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구택이 소희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왔다니!제작진은 방금 소희에게 한 말을 생각하며 등골이 서늘해졌다.구택이 제작진과 감독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말이 더 필요한 건가요?”제작진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공손한 태도로 소희에게 사과하자 감독도 연신 사과하였다.“저희가 실수했습니다. 임구택 사장님과 소희 씨 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소희는 마음속으로 화가 나 있었지만, 이런 기회주의자들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기에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구택도 소희를 따라 나갔다.소희가 나가자, 소시연과 소동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 시연이 긴장한 목소리로 소희를 불렀다.“문제는 해결됐어. 넌 계속 구성혁 선생님과 협력해. 앞으로는 아무도 너희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시연은 놀란 얼굴로 소희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정말이야? 소희야, 너 왜 이렇게 대단해?”소희는 자조적으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내가 대단한 게 아니야, 구택 씨가 대단한 거지.”시연은 놀라서 구택을 바라보았고 구택은 소희의 비꼬는듯한 어투에 표정이 어두워졌다,둘 사이에 이미 오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 일은 그들의 오해를 더 깊게 만들 뿐이었다.소희는 떠나기 전에 구성혁 선생님을 만나 본인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 피해를 주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그러자 성혁은 웃으며 말했다. “이게 뭐가 대수라고. 이익을 위해 서로 물고 뜯는 일은 정말 많이 봤고 내가 쉽게 당할만한 인물은 되지 못해.”소희는 성혁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만약 제작진이 불편하게 만들면 그게 언제가 됐든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해결할 테니까.”“걱정 마.”성혁은 소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소희는 성혁과 작별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성혁은 소희를 배웅하기 위해 같이 집에서 나왔고 밖에 서 있던 남자를 보더니 소희한테 물었다.“네 남자친구야?”“아니에요!”소희는 일말의 망설
구은서는 목이 메 말했다. “나 아직 이지민 감독님 영화 촬영 중이야. 지금 그만두면, 감독님이 내 분량을 다시 촬영해야 하고, 소희 씨도 더 많은 일을 해야 해. 촬영 끝나면 그때 강성에서 떠날게. 떠나기 전까지 소희 씨 안 괴롭히겠다고 약속도 할게. 그리고 이 시점에 떠나면 소희 씨가 당신이 찔리는 점이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어.”구택은 눈을 감고, 강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말했다.“소희 건드리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구택의 말에 은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강성 시내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다.소희는 자신의 서재에 콕 박혀서 디자인했는데 한번 했다 하면 몇 시간은 걸렸다.소희가 서재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밤이 되었고 거실 불은 꺼져 사방이 깜깜했다. 구택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긴 기럭지도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는데 그의 모습은 굉장히 서글프고 외로워 보였다.소희가 나오자 구택은 스탠드 등을 켰고, 따뜻하고 그윽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녁 준비했는데 식었을 거라서 데워줄게.”“괜찮아, 잠깐 나갔다 올 때 먹고. 밖에서 먹고 올게요.” 소희의 목소리는 가볍지만 차가웠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구택이 곧바로 일어나 따라나섰다.“소희야!”구택의 부름에 소희는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비록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이었지만 소희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따라오지 말고 내 집에 마음대로 들어오지도 마. 안 그러면 내일 바로 이사 갈 거니까.”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소희에 구택의 눈빛은 어두웠고 낮고 느린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소희야 난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 나한테 이러지 마.”구택의 말에 소희는 목이 메어 대답했다.“나한테 생각 할 시간을 줘.”구택은 상처받은 눈빛이었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결론 나면 알려줘. 여기서 기다릴게.”“지금의 나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소희는 차갑게 말을 뱉고는 돌아서서 문을 ‘쾅’ 하고 닫았다.구
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미나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미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전 남자친구가 날 가장 사랑한다고 말할 때, 솔직히 마음이 흔들렸어요. 난 정말로 그 사람을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결국엔 거절했죠.” 미나는 한숨을 쉬며 이어 말했다. “전 그 사람을 용서할 수가 없거든요. 화해해도 내 마음속에는 항상 걸림돌이 있을 거고 전 제 전 남자친구를 다시 믿을 수도 없게 될 거예요. 그래서 이왕 아프게 된다면 길게 아파하는 것보다는 짧게 아픈 게 낫죠. 그리고 이미 헤어진 마당에 지나간 인연 다시 붙잡고 싶지도 않아요.”소희는 미나의 말을 들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그러자 미나가 소희에게 물었다“제가 한 선택이 맞는 거일까요? 아니면 다시 한번 기회를 더 줘봐야 할까요?” “그건 미나 씨가 그 사람한테 기회를 줄 여부를 결정하셔야 하죠.”소희의 말에 미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는요, 그 사람이 문자로 다른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나를 폄하하고 그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미묘한 기류가 가득 맴도는 대화를 잊을 수가 없어요. 너무 역겨워서!”이에 소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나 씨는 뭐가 올바른 선택인지 사실 알고 있잖아요. 전 남자친구의 달콤한 말에 속지 말고 본인 생각 굽히지 말아요.”미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삶을 소중히 여기고 쓰레기 같은 남자는 멀리해야죠!”소희는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맞아요!”오후 퇴근하는 길에 우청아가 소희에게 전화해서 집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소희는 길을 가다가 디저트 가게에 들러 요요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샀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요요가 소희를 부르며 달려왔다.“소희 이모!” 소희는 한 팔로 그녀를 안아 들고 한 손에는 디저트를 들고 거실로 향했다. “엄마는 어디 있어?”청아가 주방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주방을 지나다가 체격이 제법 큰 두 남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임구택은
임구택은 많은 요리를 준비했고, 장시원은 가져온 와인을 열었다. 네명은 평소처럼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지만 구택과 소희의 불화로 인해 분위기는 다소 침체되었다.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청아는, 구택이 발코니로 전화 받으러 간 사이, 걱정스레 물었다. “소희야,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 싸웠어?”소희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원이 소희에게 와인을 따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구택이를 지켜본 내가 제일 잘 알아. 구택이는 너를 진짜 사랑해. 너희 둘 겪은 일이 그렇게 많이 있었음에도 이겨냈잖아. 사소한 일로 감정 상하지는 마.”소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감정이라는 건 당사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거야.”소희의 대답에 청아가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소희는 차분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알려줄게.”“소희야 너랑 구택오빠의 사랑은 내가 유일하게 믿는 진실한 사랑이야. 둘이 꼭 잘 될 거야!”청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자 시원이 청아를 흘겨보며 말했다. “청아야, 내가 여기 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 날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거 아니야?”청아는 그런 시원을 비웃으며 대답했다. “사랑이 뭔지는 알아?”청아의 말에 자신이 제대로 무시를 당한 것 같아 언짢은 시원이었다.잠시 후, 구택이 곧 돌아왔고, 그들은 다시는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식사하는 동안 시원과 청아만 가끔 장난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았을 뿐 소희랑 구택은 조용히 밥만 먹고 있었다.식사를 마친 소희는 위층으로 돌아갔고, 구택도 함께 인사를 하며 떠났다.두 사람은 계단을 오르며 침묵했고, 위층에 도착한 후 소희는 집으로 바로 걸어가려 했지만, 구택이 소희의 팔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물었다.“생각은 정리됐어?”소희가 눈을 내리깔고, 차가운 눈빛으로 거부감을 드러내자 구택은 입술을 앙다물고 말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만약 피임
두 사람은 드라마 촬영장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고, 30분 뒤 소희는 서둘러 오는 우정숙을 보았다.“어머, 소희 씨!”“오랜만이에요.”둘은 만나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커피가 나와서야 정숙이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갑자기 불러내서 일에 지장간 건 아니죠?”“아니에요.”소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어차피 점심시간이라서 괜찮아요.”정숙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예전에 소희 씨랑 임구택이 같이 있는 모습이 찍혀서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 구택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봤거든요. 그때 둘이 사귄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어쩜 그렇게 잘 숨겼어요?” 소희는 약간 당황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있어서 그런 거지 일부러 숨긴 건 아니니까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정숙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뭐라고 할 게 있겠어. 우리 곧 한 가족이 될텐데!”소희는 자신과 구택의 현재 상황을 생각하며, 씁쓸한 마음이 들어 말을 잇지 못했다.정숙은 미소를 거두고 말했다. “어젯밤에 집에 도착했는데, 유민이 소희 씨와 구택이 사이에 오해가 생겼다고 하던데 둘이 화해했어요?”소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오해가 아니라 우리 사이에 문제가 생긴 거에요.”정숙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소희 씨한테 보여줄 게 있어요.” 정숙은 가방에서 약병을 꺼내 소희에게 건넸다. “이 약 뭔지 알아요?”소희는 약병을 들여다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이건 제가 먹는 약이에요. 독소를 제거하고 신경을 회복하는 건데, 사모님이 왜 이걸 가지고 계세요?”정숙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건 구택이도 계속 복용하고 있는 약이에요.”정숙의 말에 소희는 놀라서 말했다. “네? 뭐라고요?”정숙은 천천히 말했다. “소희 씨가 강성을 떠난 지 2년이 지났고, 돌아온 후에도 구택이가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 소희 씨가 떠난 후, 구택이는 거의 반년 동안 실명 상태였다는 걸.”“실명을 했었다고요?”소희는 더욱 놀랐다.
우정숙은 곧 소희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임구택이 우리에게 소희 씨 앞에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어요. 소희 씨가 돌아온 후, 두 해 동안 이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구택이는 더 이상 집에 약을 두지 않고 회사에 가져갔어요. 아마 소희 씨가 볼까 봐 그랬던 거 같아요.”소희는 멍하니 듣고 있었는데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고 마치 다시 한번 견디기 힘든 고통을 느끼는 것 같이 힘들었다.정숙은 소희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급히 말했다. “소희 씨, 오늘 내가 이 모든 걸 말한 건 구택을 불쌍히 여기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구택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소희 씨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구택이가 소희 씨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데 둘 사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더 있을까요?”소희의 숨이 막힐 듯 가슴이 아파왔고,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정숙은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난 소희 씨가 나를 큰 형님이라고 부르는 날이 오기를 바래요.”정숙과 헤어진 후, 소희는 촬영장으로 돌아왔지만, 정숙의 말에 받은 충격이 여전히 가셔지지 않았다. 소희가 떠난 그 두 해 동안, 구택과 전혀 연락이 없었고, 구택은 한 번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그랬기에 소희는 둘 사이의 사랑이 이미 끝났고, 구택도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소희의 눈 치료 과정은 한 달이 걸렸고, 10일마다 한 번씩 총 세 번 약을 사용했다. 매번 치료할 때마다 석화바이오회사 사람들이 직접 와서 주사를 놔줬고, 치료 과정을 녹화했다.그러니까, 그 녹화는 기록이 아니라 구택이 다른 곳에서 그녀를 지켜보기 위함이었고 그 두 해 동안, 구택은 항상 소희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소희의 눈이 치료된 후에도 계속 해외에 머물자 구택은 이현과 거래를 해 소희를 강성으로 돌아오게 했다.소희는 국내 연예 뉴스에서 구택과 이현이 교제하고 있다는
“할아버지는 어떠세요?” 소희의 얼굴이 창백해져 물었다.“할아버지 상태는 아직 안정적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석이 안심시키며 소희를 뒷마당으로 데려갔다.강재석의 방에 들어가고 소희는 재석이 누워있는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재석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었는데 반쯤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할아버지!” 소희는 침대 옆에 앉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재석을 불렀고 장의건 의사가 들어와 소희를 보고 공손하게 말했다. “아가씨, 돌아오셨군요!”소희는 고개를 들어 불안한 눈빛으로 의건을 쳐다보았다. “할아버지 상태가 어떤가요? 지금 병원으로 모셔야 할까요?”“어르신께서는 오랫동안 질병을 앓고 계셨습니다. 병원에 가시는 걸 매우 싫어하시고, 지금 이 상태로는 병원으로 옮기기는 무리입니다. 장시간 이동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어서요.” “할아버지가 어떻게 된 거죠?” 소희가 걱정스럽게 묻자 설명하기 시작했다.“심장 문제와 뇌 혈류 부족 때문에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저는 이미 약과 주사를 했고, 오늘 밤에 깨어나시면 별 문제가 없을 거예요.”“만약 깨어나지 못하면요?”의건은 잠시 멈추었다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어르신이 깨시게 최선을 다할 니다.”소희는 재석의 손을 꽉 잡고,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며 말했다.“할아버지, 저 돌아왔어요. 제발 빨리 깨어나 세요.”……강성, 임씨 그룹 빌딩이미 저녁 7시였지만, 회의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구택은 오늘 여러 회의를 연이어 진행했고, 마치 다음 한 달간의 프로젝트 계획을 하루 만에 모두 끝내려는 듯했다.두 부서의 책임자들이 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혼이 났고, 다른 사람들도 불똥이 자신한테 튈까 조심스러워했다.회의가 2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진행 중에 진우행 팀장은 무표정한 구택을 보며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구택은 손에 들고 있는 계획안을 바라보고 있었고 옆의 화면에서는 PPT가 재생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어젯밤 소희의 냉담한 눈
임구택은 그곳에 멍하니 서 있었다. 마음이 철렁했고 점차 커지는 공포감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순간, 구택은 2년 전, 소희가 떠난 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날 구택은 완전히 텅 빈 것 같았고, 끝없는 슬픔이 구택을 집어삼켰고 그 이후로는 숨 쉬는 것조차 아파왔다.‘소희가 또 떠났나?’‘다시 나를 떠난 건가?’구택은 온몸이 얼어붙고, 잠시 후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예상대로 전화는 꺼져 있었다.구택은 거실로 돌아와 어둠 속에 조용히 소파에 앉았고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그를 완전히 삼켜버렸다.이번에는 몇 년 동안 기다려야 할까? 왜 최선을 다해도 결과는 여전히 이런 것일까?바늘이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에 점차 원망이 생기고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되었다.잠시 후, 구택은 다시 휴대폰을 꺼내 명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희의 출국 기록을 조사해.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명우는 잠시 놀랐지만, 곧 알겠다고 대답했다.어둠 속에서 구택은 조용히 기다렸다. 일분일초가 1시간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고 매 순간이 고통의 연속이라 구택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짧은 몇 분이었지만, 구택은 또 2년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고 소희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나갔다.그 시간 동안 소희와의 첫 만남, 데이트,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일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소희를 포기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빼내는 것과 같은 의미인데 소희가 없이 어떻게 살아갈 가 있겠는가?휴대폰이 진동하면서 빛이 나자 구택은 실눈을 뜨고 떨리는 마음으로 잠금 해제를 하고 전화를 받았다.“소희 어디 있어요?”“사장님, 사모님은 출국하지 않고 운성에 가셨습니다.” 명우가 이어서 말했다. “아무래도 급한 일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구택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가, 느리게 물었다. “운성에?”“네.”어둠속에서 한 줄기 비춘 구택은 급하게 일어나며 말했다.“비행기 준비해, 지금 운성에 갈 거니까.”“알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