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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8화

임유진의 얼굴이 어둡게 변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당신이 걱정할 일 없어요. 당신은 저보다 여진구를 더 좋아하길 바라잖아요, 그래야 저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자 서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혀끝으로 어금니를 툭 치고는 말없이 있었다.

“이제 사다리 좀 옮겨 줄 수 있어요?”

유진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묻자 서인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그녀를 위해 사다리를 옮겼다.

유진은 앞서 걷는 서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갑자기 물었다.

“근데, 왜 화났어요?”

서인은 잠시 멈칫했지만, 침착하게 부인했다.

“화난 적 없어.”

하지만 유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화났잖아.”

서인은 몇 걸음 빠르게 걸으며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사다리를 장미 벽 아래에 놓고 서인은 위치를 잡아 안정되게 세웠다.

“어떻게 잘라야 할지 말해, 내가 올라가서 잘라줄게.”

“안 돼요, 다 잘라버릴 거예요.”

유진이 투덜거렸다.

“제가 직접 할게요.”

서인은 유진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유진이 사다리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불안해하다가, 아래에서 사다리를 붙잡아주었다.

유진은 큰 가위로 불필요한 가지와 마른 잎을 잘라내며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며칠 후에 낙엽이 더 많아질 거예요. 내가 없을 때, 여러분이 수고해야 할 거예요.”

서인이 고개를 들어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높은 곳에 서서 햇살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그의 시선을 눈부시게 했다.

그 순간 그는 둘 사이의 간격을 더욱 분명히 깨달았다.

유진은 높은 곳, 햇살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였고, 새벽의 태양처럼 생기 넘치고 반짝였다. 반면에 자신은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하는, 마른 낙엽처럼 쓸쓸하고 황량한 존재였다.

서인은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이 말했다.

“괜찮아, 청소할게.”

유진은 더 높이 올라가며 말했다.

“이문이 하게 해요, 점점 더 살이 찌니까 운동 좀 시켜야 해요.”

서인은 머리를 숙이고 그림자를 바라보며 넋 나간 사람처럼 대답했다.

“알겠어.”

“그리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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