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택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언제 본가에 들어와서 산다고 했죠?”노정순은 놀라며 말했다.“두 사람 이미 결혼했는데 여기서 안 살려고? 예전에는 모른다 치고 이미 안 이상 소희를 서럽게 하면 안 되지.”“아니에요!”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지금 사는 곳이 촬영장이랑 가깝고 해서 더 편해요.”“멀어도 괜찮아, 어차피 집에 기사도 있으니까 촬영장으로 데려다 줄 수 있어.”임시호가 말했다.소희는 구택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시선을 보냈다. “저랑 소희는 본가에 들어와서 살 생각이 없어요. 식을 올리고 소희가 원하면 청원에 가서 살려고요.”정순은 눈살을 찌푸렸다.“들어와서 안 산다고? 다 같이 살면 북적북적한게 좋잖아.”유림이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왜 여기서 안 살아요? 소희가 들어오면 우리 매일 수다도 떨 수 있을 텐데.”우정숙이 물었다.“소희 씨는 지금 어디에서 살아요?”소희가 말했다.“친구랑 같이 살아요.”정순은 더 놀랐다.“본가에서 안 살아요?”유민이는 냉소하며 말했다.“본가에 왜 가겠어요, 소씨 집안은 아예 선생님을 인정하지 않는다고요!”모두 다 멍해졌고 정순이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 원래 구택의 아버지랑 요 며칠에 한 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너희 두 사람이 파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른 채 2년 동안 자주 연락하지 않았어.”“아니에요!”소희가 입을 열었다.“저희 두 사람의 일은 그 사람들한테 알릴 필요 없어요.”정순이랑 시호는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구택은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소희는 소 씨이지만 강씨 집안의 사람이에요. 소씨 집안이랑 상관없어요.”정순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소희가 후에 소씨 집안으로 돌아간 일을 알고 있었으며, 더불어 소씨 집안에 양녀가 있다는 사실도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의 상황을 유심히 살피며 소씨 집안에서 양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 것을 눈치챘다.정순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우여곡절에 찾은 친딸을
“두 사람 아마 한 달 정도 사귄 것 같은데. 여자 쪽은 엔터업계에서 일하는 것 같고 가게 와서 밥 먹다가 이문이랑 고향이 같은 거 알고 연락하고 지냈나 봐. 그러다가 사귄 것 같아.”유림이는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이 알자마자 결혼할 때 자기가 비용을 다 책임진다고 얘기했어.”“서인이 진짜 의리남이지.”유림이의 눈이 반짝이었다.“맞아, 정말 의리가 넘쳤어. 그래서 부하들도 엄청 충성을 하는 것 같더라.”소희는 이문을 위해 이뻐했다.“주말에 한번 보러 갈게.”“그래, 모두들 너를 그리워하던 눈치였는데!”두 사람이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을 때 노정순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그리고 박달나무 상자를 들고 소희에게 건네주었다.“꺼내서 껴봐, 사이즈 맞는가 한 번 봐봐.”“이게 뭐예요?”소희는 아름다운 꽃무늬와 새 무늬가 섬세하게 조각된 박달나무 상자를 받았다. 그녀는 호기심에 가득 차 박스를 열자, 그 속엔 아름다운 비취 팔찌가 담겨 있었다.비취 팔찌는 파릇파릇한 빛을 띠며, 불빛 아래에서는 환상적으로 영롱한 빛을 발산했다.강 어르신은 골동품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졌기에, 소희는 어느 정도 물건의 가치를 알아볼 줄 알았다. 이 팔찌는 그냥 봐도 가격이 어마어마했고 노정순이 오랫동안 소장해온 팔찌임은 분명하게 느껴졌다.소희는 얼른 정순에게 팔찌를 돌려줬다.“너무 귀중한 것 같아요. 이렇게 값 비싼 선물을 받을 수 없어요, 전 괜찮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아니야!”정순은 소희의 손을 잡고 팔찌를 손목에 끼웠다.“이 팔찌는 원래부터 한 쌍이었어. 정숙이에게 하나를 주고 나머지 하나는 구택의 배우자로 될 작은 며느리에게 줄 생각으로 남겨뒀어.”그 푸른 빛을 뿜어내는 팔찌는 소희의 가느다란 손목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그 손목을 감싸는 팔찌는 그녀의 피부를 더욱 우아하게 표현해주었고, 피부는 눈처럼 맑고 투명하게 보였다.정순이의 얘기를 듣자 소희는 더 이상 거절하기 힘들었다.“정말 감사해요!”유림이는 소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
방으로 돌아온 구택은 몸을 숙여 소희의 얼굴에 뽀뽀했다.“먼저 샤워하러 갈까?”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물었다.“나 여기서 자?”“그럼 어디서 자고 싶은데?”구택이 웃으며 물었다.“너희 집에 온 첫날인데 바로 너랑 같이 자면, 좀 그렇지 않아?”소희의 눈빛은 물처럼 맑았다.“자기야, 여기에 있는 사람들 우리 결혼한 거 다 알아!”구택은 웃으면서 소희의 손을 잡고 욕실로 갔다.“나 아직 당신 엄마랑 형수에게 인사하지 못했는데.”“했어.”“언제?”“네 잠옷을 가져다줄 때.”소희는 손목을 들어 구택에게 보여주었다.“당신 어머니가 준 팔찌.”“형수도 있던데.”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며느리한테 줄 팔찌도 받고 아직도 우리 어머니야?”소희는 시선을 깔고 말했다.“난 엄마라는 호칭이가 너무 낯설어, 적응할 시간을 좀 줘.”구택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가슴이 아파 났다. 그는 소희의 얼굴에 가볍게 입맞춤했다.“괜찮아, 호칭 정도쯤이야 바꾸고 싶을 때 바꿔. 평생 안 바꿔도 내가 엄마를 설득할게. 호칭은 중요하지 않아!”소희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호칭 바꿀 거야.”‘이렇게 날 잘 챙겨주는데 나도 제멋대로 할 순 없잖아?’한 시간 후.구택은 소희를 안고 욕실에서 나와 침실로 들어가지 않고 통창 쪽으로 걸어갔다.유리창은 하루 종일 햇볕을 받아 따뜻한 느낌을 주었지만, 소희는 몸 전체가 찌릿찌릿하고 떨렸다.“여기는 싫어.”어정이든 경원이든 높이가 높아서 밖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여기는 3층이었고 별장 마당에는 하인이 수시로 지나갔다.“안 보여.”구택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며 소희를 달래듯이 계속 키스를 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을 담은 것처럼 깊고 의미심장한 빛을 띠고 있었다. “믿어져? 나는 여기서 너와 유민이가 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첫 날부터 이런 순간을 상상해 왔었어.”소희는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핑크빛이 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럼 처음 봤을 때 그 진지하
소희는 눈알을 굴리며 웃었다.“나쁘지 않아!”구택도 웃는 듯했다. 곧이어 구택은 몸을 돌리더니 소희의 몸을 누르고 키스했다.소희는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이대로 키스하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우리 달리기하러 가자!”구택은 눈살을 찌푸렸다.“나 겨우 4시간 잤는데?”소희의 귓가가 빨개지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계속 자든가!”“자고 있었는데 누가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깨어났지.”소희는 몸을 돌려 그를 피했다.“난 좀 뛰어야겠어, 네가 가지 않으면 유림이를 불러서 같이 뛸 거야.”구택은 긴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고 한참을 키스한 후에야 일어나 같이 조깅하러 갔다.그 별장 주변은 아름다운 가로수길이었고, 아침 공기는 특별히 시원했다. 가끔씩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마치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만드는 듯했다두 사람은 뛰다가 쉬다가 별장에 돌아왔을 떈 날이 이미 다 밝았다.노정순은 아침부터 소희의 사이즈에 맞춰 옷 세 벌을 보내달라고 했다. 소희는 샤워한 후 옷을 갈아입고 구택의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하룻밤을 거쳐 정순은 소희에게 더욱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다가갔다. 우정숙이랑 임지언은 소희를 여동생처럼 대했고 유림이랑 유민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전부터 그녀를 가족으로 생각했다.너무 뜨거운 감정도 아니고 차가운 무관심도 아닌 태도는 소희에게 안락함을 선사했다.아침을 다 먹은 후 소희는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 정순은 구택이랑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본가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데 주말마다 소희를 데리고 와야 해. 소희 보고 싶어서 그러니까.”구택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잊으셨어요? 매주 유민이 수업하러 오잖아요. 한번이 아니라 매주 두 번씩은 갈 것 같아요.”정순은 이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나 정신 좀 봐.”“우리 먼저 가볼게요.”구택이 입을 열었고 소희도 뒤따라 구택의 가족들과 인사했다.별장을 떠난 후 소희는 팔찌를 벗어 구택에게 건네주었다.“출근할 때 액세
임유진은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가 서인을 놀래켜 주려 했지만, 서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거기 서! 움직이지 마!”서인이 외치는 소리에 유진은 킥킥 웃으며 말했다.“뭐야, 자는 척했던 거였어요?”서인은 미간을 문지르며 손을 뻗어 담배를 찾았고 목소리는 금방 깨나서 그런지 허스키했다.“이 시간에는 웬일이야?”“오늘 수업이 일찍 끝났거든요.” 유진은 물병에 물을 받아 자기가 심은 장미에 물을 주었다.“내가 이미 줬어!” 서인이 담배를 한 모금 빨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물을 주신 거라고요? 물을 들이부은 것 맡기는 일은 항상 대충 처리하시는 경향이 있으시네요.”“그게 물 주기라고요? 장마철은 둘째 치고 맡긴 일을 항상 대충 처리하시네요!” 유진이 재치 있게 말하며 계속해서 물을 주었고 반려견 야옹이에게도 사료를 먹였다. 야옹이는 유진을 보고 흥분하였는지 계속해서 유진이의 품에 뛰어들려고 했다.그런 야옹이가 귀여웠는지 유진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야옹이는 순종적이게 얌전히 앉아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다.마당에 심어진 나무에 의해 생긴 그늘에 앉은 서인은, 유진이 야옹이가 놀아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옆에는 만발한 장미가 피어 있었고, 유진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곧이어 서인은 시선을 돌려 의자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고 있자 유진이 다가가 다리로 서인을 살짝 찼다. “서인 할아버지, 일어나세요!”서인이 눈을 뜨고 말하자 유진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뭐라고 부르는 거야?”“하루 종일 여기 앉아서 햇볕을 쬐는 거 보면, 벌써 노인네처럼 퇴직 생활을 시작한 거 아니에요?”서인은 담배를 피우며 태평하게 웃었다. “그게 뭐가 나쁘지?”“당연히 나쁘죠! 젊은이답지 않게 활력이 전혀 없잖아요!”서인은 담뱃재를 털며 나른하게 웃었다. “나는 그리 젊지 않아!”“그럼 얼마나 늙으셨는데요?” 유진이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리자 서인은 눈살을 찌푸렸다.“너 나한테 시비 걸려고 온 거
“본인이 말씀하시고는 잊으신 거예요?”임유진은 서인을 노려보며 되물었다.서인은 과거 자신이 유진에게 한 말이 떠오르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내가 소희를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나는 그저 소희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소희 언니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아요. 본인이 뭘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니까!”유진이 그의 휴대폰을 가져가며 말했다. “어쨌든 둘 사이에 끼어들지 마요!”“좋아, 소희한테 연락하지 않을 테니까 내 휴대폰 돌려줘.”“안 돌려줘요. 누가 알아요, 몰래 전화할지.” 유진은 휴대폰을 자신의 옷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계속 햇볕 쬐세요. 저는 밖에 나가서 이문이랑 화투 놀 거니까.”서인은 그저 무력하게 유진이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뛰쳐나가는 걸 지켜봤다. 이문과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화투를 치고 있었고, 유진이 오자 자연스레 그녀의 자리를 내어주었다.이문은 입에 담배를 문 채 패를 섞으며 유진에게 물었다. “두 판 할래? 이기면 네 거, 지면 내 거!”오현빈이 곧바로 이문을 바라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큰형님이 유진이 화투 치는 걸 금지하셨으니까 쓸데없이 일 만들지 마!”이에 이문은 느긋한 표정을 거두고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내가 그걸 잊고 있었네!”“그 사람 말 듣지 말아요. 나 이거 하고 싶으니까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줘요!”유진이 궁금해하며 말했다.“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을 거야. 큰형님이 말했어. 누가 널 화투나 술 마시게 하면, 그 사람을 쫓아낼 거라고.” 현빈이 웃으며 유진을 일으켰다. “자, 편의점에 가서 내가 맛있는 것 사줄게!”유진은 불만이 가득해 콧방귀를 뀌었다.“나는 어린애가 아니에요!”“가자!” 현빈이 거의 강제적으로 유진을 끌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은 함께 나와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아이스크림과 탄산음료를 샀고 유진이 계산을 하려고 했지만 현빈이 제지하였다.이에 유진이 입을 열었다.“얼마 안 하는 건데 왜 이렇게 선을 그어서 구분해요?
뒤뜰에는 아무도 없자 임유진은 약간 놀라며 건물 안으로 향했다. 두 번째 층에 올라가고 서인의 방문 앞에 서자, 심문정이 서인의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한눈에 보였다. 문정은 문 쪽을 등지고 허리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 자세는 마치 뭔가를 암시하고 있어 보였다.유진은 큰 숨을 들이켜고는 소리쳤다. “심문정 씨,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예요?”문정은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그것은 유진이 심은 금잔화였다. 이제 막 두 송이가 피었는데, 문정이 모두 따 버린 것이었다. 유진은 달려가 꽃을 주워 들고 화를 내며 말했다. “내 꽃을 따버린 거야?’문정은 유진의 눈길을 피하며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 없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거기 서!”유진이 뒤쫓아 거실까지 나갔고 문정의 손목을 잡고 소리쳤다.“거기 서라고 했잖아!”“무슨 일이야?”서인이 욕실에서 나오며 두 사람을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봤고 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에 있었던 거야? 도대체 둘이 뭘 한거에요?”서인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유민아, 함부로 말하지 마!”문정은 눈을 크게 뜨고 억울한 척 말했다. “나는 그냥 서인 사장님께 탄산음료를 전해주러 온 거예요.”“탄산음료를 전해주러?” 유진은 비웃으며 말했다. “탄산음료를 침대에 누워서 전해주나요?”문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인을 바라보았다. “제가 위로 올라갈 때 발목을 삐었어요. 그래서 잠깐 침대에 앉았는데 미안해요, 다음부터 주의할게요.”서인은 오해가 생길까 봐 진지한 얼굴로 유진을 나무랐다. “별일도 아닌 거로 소란스럽게 굴지 마.”“그럼 제 꽃은 어떻게 할 거예요?” 유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 “누가 당신에게 내 꽃을 따라고 했어요?”“저는 뒤뜰에서 서인 사장님을 찾았는데, 사장님이 안 계시기도 하고 근데 마침 이 꽃이 예뻐 보여서 두 송이를 따버렸어요.” 문정은 입술을 깨물며 변명했다. “저는 이 꽃이 유민 씨가 심은 건
서인이 문을 닫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임유진, 너 왜 그래? 심문정은 이문의 여자친구인데,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달려들어? 이문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유진은 눈을 내리깔고 말이 없었다.유진은 이문을 위해 문정을 가게에 오지 못하게 하려던 것이었고 그저 이문이 여자 때문에 서인과 관계가 틀어지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여자의 직감은 그 무엇보다 정확해서 유진은 문정은 분명 서인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유진은 서인이 지금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저 유진이 일부러 끼어든다고 생각할 것이었다.서인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문정이 너의 꽃을 딴 것은 잘못이지만, 이미 딴 걸 어떡해? 게다가 그 꽃은 다시 피잖아. 내가 앞으로 너 대신 꽃에 열심히 물을 줄게!”유진이 그렇게 화난 건 장미 때문이 아니었기에 큰 소리로 말했다.“나는 심문정이 싫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가게에 오는 걸 원치 않아요!”서인은 문정을 그리 싫어하는 유진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싫은 거야?”유진은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두 송이 꽃 때문에 아직 화가 난 거라면, 내가 이문 대신 꽃값을 네게 물어줄게. 내 휴대폰 돌려주면, 지금 바로 네게 송금할게!”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지금 돈이 필요해서 이런다고 생각해요?”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진을 바라봤다. “그럼 왜 그렇게 난리를 치는 거야?”유진의 눈가가 쓰라렸고, 화가 나고 실망한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며 깊은숨을 들이켜고는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임유진!” 서인이 유진을 부르며 따라갔고 유진은 거실에서 멈춰 서서 서인의 휴대폰을 꺼내 그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너무 화가 나니까 앞으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네요!”유진은 말을 마치고 빠르게 뛰어나갔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서인은 유진이 왜 갑자기 그렇게 무리하게 행동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퇴근 시간에 임구택이 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