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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장시원의 눈빛에 놀란 청아가 급히 말했다.

"시원 씨는 나한테 잘못한 거 없어요, 내가 잘못했어요."

"억울한 척하지 마!"

장시원이 청아의 어깨를 움켜쥐고 얼음장마냥 차가운 얼굴로 청아를 쳐다보았다.

"만약 정말 나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하면 순순히 내 말에 따라.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너의 죄가 없어질 거라는 망상은 하지도 말고. 나를 건드린 사람은 나의 허락이 없이는 그 누구도 살릴 자격이 없어."

장시원에게 잡힌 어깨가 너무 아팠지만 청아는 감히 뒤로 피하지도 못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장시원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약간의 화간 묻은 어투로 말했다.

"알았어요, 피하지 않을 게요.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시원 씨도 기한은 줘야 할 거 아니에요!"

"기한?"

장시원이 듣더니 냉소하며 대답했다.

"빚을 진 사람이 빚쟁이에게 조건을 제시하는 건 처음 보네? 기한을 달라? 좋아, 평생 어때? 아니면 내가 장래에 장가를 가서 아이를 낳고, 아주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게 되면 네가 나에게 가져다준 불쾌함을 잊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꺼져도 좋을 거야."

청아는 순간 온몸이 떨렸다. 그녀가 그토록 존경하고 숭배했던 남자가 악마로 변한 것 같아 충격을 받은 것이다.

장시원은 그제야 청아를 놓아주고 제자리로 돌아와 냉담하게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담긴 공포와 거리낌을 보고 통쾌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더욱 갑갑했다.

"무고한 척하지 마, 구역질 나니까."

장시원의 차가운 악담에 청아의 눈동자가 순간 움츠러들었다. 안색은 엄청 창백해졌지만 마음속으로는 평정심을 되찾고 창밖을 쳐다보았다.

‘괜찮아!’

‘아무리 어두운 세월이라도 난 다 이겨냈잖아.’

‘진 빚을 다 갚아야지. 그래야만 홀가분해질 거야.’

‘그러니 두려울 게 없어.’

‘비록 인생에 사랑도 없고 혈육의 정도 없다지만 나에겐 요요와 소희가 있잖아. 그거면 돼.’

장시원은 화가 다 풀렸는지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경원주택단지로 질주했다.

같은 시각, 이씨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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