찰하는 회사의 자격, 기술 능력, 사회적 평판 등을 검토하는 일에 아침부터 바빴다.점심에 장시원은 다른 약속이 있었고, 청아는 혼자 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39층으로 돌아와 휴식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