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갑자기 서인의 품에서 몸을 비틀며 그의 목을 꼭 껴안고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서인의 큰 몸이 순간 굳어졌다. 유진의 부드러운 옆얼굴이 그의 목에 닿으며, 그의 몸은 저절로 긴장되었고, 유진의 달콤한 향기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유진 자신도 자기 행동에 놀랐다. 한 남자에게 고백한 후 이렇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건 정신이 나간 것만 같았다. 유진의 심장 박동은 방금보다 더 격렬해졌고, 얼굴은 뜨거웠지만, 그래도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서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내려가.”유진은 잠깐 멈칫하더니 곧 그의 몸에서 손을 떼고 내려갔다. 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난처해하며 말했다. “미, 미안해요!”이에 서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다리를 옮기며 말했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내가 청소할 테니 넌 이문을 도와.”“네.” 유진은 서인을 바라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겨 주방으로 향했다. 두 걸음 걸은 후, 그녀는 멈춰 서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미안해요, 저 당돌하게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어요!”“…….”서인은 그저 대답 없이 멍하니 있었다.유진은 본인이 생각해도 웃겼는지 웃음을 터뜨렸고, 커다란 눈동자가 반짝이며 주방으로 빠르게 들어갔다.서인은 사다리를 들고 유진이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유진이 수줍어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당돌하다? 이 단어가 왜 이리 이상한 거지?’‘그리고 의도하지 않았다고? 누가 강요라도 했나?’서인은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왔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떨어진 낙엽 위에 앉아 있는 그 벌레를 바라보았다. 손에 든 낙엽 한 장을 튕겨 그 벌레를 맞췄고, 벌레의 날개가 부서져 비루한 몸이 뒤엉킨 가지와 낙엽 속으로 구르며 사라졌다.……장씨 그룹 빌딩오후에 장시원이 마케팅 부서의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했고, 우청아가 회의 기록을 맡았다.최결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
최결이 말하려는 찰나, 우청아가 서류 뭉치를 들고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우민율 씨, 뭐 드릴까요?”“홍차 한 잔 주세요.” 민율이 우아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최결은 청아를 한 번 흘끗 쳐다본 뒤 차를 준비하러 갔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민율은 고개를 돌려 청아를 바라보며 친근하게 인사했다. “청아 씨!”청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율 씨!”“회의 끝났나요? 사장님은 어디 계세요?” 민율이 친근하게 묻자 청아는 대답했다. “클라이언트랑 미팅 중이에요, 근데 민율 씨는 여기에 무슨 일이세요?”“장시원 사장님과 좀 얘기할 일이 있는데, 급하지는 않으니 올라오면 얘기하죠.” 민율이 가방에서 또 다른 향수를 꺼내며 더욱 친근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청아 씨 주려고 산 거예요!”하지만 청아는 정중하게 거절했다.“감사합니다만, 저는 향수를 잘 안 써서요.”“그냥 받으세요, 선물이니까요. 우리 친구잖아요, 서로 선물하는 건 당연한 거죠.” 민율이 청아 손에 향수를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청아는 민율이 항상 선물을 준비해 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고집스럽게 거절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저 정말 향수를 안 써서요.”“아직도 저랑 거리를 두는군요.” 민율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진짜 필요 없어요!” 청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지만,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민율은 그녀의 진지한 태도를 보고 향수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청아 씨, 사장님 여자친구 있나요?”청아의 표정이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사장님의 일정만 관리할 뿐, 개인적인 사항은 잘 모릅니다.”“어떻게 모를 수 있죠? 여자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호텔을 예약하는 일을 부탁받지 않나요?” 민율이 눈썹을 한 번 추켜세우며 묻자 청아는 당황해하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정말 모릅니다.”“우민율!”시원이 갑자기 걸어오며 청아를 보고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
“정말 상관없어요, 그냥 궁금했을 뿐이에요!” 우민율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약간의 아쉬움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에게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제 청춘의 몇 년을 당신에게 낭비했다고 생각했죠.”“그래서 다른 남자의 구애를 받자마자 곧바로 수락했어요. 하지만 한 달 만에 그 관계가 너무 지루하다는 걸 알았죠.”“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하는 연애는 정말 재미가 없더라고요.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죠.”장시원은 민율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민율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곧바로 헤어졌어요. 이번 생에 당신이랑 사귀지 못하게 된다면, 아마도 계속 당신만을 생각하면서 살 거니까.”“당신만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시원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무관심하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정말로, 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이에 민율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지켜보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민율은 일어나며 가볍게 웃었다. “당신에게 다른 손님이 오신다고 들었어요. 방해되지 않게 먼저 가보겠어요.”“입찰 자료는 준비해서 보내드릴 테니, 굳이 봐주지 않으셔도 돼요. 내가 알아서 노력할 거니까.”“그럼 안녕히 가세요.”시원이 짧게 인사하자 민율은 미소를 지으며 또각또각 우아하게 걸어 나갔다.민율은 사장 사무실을 나서며 특별히 우청아 쪽을 한 번 더 바라본 후, 발걸음을 옮겼다.내선 전화가 울리자 청아는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들어오세요.”“네!” 청아는 예의 바르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고 서류를 정리한 뒤 시원을 만나러 갔다.시원은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노크 소리에 “들어오세요.”라고 말한 뒤 담배를 끄고 창문을 열어 담배 냄새를 흩어지게 했다. 시원은 청아가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사장님, 이건 이정 회사가 요청한 자료입니다. 이미 정리를 마쳤습니다.” 청아는 서류를 책상 위에 놓았다. 시원
“왜 우민율이 무슨 말을 했는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화가 났지!” 장시원이 우청아의 귓불을 살짝 물었다. 그리고 청아가 진지하게 말할 때마다 그녀를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더군다나 시원은 이미 오랫동안 참아왔다.청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민율이 당신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지 물었어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죠?”시원은 멈춰서서 청아를 살짝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내가 여자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청아는 몸을 뒤로 젖히며 그를 노려보았다. “말하란 거예요? ‘사장님에게 여자 친구가 있어요, 바로 저예요!'라고 말해야 하나요?”시원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게 어때서? 넌 항상 정직하지 않았나?”청아는 필터링 없이 말했다. “그러면 민율 씨가 제 모든 정보를 파헤칠 거예요. 그리고 백 가지 이유를 들어 내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시원은 그녀를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며 말했다. “우청아, 남들 생각이 그렇게 중요해? 너 남한테 열등감 있어?”청아는 시선을 피하며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나는 열등감이 없어요. 그저 불필요한 문제를 자초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시원도 청아와 요요를 보호하고 싶었다. 그리고 청아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불편했다. 이에 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시험해 보지 않는 거야? 내가 너와 요요를 보호할 수 있는지를.”그러자 청아가 말했다. “내 이기심 때문에 요요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요.”“그러면 넌 아직 나를 신뢰하지 않는 거야.”시원은 청아를 안고 조용히 말했고 청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이 주제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시원은 청아를 안고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그녀의 허리를 문질렀다. “아파?”그가 너무 세게 밀어서 청아의 허리가 책상에 부딪혔기에 시원은 조금 후회하고 안타까워했다
요요는 얌전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내일 봐요!”소희와 임구택이 저녁에 오지 않아서, 우청아는 자신과 요요를 위한 저녁만 준비했다.두 사람은 저녁을 먹고, 게임을 하고, 목욕하고, 취침 전 이야기를 나눴다.평소와 같은 밤이었지만, 장시원이 없어서 항상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졌고, 요요도 계속해서 시원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삼촌은 어디예요?”“밤이 다 됐는데, 삼촌은 왜 아직 안 와요?”……잠자리에 들 때, 시원이 청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요요가 나 어디에 있는지 물었어?]청아는 침대에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요요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물었어요.][그럼 너는? 나 안 보고 싶었어?]청아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그에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요요가 곧바로 다가와 물었다.“삼촌이에요?”“그래 오늘 삼촌이 바빠서 요요 재워 줄 수가 없어. 그래서 오늘은 엄마가 동화책 읽어줄게.”청아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그림책을 집어 들었다.시원이 매일 밤 요요를 재우는 것에 요요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랬기에 오늘 시원이 없자 요요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엄마가 읽어주는 건 삼촌만큼 재미있지 않아.”청아는 말을 멈추고 요요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요요야, 요요는 삼촌에게 너무 의지해서는 안 돼, 알겠지?]청아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그것이 요요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요요의 까만 눈동자 속에는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이 가득했고, 그녀는 아마도 ‘의지’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었다.청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반 시간 후, 요요가 잠들자 청아는 일어나 거실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장씨 그룹과의 접촉이 늘어날수록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느꼈다. 그래서 저녁 시간을 이용해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 몇 권의 서적을 구입했다.거의 11시가 되자 청아는 책을 내려놓고 하품하며 일어나 잠자리에 들
골든베이 호텔술자리가 끝날 무렵이 이미 거의 자정이었고, 이정 회사의 사람들은 온천을 가려고 했지만, 장시원은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시간을 확인한 시원은 이 시간에 돌아가면 우청아를 깨울까 봐 걱정되어, 호텔의 한 스위트룸을 예약해 그곳에서 쉬기로 했다.22층에 도착한 시원은 자신의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녀는 검은색 슬립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살짝 굽은 긴 머리가 어깨 위로 섹시하게 흩어져 있었다. 또한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그녀는 그를 유혹적으로 바라보았다.이정 회사의 고태형 사장님이 오늘 데려온 홍보팀 매니저, 서아현은 이미 술자리에서 시원에게 여러 차례 술을 권하며 친밀함을 표시했다.“장시원 사장님!”아현은 살짝 취한 채 벽에 기대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머리가 너무 아픈데 방 카드를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어요. 잠깐 들어가서 쉴 수 있을까요?”아현은 눈을 깜박이며 섹시함과 귀여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요, 해가 뜨기 전에 갈게요!”시원은 미소를 지으며 예의 있게 대답했다. “저는 프런트에 전화해서 서아현 씨를 위해 방을 하나 더 예약해 드리겠습니다.”“사장님!” 아현이 걸어오다가 발이 헛디뎌 시원의 품에 안겼다. 그리곤 시원의 넥타이를 잡고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제 마음을 모르시겠어요?”시원은 아현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며 그녀를 벽에 기대게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태형 사장님께 전해주세요. 저는 협력할 때 이런 수법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러시면 회사가 매우 저급해 보일 거라고.”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현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이건 저희 사장님의 생각이 아니에요, 그저 제가 시원 사장님을 좋아하는 거예요.”그러자 시원은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협력을 망칠 수도 있어요. 그 책임을 져야 할 텐데, 그건 아현 씨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일 거예요.”아현이 말을 하려는 찰나, 복도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우청아는 장시원을 돌아보며 당황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오빠가 아픈 것 같아요. 119에 전화했으니까 금방 올 거예요.”시원은 우강남의 상태를 살펴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술로 인한 장염인 것 같은데. 구급차 기다릴 필요 없어,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청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구급차가 곧 올 거니까 바쁘시면 가보셔도 돼요.”시원의 눈빛이 깊어지며 청아를 바라보았다. “내가 무슨 바쁠 일이 있겠어?”청아는 시원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침대 위의 강남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헛구역질하자, 청아는 급히 그의 곁으로 가서 상태를 확인했다.강남은 침대 가장자리에서 술로 추정되는 액체를 토해냈고, 청아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따뜻한 물을 건넸다.시원은 이미 주성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불렀고, 주성은 곧 도착해 시원과 함께 강남을 부축해 병원으로 데려갔다. 주성은 강남을 차 뒷좌석에 앉혔고, 시원은 청아와 함께 자신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으로 가는 길에, 시원이 청아에게 물었다. “요요는 어때?”청아는 고개를 숙이자 머리카락이 그녀의 수수한 얼굴을 가렸다. “소희가 요요를 봐주고 있어요. 새언니가 전화해서 오빠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나를 불렀거든요. 새언니는 지금 경성 출장 중이라서요.”시원은 후방 거울로 뒷좌석의 청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술로 인한 장염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청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시원은 몇 번이나 입을 열려고 했지만, 청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청아는 호텔 복도에서 본 장면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랬기에 마음이 불편하지만 시원은 하려던 말을 꺼내지 못했다.병원에 도착하자, 그들은 강남을 응급실로 급히 옮겼다. 의사가 진료를 마치고 나온 뒤, 청아는 바로 일어나 의사에게 다가갔다. “오빠 어떻나요?”그러자 의사는 청아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정소연은 화가 나서 말했다. “오빠만 그런 거예요, 상사가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무슨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지, 이러다가 정말 술 때문에 죽게 생겼어요.”“오빠를 설득해 볼게요!” 우청아가 말했다. “늦었으니 언니도 일찍 쉬어요. 오빠는 제가 돌볼 테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 드릴게요.”“고마워요, 아가씨!”“가족인데 뭘요!”청아가 전화를 끊었다.장시원은 청아를 바라보다가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여기서 조금 쉬어. 나 밖에 나가서 잠깐 전화하고 올게.”청아는 시원이 바쁜 일이 있는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은 응급실을 나와 조용한 곳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걸었다.이미 새벽이었지만 상대방은 곧바로 전화를 받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시원은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우강남 씨가 계속 야근과 술자리를 갖는 게 당신의 지시인가요?”계열사 사장인 손석구는 바로 부정했다.“아뇨, 저는 몰랐습니다. 강남 씨가 일을 잘해서 도정국 부사장님께서 그를 좀 더 신경 써 달라고 부탁드렸을 뿐입니다.”“그리고 강남 씨를 마케팅 부서의 팀장으로 승진시킬 계획이었습니다.”손석구 사장의 말에 시원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웠다,장시원의 목소리가 차가웠다.“나한테 수작 부릴 생각 하지 마세요. 누가 중간에서 이딴 일을 꾸미고 있는지 오늘 밤 안으로 알아내세요.”“숨기고 덮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그러면 당신도 바로 해고할 거니까. 아시겠습니까?”꽤 세게 나오는 시원에 손석구 사장의 목소리는 더욱 떨렸다. “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기다리겠습니다.”잠시 후, 손석구 사장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말했다. “사장님, 문제를 알아냈습니다. 이 기간에 우강남에게 일과 술자리를 지시한 사람은 도정국 부사장입니다.”“그는 우강남을 단련시키고 싶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우강남이 승진하면 자신의 위치를 위협할까 봐 그를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었습니다.”“그리고 그가 맡은 프로젝트는 실수하기 쉬
아심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미소는 아름다움과 매혹으로 가득 찼다.“정말 참 시원시원하시네요!”시언은 아심의 농담에 대꾸하지 않고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곧 네 회사 도착해. 아래에서 기다릴게.]아심은 약간 놀랐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금방 갈게요.”전화를 끊고, 아심은 짐을 챙기며 퇴근 준비를 했다.아현이 사무실로 들어왔을 때, 아심이 물건을 정리하는 걸 보고 놀라며 물었다.“사장님, 오늘 이렇게 일찍 퇴근하세요?”아심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럼, 퇴근 시간이잖아요.”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다른 사람들이 정시에 퇴근하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사장님이 야근 안 하고 일찍 퇴근하는 건 엄청난 일인데요. 꼭 연애라도 시작하신 것 같아요!”아심은 서류를 정리하며 가볍게 말했다.“아현 씨 연애는 어때요? 요즘 남자 친구 얘기를 잘 안 하던데?”예전엔 아현이 틈만 나면 남자 친구 이야기를 했었기에 궁금한 듯 물었다. 아현은 환하게 웃던 얼굴이 시무룩해지며 말했다.“별로 좋지 않아요. 우리 막 사귀었는데, 남자 친구가 곧 F 국으로 2년간 발령을 받아요. 그래서 요즘 헤어질지 고민 중이에요.”“헤어지려고?”아심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네, 헤어질지 생각 중이에요.”아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막 시작했는데 곧 떠난다는 건, 그의 마음속에서 제 일이 얼마나 우선순위가 낮은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저는 장거리 연애는 못 받아들이겠어요.”“너무 힘들잖아요. 1년에 한 번 얼굴도 못 보고, 서로의 상황도 모르고, 무슨 일이 생겨도 곁에 있어 줄 수 없는걸요.”아심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용히 말했다.“맞아, 그런 건 정말 힘들지. 받아들일 수 없다면 빨리 정리하는 게 좋을 거야.”“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괜히 마음에 벽이 생기면, 나중에 함께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좀 아쉽긴 해요.”아현은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심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시간이
지아윤은 분을 참지 못하고 권수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정아현은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강아심을 찾아왔고, 마침 아심과 상담하던 고객은 막 떠난 상태였다. 아현은 아심의 사무실로 들어가 신영 그룹에서 있었던 일과 지승현이 했던 말을 모두 전했다.아심은 대략 누가 자신을 겨냥했는지 짐작하며 물었다.“몸싸움은 없었죠?”“없었어요. 저를 때리려고 했지만 제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겁먹고 도망갔어요!”아현이 자랑스럽게 말하자, 아심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잘했어요. 혼자 밖에 있을 때는 항상 안전이 최우선이예요. 특히 여자라면 더더욱 그래요. 괜히 무리하지 마요.”“하지만 그들이 도망간 건 정말 아쉬워요!”아현은 분한 듯 말했다. 그러나 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들을 잡아도 어차피 뻔한 변명만 할 텐데, 무슨 소용이겠어요? 단지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할 방법도 없잖아요.”그녀는 아현을 달래듯 말했다.“자, 이제 그만 화내고, 오늘은 일찍 퇴근해요. 오늘 고생 많았으니 좀 쉬어야죠.”“저는 괜찮아요. 다만 그들이 허튼소리를 해서 너무 화가 나요. 사장님을 모함하려고 심지어 영상을 찍기까지 했다고요!”아현은 여전히 분노를 표했고,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고마워요. 이제 돌아가 봐요.”“지승현 사장님이 이 일을 조사해서 반드시 배후를 밝혀내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사장님도 조심하세요.”아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알겠어요.”아현이 떠난 후, 아심은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도 신영 그룹의 비서 오형서였다.[강아심 사장님, 이번 일 정말 죄송해요. 우리 회사의 두 고객이 중식 중에 술을 좀 마셨는데, 술김에 실수를 한 거예요.][그래서 저희는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어요. 이번 일로 강아심 사장님과 정아현 비서님께 피해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려요.”형서의 목소리는 매우 진지하고 정중했으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듯했다. 이에 아심은
회사로 돌아가는 길, 정아현은 오늘 신영 그룹에서 벌어진 일을 떠올릴수록 화가 치밀어 지승현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했다.그러자 승현은 놀라며 말했다.[전 강아심을 찾으라고 한 적 없어요!]그러나 정아현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말했다.“그렇다면 누군가 우리 사장님을 일부러 함정에 빠뜨리려 한 거네요?”“다행히 오늘 사장님이 급한 일이 있어서 제가 대신 갔지, 안 그랬으면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됐을 거예요!”승현은 잠시 침묵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내가 확실히 조사해서 아심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줄게요.]그는 덧붙여 말했다.[아심에게 조심하라고 전해줘요. 내가 따로 연락할 일이 있으면 직접 전화를 걸 테니, 어떤 비서를 통해서도 연락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요.]“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승현은 바로 어머니 권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지금 어디세요?”권수영은 카드 게임 중이었고, 오늘 돈을 따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사모님들이랑 카드 치고 있어. 왜?]승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누가 강아심을 모욕하도록 사주한 건 엄마가 시킨 거예요?”권수영은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아니야, 내가 그런 짓을 했을 리 없잖아!]“그럼 누가 그런 건데요?” 승현이 추궁하자, 권수영은 눈동자를 굴리며 잠시 침묵했다.“엄마, 며칠 전에 회사 계좌에서 1억5천만 원 인출하셨죠. 아직 아버지에게는 말씀 안 드렸는데, 오늘 말 안 하면 바로 회계부에 확인 요청할 거예요.”권수영은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나도 회사에 지분이 있어. 내 돈 인출하는 게 무슨 문제야?]승현은 차갑게 말했다.“두 분의 지분은 같이 묶여 있어요. 이 이야기는 직접 아버지께 가서 설명하세요.”그는 전화를 끊으려 하자 권수영이 급히 외쳤다.[지승현!]그녀는 재빨리 말을 바꾸며 말했다.[알았어, 내가 말할게. 그거 아윤이야! 아윤이가 아심을 싫어해서 일부러 그렇게 한 거야.]승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가 관여한 건 아니죠?”[아니
“강아심 대표님 뭘 또 그리 발끈하세요?”이승협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어젯밤에 제게 술을 권하고, 저랑 노래 부를 때는 정말 상냥하셨잖아요!”옆에 있던 백현우는 크게 웃었다.그때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었고,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정아현은 분노로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당신들, 계속 헛소리하면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거예요!”이승협은 비웃으며 말했다.“누굴 고소한다고요? 강아심 사장님, 당장 경찰에 가보세요. 어쩌면 이렇게 하면 강성에서 더 유명해질지도 모르겠네요.”“공공연히 미모로 남자들을 유혹해 영업한다고요? 모두 그 사실을 모를 거라 생각하나요?”문밖에서 누군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지아윤에게 전송했다. 아윤은 이를 기쁘게 지승현의 어머니 권수영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동영상을 직접 확인한 후 그녀의 표정은 굳어졌다....한편, 이승협과 백현우는 여전히 강아심이라고 착각한 정아현을 비난하고 있었다. 특히 이승협은 더욱 기세를 올리며 말했다.“그만 연기하라고요! 어젯밤 술 마신 후, 호텔 방까지 잡아서 날 불러냈잖아요. 이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죠. 다행히 내가 안 갔으니 망정이지!”백현우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말했다.“저도 불렀는데요? 역시 사장님은 바쁘시네요. 밤새워 고생하셨겠어요!”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현은 그들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지금 저를 얘기하시는 건가요?”이승협은 비웃으며 말했다.“강아심 대표님, 정말 모르는 척하시네요. 본인이 한 일을 본인이 몰라요?”아현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제가 누구인지 아세요?”이승협은 멈칫하며 말했다.“강아심이잖아요!”아현은 자신의 사원증과 신분증을 꺼내 들며 말했다.“제 이름을 똑바로 보세요. 제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어젯밤 저랑 술을 마셨다고요?”그 순간, 주변 사람들이 아현의 신분증과 사원증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목요일, 강아심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지승현의 비서라며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강아심 사장님, 저는 오형서라고 해요. 저희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저희 두 회사 간의 계약이 곧 만료되어 갱신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한다고 하셨어요.”아심은 승현이 바빠서 비서에게 일을 맡겼겠다고 생각하며 계약서를 확인했다. 실제로 계약이 곧 만료될 예정이었다.“알겠어요. 새 계약에 대해 귀사에서 추가하고 싶은 조항이 있나요?”오형서는 말했다.[예, 몇 가지 추가 사항이 있어요. 사장님께서 지금 우리 회사로 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좋아요.”아심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11시 전에 귀사에 도착할 수 있어요.”[네, 도착하시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전화를 끊은 아심은 계약서를 찾아 꼼꼼히 살핀 후, 회사로 갈 준비를 했다.출입문을 나서려던 순간, 정아현이 아심을 찾아와 부딪쳤다.“사장님, 어디 가세요?”아심은 짧게 대답했다.“신영 그룹에 계약 건 때문에 가야 해.”아현은 잠시 고민하며 말했다.“지승현 사장님 쪽인가요? 방금 창원의 사장님이 전화하셔서 사장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지금 바로 오신다고요.”아심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이미 그쪽 비서에게 11시 전에 간다고 약속했어요.”아현은 서둘러 제안했다.“그러면 제가 갈게요. 창원 회사와의 계약은 사장님이 직접 진행하셨던 일이잖아요. 그쪽 소정석 사장님이 꼭 사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아현이 신영 그룹과의 업무를 계속 맡아왔던 걸 떠올린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계약서를 그녀에게 넘겼다.“그럼 아현 씨가 가요. 그들이 추가하고 싶다는 조항은 아현 씨가 판단해서 결정해요.”아현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제가 결정 못 하겠다는 건 바로 전화드릴게요.”“좋아요.”아현은 계약서를 들고 나갔고, 아심은 사무실로 돌아가 창원 측의 사장 기다렸다.아현은 택시를 타고 신영 그룹 건물에 도착했다. 프런트에
강아심은 몸이 반쯤 무너지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마치 영혼마저 자신의 것이 아닌 듯했다....단독주택의 지하실. 개인 영화관의 방음 효과는 완벽했고, 그곳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며 어떠한 거리낌도 없게 했다.도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아심은 자신이 산 선물을 도경수와 가족들에게 나눠 주었다.강재석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내 것도 샀네?”도경수는 자신이 받은 옷을 들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내 덕 본 거지!”강재석은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자신도 누구의 덕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도도희는 아심이 자신을 위해 산 선물을 보며 매우 기뻐했다.“시언아, 고생 많았어.”시언은 짧게 아심을 힐끗 보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당연한 거죠.”아심은 도도희에게 다가가 손수 그녀의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었다.그러자 시언이 입을 열었다.“정말 잘 어울리네요.”도도희는 손목을 들어 팔찌를 살펴보며 말했다.“이거 혹시 네가 고른 거야?”시언은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심이 직접 고른 거예요.”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럴 줄 알았어. 이 안목은 확실히 우리 아심이 답네.”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강재석은 미소를 띤 채 도경수를 보며 말했다.“봐, 우리 시언이랑 아심이. 함께 있으니 참 잘 어울리지 않아?”그러나 도경수는 아심이 멀리 운성으로 시집가면 자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속이 쓰라려 목을 뻣뻣이 세우며 말했다.“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강재석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네 눈은 제대로 안 보이는 것 같아.”도경수는 심통이 난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이틀 후, 아심은 지승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어딘가 다른 느낌이 있었다.[아심아, 할머니 혼수 문제는 해결됐어.]아심은 예상한 대로였지만, 동시에 궁금증이 생겼다.“어떻게 해결된 거야?”[오늘 우리 아
강아심은 통화 중 묻었다.“무슨 일이야?”이에 지승현은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식사 끝난 후 얘기하려고 했는데, 지금 말해도 돼.]그는 잠시 멈추고 말을 이어갔다.[할머니 유언과 관련된 건데, 월요일에 시간이 된다면 공증소에 같이 가자.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유산을 배분하려고 해.]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좋아.”승현은 이어서 말했다.[그러면 먼저 식사해. 끝나고 만나서 세부적인 건 다시 얘기하자.]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자, 맞은편에 앉아 있는 강시언의 차갑고 깊은 눈빛과 마주쳤다.시언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아직도 지씨 집안 일에 끼어드는 거야?”아심은 지승현이 부탁한 내용을 차분히 설명했다.“승현인 자신의 아버지와 친척이 할머니께서 평생 모은 혼수를 망쳐버리는 걸 막고 싶어 했어요.”“그래서 제가 유산을 물려받은 다음 적당한 가격으로 되팔기로 했고요.”그건 승현이 제안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아심은 이미 도움을 주기 시작한 이상 끝까지 돕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언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단호했다.“그러고 나서 뭐? 그가 고마워하면서 또 한 끼를 사주겠지? 이후에 지씨 집안에서 또 문제가 생기면, 넌 또 도와주겠다고 나설 거고.”아심은 천천히 눈을 들어 약간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미 시작했는데, 그러면 당신이 가르쳐줘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시언의 검은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내가 해결할게.”갑작스러운 말에 아심은 깜짝 놀라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넌 신경 쓰지 마. 대신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마.”시언의 단호한 태도에 아심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차에 탔다. 시언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물었다.“다음엔 어디로 갈까?”쇼핑도 하고, 점심도 먹었으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아심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그러면 영화 보러 갈래요?”시언은 지난번 영화관에서의 시끄러운 환경을 떠올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는 강시언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손을 떨며 휴대폰을 건넸다. 시언이 휴대폰을 받으면서 화면은 남자에 의해 곧바로 잠금이 해제되었다.이 광경을 보고 남자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자신의 휴대폰 잠금은 보통 사용하지 않는 약지의 지문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게다가 방금 그는 시언의 앞에서 잠금을 해제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시언은 정확히 그의 손가락을 알아내 잠금을 해제했다. 그리고 그 속도와 정확성은 일반인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시언은 휴대폰을 열어 빠르게 앨범을 뒤졌고, 거기서 남자가 찍은 자신과 강아심의 사진을 찾아냈다.그의 눈빛은 차갑고 깊어졌다.“누가 시켰어?”검은 티셔츠 남자는 시언을 바라보며 침묵했다.고객을 배신한다면 자신의 직업적 경력이 끝장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했고, 스스로를 직업윤리가 있는 사람이라 여겼다.시언은 더 말하지 않고 어깨를 거칠게 잡아들었다. 그리고 그를 유리 난간 쪽으로 끌고 가더니, 한 손으로 그를 난간 밖으로 내던졌다.남자의 몸은 8층 높이의 공중에 매달렸고, 시언은 한 손으로 그를 붙들고 있었다.“셋까지 센다.” 시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검은 티셔츠 남자는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쳤지만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느끼면서도 소리 내어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시언을 자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람을 죽이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해요.”“하나.” 시언이 이미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시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단단한 눈빛에는 예리함이 담겨 있었고, 그의 차가운 목소리는 실제로 남자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었다.검은 티셔츠 남자는 급히 외쳤다.“말할게요! 말할게요! 저와 접촉한 사람은 지씨 집안 사람이예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몰라요.”“그 사람은 매우 신중해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요!”시언은 눈을 좁히며 남자를 위로
아침 식사를 함께할 때, 도도희가 갑자기 강시언에게 물었다.“시언아, 오늘 일하러 가야 해?”시언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아니요, 오늘은 쉬는 날이예요.”도도희는 웃으며 말했다.“사실 어젯밤에 나랑 아심이 오늘 함께 쇼핑 하러 가기로 했었는데, 방금 일어나 보니 머리가 좀 아프네. 네가 대신 아심이랑 다녀와 줘.”아심은 숟가락을 들고 잠시 멍해졌다. 어젯밤에는 쇼핑 얘기가 전혀 없었기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계속 국을 마셨다. 시언은 아심을 한 번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제야 아심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시언은 짧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야.”도경수는 도도희를 걱정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머리가 아프지? 병원에 가야 할까?”“괜찮아요. 오래된 병이예요. 조금 누워 있으면 나아질 거예요.”강재석은 인자한 미소로 말했다.“그럼 편히 쉬어. 시언이가 아심이랑 다녀오면 되잖아.”도도희도 웃으며 말했다.“시언에게 부탁 좀 할게요!”강재석은 한 마디 덧붙였다.“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도경수는 미묘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말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시언은 차를 몰고 아심과 함께 집을 나섰다. 차가 서서히 도로로 진입하자, 시언이 물었다.“어디로 갈까?”아심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외할아버지와 엄마를 만나고도 한 번도 선물을 못 사드렸어요. 나랑 같이 선물을 고르러 가는 건 어때요?”그러나 시언은 약간 못마땅한 듯 말했다. “그거 너무 의식적인 행동 아니야?”아심은 단호하게 반박했다.“난 외손녀고 딸이잖아요. 선물 사는 건 예의고 효도지, 뭐가 의식적이란 거예요?”시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하자는 대로 하자.”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미소는 여유롭고 부드러웠다.쇼핑몰에 도착한 후, 아심은 의류 코너로 가서 도경수에게 줄 외투를 골랐다. 그녀는 두 벌을 골랐고, 이를 지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