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소용이 바로 쫓아와 웃으며 말했다.“누나, 걱정 마. 앞으로 나 절대 누나에게 달라붙지 않을 게. 오늘은 그냥 누나한테 감사를 표하려고 찾아온 거야, 누나가 내 친 누나를 찾아줬으니까.”오늘의 추소용은 꼬질꼬질했던 평소와는 달리 헤어스타일도 바뀌었고, 옷도 브랜드들로 새로 차려 입었다. 하지만 양아치 같은 기질은 여전했다.소희가 듣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추소용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힘들게 찾은 누나인데 잘 지켜, 또 잃어버리지 말고.”“당연하지! 이 세상에 이젠 나와 누나 두 사람밖에 안 남았는데. 나 평생 누나랑 같이 붙어 살 거야.”“그래, 그런 생각이 맞는 거야.”“나 그럼 먼저 누나 찾으러 갈게.”추소용이 들떠서 말하며 고개를 돌려 떠났고, 그 모습에 소희가 차가운 웃음을 한번 드러내고는 일하러 갔다.같은 시각,전에 소희가 마민영더러 8시에 출근하라고 한 이후로 하루도 지각한 적이 없는 마민영은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 도장을 찍고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사실 마민영이 맡은 여주인공의 화장은 아주 간단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정부의 딸이라 화장을 너무 뚜렷하게 할 수도 없었으니. 하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여전히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화장을 해주고 있었다. 너무 빨리 했다간 마민영한테 일을 제대로 안 한다고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으니까.마민영의 성질이 나쁘다는 건 제작팀 전체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주는 임금도 상상 그 이상으로 높았기에 매일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마민영한테 욕을 먹게 되더라도 그들은 두 말없이 마민영의 곁에 남아서 일하고 있었다.한참 졸고 있던 마민영이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눈을 감은 채로 어디론 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다 휴대폰 맞은편의 사람이 전화를 받자마자 마민영이 바로 투정을 부리 듯 입을 열었다.“소희야, 나 너무 졸려!”[어젯밤에 몇 시에 잤어요?]다른 배우에게 오늘의 의상을 안배하고 체크하고 있던 소희가 듣더니 덤덤하게 물었고, 이에 마민영이 멋
“뭐? 다 썼다고? 도박하다 잃은 거 아니고?”소동이 믿기지 않은 듯 두 눈을 부릅뜨고 묻자 추소용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어떻게 썼는지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돈이나 줘. 하룻밤에 200백만 원씩 퍼붓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엄청 절제해서 쓴 거라고!”“너 미쳤어? 내가 네 현금 출금기야? 네 부모님이라고 해도 너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줄 수가 없잖아.”“우리 아빠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어. 지금 이 세상에 나의 가족이라고는 누나뿐인데, 내가 누나를 찾지 않으면 누구를 찾겠어?”“난 네 가족이 아니야! 그러니까 나한테서 떨어져! 다시 들러붙었다간 신고할 수도 있으니까.”“신고하고 싶으면 해, 일을 더 크게 벌리면 나한테는 더 좋은 거고. 어차피 나 누나 어디에 사는지도 알아. 어떻게, 누나 그 양부모님을 찾아가 한번 도리를 따져 봐?”겁도 없이 자신을 협박하고 있는 추소용의 모습에 소동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너 나를 미행했어?”“누나도 참, 미행이 뭐야? 난 그냥 누나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한번 따라가봤을 뿐인데, 그게 어떻게 미행이야?”“너 대체 뭘 원하는데?”“천만 원만 줘. 그러면 돈이 떨어지기 전에는 절대 누나를 찾지 않을 게.”소동이 듣더니 즉시 고개를 저었다.“안 돼! 우리 집이 잘 사는 건 사실이지만 돈은 아직 부모님이 관리하고 있는데, 내가 어디 가서 그렇게 많은 돈을 얻어 와?”“그럼 400만! 400만 정도는 있는 거 아니야? 만약 400만도 없다면, 난 누나 부모님을 찾아가 돈을 요구할 수밖에 없어.”“내가 4천만 원을 줘도 너 며칠 사이에 다 도박에 처넣을 거잖아!”“아니야! 나 도박하지 않아. 나 그 돈으로 친구와 사업을 할 거야.”“너 강성에 친구가 있기는 한 거야?”“그건 누나가 상관할 바가 아니고, 빨리 돈이나 줘!”소동은 당연히 추소용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싶지 않았다.추소용은 밑 빠진 독이라 이번에 주고 나면 또 찾아올 게 뻔했으니.그래서 소동이 잠시 생각한 후 차가운
맞은편 문은 방범 문으로 새로 교체되었다. 고급 질감의 은회색에 중간에 액자처럼 장식되어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아주 특별한 문이라 소희는 아침에 외출할 때 두 번 정도 더 본다.퇴근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갑자기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퇴근하셨어요?”소희는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뒤에 아무도 없었다.그러나 맞은편 문에 달린 액자 같은 태블릿을 열어보니 화면이 나왔다. 아이패드와 비슷한 크기의 보송보송한 털을 가진 애니메이션이 그녀를 보고 웃고 있었다.둥글둥글한 고양이 같다!소희는 의심을 드러내며 몇 걸음 다가갔다.“네가 말한 거야?”“네, 여기 우리 둘뿐이에요!”스크린 속의 애니메이션은 입을 헤 벌리고 웃었다.“자기소개 할게요. 저는 지니라고 합니다. 로봇 가족의 28976번째 모델입니다. 앞으로 당신 이웃이 될 테니 잘 부탁드려요!”소희는 이제야 이것이 로봇 지능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았다.소희는 이에 흥미를 느꼈다.“넌 뭐할 수 있는데?”“주인님을 도와 문을 지키고, 주인님이 원하시는 것을 대신해드릴 수 있어요. 이웃 관계 처리, 배달 주문, 전화 등 다양한 업무를 해드릴 수 있고 주인님의 건강이 안 좋으면 병원 의사 예약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주인님이 상상하시는 것은 모두 할 수 있습니다!”지니는 자랑스럽게 말하면서 제자리에서 빙빙 돌았다.소희는 점점 더 재미있었다.“네 주인은 이사 왔어?”“아니요, 주인님이 이사를 오려면 시간이 좀 걸려요. 이사 오기 전에 당신과 좋은 관계를 맺어 앞으로 화목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드릴 게요!”지니가 진지하게 말했다.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네 주인이 너한테 알려준 것이야, 아니면 네 생각이야?”“주인님이 알려 줄 필요는 없어요. 제가 주인님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니까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 “네 주인은 프로그래머지?”‘아주 재미있는 프로그래머일 것이다!’지니가 말했다.“주인님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되어 있어요.
소희는 놀라서 의심스럽게 그것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알았어?”“저의 눈으로 님의 건강을 스캔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체질은 볼 수 있어요.”지니는 자신의 큰 귀를 쳤다.소희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정말 대단해!”“밥 먹으러 가세요, 안녕. 나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보러 갈게요.”지니는 작별 인사를 하고 휙 하고 사라졌다. 이윽고 스크린은 어두워졌다.그리고 은색 금속 케이스가 자동으로 닫혔다.소희는 로봇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로봇도 감정이 있다고?’소희는 이 스마트 시스템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하다고 느꼈다.청아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청아에게 곧 도착할 것이라고 알렸다.다음날.소희가 아침에 외출하려는 데 맞은편 스크린이 밝아지며 지니가 튀어나왔다.“소희님,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어젯밤 소희는 집으로 돌아온 후 또 지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 지니를 스크린이나 로봇으로 생각하지 않고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지니는 뚱뚱한 손을 입에 대고 하품을 하며 풀밭을 달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소희가 물었다.“달리기, 공주가 어제 저한테 뚱뚱한 남자는 별로라고 했어요. 그러니 살을 빼야겠어요!”소희는 지니의 동글동글한 몸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젯밤 이야기를 나눌 때 지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공주라는 것, 또 그 공주는 자기소개도 했다. 덕분에 지니는 공주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맞아요!” 지니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15분 후에 강성에 비가 올 것입니다. 우산을 가지고 가는 게 좋겠어요!”“그래?”소희는 핸드폰을 켜고 날씨를 살펴보았다. 과연 15분 후에 비가 올 것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지니는 화가 나서 말했다.“나를 믿지 않는 거예요!”“아니, 습관일 뿐이야, 우산 가지고 갈게!”소희는 집에 들어가 우산을 들고나왔다. 나올 때 지니는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뚱뚱한 몸이 한번 뛸 때마다 화면 전체가 진
소희는 부탁받고 마연을 찾아갔다.마연은 휴게실에서 과일을 먹고 있었는데, 소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콧방귀를 뀌었다.“이 감독님이 불렀죠.”“당신은 배우이고, 감독과 협조하는 것은 당신의 의무입니다. 게다가 혼자만 맞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비를 맞습니다.”소희가 밖을 보았다.“비가 이제 거의 그치는 것 같으니 빨리 가보세요!”“저는 비 오는 날이 싫어요. 젖으면 몸에 달라붙으니 찝찝해 죽겠어요!”마연은 입을 삐죽 내밀며 원망했다.소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알았어요, 가면 되잖아요!”마연은 일어나서 매니저에게 말했다.“옷을 많이 준비해 줘. 촬영이 끝나면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까.”“안심하세요!” 매니저가 웃었다.마연은 밖으로 나가면서 소희를 보며 웃었다.“화내지 마세요, 지금 갈 테니까!”“감독님과 잘 협조해서 한 번에 오케이 사인받으세요. 그러면 당신도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고 감독님도 더 꾸짖지는 않을 겁니다.”소희가 말했다.“네!” 마연은 매니저를 따라 촬영장으로 갔다.이때 소연은 옆 분장실에서 구은서와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패션, 설계, 명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다.또 소연은 구은서의 아우라가 좋아 평범한 제작진 팀의 옷을 입어도 명품을 입은 것 같다며 칭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은서의 담담한 웃음은 온화하고 고상해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그 어떤 단점도 없는 완벽히 아름다운 얼굴이다. 소연은 마연의 직설적인 성격을 좋아하지 않는다. 늘 자신을 난처하게 만드니까. 하지만 구은서와 며칠 대화를 나누면서 직설적인 사람도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적어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러나 구은서, 종래로 온화하고 단아한 태도다. 수다를 같이 떨 수 있지만 그녀에게서 무언가 얻으려고 한다면 인차 화제를 돌린다.정말 빈틈이 없다!이렇게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소연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가 일어서며 말했다.
지수현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품에서 벨벳 상자를 꺼내 소연에게 밀었다.“어제 우리 엄마와 함께 쇼핑할 때 생각나서 하나 샀어요. 어머니가 여자 친구가 생겼냐고 묻더라고요.”소연은 응석받이처럼 웃으며 상자를 열었다. 그 속에는 GK의 다이아몬드 팔찌가 들어 있었다.하지만 소연은 이내 상자를 닫고 수현에게 돌려주었다.“우리 엄마가 이미 사준 겁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세요.”수현은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신 말고 줄 사람 없는데요?”소연의 얼굴에 부끄러움이 잠시 스쳤다.수현은 마음이 동하여 또다시 상자를 그녀에게 밀었다.“점원이 말하더라고요. 강성에서 딱 두개뿐인 팔찌랍니다. 하나는 별이고 하나는 달입니다. 이는 별과 달처럼 영원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하나 가지고 있다면 이는 하늘이 정해준 운명 아닐까요.”소연은 수현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진짜예요?”“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열어보세요!”소연은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팔찌를 들어 보았다. 사슬 단추 아래에 달린 것은 달이다. 확실히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과 달랐다.소연은 그제야 믿고 수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별말씀을요, 팔찌를 받으셔서 제가 더 기쁩니다. 그러니 제가 감사해야죠!”소연은 즐거워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시네요.”수현은 소연의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고 더욱 좋아졌다.웨이터가 요리와 디저트를 들고 오자 수현은 스윗하게 소연에게 술을 따랐다. 그러고는 스테이크를 썰며 웃으며 물었다.“혹시 제작진 팀에 소희라는 디자이너가 있지 않아요?”그 말을 들은 소연은 손에 들고 있던 은색 나이프를 떨궜다.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소연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네, 왜요?”“스튜디오 T의 대명씨가 며칠 전에 그쪽 제작진 팀에 스타 관리하러 갔는데, 이 디자이너에게 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저기 소희에 대해 알아보나 봐요. 또 제 사촌 여동생이 극 중에서 여주인공이
수현은 말을 마치고 팔을 뻗어 소연의 어깨를 감쌌다. 그러고는 입맞춤했다.소연은 무의식적으로 반항하다가 앞으로 지수현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을 감고 천천히 받아들였다.소희를 위해서 소현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러니 수현이가 소연을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이틀 후, 이 감독은 술자리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았다.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드라마 투자자이니 꼭 오라고 했다.이 감독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전에 합작했던 한 감독이 또 연락이 왔다.“이 감독, 스튜디오 T의 대 사장이 저녁에 함께 밥을 먹자고 초청했어. 듣자 하니 당신도 온다고 하더라고, 마침 이 감독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말이야.”이 감독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든 얼마든지 말해!”“영화를 준비하고 있어. 아마 하반기에 크랭크인 할 거야. 그래서 이 감독 제작진 팀 그 패션 디자이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데리고 오면 안 돼? 저녁에 자세히 얘기해.”이 감독이 말했다.“아직 드라마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 팀에 있는 사람을 탐해?”“네 드라마는 하반기면 다 찍잖아. 그러니 우리 인연을 생각해서 그 디자이너 한 번 데리고 와. 될지 안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이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소희에게 말할게. 아무 문제 없을 거야.”“그럼 그렇게 하자, 저녁에 봐!”이 감독은 전화를 끊고 소희에게 전화를 걸어오라고 했다.소희는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왔다. “이 감독님, 찾으셨어요?”이 감독은 활짝 웃으며 소희에게 물 한 병 가져다주었다.“잠시 앉아 쉬세요.”“감사합니다!” 소희는 물을 받아 옆 소파에 앉았다.이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그게 오늘 투자자의 모임이 있어요. 마침 제 감독 친구가 하반기에 영화에 들어가는데 소희씨를 한 번 봤으면 한다네요. 그래서 소희씨를 소개도 해줄 겸, 괜찮으면 함께 갑시다.”소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시원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이 감독은 따뜻하게 말했다.“도착하면 두 분이
소희는 생각이 났다. 임구택이 이 감독의 TV 판권을 샀다는 것을. 한 마디로 이 드라마의 투자자이다. 이런 장소에 있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다.다만 보름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갑자기 만나니 좀 의외였다.“소희씨, 이 분이 바로 제가 당신에게 말한 손 감독입니다.” 이 감독이 소희에게 소개했다.소희는 손 감독과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다.“일찍이 소희씨 명성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협력하기를 바라요!”손 감독은 마흔이 넘었다. 몸매는 마른 편이었다. 그는 허허 웃으며 소희를 보고 있다.소희는 엷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요!”“앉으세요, 모두 앉으세요, 소희씨를 둘러싸지 마시고요!”소희와 이 감독은 빈자리에 앉았다. 총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탁이었다. 임구택은 상석에 앉아 소희와 마주 앉았다.소희는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전반 전세방은 대략 20명 좌우였다. 이 감독과 손 감독을 제외하고 대부분 TV 투자 쪽 사람들이었다. 모두 양복과 가죽 신발을 신고 한껏 영민함을 뽐내었다. 물론 그들의 곁에는 그들의 아름다운 여자친구가 앉아 있다.상업 모임이다. 그런데 소희와 이 감독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았다.소희가 앉자 오른손에는 이 감독이 앉았다. 그는 손 감독이 왼쪽에 앉아 영화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낯선 남자가 옆에 앉았다.손 감독은 그녀와 두 사람을 사이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소희는 원래 손 감독이 거기 앉아 있는 줄 알고 개의치 않았다.옆에 있는 남자는 30대에 분홍색 셔츠를 입고 손목에는 수억원짜리 시계를 차고 있었다. 뚱뚱한 얼굴에 눈썹이 옅고 눈이 살짝 처졌다. 그런 그가 소희를 바라보며 웃으며 물었다.“소희씨는 무엇을 마시겠습니까?”소희는 그가 이렇게 말을 듣고 아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본 적이 없었다.“주스면 됩니다. 제가 할게요!”소희는 주스 병을 가지러 손을 뻗었다.“제가 부어 드릴게요!”남자는 주스 병을 들고 소희에게 가득 부어줬다.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소희의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