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구택은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있었다.소희는 ‘개’를 던졌고 게임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하지만 우청아가 ‘윷’을 뿌리게 되면서 주도권을 잡았고 이어 ‘몽’에 ‘걸’을 뿌리게 되자 순식간에 그들의 하얀색 윷놀이 말 하나가 나갔다.우청아와 장시원은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고, 임구택과 소희는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당황했다.임구택이‘걸’을 뿌리자 장시원은 ‘개’를 뿌려 임구택과 소희의 검정색 윷놀이 말을 잡았다.다음 라운드에서 장시원은 여전히 검정색 윷놀이 말을 잡으려고 혈안이었고, 임구택은 장시원한테 안 잡히기 위해 혈안이었다.장시원은 비웃으며 말했다. “소희가 한 거 커버 치느라 바쁘네.”임구택은 느긋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 여자를 내가 커버 쳐줘야지, 누가 쳐줘?”“하하, 그래 그럼 열심히 해.”장시원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소희는 곧 자리를 떠났고, 그녀의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였다. 소희는 임구택을 향해 손뼉을 쳤는데 두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소희가 손을 들자마자, 임구택도 손을 들어 하이 파이브를 했고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러자 우청아는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이런 게 바로 사랑이지!장시원은 맞은편에 앉은 우청아를 찌푸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마요, 지게 하지는 않을 거니까!” 결국, 이 게임은 무승부로 끝났다.모두 점점 더 열정적으로 게임을 해 시간이 지나가는 줄 몰랐다.요요는 장시원의 품에 안겨 잠이 들자 그는 요요를 안방으로 옮겨 이불을 덮어주고는 게임을 계속했다.밤 11시가 되어서야, 술 한 병이 거의 비었고 그중 대부분은 장시원이 마셨다.우청아는 자신 때문에 장시원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이 다시 게임에서 졌을 때, 그의 손에서 술잔을 뺏으며 말했다. “이번엔 내가 마실게요.”“나 걱정하는 건가?” 장시원은 술을 들이켰고 그의 눈동자는 더욱 깊어졌다.소희와 임구택 앞에서 우청아는 얼굴이 붉어지며,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무심코 돌아본 소희에게 한눈에 반한 임구택은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소희는 잠시 당황했지만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빠져들었다. 임구택의 눈빛은 매우 많은 사연이 담겨 있어 보였지만 그녀에게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벚꽃이 화려하게 피어날 때, 세상이 아름다울 때, 당신과 나는 서로를 둘러싸고 있어”장시원의 눈길은 계속 우청아의 얼굴에 머물렀다.우청아의 긴 속눈썹이 떨리고 있었고, 낮고 감미로운 노래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이를 낳은 엄마였지만 여전히 소녀처럼 부드러웠고 순수해 보였다. 그리고 장시원은 우청아가 강하고 용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노래가 끝나자 우청아는 고개를 들었는데 많이 부끄러워했다. 소희가 박수를 치며 일어났고, 장시원이 이어서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어요, 당신한테 이런 숨은 재능이 있을 줄은.”임구택은 장시원이 우청아를 바라보는 눈길을 흘끗 보고,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발코니로 걸어갔다. 소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를 따라 일어섰다.발코니의 창문은 열려 있었고, 미세한 비와 안갯 속에 잠긴 강성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번화하던 모습은 없어지고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는 것이, 마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았다.축축한 공기가 얼굴에 부딪히자 마음속까지 촉촉해지는 것 같았다. 소희는 그와 나란히 서서 밖에 보이는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임구택은 소희를 끌어안았고 그녀를 품에 가둔 채로 깊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네가 돌아온 그날도 비가 내렸어.”소희는 놀라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옆모습은 어두웠지만 잘생긴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임구택은 계속 말했다. “네가 새벽 5시 10분에 시카고 공항에서 출발했고, 강성에는 새벽 6시 25분에 도착했었어.”소희는 놀라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기억해?”임구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깊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거든.”비가 내리는 밤이었고, 그는 발코니에 앉아 한 시간마다
우청아는 무심코 먼 곳을 응시하며, 잠시 침묵한 후 물었다. “당신의 말은, 내가 하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가요?”장시원은 표정이 굳어졌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날 나는 널 지켜줘야 했던 게 아니라, 당신이 그 사람에게 맞아 죽는 걸 두 눈으로 봐야 했어!”그는 답답해하며 술잔을 반쯤 비웠고 우청아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장시원은 우청아가 흘깃 웃는 것을 보고, 이 여자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상하게도, 그는 덩달아 웃음이 났다.임구택과 소희는 발코니에서 돌아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벌써 늦었으니 이만 가볼게요. 여러분도 일찍 쉬세요.”우청아는 얼굴이 붉어지며, 고의로 소희 앞에서 장시원에게 물었다. “오늘도 게스트 룸에서 자나요?”그녀의 물음에 장시원이 말했다.“저번에 안방에서 잔 거 아니었나?”우청아는 말을 잇지 못했고 더 이상 설명할 수 없었다.임구택은 미소를 띠고, 똑같이 웃음을 참고 있는 소희를 이끌고 자리를 떴다.우청아는 두 사람을 배웅하고, 속으로는 화가 나 장시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침실로 돌아갔다.장시원은 마음이 복잡하여 담배를 피우고 싶었으나 이내 손에 있던 담배를 다시 넣었다.잠시 후, 우청아는 목욕 가운을 들고나와 소파의 팔걸이 위에 걸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샤워하러 가세요.”우청아는 말을 마치고, 테이블 위의 윷놀이판과 와인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눈을 반쯤 감고, 옆얼굴이 깨끗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우청아였다.입술에는 립스틱 대신 투명한 글로스를 바른 듯, 빛나는 조명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났다.장시원은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고 우청아에게 물었다.“내가 준 립스틱 왜 안 써요?”우청아는 놀란 듯 그를 바라보며, 그가 자신의 성의를 무시한다고 생각할까 봐 서둘러 말했다. “요요를 임신할 때는 화장을 못해서 습관이 됐어요.”장시원은 그녀의 자연스러운 입술색이 세상 모든 립스틱 색상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말했다. “이제 화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우청아는 입술을 깨물었고 그녀의 고집처럼 눈물은 속눈썹에 맺혀 떨리고 있었다.“물지 마요!”“금방 발랐는데 물면 다시 발라야 하잖아.”그의 립스틱은 약간 오렌지빛이 도는 붉은색으로, 부드러움 속에 약간의 장난기가 묻어나 우청아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장시원은 립스틱이 이렇게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특히 우청아가 지금처럼 눈물이 그렁그렁 한 모습과 어울려서 그녀의 부드러운 매력이 그를 제어할 수 없게 두근거리게 했다.원래 연애에 능숙한 그였지만, 지금은 마치 첫사랑에 빠진 것처럼 당황스러웠고 그는 숨이 가빠 와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어?”우청아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나한테 당신을 줘요.”장시원이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 속삭였는데 그의 목소리는 유혹적이고 섹시했다.“3개월이면 돼요. 당신도 알다시피 난 3개월 이상 한 여자를 만나지 않아요. 3개월이 지나서 내가 당신한테 질리면 우리 사이는 아무런 빚도 없게 될 겁니다.”우청아는 부들부들 떨었고 장시원은 그런 모습에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싫어요?”우청아의 눈물이 갑자기 떨어졌다. “그거 말고는…….”“이거 말고 뭐가 있어요?”장시원의 얼굴이 갑자기 차가워졌는데 더 이상의 인내심도 없어져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우청아 씨, 본인 몸 말고 내게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요?”“저를 벌하셔도 되잖아요. 제가 평생 결혼하지 않고, 평생 당신의 조수로 일할게요.”“당신을 벌하라고?”장시원은 갑자기 웃더니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녀 뺨의 눈물을 닦아냈다. “당신이 매일 내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데, 그게 나에게 벌을 주는 거지 당신을 벌하는 건가?”우청아는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끊어 말했다. “그럼 그냥 빚진 걸로 둬요, 난 갚을 생각 없으니까!”“다시
장시원은 그녀의 옷 매무새를 정돈해 주고는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우청아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그를 쫓아갔다.장시원은 현관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고 손을 뻗자 우청아는 달려가 문을 막으며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밖에 비 오는데, 어디 가려고 하는 거예요?”장시원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며 말했다. “우청아 씨, 오늘 밤은 봐주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자극하지 마요!”우청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돼요, 당신은 못 가요. 게스트 룸에서 자더라 하더라도 상관없고 앞으로 나를 친구로 대하지 못하겠다 해도 괜찮으니까 오늘만큼은 못 가요!” 장시원의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우청아 씨, 난 당신을 봐주고 있다고 말했고 더 이상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요!”그가 말하면서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지만 우청아는 꿋꿋이 문 앞에서 막으며 말했다.“어쨌든 오늘 밤엔 못 가요!”장시원의 눈빛이 서늘해졌고,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며 다시 문을 열려고 했다.우청아는 달려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기 시작했다.“장시원,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요?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장시원은 그녀의 무력하고 슬픈 울음소리를 듣자 마음이 아팠다.“놔요.”“안돼!”우청아는 고개를 저으며 고집스럽게 말했다.“그럼 내가 놔줄게요. 시카고로 돌아가서 다시 돌아오지도,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마요.”장시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청아는 순간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더니 갑자기 불안하고 마음이 아파졌다.“이 정도면 손 놓을 수 있겠어요?”상처받은 눈빛으로 우청아를 응시하는 장시원이었다.우청아는 그를 꽉 안고 있었지만, 그의 말에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장시원을 놓아주고 각자 갈 길을 가야 했다.장시원은 자신을 안고 있던 그녀의 팔을 천천히 떼어내고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문이 열리자 밖의 차가운 공기가 훅 들어왔고 우청아는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텅
“무서워요!” 우청아가 저도 모르게 말했다.“뭐가 무서운데요?”우청아는 대답 없이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아이도 낳았으면서 뭐가 무서운 거지?” 장시원이 눈썹을 찌푸렸다. “당신 그 남자랑 몇 번 했는데?”우청아의 볼이 뜨거워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한 번이요.”장시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우청아, 당신 혹시 강제로 당한 거에요?”우청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고 장시원의 눈에는 분노로 가득 찼다. “그러니까 당신은 무서운 겁니까, 아니면 하기 싫은 겁니까?”우청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생각 좀 해보고요.”“성인인데 뭐가 그렇게 고민인 거죠? 본인은 필요 없다 이건가?”장시원이 비웃듯 말하자 우청아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며 화가 났다.“난 당신처럼 잠자리를 밥 먹듯이 하진 않거든요. 아무나랑은 안 하니까.”“내가 아무 나라고요?”장시원이 화를 내자 우청아는 모르는 척 머리를 돌렸다.장시원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몸을 숙여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우청아 씨는 정말 나를 괴롭히는데 선수신 거 같네요.”“아니면 다른 사람을 찾으시던지요.”우청아는 여전히 삐져 있자 장시원은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내가 여기서 당신의 화를 받아주고 있겠어요?”하지만 우청아는 그를 무시했다.“화내지 마요. 아까는 당신이 하도 괴롭히길래 급해서 말을 심하게 했네요.”우청아의 볼에 가까이에 얼굴을 묻고 다정하게 그녀를 달랬다.“나랑 할 것도 아니면서 못 가게 하는 거 일부러 그러는 거죠?”그의 말에 우청아가 입을 열었다.“비도 너무 오고 주성 씨도 안 왔잖아요. 그런데 어디 가려고요?”우청아의 말에 장시원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래도 나한테 조금은 관심 있나 봐요, 맞죠?”우청아의 긴 속눈썹은 떨고 있었고 그녀는 조용히 있었다.장시원은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지만, 그의 말투는 비꼬는 듯했다. “당신 마음속에 아직도 그 남자가 있다면 강요하지
오랫동안, 우청아는 여전히 자신의 몸 위에 반쯤 누워있는 남자를 밀며 물었다.“잠들었어요?”“음, 움직이지 마요.” 장시원은 투덜거리며 말했다.“방으로 돌아가서 자요, 벌써 늦었어요.”우청아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장시원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달콤한 향기가 그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그냥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하지만 여기는 장시원의 것이 아니었고 우청아는 그와 친구로 지내길 원했기에 장시원은 낙담했고 무력감을 느꼈다.처음으로, 이렇게까지 생각나고도 얻을 수 없는 여자는 처음이었다.장시원은 천천히 일어나 소파 위에 두었던 우청아의 목욕 가운을 집어 들고 욕실로 향했다. 몇 걸음 걷더니 장시원은 뒤돌아보며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가운 준비해 줄 순 없어요?” 우청아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에 계속 머물 계획인가?’장시원은 키티 가운을 다시 한번 싫어하는 눈으로 보더니 욕실로 들어갔다.그는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안방으로 가자 우청아가 침대에 앉아 무언가 생각에 잠긴 것을 보았다.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은 그렇게 평온하고 온화해 보였다.장시원이 차분하게 말했다. “오늘 밤에도 여기 안방에서 잘 거니까, 샤워하고 자요.”우청아는 그가 지난번 잘 못 잔 걸 알고 서둘러 말했다. “당신이 게스트룸에서 자요. 요요가 밤에 잠을 깨울 수도 있으니까. 난 이미 익숙해져서 괜찮거든요.”“아니면 여기서 같이 잘래요?”장시원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하자 우청아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 “아까 내가 했던 말은 잊어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장시원은 침대에 앉아 그녀가 문을 나갈 무렵 다시 입을 열었다.“굿나잇 인사하는 거 잊지 말고요!”우청아는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요.”밤중에 비가 더 세게 내리고,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커다란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며, 우청아는 제대로 잠에 들지 못했다. 항상 옆방에 가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잠이 들
우청아는 한숨을 살며시 내쉬고, 손으로 머리를 뒤로 넘겼다. 마음속은 말로 표현할 수없이 혼란스러웠지만 방금 장시원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고 예전처럼 평온했다. ‘그러니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은 걸까? 어제 술을 어느 정도로 마신 거지?’우청아는 애써 생각을 해보려 하지만, 머리는 어제처럼 복잡했다.“늑장 부리지 말고 빨리 움직여요!”장시원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자 우청아는 깜짝 놀랐다.“오!”장시원이 욕실 안에서 자신이 당황해하고 고민하는 표정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우청아가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장시원은 식탁에 앉아서 요요에게 밥을 먹이고 있었다.요요는 우청아를 보자마자 반가워했다.“엄마!”“안녕!”우청아의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번졌고 요요가 말했다.“밥 먹을 때 엄마를 깨우려고 했는데, 삼촌이 엄마가 늦게 자서 좀 더 자게 하자고 했어요. 엄마, 잘 잤어요?”우청아는 자연스럽게 장시원을 바라보았다.그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을 지으며 계란말이를 집어주면서 말했다. “어때? 몸이 불편하면 오늘 월차 써도 돼요.”“아뇨, 정신 차렸어요.”우청아는 떨떠름해서 계란말이를 받아먹으며 말했다. “요요 돌봐줘서 고마워요.”날이 밝자 장시원은 어제저녁 우청아가 봤던 자아 통제가 안 되고 우울해하는 모습이 아닌 예전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이라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우청아도 어젯밤의 일은 없었던 걸로 생각하려 했지만 장시원이 그녀를 바라보며, 냉랭하고 조금 놀리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어젯밤 일, 고려해 보는 거 잊지 마요!”우청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아무래도 쉽게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금요일 밤, 소희는 소정인의 전화를 받았다.내일 가족 모임에 오라고 했고 그것은 아버지의 뜻이기도 했다.소정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네가 임씨 집안에서 과외 선생님으로 일하는 걸 알아. 좀 늦게 와도 괜찮으니까 아빠가 널 데리러 갈게.”하지만 소희는 단호하게 거절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