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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3화

2년이 지났지만, 이곳은 여전했고, 벤치의 위치조차 변하지 않았다.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도 있었고, 연을 날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해가 서서히 질 때, 노을 아래에서 퍼져나가는 웃음소리는 마치 이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 같았다.

임구택은 의자에 기대어 고개를 돌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소희랑 물었다.

“도대체 지금 몇번째로 날 속이는 거야?”

처음은 힐드랑 협업을 하던 때였다. 강씨 집안 본가에 가서 옥팔찌를 찾던 중 우연히 이 광장에 왔고, 그때 소희가 집이 근처에 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추석 때였다. 소희는 이 곳에서 구택과 영상통화를 하며, 여전히 강씨 집안의 본가에 온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소희는 살짝 찝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소씨 집안이랑 파혼하려고 혈안이었던 너랑, 이 얘기를 어떻게 하겠어?”

노을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더욱 운치 있게 빛났다. 구택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니까 내 탓이라는 소리야?”

“당연하지!”

구택은 소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나중에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언제 나랑 얘기할 생각이었어?”

소희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그때 말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고 망설이었어.”

소희는 구택과 함께할 때의 안정과 편안함을 너무나도 소중히 여기면서도, 사실을 말하게 되면 둘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걱정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손을 꼭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건 맞아, 내 잘못이지. 내가 널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너도 숨기지 않았겠지.”

소희는 구택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가늘게 뜬 채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도와서 그나마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는데, 우린 또 서로를 의심하느라 쓸데없이 시간과 정력을 낭비했네.”

구택은 소희를 감싸 안았고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난 무얼 의심한 적이 없어.”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 건 하늘의 도움이 아니라 내 노력이야. 내 노력의 결과를 의심할 리가 없지.’

소희는 살짝 고개를 들어 구택의 눈을 바라봤다.

“임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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