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이 말했다. “모르겠어, 오후에 나갔다가 밤중에야 돌아왔어.”현빈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보스 일에 우리가 끼어들 필요 없어. 우리 일만 잘하면서 보스를 화나게 하지 말자고.”현빈의 말에 이문과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인은 담배를 위층에 두고 왔다는 걸 기억하고는 담배를 가져오려고 위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주방을 지나다가 갑자기 멈춰 섰고, 발걸음을 돌려 뒷마당으로 향했다.유진은 가위로 장미의 마른 가지와 잎을 자르고 있었고, 서인이 오는 것을 보자 그를 부르며 말했다. “서인 사장님, 저기 사다리 좀 옮겨 주세요.”서인이 벽 아래에 있는 사다리를 바라보았지만 움직이지 않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안전하지 않아, 그만두는 게 좋겠어.”그러자 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두세 계단만 오르려고 해요. 위쪽 잎사귀 좀 자르려고요, 너무 무성하면 꽃이 잘 안 피거든요.”“필요 없어!” 서인은 여러 차례 거절하자 유진은 서인의 얼굴이 좋지 않은 것을 깨달았고, 웃음이 조금 굳었다. “무슨 일 있어요?”서인은 원래부터 차가운 기운을 풍기는데, 웃지 않을 때는 더욱 냉정하고 예측 불가능했다. 그는 한숨을 깊게 들이쉬며, 분위기를 조금 완화하려고 노력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사다리에 올라가지 마. 안전하지 않아. 뭔가 필요하면 이문이나 현빈에게 부탁해.”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걸어갔다.“서인!”유진이 그를 불러 세웠고, 빠르게 다가가 그의 소매를 잡았는데, 힘을 주었는지 손끝이 하얗게 변했다. “화났어요?”“어제 제가 한 말 때문에?”서인의 큰 몸이 약간 굳었고, 목소리도 차갑고 단단했다. “아니야.”“그러면 어제는 괜찮았는데, 왜 그래요?” 유진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불안해하자 서인이 돌아섰고, 그림자가 유진을 덮쳤다. 그러고는 유진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임유진, 지금 날 놀리는 거야?”서인의 말에 유진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이에요?”“넌 여진구 회사에
임유진의 얼굴이 어둡게 변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당신이 걱정할 일 없어요. 당신은 저보다 여진구를 더 좋아하길 바라잖아요, 그래야 저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그러자 서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혀끝으로 어금니를 툭 치고는 말없이 있었다.“이제 사다리 좀 옮겨 줄 수 있어요?” 유진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묻자 서인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그녀를 위해 사다리를 옮겼다.유진은 앞서 걷는 서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갑자기 물었다. “근데, 왜 화났어요?”서인은 잠시 멈칫했지만, 침착하게 부인했다. “화난 적 없어.”하지만 유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화났잖아.”서인은 몇 걸음 빠르게 걸으며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사다리를 장미 벽 아래에 놓고 서인은 위치를 잡아 안정되게 세웠다. “어떻게 잘라야 할지 말해, 내가 올라가서 잘라줄게.”“안 돼요, 다 잘라버릴 거예요.” 유진이 투덜거렸다. “제가 직접 할게요.”서인은 유진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유진이 사다리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불안해하다가, 아래에서 사다리를 붙잡아주었다.유진은 큰 가위로 불필요한 가지와 마른 잎을 잘라내며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며칠 후에 낙엽이 더 많아질 거예요. 내가 없을 때, 여러분이 수고해야 할 거예요.”서인이 고개를 들어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높은 곳에 서서 햇살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그의 시선을 눈부시게 했다.그 순간 그는 둘 사이의 간격을 더욱 분명히 깨달았다. 유진은 높은 곳, 햇살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였고, 새벽의 태양처럼 생기 넘치고 반짝였다. 반면에 자신은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하는, 마른 낙엽처럼 쓸쓸하고 황량한 존재였다.서인은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이 말했다.“괜찮아, 청소할게.”유진은 더 높이 올라가며 말했다. “이문이 하게 해요, 점점 더 살이 찌니까 운동 좀 시켜야 해요.”서인은 머리를 숙이고 그림자를 바라보며 넋 나간 사람처럼 대답했다. “알겠어.”“그리고, 제
임유진은 갑자기 서인의 품에서 몸을 비틀며 그의 목을 꼭 껴안고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서인의 큰 몸이 순간 굳어졌다. 유진의 부드러운 옆얼굴이 그의 목에 닿으며, 그의 몸은 저절로 긴장되었고, 유진의 달콤한 향기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유진 자신도 자기 행동에 놀랐다. 한 남자에게 고백한 후 이렇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건 정신이 나간 것만 같았다. 유진의 심장 박동은 방금보다 더 격렬해졌고, 얼굴은 뜨거웠지만, 그래도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서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내려가.”유진은 잠깐 멈칫하더니 곧 그의 몸에서 손을 떼고 내려갔다. 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난처해하며 말했다. “미, 미안해요!”이에 서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다리를 옮기며 말했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내가 청소할 테니 넌 이문을 도와.”“네.” 유진은 서인을 바라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겨 주방으로 향했다. 두 걸음 걸은 후, 그녀는 멈춰 서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미안해요, 저 당돌하게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어요!”“…….”서인은 그저 대답 없이 멍하니 있었다.유진은 본인이 생각해도 웃겼는지 웃음을 터뜨렸고, 커다란 눈동자가 반짝이며 주방으로 빠르게 들어갔다.서인은 사다리를 들고 유진이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유진이 수줍어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당돌하다? 이 단어가 왜 이리 이상한 거지?’‘그리고 의도하지 않았다고? 누가 강요라도 했나?’서인은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왔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떨어진 낙엽 위에 앉아 있는 그 벌레를 바라보았다. 손에 든 낙엽 한 장을 튕겨 그 벌레를 맞췄고, 벌레의 날개가 부서져 비루한 몸이 뒤엉킨 가지와 낙엽 속으로 구르며 사라졌다.……장씨 그룹 빌딩오후에 장시원이 마케팅 부서의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했고, 우청아가 회의 기록을 맡았다.최결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
최결이 말하려는 찰나, 우청아가 서류 뭉치를 들고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우민율 씨, 뭐 드릴까요?”“홍차 한 잔 주세요.” 민율이 우아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최결은 청아를 한 번 흘끗 쳐다본 뒤 차를 준비하러 갔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민율은 고개를 돌려 청아를 바라보며 친근하게 인사했다. “청아 씨!”청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율 씨!”“회의 끝났나요? 사장님은 어디 계세요?” 민율이 친근하게 묻자 청아는 대답했다. “클라이언트랑 미팅 중이에요, 근데 민율 씨는 여기에 무슨 일이세요?”“장시원 사장님과 좀 얘기할 일이 있는데, 급하지는 않으니 올라오면 얘기하죠.” 민율이 가방에서 또 다른 향수를 꺼내며 더욱 친근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청아 씨 주려고 산 거예요!”하지만 청아는 정중하게 거절했다.“감사합니다만, 저는 향수를 잘 안 써서요.”“그냥 받으세요, 선물이니까요. 우리 친구잖아요, 서로 선물하는 건 당연한 거죠.” 민율이 청아 손에 향수를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청아는 민율이 항상 선물을 준비해 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고집스럽게 거절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저 정말 향수를 안 써서요.”“아직도 저랑 거리를 두는군요.” 민율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진짜 필요 없어요!” 청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지만,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민율은 그녀의 진지한 태도를 보고 향수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청아 씨, 사장님 여자친구 있나요?”청아의 표정이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사장님의 일정만 관리할 뿐, 개인적인 사항은 잘 모릅니다.”“어떻게 모를 수 있죠? 여자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호텔을 예약하는 일을 부탁받지 않나요?” 민율이 눈썹을 한 번 추켜세우며 묻자 청아는 당황해하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정말 모릅니다.”“우민율!”시원이 갑자기 걸어오며 청아를 보고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
“정말 상관없어요, 그냥 궁금했을 뿐이에요!” 우민율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약간의 아쉬움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에게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제 청춘의 몇 년을 당신에게 낭비했다고 생각했죠.”“그래서 다른 남자의 구애를 받자마자 곧바로 수락했어요. 하지만 한 달 만에 그 관계가 너무 지루하다는 걸 알았죠.”“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하는 연애는 정말 재미가 없더라고요.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죠.”장시원은 민율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민율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곧바로 헤어졌어요. 이번 생에 당신이랑 사귀지 못하게 된다면, 아마도 계속 당신만을 생각하면서 살 거니까.”“당신만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시원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무관심하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정말로, 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이에 민율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지켜보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민율은 일어나며 가볍게 웃었다. “당신에게 다른 손님이 오신다고 들었어요. 방해되지 않게 먼저 가보겠어요.”“입찰 자료는 준비해서 보내드릴 테니, 굳이 봐주지 않으셔도 돼요. 내가 알아서 노력할 거니까.”“그럼 안녕히 가세요.”시원이 짧게 인사하자 민율은 미소를 지으며 또각또각 우아하게 걸어 나갔다.민율은 사장 사무실을 나서며 특별히 우청아 쪽을 한 번 더 바라본 후, 발걸음을 옮겼다.내선 전화가 울리자 청아는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들어오세요.”“네!” 청아는 예의 바르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고 서류를 정리한 뒤 시원을 만나러 갔다.시원은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노크 소리에 “들어오세요.”라고 말한 뒤 담배를 끄고 창문을 열어 담배 냄새를 흩어지게 했다. 시원은 청아가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사장님, 이건 이정 회사가 요청한 자료입니다. 이미 정리를 마쳤습니다.” 청아는 서류를 책상 위에 놓았다. 시원
“왜 우민율이 무슨 말을 했는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화가 났지!” 장시원이 우청아의 귓불을 살짝 물었다. 그리고 청아가 진지하게 말할 때마다 그녀를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더군다나 시원은 이미 오랫동안 참아왔다.청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민율이 당신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지 물었어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죠?”시원은 멈춰서서 청아를 살짝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내가 여자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청아는 몸을 뒤로 젖히며 그를 노려보았다. “말하란 거예요? ‘사장님에게 여자 친구가 있어요, 바로 저예요!'라고 말해야 하나요?”시원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게 어때서? 넌 항상 정직하지 않았나?”청아는 필터링 없이 말했다. “그러면 민율 씨가 제 모든 정보를 파헤칠 거예요. 그리고 백 가지 이유를 들어 내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시원은 그녀를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며 말했다. “우청아, 남들 생각이 그렇게 중요해? 너 남한테 열등감 있어?”청아는 시선을 피하며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나는 열등감이 없어요. 그저 불필요한 문제를 자초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시원도 청아와 요요를 보호하고 싶었다. 그리고 청아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불편했다. 이에 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시험해 보지 않는 거야? 내가 너와 요요를 보호할 수 있는지를.”그러자 청아가 말했다. “내 이기심 때문에 요요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요.”“그러면 넌 아직 나를 신뢰하지 않는 거야.”시원은 청아를 안고 조용히 말했고 청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이 주제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시원은 청아를 안고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그녀의 허리를 문질렀다. “아파?”그가 너무 세게 밀어서 청아의 허리가 책상에 부딪혔기에 시원은 조금 후회하고 안타까워했다
요요는 얌전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내일 봐요!”소희와 임구택이 저녁에 오지 않아서, 우청아는 자신과 요요를 위한 저녁만 준비했다.두 사람은 저녁을 먹고, 게임을 하고, 목욕하고, 취침 전 이야기를 나눴다.평소와 같은 밤이었지만, 장시원이 없어서 항상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졌고, 요요도 계속해서 시원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삼촌은 어디예요?”“밤이 다 됐는데, 삼촌은 왜 아직 안 와요?”……잠자리에 들 때, 시원이 청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요요가 나 어디에 있는지 물었어?]청아는 침대에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요요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물었어요.][그럼 너는? 나 안 보고 싶었어?]청아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그에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요요가 곧바로 다가와 물었다.“삼촌이에요?”“그래 오늘 삼촌이 바빠서 요요 재워 줄 수가 없어. 그래서 오늘은 엄마가 동화책 읽어줄게.”청아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그림책을 집어 들었다.시원이 매일 밤 요요를 재우는 것에 요요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랬기에 오늘 시원이 없자 요요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엄마가 읽어주는 건 삼촌만큼 재미있지 않아.”청아는 말을 멈추고 요요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요요야, 요요는 삼촌에게 너무 의지해서는 안 돼, 알겠지?]청아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그것이 요요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요요의 까만 눈동자 속에는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이 가득했고, 그녀는 아마도 ‘의지’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었다.청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반 시간 후, 요요가 잠들자 청아는 일어나 거실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장씨 그룹과의 접촉이 늘어날수록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느꼈다. 그래서 저녁 시간을 이용해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 몇 권의 서적을 구입했다.거의 11시가 되자 청아는 책을 내려놓고 하품하며 일어나 잠자리에 들
골든베이 호텔술자리가 끝날 무렵이 이미 거의 자정이었고, 이정 회사의 사람들은 온천을 가려고 했지만, 장시원은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시간을 확인한 시원은 이 시간에 돌아가면 우청아를 깨울까 봐 걱정되어, 호텔의 한 스위트룸을 예약해 그곳에서 쉬기로 했다.22층에 도착한 시원은 자신의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녀는 검은색 슬립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살짝 굽은 긴 머리가 어깨 위로 섹시하게 흩어져 있었다. 또한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그녀는 그를 유혹적으로 바라보았다.이정 회사의 고태형 사장님이 오늘 데려온 홍보팀 매니저, 서아현은 이미 술자리에서 시원에게 여러 차례 술을 권하며 친밀함을 표시했다.“장시원 사장님!”아현은 살짝 취한 채 벽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머리가 너무 아픈데 방 카드를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어요. 잠깐 들어가서 쉴 수 있을까요?”아현은 눈을 깜박이며 섹시함과 귀여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요, 해가 뜨기 전에 갈게요!”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예의 있게 대답했다. “저는 프런트에 전화해서 서아현 씨를 위해 방을 하나 더 예약해 드리겠습니다.”“사장님!” 아현이 걸어오다가 발이 헛디뎌 시원의 품에 안겼다. 그리곤 시원의 넥타이를 잡고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제 마음을 모르시겠어요?”시원은 아현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며 그녀를 벽에 기대게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태형 사장님께 전해주세요. 저는 협력할 때 이런 수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러시면 회사가 매우 저급해 보일 거라고.”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현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이건 저희 사장님의 생각이 아니에요, 그저 제가 시원 사장님을 좋아하는 거예요.”그러자 시원은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협력을 망칠 수도 있어요. 그 책임을 져야 할 텐데, 그건 아현 씨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일 거예요.”아현이 말을 하려는 찰나, 복도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