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웃고 떠들면서 분위기는 계속해서 가볍고 즐거웠다.가끔 소희는 구택과 눈이 마주치곤 했는데, 그의 활짝 웃는 표정을 보면서 소희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정말 소희는 구택의 가족이 자신을 이렇게 빨리 그리고 쉽게 받아들일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진실을 속인 자신을 용서해주고, 구택을 접근한 목적에 대해 묻지 않았다.소희는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구택 부모님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은 소희를 감싸 안았다. 이렇게 분위기가 좋았던 중, 구택이 시간을 확인하고 말을 꺼냈다. “소희가 오후 내내 차를 타느라 많이 피곤했을 거예요. 소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좀 쉬다가 다시 내려올게요.”노정순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래. 소희가 너무 반가워서 너희들이 금방 돌아온 것도 다 까먹었네. 소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쉬어, 이따가 저녁 때에 부를게.”“네.”구택은 대답하고 일어서서 소희의 손을 잡았다. 구택의 가족 앞이라 소희는 다소 부끄러웠다. 그래서 구택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의 힘을 쉽게 이기긴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소희는 담담한 척하며 다른 사람들과 인사한 후, 구택의 뒤를 따랐다.계단을 오르자, 소희는 비로소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아직도 떨려?”구택의 표정은 아주 부드러웠다.“봐봐, 거짓말 아니라고 했잖아. 우리 가족 널 엄청 좋아하고 있어. 바로 식을 올려서 세상 사람이랑 자랑하고 싶어 하는 거 꾹 참고 있잖아.”소희는 고개를 들어 맑은 눈동자로 구택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자기 부모님, 정말 좋은 분들이셔.”“앞으로 자기 부모님이 될 사람이기도 해.”소희는 부정하지 않았다.그들이 위층으로 올라간 후 문을 열자마자, 구택은 소희를 문에 눌렀다. 뜨거운 키스가 소희의 얼굴과 입술에 쏟아졌고, 구택은 소희의 허리를 꽉 감싸 안았다. “소희야, 보고 싶었어.”소희는 이마를 찌푸렸다.“우리 요 며칠 계속 같이 있었잖아.”“같이 있었지만 그저 볼 수밖에 없었잖아.”구택은 소희의 귓가에 입술을 맞
소희는 웃으며 일어나 임유림에게 문을 열어주었다.문이 열리자 유림의 이쁜 얼굴이 보였다. 유림이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소희를 보며 말했다.“삼촌이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거 방해한 거 아니야?”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들어와.”구택은 이미 다 정리된 상태였다.“난 아버지를 찾아가서 할 얘기가 있으니까 둘이 얘기해.”“그래.”구택은 나가기 전에 유림이랑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짧게 하고 끝내, 저녁 거의 다 됐어.”“알았어요 삼촌, 걱정하지 마요. 제가 소희를 뭐 어떻게 할까 봐 그래요?”유림이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얼른 가요,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단 말이에요.”구택은 소희를 한번 쳐다보고 안심해라는 눈빛을 보내고서야 문을 열고 나갔다.문이 닫히자 유림이는 소희를 째려보고 또 웃기 시작했다.“나 정말 두 사람 때문에 깜짝 놀랐잖아.”소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속사정이 많아서 너까지 숨길 수밖에 없었어.”“됐어!”유림이는 콧방귀를 뀌었다.“이 집에 널 데리고 온 사람은 난데 어떻게 내가 마지막에 알 수가 있어요?”오늘 유림은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우정숙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미안해!”소희는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유림은 웃으며 대답했다.“왜 사과를 해? 놀라긴 놀랐지만 기쁜 것도 사실이야. 앞으로 우린 가족이라고!”유림은 소희를 잡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여전히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어떻게 우리 삼촌이랑 결혼한 거야?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미 삼촌이랑 결혼했지? 삼촌을 알고 있었어?”“몰랐지.”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유림은 멍했다가 곧 크게 웃기 시작했고 소희쪽으로 넘어지기도 했다.“정말 대단해!”유림은 소희를 집으로 데려온 첫 날을 떠올렸다. 그 날, 소희와 구택은 작은 언쟁을 한 적도 있었다. 유림이는 소희에게 구택을 자신과 같이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권유했고, 소희는 마지못해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웃겼다.소
“예전이랑 같으면 되지. 우린 아직 친구잖아. 너희 삼촌이랑 결혼해도 변하는 건 없어.”소희는 진지하게 말했고 유림은 또 웃었다.두 사람이 한창 웃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유림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유민인게 분명해.”문이 열리자 과연 유민이었다.“여기에 있을 줄 알았어!”유림이가 물었다.“넌 언제부터 알았던 거야?”유민이는 앉으면서 말했다.“암튼 누나보다는 빨라.”“너무 했네, 쟤도 알고 있었는데 난 안 알려주고.”유림이는 또 투정을 부렸다.“누나한테 알려줘서 뭐 하려고?”유민이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누나는 옆에서 호들갑만 떨 줄 알잖아, 누나를 알려주면 다른 사람들이 아는 건 시간 문제고 삼촌의 계획도 다 틀어진단 말이야.”유림이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왜 나 때문에 계획이 틀어져? 난 반대할 리가 없고 진심으로 축복해 줄 거라고!”“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얘기해준 거로 만족해요!”유민이는 애늙은이처럼 말했다.유림이는 화가 나서 어이가 없었다.“삼촌이 그러면 난 결혼식에 참가하지 않을 거야.”“삼촌의 결혼식을 안 참가해도, 소 선생님의 결혼식에는 참가해야 하잖아?”소희는 옆에서 남매가 말다툼하는 것을 지켜봤다.유민이는 갑자기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우리 삼촌이랑 화해했어요?”싸움 구경을 하고 있던 소희의 표정은 갑자기 굳어졌다.“어?”“두 사람 싸웠어?”유림이는 곧바로 소희를 바라봤다.소희는 남매가 다 자기를 쳐다보자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작은 트러블이야, 이미 해결됐어.”몇 분 후, 구택이 들어와서 저녁 먹자고 얘기했다.유림이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삼촌, 소희랑 이렇게 만나게 된 거 다 제 덕분인 거 알죠, 저한테 고마워해야 해요.”유민이는 콧방귀를 뀌었다.“내 선생님인데 누나랑 뭔 관계야?”유림이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나 아니면 소희가 네 선생님이 되었을 것 같아? 제일 중요한 포인트를 까먹지 마.”“선생님을 찾은 것 빼고 뭐 한 거 없잖아? 매일 그림자도 안 보였
구택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언제 본가에 들어와서 산다고 했죠?”노정순은 놀라며 말했다.“두 사람 이미 결혼했는데 여기서 안 살려고? 예전에는 모른다 치고 이미 안 이상 소희를 서럽게 하면 안 되지.”“아니에요!”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지금 사는 곳이 촬영장이랑 가깝고 해서 더 편해요.”“멀어도 괜찮아, 어차피 집에 기사도 있으니까 촬영장으로 데려다 줄 수 있어.”임시호가 말했다.소희는 구택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시선을 보냈다. “저랑 소희는 본가에 들어와서 살 생각이 없어요. 식을 올리고 소희가 원하면 청원에 가서 살려고요.”정순은 눈살을 찌푸렸다.“들어와서 안 산다고? 다 같이 살면 북적북적한게 좋잖아.”유림이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왜 여기서 안 살아요? 소희가 들어오면 우리 매일 수다도 떨 수 있을 텐데.”우정숙이 물었다.“소희 씨는 지금 어디에서 살아요?”소희가 말했다.“친구랑 같이 살아요.”정순은 더 놀랐다.“본가에서 안 살아요?”유민이는 냉소하며 말했다.“본가에 왜 가겠어요, 소씨 집안은 아예 선생님을 인정하지 않는다고요!”모두 다 멍해졌고 정순이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 원래 구택의 아버지랑 요 며칠에 한 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너희 두 사람이 파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른 채 2년 동안 자주 연락하지 않았어.”“아니에요!”소희가 입을 열었다.“저희 두 사람의 일은 그 사람들한테 알릴 필요 없어요.”정순이랑 시호는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구택은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소희는 소 씨이지만 강씨 집안의 사람이에요. 소씨 집안이랑 상관없어요.”정순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소희가 후에 소씨 집안으로 돌아간 일을 알고 있었으며, 더불어 소씨 집안에 양녀가 있다는 사실도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의 상황을 유심히 살피며 소씨 집안에서 양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 것을 눈치챘다.정순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우여곡절에 찾은 친딸을
“두 사람 아마 한 달 정도 사귄 것 같은데. 여자 쪽은 엔터업계에서 일하는 것 같고 가게 와서 밥 먹다가 이문이랑 고향이 같은 거 알고 연락하고 지냈나 봐. 그러다가 사귄 것 같아.”유림이는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이 알자마자 결혼할 때 자기가 비용을 다 책임진다고 얘기했어.”“서인이 진짜 의리남이지.”유림이의 눈이 반짝이었다.“맞아, 정말 의리가 넘쳤어. 그래서 부하들도 엄청 충성을 하는 것 같더라.”소희는 이문을 위해 이뻐했다.“주말에 한번 보러 갈게.”“그래, 모두들 너를 그리워하던 눈치였는데!”두 사람이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을 때 노정순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그리고 박달나무 상자를 들고 소희에게 건네주었다.“꺼내서 껴봐, 사이즈 맞는가 한 번 봐봐.”“이게 뭐예요?”소희는 아름다운 꽃무늬와 새 무늬가 섬세하게 조각된 박달나무 상자를 받았다. 그녀는 호기심에 가득 차 박스를 열자, 그 속엔 아름다운 비취 팔찌가 담겨 있었다.비취 팔찌는 파릇파릇한 빛을 띠며, 불빛 아래에서는 환상적으로 영롱한 빛을 발산했다.강 어르신은 골동품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졌기에, 소희는 어느 정도 물건의 가치를 알아볼 줄 알았다. 이 팔찌는 그냥 봐도 가격이 어마어마했고 노정순이 오랫동안 소장해온 팔찌임은 분명하게 느껴졌다.소희는 얼른 정순에게 팔찌를 돌려줬다.“너무 귀중한 것 같아요. 이렇게 값 비싼 선물을 받을 수 없어요, 전 괜찮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아니야!”정순은 소희의 손을 잡고 팔찌를 손목에 끼웠다.“이 팔찌는 원래부터 한 쌍이었어. 정숙이에게 하나를 주고 나머지 하나는 구택의 배우자로 될 작은 며느리에게 줄 생각으로 남겨뒀어.”그 푸른 빛을 뿜어내는 팔찌는 소희의 가느다란 손목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그 손목을 감싸는 팔찌는 그녀의 피부를 더욱 우아하게 표현해주었고, 피부는 눈처럼 맑고 투명하게 보였다.정순이의 얘기를 듣자 소희는 더 이상 거절하기 힘들었다.“정말 감사해요!”유림이는 소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
방으로 돌아온 구택은 몸을 숙여 소희의 얼굴에 뽀뽀했다.“먼저 샤워하러 갈까?”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물었다.“나 여기서 자?”“그럼 어디서 자고 싶은데?”구택이 웃으며 물었다.“너희 집에 온 첫날인데 바로 너랑 같이 자면, 좀 그렇지 않아?”소희의 눈빛은 물처럼 맑았다.“자기야, 여기에 있는 사람들 우리 결혼한 거 다 알아!”구택은 웃으면서 소희의 손을 잡고 욕실로 갔다.“나 아직 당신 엄마랑 형수에게 인사하지 못했는데.”“했어.”“언제?”“네 잠옷을 가져다줄 때.”소희는 손목을 들어 구택에게 보여주었다.“당신 어머니가 준 팔찌.”“형수도 있던데.”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며느리한테 줄 팔찌도 받고 아직도 우리 어머니야?”소희는 시선을 깔고 말했다.“난 엄마라는 호칭이가 너무 낯설어, 적응할 시간을 좀 줘.”구택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가슴이 아파 났다. 그는 소희의 얼굴에 가볍게 입맞춤했다.“괜찮아, 호칭 정도쯤이야 바꾸고 싶을 때 바꿔. 평생 안 바꿔도 내가 엄마를 설득할게. 호칭은 중요하지 않아!”소희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호칭 바꿀 거야.”‘이렇게 날 잘 챙겨주는데 나도 제멋대로 할 순 없잖아?’한 시간 후.구택은 소희를 안고 욕실에서 나와 침실로 들어가지 않고 통창 쪽으로 걸어갔다.유리창은 하루 종일 햇볕을 받아 따뜻한 느낌을 주었지만, 소희는 몸 전체가 찌릿찌릿하고 떨렸다.“여기는 싫어.”어정이든 경원이든 높이가 높아서 밖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여기는 3층이었고 별장 마당에는 하인이 수시로 지나갔다.“안 보여.”구택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며 소희를 달래듯이 계속 키스를 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을 담은 것처럼 깊고 의미심장한 빛을 띠고 있었다. “믿어져? 나는 여기서 너와 유민이가 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첫 날부터 이런 순간을 상상해 왔었어.”소희는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핑크빛이 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럼 처음 봤을 때 그 진지하
소희는 눈알을 굴리며 웃었다.“나쁘지 않아!”구택도 웃는 듯했다. 곧이어 구택은 몸을 돌리더니 소희의 몸을 누르고 키스했다.소희는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이대로 키스하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우리 달리기하러 가자!”구택은 눈살을 찌푸렸다.“나 겨우 4시간 잤는데?”소희의 귓가가 빨개지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계속 자든가!”“자고 있었는데 누가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깨어났지.”소희는 몸을 돌려 그를 피했다.“난 좀 뛰어야겠어, 네가 가지 않으면 유림이를 불러서 같이 뛸 거야.”구택은 긴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고 한참을 키스한 후에야 일어나 같이 조깅하러 갔다.그 별장 주변은 아름다운 가로수길이었고, 아침 공기는 특별히 시원했다. 가끔씩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마치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만드는 듯했다두 사람은 뛰다가 쉬다가 별장에 돌아왔을 떈 날이 이미 다 밝았다.노정순은 아침부터 소희의 사이즈에 맞춰 옷 세 벌을 보내달라고 했다. 소희는 샤워한 후 옷을 갈아입고 구택의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하룻밤을 거쳐 정순은 소희에게 더욱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다가갔다. 우정숙이랑 임지언은 소희를 여동생처럼 대했고 유림이랑 유민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전부터 그녀를 가족으로 생각했다.너무 뜨거운 감정도 아니고 차가운 무관심도 아닌 태도는 소희에게 안락함을 선사했다.아침을 다 먹은 후 소희는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 정순은 구택이랑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본가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데 주말마다 소희를 데리고 와야 해. 소희 보고 싶어서 그러니까.”구택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잊으셨어요? 매주 유민이 수업하러 오잖아요. 한번이 아니라 매주 두 번씩은 갈 것 같아요.”정순은 이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나 정신 좀 봐.”“우리 먼저 가볼게요.”구택이 입을 열었고 소희도 뒤따라 구택의 가족들과 인사했다.별장을 떠난 후 소희는 팔찌를 벗어 구택에게 건네주었다.“출근할 때 액세
임유진은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가 서인을 놀래켜 주려 했지만, 서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거기 서! 움직이지 마!”서인이 외치는 소리에 유진은 킥킥 웃으며 말했다.“뭐야, 자는 척했던 거였어요?”서인은 미간을 문지르며 손을 뻗어 담배를 찾았고 목소리는 금방 깨나서 그런지 허스키했다.“이 시간에는 웬일이야?”“오늘 수업이 일찍 끝났거든요.” 유진은 물병에 물을 받아 자기가 심은 장미에 물을 주었다.“내가 이미 줬어!” 서인이 담배를 한 모금 빨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물을 주신 거라고요? 물을 들이부은 것 맡기는 일은 항상 대충 처리하시는 경향이 있으시네요.”“그게 물 주기라고요? 장마철은 둘째 치고 맡긴 일을 항상 대충 처리하시네요!” 유진이 재치 있게 말하며 계속해서 물을 주었고 반려견 야옹이에게도 사료를 먹였다. 야옹이는 유진을 보고 흥분하였는지 계속해서 유진이의 품에 뛰어들려고 했다.그런 야옹이가 귀여웠는지 유진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야옹이는 순종적이게 얌전히 앉아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다.마당에 심어진 나무에 의해 생긴 그늘에 앉은 서인은, 유진이 야옹이가 놀아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옆에는 만발한 장미가 피어 있었고, 유진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곧이어 서인은 시선을 돌려 의자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고 있자 유진이 다가가 다리로 서인을 살짝 찼다. “서인 할아버지, 일어나세요!”서인이 눈을 뜨고 말하자 유진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뭐라고 부르는 거야?”“하루 종일 여기 앉아서 햇볕을 쬐는 거 보면, 벌써 노인네처럼 퇴직 생활을 시작한 거 아니에요?”서인은 담배를 피우며 태평하게 웃었다. “그게 뭐가 나쁘지?”“당연히 나쁘죠! 젊은이답지 않게 활력이 전혀 없잖아요!”서인은 담뱃재를 털며 나른하게 웃었다. “나는 그리 젊지 않아!”“그럼 얼마나 늙으셨는데요?” 유진이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리자 서인은 눈살을 찌푸렸다.“너 나한테 시비 걸려고 온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