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알았어요.”청아는 전화를 끊자마자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무슨 일로 또 찾아가신 거지?’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 확실했다.처음부터 하온을 남자친구라고 소개를 해버린 것이 실수였다.거짓말 하나가 수많은 번거로움을 가져올 줄은 몰랐다.청아는 손을 들어 흩어진 머리카락을 위로 모으고 짜증이 나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청아는 회사 주소를 하온에게 보냈다.그리고 시간을 한 번 보고는 그로부터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4시 반쯤에 청아는 물건을 정리하고 퇴근하려고 했다.엘리베이터로 갈 때 뒤에서 갑자기 문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청아 씨.”청아는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그러자 시원과 문율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보아하니 두 사람은 데이트하러 가려는 것 같았다.청아를 바라보는 시원의 눈빛은 여전히 무관심한 가운데 냉기를 띠고 있다.“이제 퇴근하시는 거예요?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제가 가는 길에 바래다 드릴까요?”문율은 기분이 좋아서 유난히 친절했다.“고맙습니다. 전 괜찮습니다.”청아는 심지어 그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싶지도 않았다.입술이 유난히 붉은 문율은 시원에게 팔짱을 끼고 있다.“시원 씨 비서 꽤 재미있는 것 같아요.”그러자 시원은 청아를 흘겨보며 웃는 듯 마는 듯했다.“뭐가 재미있다는 거죠?”문율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청아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문율과 시원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문율은 고개를 돌리자, 청아가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게 되었다.그리하여 청아에게 웃으며 말했다.“어서 타세요. 편하게 타도 괜찮아요. 청아 씨네 대표님 그렇게 빡빡한 사람 아니에요.”청아는 시원을 한번 보았다.하지만 그녀는 곧 눈을 내리깔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청아는 가장 뒤쪽으로 들어가서 두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문율은 줄곧 시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었다.“제 친구가 바 오픈했는데, 와 달라고 노래를 불렀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는 마침내 1층에 멈추게 되었다.시원은 등을 꼿꼿하게 펴고 밖으로 걸음을 내디뎠다.문율도 그의 발걸음을 쫓아 나갔다.청아는 그들이 떠나고 나서야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는데, 방금 시원의 말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다.그러나 아직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하온이 생각에 더는 지체하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회사 건물을 나서자, 시원과 문율은 아직도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하온은 차에서 내려 청아에게 인사했다.“청아 씨, 이쪽이에요.”청아는 하온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오늘 연희로부터 선물을 받은 오피스 룩을 입었다.치마 기장은 평소보다 좀 짧고 몸에 붙는 재단이 마침 몸매를 감싸 아름다운 곡선을 드러냈다.뒤에서 보면 더욱 영롱하고 우아하기 그지없다.문율은 웃으며 청아에게 말했다.“데이트 잘해요!”청아는 감히 몸을 돌리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즉시 시원 앞에서 사라지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다.하온의 두 눈에는 석양이 비추면서 반짝이는 눈빛으로 청아를 바라보았다.“오피스 룩도 너무 잘 어울리네요.”청아는 덤덤하게 웃었다.원래 뒷좌석으로 앉으려고 했는데, 이미 주동적으로 조수석의 문을 열어 주는 하온을 보고하는 수 없이 조수석에 올랐다.문율은 하온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려 시원에게 말했다.“방금 청아 씨가 좀 재밌다고 했었잖아요, 실은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좀 이상해요.”시원은 앞의 차 그림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어디가 이상한데요?”“경계심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조금 전에도 분명 남자 친구인데, 아니라고 했잖아요.”문율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웃었다.이때 운전기사는 이미 차를 몰고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시원은 곧 발을 들어 차에 올랐다.문율은 시원의 얼굴에 어느새 웃음이 사라지고 눈빛도 다소 음침해졌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차에 오르자마자 청아는 즉시 하온에게 물었다.“형수 아버님은 무슨 일로 찾아간
청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서 멋쩍게 웃었다.“그래서 뭐라고 했어요?”“전 그런 적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렸는데, 믿지 않던데요. 제가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숨긴다고 생각하시던데요.”하온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도 어찌 된 영문인지 잘 몰라요.”청아는 레몬주스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어색하게 웃었다.“사실 다른 사람이 도와줬어요. 근데 그 댁에서는 하온 씨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괜찮아요. 앞으로 하온 씨를 찾아가는 일만 없으면 돼요.”“아, 그렇군요.”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부탁하신 일을 제가 거절했는데, 그 사람들이 청아 씨한테 귀찮게 굴지 않을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 집이라고 무조건 모든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잖아요.”청아는 눈빛이 차가워졌고 정씨 가문의 후안무치함에 대해서도 할 말을 잃었다.하온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아니면 제가 병원 관계자분께 부탁 좀 해볼게요.”“그러지 마세요!”청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만약 그렇게 한다면 우리 앞으로 친구고 뭐고 할 수 없어요.”무고한 하온을 연루시킨 것도 미안한데, 이런 도움까지 받는 건 너무 염치없는 짓이다.하온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지금 저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아니면 저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예요?”청아는 솔직하게 말했다.“하온 씨, 병원에 있을 때 저희 엄마 보살펴 주셔서 내내 고마워하고 있어요. 근데 단지 고마움뿐이에요. 남녀 사이의 그 어떠한 감정도 없어요. 그러니 당연히 우리 집안 문제로 하온 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하온은 약간 실망했다.“감정이 전혀 없어요? 제가 이렇게 형편없는 남자인가요?”청아는 바삐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하온 씨가 아니라 제가 문제가 많아서 그래요. 연애를 생각할 겨를도 없어요.”“청아 씨가 뭘 고민하고 있는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근데 제가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해요. 청아 씨 혼자서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하온
시원은 썰어 놓은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그러다가 삼키기 어려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여기 음식 왜 이렇게 맛없어요?”“맛없어요? 시원 씨가 여기로 오자고 했잖아요.”문율은 자신의 포크를 들고 시원의 접시로 다가가 그가 자른 스테이크 한 조각을 찍어 입에 넣고 눈썹을 들썩였다.“괜찮은데요.”시원은 불쾌한 듯이 칼과 포크를 내려놓고 물 한 모금 마시며 고개 들어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그러자 문율은 교태를 부리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이따가 우리 집으로 가요.”시원은 그녀를 담담하게 바라보며 운을 뗐다.“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잠자리를 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세요? 입맛에 맞지 않는 스테이크를 먹은 것처럼 육질이 뻑뻑해서 삼키기 어려운 것도 같아요.”그의 말에 문율은 순간 안색이 크게 변했다.“지금 이게 무슨 뜻입니까?”“당신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지 않아 그래요. 그러니 앞으로 찾아오지마세요.”시원은 정색하며 말했다.“2년이나 문율 씨를 봐 왔지만, 제 마음은 여전히 당신이 싫다고 합니다. 인제 그만 적당히 해요.”문율은 상처받은 얼굴로 시원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제가 2년 동안 쫓아다닌 것 뻔히 알면서 이렇게 상처 주고 싶어요? 여자한테 2년 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세요?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정말 없을 것 같아요?”“당연히 있겠죠. 집에서부터 회사까지 줄을 설 정도로 많겠죠. 그러니 저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당신이란 말이에요. 저한테 마음이 없어도 전 시원 씨 좋아요.”눈물이 흘러내리자. 문율은 손을 들어 재빨리 닦으며 마지막 우아함을 유지했다.“전에 여자 친구 매일 바꿨으면서 왜 저는 안 되는 겁니까? 예전처럼 3개월만 사귀어도 좋으니 찾아오지 말라고 하지 마세요. 저 2년 동안 시원 씨만 바라보며 지냈어요. 우리 사이의 결말이 이대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그녀는 일어나서 시원 앞으로 다가가 망설임 없이 바깥
청아는 가슴이 메어 허홍연과 더는 할 말이 없어 담담하게 끝인사를 했다.“그만 얘기해요. 더 이상 하온 씨 귀찮게 하지 말라고 그 사람들한테 똑똑히 말해 주세요. 그럼, 먼저 끊을게요.”허홍연은 분명치 않은 말투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청아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바깥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온 하늘의 별들이 도시의 찬란한 불빛에 가려져 어릴 때처럼 달빛이 휘영청 한 밤하늘을 더는 볼 수 없었다.……이튿날 아침, 시원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여러 부문의 주요 책임자를 불러들여 한바탕 꾸짖었다.두꺼운 문을 사이에 두고 사무실에서 퍼져 나오는 무거운 분위기가 39층 전체를 얼어붙게 하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사장들은 의기소침한 얼굴로 사무실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한 채 나왔다.이때 최결 책상 위의 고정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그녀는 순간 안색이 굳어지고 전화를 들고 받아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네,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시원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최결은 급히 수중의 자료를 정리하고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갔다.청아는 39층에 온 후로부터 이렇게나 크게 성을 내는 시원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평소에 줄곧 침착하고 노련하게 모든 것에 임하던 최결마저 긴장하고 있으니 말이다.‘어제 그 여자하고 별로였나?’‘아니면 거절당했나?’‘아니면, 여전히 안 돼서 부끄러워서 화를 내는 건가?’청아는 눈꼬리가 펄쩍 뛰더니 바로 생각을 접어버렸다.‘내 일이나 똑바로 해서 욕먹지 않도록 정신 차리자!’한편, 최결은 대표 사무실에 서서 시선을 내리깔고 단정하게 그가 자료를 검토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갑자기 시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원에 관한 자료가 부족하고 데이터도 완전하지 않던데, 어떻게 검토한 겁니까?”최결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자료가 부족하다고요?”시원은 말투가 냉혹하고 매서웠다.“저와 함께 일을 한 지도 벌써 몇 년이나 되는데, 이런 실수를 저지르면 어떡합니까!”최결은 당황하여 엉겁결에 입
청아는 피하지도 않고 흩어진 종이를 사이에 두고 남자의 차가운 눈을 마주쳤다.그녀는 약간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드러냈다.시원은 전에 청아의 멍청하면서도 귀여운 이런 모습을 가장 좋아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장 싫증이 나는 모습으로 변해버렸다.그리하여 두 눈에서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뭘 봐요? 그런 억울하다는 표정 짓지 마세요! 역겨워요.”청아는 눈동자가 떨리자,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 눈을 떨구고 땅에 흩어진 종이를 바라보며 쪼그리고 앉았다.그리고 천천히 서류를 한 페이지씩 정리하면서 살펴보았다.곧 최결이 이전에 정리한 자료 중의 일부 빠뜨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맨날 회사에 앉아서 무슨 생각하는 겁니까? 연애나 하고 데이트나 할 궁리만 하는 겁니까?”시원은 얼굴을 굳히고 차갑게 웃으며 비꼬았다.“연애할 때는 무척이나 적극적이죠? 남자한테 버림받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요? 아니면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만 있으면 덮치고 싶은 겁니까?”“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연애하는 겁니까?”청아는 반쯤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손에 든 자료 묶음을 꼭 쥐었다.그리고 눈물이 눈시울을 향해 솟구쳤지만 억지로 참아냈다.청아는 계속 흩어진 종이를 주웠는데, 수척해진 몸은 더욱 여려진 듯했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시원은 원래 계속 욕하려고 했는데,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가슴이 미어져 결국 다시 입을 열지 않았다.다만 가슴의 울기가 가라앉지 않아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몸을 돌려 보지 않으려고 했다.이때,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배강이 들어왔다.서류를 줍고 있는 청아를 한 번 보고 노한 얼굴의 시원도 한 번 보고는 작은 소리로 웃었다.“청아 씨가 무슨 실수라도 했어? 왜 이렇게 화내는 건데?”배강은 말하면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청아를 도와 땅에 흩어진 자료를 주우려고 했다.“혼자 줍게 놔둬! 상관하지 마!”시원은 무거운 소리로 외쳤다.배강은 고개를 들어 의아해했다.그는 시원과 함께한 세월이 있는데, 여태껏 시원이가 이렇
고개를 돌린 장시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배강을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야?”“부사장이 너한테 엄청 혼났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너 화내는 거 구경하려고 왔지.”배강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역시, 무섭긴 하네.’ 그 상황에서 울지 않은 우청아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시원은 담배를 피우고 나서는 차분하게 자리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했다.“다 봤으면 이만 가지?”“그래, 간다 가.”배강은 웃으며 일어났고 이내 시원에게 당부했다.“청아 씨 좀 그만 괴롭혀. 저렇게 귀엽고 예쁜 사람 욕할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 어?”“어.”하마터면 본인 친엄마에 의해 하온에게 팔릴 뻔했다. 더군다나 다른 남자랑 데이트까지 했는데 본인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청아를 보며 시원은 화를 안낼래야 안 낼 수가 없었다.‘하온이랑 사귀면 진짜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건가? 아니, 집안 배경은 알고나 있는 거야?’청아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분명했다. 정말 하온과 사귄다면 우씨 집안은 그녀를 호적에서 파고도 남았다.……청아는 자신의 의자 털썩 앉고는 멍해 있었다. 시원이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랑 데이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본 그의 분노는 자연스레 청아에게로 옮겨졌고 그녀를 많이 원망했을 것이었다.자신이 여자가 생기지 않는 한 청아도 연애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청아는 마침내 깨달았다. 이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바로 그의 지병을 치료하는 것이라 판단했고 그녀는 시원으로 하여금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도록 권고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필경 그는 미혼이었고 후사도 없는 게 문제이긴 했다. 그가 좋아진다면 아마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화가 단단히 나있어서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꼼짝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는 청아를 보더니 최결은 서랍에서 반창고를 꺼내고는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미안해요, 아까 프린트할 때 제가 빠뜨린 거였더라
배강은 뒤를 힐끗 보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남자들이 저러는 날이 며칠 있긴 한데 장 사장은 그 가운데서도 심각하죠.”청아는 잠시 멍해있다가 이내 피식 웃었고 팔짱을 낀 채 서있던 배강도 따라 웃었다.“웃으면 됐습니다. 시원이도 곧 괜찮아질 거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네, 감사합니다.”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마침 청아 씨 같이 유능한 직원이 부족했는데 장 사장한테 잘 말해서 내 밑에서 일하게 할까 생각도 했어요. 아마 장담하건대, 지금보다 훨씬 편할 겁니다.”배강의 얘기에 청아는 놀랐다는 듯 눈이 커졌다.“진심으로 하시는 얘기세요?”“물론이죠, 청아 씨만 오케이 하신다면 당장 장 사장한테 말할 겁니다.”배강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청아를 바라보았지만 청아는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머리를 가로저었다.“저를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장 사장님이 성격이 날카로우시지만 저는 그분 덕분에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사장님께서 화를 내신 건 확실히 제가 잘못을 했고 이는 사장님을 탓할 수가 없습니다. 저 또한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감사하지만 부대표님의 제안은 거절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좀 더 생각하실 시간 필요하지 않나요?”“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다시 한번 붙잡는 배강 이였지만 청아는 고개를 저어 보였고 배강은 매우 아쉬워했다.“제 매력이 장 사장보단 못한가 봅니다.”“그건 아니에요! 저는 그저 이곳이 익숙해진 것뿐입니다. 부대표님의 능력이야 대단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바입니다.”긴장해하는 청아에 배강은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긴장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농담이거든요!”“장 사장님께서 저를 스카우트하셨고 사장님이 저보고 나가라고 하시긴 전까진 그 어디도 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부대표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고 하면 저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그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가서 일 보세요.”“네!”배강은 청아를 보며 웃더니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