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새우를 손질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확고했다.“이번 생에 그녀가 아니면 안 돼. 그런데 왜 자신을 괴롭히겠어?”장시원은 시선을 돌리며 갑자기 웃었다.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지 마. 그냥 그녀가 그리워서 못 견딜 뿐이잖아!”구택이 시원을 흘긋 보며 말했다. “내가 좋으니까!”장시원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네가 좋다면 이 세상에 네가 못 할 일이 어디 있겠어?”“내가 너라면 남의 일에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을 거야!”구택이가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시원이가 구택에게 물었다.“내가 뭐?”“청아 집에서 맞선보라고 부추긴다고 하더라?”구택이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그런 일이 있어?”시원은 머리를 약간 수그리고 토마토를 계속 씻으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구택이가 미간을 좁히며 진지하게 말했다. “청아가 2년 동안 혼자서 꽤 힘들어했어. 적당한 사람이 있다면, 나도 소희한테 청아 좀 설득해 보라고 했을 거야. 결혼할 나이잖아.”장시원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너 너무 심하게 기뻐하는 거 아니야?”임구택이 조롱했다. “상관없다며?”“어쨌든 청아가 내 밑에서 일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관계는 있어!”“그건 사생활이야, 네가 상사라고 해도 관여할 수는 없어!”시원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구택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기운을 빼고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했네. 앞으로 너하고 소희에 관한 일도 입 닫고 있을게.”구택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청아를 그렇게 신경 쓰면서도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거야?”시원은 이 말을 듣고 무덤덤하게 말했다.“너무 멀리 갔네. 청아는 나를 배신하고 나를 속인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지금 나랑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랑을 받으려 하는 게 말이 돼? 내가 그렇게 쉽게 넘어갈 것 같아?”이 말을 들은 구택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면 왜 요 2년 동안 다른 여자를 안 만났는데? 청아 때문이
해물탕은 좀 더 끓여야 했다. 따라서 몇몇 사람들은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장시원은 요요를 자신의 곁에 두고 소고기와 토마토 계란 볶음을 젓가락으로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임 아저씨가 만든 요리인데 한번 먹어볼까?”요요는 입을 내밀고 호호 불며 조심스럽게 한 입 먹었다. 꼭꼭 씹은 후, 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맛있어요!”그리고 요요는 장시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삼촌도 요리할 줄 알아요?”시원은 당황했지만, 요요 마음속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웃으며 거짓말했다.“물론이지, 내가 만들어 줄게. 이것보다 훨씬 맛있을 거야!”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아이를 속이지 마세요. 기왕 하기로 한 이상 해 보여야죠!”시원이 말했다.“뭐 그까짓 거 구택한테서 배우면 되죠. 그게 뭐라고!”청아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요요가 그냥 물어본 거니까, 장 사장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그리고는 임구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럼 임 사장님은 여기 계속 사시는 거예요? 임 사장님은 줄곧 여기서 사는 거예요? 그런 거면 앞으로 소희처럼 우리 집에 오셔서 식사하셔도 돼요.”“그래요, 고마워요!”구택이 엷게 웃었다.“잠깐만요!” 장시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구택에게 물었다.“너 어디서 사는데?”청아가 웃으며 말했다.“구택 씨는 소희의 이웃이죠. 소희 집 맞은편에서 거주하고 있어요.”장시원이 놀란 표정으로 구택을 바라보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언제?”“이틀 전, 이사했어.”구택이 침착하게 대답했다.“대단해!” 시원은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는 소희에게 농담을 건넸다.“제가 소희씨라면 그 자리에서 구택에게 청혼할 텐데요.”그 말에 구택이 소희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웃었다.“애초에 나와 결혼할 사람이야!”장시원은 놀란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놀라운 날이네!”그러고는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이 화해했으니 이제 저놈 얼굴을 볼 일이 없겠네요. 건배합시다!”모두들 잔
장시원은 처음 해 보는 것이었지만, 사실 간단한 일이었다. 그저 깔끔하게 씻기만 하면 되었다. 우청아는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옆으로 가서 도마를 치우며 시원이가 씻은 접시를 닦아 찬장에 넣었다. 청아는 접시를 정리하며 슬쩍 시원의 건장한 옆모습을 눈짓으로 훑었다. 그는 열심히 설거지하고 있었다.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굵은 팔뚝을 드러냈다. 청아는 그의 곁에서 분주히 움직였지만 요동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청아는 최대한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두 사람이 회사에서 관계를 생각하며 이상한 생각을 멈추려고 했다.한편, 거실에서 소희는 요요와 함께 블록을 쌓고 있었고, 임구택은 옆에서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소희와 요요의 모습을 보며 구택은 갑자기 약간의 불만이 생겼다. ‘장시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놈한테 이렇게 예쁜 딸이 그냥 생긴다니.’구택과 소희는 함께한 시간이 길었지만 아직 자녀가 없었다.‘세상 참 불공평하다!’“무슨 일 있어?” 소희는 마치 마음이 통하는 듯 구택을 올려다보았다.구택의 눈빛에는 약간의 원망이 서려 있었다.“아기 좋아해?”그러나 소희는 임구택이 자주 건네는 그 백색 알약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요요만 좋아, 다른 사람의 아이는 싫어.”“우리 아이라면?”임구택의 눈빛이 더욱 타오르고 있었다.소희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본 적 없어.”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구택은 계속해서 자녀에 관한 질문을 할 것 같았지만 이외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이때 청아가 과일 접시를 들고 나왔다. “과일 먹을 시간이에요!”장시원도 손을 닦고 주방에서 나와 구택에게 술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그래, 이사 간 기념으로 파티를 하는게 어때?”임구택은 시원이 농담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부러워? 차라리 너도 청아 씨 맞은편 집을 사서 다 같이 지내는 것이 좋겠어!”청아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우청아는 가볍게 화를 내며 말했다.“엄마 말 좀 듣자. 엄마랑 같이 잘까? 엄마가 동화책도 읽어줄게.”“싫어요, 삼촌이 재워주세요!”임구택과 소희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이 반짝였다.‘요요가 시원 씨를 이렇게 좋아하다니!’“제가 재워드릴게요.”장시원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요요를 포근히 안아 침실로 향했다.“삼촌과 같이 자자.”“네.”요요는 시원의 목을 꼭 안고 따라갔다.청아는 무력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따라갔다.침실에 들어서자, 시원은 잠시 멈칫했다. 평소와 다른, 여성의 침실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밤 우청아가 잠을 자는 그곳이었다.침실에 들어서자 연한 우유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고 그 향기는 청아의 향기였다.안방은 소박했다. 침대 하나, 옅은 노란색에 작은 데이지가 수 놓인 시트, 같은 색상의 커튼, 옷장, 작은 서랍장, 그 위에는 연 청색 꽃병에도 작은 데이지가 담겨 있었다.침대 머리맡에 따뜻한 노란색 스탠드가 켜져 있어, 소박하지만 아늑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시원은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구름을 밟는 것처럼 부드러웠고, 마음도 가벼워졌다.요요를 침대에 눕힌 후에도 요요는 그의 팔을 꼭 붙잡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나랑 같이 누워요. 더 이야기 듣고 싶어요.”“요요, 말썽 부리면 안 돼!”청아가 엄하게 꾸짖었다.‘남자를 침실에 들이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어떻게 시원 씨를 침대에 눕힐 수 있을까?’“삼촌이 동화책 읽어줘야 해요!”요요는 졸린 눈을 비비며 청아의 꾸지람에 눈물이 글썽였다. 그리고는 삐죽 튀어나온 입술로 목이 메인 듯 말했다.시원은 요요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가슴이 아려 청아에게 물었다.“내가 누워도 됩니까?”청아는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어떻게 설득할까?’“내일 새 침대 시트를 사줄게요.”장시원은 그녀를 그윽이 바라보며 말했다. 어스름한 빛 사이로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청아는 거절했다.“게 아니에요.
임구택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저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우청아는 놀란 눈으로 어이없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곧 임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고, 우청아는 혼자 남겨졌다.청아는 분노를 억누르며 내일부터 소희를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그 시각 소희는 위층으로 올라가며 걱정이 되었다.“둘이서만 있어도 괜찮을까?”“안심해, 장시원도 예의가 있는 사람이니까.”임구택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그들 관계에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소희는 시선을 아래로 고정하고 말했다.“나는 단지 장시원이 미덥지 않을 뿐이야. 적어도 지금까지 나는 시원 씨가 청아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 설령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일편단심일 수 있을까?”필경 시원은 과거가 복잡한 사람이었다.“그에게 기회를 줘, 이번엔 다를 거야.”구택은 소희의 손을 꼭 잡고 따듯하게 웃어 보였다.“그래!”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위층에 도착하자, 소희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난 이제 자러 갈게, 너도 일찍 자!”구택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다정하게 물었다. “어디 가서 자려고?”소희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맑고 진지했다.“임구택, 우리는 각자 살기로 했잖아. 서로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주기로. 그래서 이웃으로 사는 거 아니야? 난 이런 관계가 좋아.”이 말을 들은 임구택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자기야, 우리는 부부야, 연인이 아니야.”“우리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어!”소희가 말했다.“결혼식은 언제든지 할 수 있어, 네가 원한다면!”“그래도 네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리고 부모님을 만난 후에야 결정할 수 있잖아? 따라서 그동안 우리는 연인이야.”“어정에 있을 때 우리는 연인이었고 함께 살았어!”소희가 말했다.“하지만 지금 함께 살고 싶지 않아.”임구택은 이를 악물었다.“이틀 만에 원래대로 돌려놓다니,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소희는 한 걸음 다가가
임구택의 따뜻한 기운이 얼굴에 스쳤다. 짜리하면서도 뜨거운 느낌이었다. 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주말.”“이틀 뒤.”소희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말했다.“좋아!”임구택은 그제야 웃으며 만족스럽게 말했다.“그래, 기다릴 수 있어!”소희는 마음이 두근거렸지만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다.“그럼 나는 돌아가서 잘래!”“응.”임구택은 아쉬운 듯 소희에게 한참 동안 키스한 후에야 그녀를 보내주었다.건너편 문이 닫히고 임구택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원래 닫혀 있던 스크린이 갑자기 열리며 지니가 나타났다.“주인님 안녕하세요!”임구택은 손잡이를 잡고 경고했다.“몰래 보지 마!”지니는 곧장 눈을 가리며 웃었다.“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주인님의 모든 프라이버시와 관련해서 지니는 자동으로 정보를 차단한답니다.”임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았어, 너를 확장 원급 레벨로 레벨 업 시켜 줄게.”“주인님 감사합니다!” 지니는 감동에 젖어 제자리에서 퐁퐁 뛰었다.이윽고 구택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지니가 물었다.“주인님, 왜 소희 씨한테 여행 갔다고 하라고 하셨어요?”임구택은 걸음을 옮기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희가 힘들어하잖아. 며칠 동안 좀 쉬게 해야지.”지니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네가 필요할 때 너를 부를게!”구택이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한편 아래층에서 청아는 거실에서 10분 동안 안절부절 못했다. 하지만 장시원이 나오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들어가 보았다.문을 살짝 연 청아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두 사람 모두 잠에 빠져 있었다.따뜻하고 어두운 빛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누워 있었다. 요요는 달콤한 꿈나라에 있었다. 여전히 시원의 소매를 붙잡은 채. 장시원도 옆에 누워 곤히 잠들었다.청아는 차마 그들을 방해할 수 없었다.무려 3분 동안 서 있다가 그제야 작은 소리로 외쳤다.“장 사장님?”“장 사장님!”“시원 씨!”시원이가 깊이 잠든 모
“장시원 씨 술 마셨어요, 운전하면 안 돼요. 기사를 부르세요!”우청아가 말했다.장시원은 고개를 들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저를 쫓아내는 거예요?”“아니요!” 청아는 고개를 저었다.“단지 일찍 돌아가서 쉬시라고요.”장시원은 미적지근하게 그녀를 힐끗 보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안 받는다.하지만 장시원은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려고 했다.“어디 가세요?” 청아가 물었다. “운전하시면 안 돼요!”그러자 장시원은 그윽하게 청아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나보고 여기에 계속 있으라고요?”이 말을 들은 청아의 표정이 굳어졌다.이어 시원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그때 청아가 그를 쫓아가며 급히 소리쳤다.“잠깐만 기다리세요, 운전기사님한테 무슨 바쁜 일이 생기신 거겠죠. 곧 전화하실 거예요!”장시원은 말없이 분노를 억누르며 차갑게 대꾸했다. “제발 자신의 일에나 집중하세요. 제 일엔 신경 쓰지 마십시오.”그리고 그는 현관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청아는 당황해 그의 소매를 잡으며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장시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손 떼세요.”그의 말에도 청아는 고집스럽게 그를 붙잡고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 주무세요.”그 말을 들은 시원의 눈빛이 잠시 깊어졌다.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술기운에 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계시는지 알고 있는 거죠?”청아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의 집 게스트룸에서 주무세요, 괜찮으시다면요.”장시원은 여전히 그녀를 응시하며 물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걱정돼요? 왜 그렇게 저를 신경 쓰세요?”청아는 당황스러워하며 서둘러 해명했다. “당신이 우리 집에서 술을 드셨으니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저도 연루될 수 있으니까요.”장시원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 “그렇게 대답하는 이유가 뭔가요? 최결이 평소에 어떻게 말하는지, 우민율이 어떻게 나에게 비위를 맞추는지
장시원은 방문을 한 번 쳐다보고는 차분하게 말했다.“아니, 괜찮아!”“그럼 일 있으면 다시 연락주세요!”“그래!”장시원은 전화를 끊고 방문을 열어 맞은편 침실을 바라보았다. 이 집의 구조는 두 개의 침실이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안방과 게스트룸의 문이 서로 마주하고 있고, 그 사이에는 복도만 있다. 청아는 목욕 가운을 건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이건 제 것인데, 사이즈가 좀 커서 맞을 거예요”장시원은 가운을 받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연분홍색에 헬로키티 그림이 눈에 띄었다. 그러자 청아가 서둘러 해명했다.청아가 서둘러 설명했다. “요요가 헬로키티를 좋아해서 골라준 거예요.”이 말을 들은 시원은 단번에 표정이 많이 풀렸다.‘그래도 입을 수는 있겠어. 어쨌든 샤워하고 나서 입었던 옷은 못 입을 테니까.’“그럼 먼저 샤워하세요!”청아가 말했다. “욕실에 새로 준비한 세면도구를 준비해 뒀어요.”시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연분홍색 헬로키티 목욕 가운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청아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욕실 문을 닫은 시원은 비록 좁지만 깨끗하고 정돈된 욕실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세면대 위에는 청아와 요요의 칫솔 컵이 놓여 있었고, 옆에는 청아가 새로 준비한 세면도구 세트가 있었다. 수건과 치약까지 모두 새것이었다.세 사람의 물건이 나란히 놓여 있자, 시원은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칫솔 컵을 들고 양치를 했다.샤워를 마치고 목욕 가운을 입을 때 시원은 무의식적으로 코끝에서 나는 향기를 맡았다. 분명 청아의 향기였다.목욕 가운은 확실히 시원이 입기에 충분했다. 물론 약간 짧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이윽고 시원은 목욕 가운을 둘러매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방에서 나오던 청아와 마주쳤다.청아는 그를 쳐다보며 입술을 꽉 다물고 있었다.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돌아섰다.시원의 물기 어린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며, 헐겁게 묶인 목욕 가운이 그의 넓고 탄탄한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