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는 쓸쓸한 정서를 억누르고 다정하게 웃었다."그래."이때 이씨 아주머니가 옆에서 물었다."요요 외할머니는 퇴원하셨어?""네, 이미 집으로 돌아갔어요.""잘됐네."요요가 듣더니 기뻐하며 물었다."그럼 요요도 외할머니 보러 갈 수 있는 거예요?""당연하지. 나중에 같이 가자."청아가 대답하며 요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엄마한테로 와, 아저씨한테 달라붙지 말고. 아저씨는 일이 있어 금방 가봐야 해."요요는 그제야 고분고분 청아를 향해 달려갔다.품속이 빈 순간 장시원은 마음도 텅 빈 느낌이 들었다.그는 천천히 일어서서 요요와 작별인사를 했다."아저씨 안녕! 매일 제때에 밥 드셔야 해요!"요요는 장시원을 바라보며 청아가 자주 하던 말로 장시원에게 당부했다.이에 장시원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요요와 작별인사를 한 뒤 차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청아의 곁을 지날 때 담담하게 귀띔했다."월요일에 출근하는 거 잊지 마."청아가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조용히 대답했다. "네."그렇게 장시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라 떠났고, 청아는 그제야 긴장감을 풀고 이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먼저 올라가서 쉬세요. 제가 요요랑 좀 놀다가 올라갈게요."이에 이씨 아주머니가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그러다 무엇이 생각났는지 다시 청아를 향해 물었다."요요 할머니가 퇴원했으니 나도 이제 올 필요 없는 거 아닌가?"청아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계획이 갑자기 변했으니.그래서 이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요요를 계속 돌보고 싶으세요?""당연히 돌보고 싶지. 요요는 말도 잘 듣고 철도 들어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 걸." 이씨 아주머니가 애틋한 눈빛으로 요요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럼 계속 저를 도와 요요를 돌봐 주세요. 제가 일자리를 새로 찾았거든요, 월요일부터 출근할 거고. 평일에는 그냥 예전처럼 제가 퇴근할 때까지만 요요를 돌봐 주시면 되고요, 주말에는 제가 요요랑 있을 테니까 아주머니는 집에서 쉬시면 돼요.""정말이야?"이씨 아주머
소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아가 불쌍한 건 여전했다.억울하지 않다고?그때 당시 청아는 임신한 채 이국땅에서 혼자 살면서 허연의 돈을 갚기 위해 만삭이 될 때까지 식당에서 잡일을 했다. 때로는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기도 했었고. 한 번은 저녁 늦게까지 일한 바람에 과로로 집 앞에 쓰러진 걸 몇 시간이 지나서야 일찍 일어난 집주인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었다.그 후 집주인은 그토록 고생하는 청아가 불쌍해 일부러 자신이 밥 지을 힘이 없다고 청아에게 하루 세끼를 맡겨 집세와 식비를 면제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청아는 처음에 일자리를 찾지 못했을 때에만 소희가 준 카드를 사용했고 그 후에는 한 번도 카드 속의 돈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그러다 소희와 심명 그들이 치카고로 날아가 같이 살게 되어서야 청아의 생활이 많이 호전되었다. 나중에는 그녀가 디자인 한 작품이 우승을 따내게 되면서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았지만 결국 소희의 카드 값과 허연의 400만 원을 갚는 데에 써버렸다.그리고 금전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청아가 홀로 요요를 키우면서 받은 고통은 누구도 모를 것이다.요요가 아직 젖을 떼지 않았을 때, 청아는 매일 밤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했고, 낮에는 또 수업하러 가고 수업시간이 끝나면 아르바이트하러 갔다.어느 날은 요요가 차 한 대 없는 늦은 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청아는 홀로 울면서 10킬로를 뛰어 병원으로 갔다. 그런 무력함과 초조함은 청아 본인 외에는 누구도 모를 것이다.외국에 있는 그 2년여 동안 다행히도 착한 집주인, 소희 그리고 성연희가 있었기에 청아가 겨우겨우 버텨왔던 것이다.비록 요요의 존재를 장시원은 모르고 있었지만 결국 그들 두 사람의 아이였고, 청아가 또 그렇게 고생스럽게 요요를 키웠는데, 정말 아직도 빚진 게 있다고 할 수 있는 건가?저녁에 소희와 청아는 요요가 조용히 청아의 품에서 잠들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청아는 고개를 숙여 곤히 잠든 요요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온화한
다음날 토요일,오늘도 임씨 가문의 운전기사가 소희 데리러 왔다.가는 길에 소희는 차 안에서 교과서와 복습 자료를 뒤적거리며 강의할 내용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임유민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임유민의 과외를 맡기 시작해서부터 여러 번이나 개인 사정 때문에 오지 못했으니. 나중에 우정숙이 돌아오게 되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임씨 가문에 도착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소희는 잔디밭 쪽에서 전해오는 함성을 듣게 되었다.소리를 따라 찾아가 보니 임구택과 임유민이 공을 차고 있었다잔디밭에는 골포스트가 놓여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운동복 차림을 한 채 뛰어다니고 있었다.종래로 임구택이 축구하는 걸 본 적이 없었던 소희는 갑자기 조백림이 조직한 축구 경기를 볼 때 임구택이 했던 말이 생각나 순간 할 말을 잃었다.‘2년이나 지났는데 왜 갈수록 유치해지는 거야.’소희는 잔디밭 가장자리까지 천천히 걸어가 두 사람이 공을 차고 있는 모습을 구경했다.두 사람은 축구공 하나를 둘러싸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심히 뛰어다녔다. 임구택은 줄곧 임유민을 양보하면서 기교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그러다 몇 분 후 임구택은 드디어 공을 넣었고 임유민은 멀리 굴러간 공을 주으러 갔다.그 틈을 타 임구택이 소희를 돌아보며 웃었다. "거기 서서 뭐 해, 물이나 가져다줘."이에 소희는 하얀 벤치에 놓인 생수 두 병을 들고 임구택 쪽으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거리를 임구택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쳐다보았다.소희가 다가가서 물을 건네주었다."나 손이 엄청 더러워. 열어줘."임구택의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은 흰 이마에 흩어져 붙어 있었고, 소희를 쳐다보고 있는 두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어둡고 깊어졌다.소희는 임구택을 한 번 흘겨보고는 물병 뚜껑을 열어 건네주었다.물병을 건네받은 임구택은 고개를 들어 물을 꿀꺽꿀꺽 크게 들이마셨다. 옆으로 흘러나온 물방울은 그의 각진 턱선을 따라 기복이 심한 목덜미를 지나 흰색 티셔츠 속으로 스며들었고, 티
"어서 수업하러 가야지."소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임구택을 한 번 노려보고는 임유민을 향해 정색해서 말했다. 그러고는 바로 가방을 메고 별장으로 들어갔다.임유민이 임구택을 향해 눈썹을 한 번 올리더니 길게 한숨을 쉬었다."둘째 삼촌, 소희 쌤이 여전히 삼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은데, 더욱 분발해요."이에 임구택이 임유민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너도 분발해.""제가 뭘 분발해요?""둘째 삼촌과 둘째 숙모가 잘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줘야지."임유민이 듣더니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걱정 말고 저에게 맡겨요. 어차피 소희 쌤은 지금 삼촌보다 저를 더 좋아하니까."".....".‘그래, 둘째 삼촌 화병이 나 죽을 때까지 시비 걸어. 삼촌이 죽으면 너에겐 둘째 숙모도 없을 거니까.’......소희는 임유민의 방에 앉아 임유민이 샤워하는 동안 이번 주의 숙제를 전부 검사했다.그리고 임유민도 소희가 기다린다는 걸 알고 신속히 샤워하고 수업하러 나왔다."머리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소희가 임유민의 젖은 머리를 한 번 보고는 물었다."괜찮아, 금방이면 말라.""그럼 수업 시작하자."소희는 1교시에서 지난주의 내용을 복습하고 2교시에서는 다음 주에 배울 내용을 예습할 계획이었다.임유민이 자신의 주말 숙제를 소희에게 건네주며 물었다."어때?"방금 이미 한 번 훑어본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전보다는 많이 진보했어."적어도 시를 함부로 왜곡하지 않았으니."그럼 가서 둘째 삼촌에게 보여 줘."임유민이 웃으며 말했다."둘째 삼촌보고 우리 아빠에게 사진 찍어 보내라고 해. 안 그러면 아빠는 또 내가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았다고 의심하실 거야."한눈에 임유민의 꿍꿍이를 간파한 소희가 덤덤하게 웃었다."방금 네가 샤워할 때 내가 이미 너의 엄마에게 찍어 보냈어. 두 분 지금 함께 계시겠지?"순간 할 말을 잃은 임유민이 한참 지나서야 불만이 묻은 어투로 말했다."다음부터는 둘째 삼촌에게 시켜, 안 그러면 엄
임유민이 보더니 바로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왜 날 그렇게 쳐다봐? 난 너에게 점심 먹고 가라고 권했잖아. 둘째 삼촌은 네가 거절할 줄 몰랐어."중도에 분명 임유민이 휴대폰을 만진 걸 본 소희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이때 임구택이 더욱 무고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무슨 얘기를 하고 있어?"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에 임구택과 임유민이 서로를 한 번 쳐다보고는 빙그레 웃으며 소희의 뒤를 따랐다.차에 오른 후 임구택이 말했다."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 일단 밥 먹으러 가자.""점심에 청아 집으로 가서 밥 먹기로 했어.""미뤄."소희가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는 다시 말했다."이미 하고 있을 거야."임구택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다시 일깨워 주었다."전에 청아 씨가 치카고로 돌아가게 되면 어정으로 오겠다고 약속했던 거 잊지 마."소희가 듣더니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자신이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 생각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다 눈동자를 한 번 돌리고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리고 소희의 흔쾌한 대답에 임구택이 기뻐서 바로 물었다."청아 씨의 어머니 이미 퇴원하셨다고 들었는데, 청아 씨는 언제 돌아간대?""시원 씨가 알려주지 않았어?"소희의 의아함이 묻어있는 눈빛에 임구택이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물었다."뭘?""청아를 치카고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시원 씨가 장씨 그룹에서 청아한테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줬어.""......"임구택이 고개를 돌려 소희를 보며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나를 가지고 놀았어?""아니."소희의 죽어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모습에 임구택이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마음속의 울분은 갈수록 벅차올라 얼굴색마저 어두워졌다.이에 순간 기분이 좋아진 소희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올라간 입꼬리는 여전히 임구택에게 포착되었다.웃고 있는 소희의 옆모습을 보노라니 임구택은 마음속의 울분과 불만이 단번에 많이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소희는 차 밖에 진짜 사람이 있는 거 같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착하네."임구택이 웃으며 다시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 했다.이에 소희가 임구택 먼저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내일 오후 유민이를 데리고 승마장으로 가자."소희의 뜬금없는 제의에 임구택이 잠깐 멍해 있더니 다소 불쾌해하는 어투로 물었다."우리 둘의 데이트인데, 유민이는 왜 불러?""성적이 오르면 사격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거든.""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전부 기억하고 있으면서 왜 나와 했던 약속은 마음에 두지 않는 거야?""내가 뭘 약속했는데?""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고 약속했잖아.""그건 당신이 먼저 질린다고 한 거잖아."소희의 대답에 임구택은 순간 가슴이 바늘에 찔린 것마냥 아팠다.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이때 갑자기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청아가 휴대폰 맞은편에서 밥이 거의 다 되어 간다고, 언제 돌아오냐고 묻고 있었다.이에 소희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했다."나 지금 집 아래에 있어, 곧 올라갈 거야."전화를 끊은 후 소희는 임구택과 작별을 고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내내 그윽하게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임구택의 눈빛에 소희는 결국 말을 삼켰다.임구택이 손을 들어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었다."어서 올라가, 밥 많이 먹고.""응, 운전 조심해."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임구택이 자신을 계속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뒤돌아보지 않고 건물로 들어갔다.그리고 차에 앉아 있는 임구택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한 번도 돌아보지 않네. 모질긴.’소희가 청아의 집으로 들어서니 청아가 마침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그러다 소희를 보고 고개를 들어 웃으며 물었다."왜 오늘 이렇게 늦게 돌아온 거야?""임유민이 일이 있다고 해서 수업을 늦게 시작했어."거실에서 놀고 있던 요요가 소희의 목소리를 듣고 소희한테로 다가갔다."소희 이모!""오전에 뭐 했어?""엄마랑 같이
가뜩이나 매일 온몸으로 출근을 거부했던 마민영이 듣자마자 이 감독을 찾아갔고, 마민영의 그런 모습에 대본을 보고 있던 이 감독이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민영 씨가 여긴 무슨 일이지?”“감독님, 왜 소희 씨만 주말을 쉴 수 있는 거죠? 저도 쉬겠습니다!”“누가 민영 씨한테 그런 소리를 했어?”“소동 씨요!”이 감독의 물음에 마민영이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소동을 가리켰다.그리고 마침 마민영에게 눈짓을 하려던 소동이가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마민영의 행동에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저 여인 바보 아니야?’‘저런 지력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연예계에서 살아남은 거야?’이 감독이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소동을 바라보았다.“소동 씨, 우리 제작팀의 촬영 진도가 이미 엄청 지체됐어, 그러니까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말아 줄래?”“저, 저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에요.”소동의 어눌한 대답에 이 감독이 한숨을 내쉬고는 마민영을 바라보았다.“민영 씨, 소희 씨는 우리 제작진의 직원이 아니라 북극에서 보내온 디자이너야. 그러니 북극의 직원이 북극의 규칙에 따라 주말을 쉬는 게 마땅한 거 아닌가? 그리고 매주 금요일이면 소희 씨는 토요일에 찍을 씬들의 의상을 아무런 누락도 없이 전부 다 정리해 놓고 쉬는 거야. 하지만 민영 씨가 당시 체결 한 계약서에는 명백히 적혀있었어, 제작진의 모든 합리적인 안배에 협조해야 한다고. 민영 씨 같은 배우들은 제작팀에 합류하게 되면 거의 휴식이 없다는 거 민영 씨도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소동 씨 같은 경우는 민영 씨가 사적으로 청한 디자이너이니까 소동 씨의 휴무에 대해서는 민영 씨가 알아서 결정해.”“배우도 사람이에요, 정상적으로 쉴 권리를 누린다고요!”“그럼 민영 씨의 출연료도 일반 직장인들과 한 번 비교해 봐.”마민영의 계속되는 불만에 이 감독이 쌀쌀하게 웃으며 조롱했고, 팩트에 제대로 맞은 마민영은 순간 할 말을 잃게 되었다.이에 소동이 기회를 틈타 마민영을 타일렀다.“그래요, 민영 씨. 이
미나가 즉시 부름에 응하고는 소동을 향해 말했다.“프린트가 끝난 후 그냥 가져가시면 돼요. 난 저쪽에 일이 있어 먼저 나가볼게요.”“그래요, 가서 일 봐요.”미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삐 방을 나갔고 홀로 남은 소동은 의자에 앉아 프린트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무심코 소희의 컴퓨터 화면을 한 번 쓸었고,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문 쪽을 쳐다보았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소동은 즉시 마우스를 잡아 소희의 컴퓨터 화면을 켰다.소희의 컴퓨터 화면은 엄청 깨끗했다. 데이터 정리하는 소프트웨어, 갤러리, 디자인에 사용되는 소프트웨가 전부였다.소동은 디자인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열어 소희가 최근에 완성한 디자인 원고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원고들을 본 소동은 놀라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그중 몇 장은 가을 의상으로 스타일로 봐서는 GK의 느낌이 물씬했다.소동은 순간 가슴이 미친 듯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소희는 분명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배운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려낸 디자인 원고가 항상 예기치 못한 놀라움을 자아내는 거지?’‘게다가 많은 디자인 요소는 나조차도 생각지 못한 것들이야.’어느새 샘솟기 시작한 질투심은 욕심으로 변했고, 욕심은 결국 그녀의 마음속에 나쁜 종자를 심었다.소동은 바로 그윽한 빛이 번쩍인 두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며 CCTV를 찾았다.지난번의 일 때문에 그녀는 이미 아주 큰 대가를 치렀으니 이번에는 절대 같은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다행히도 이 방은 이 감독이 특별히 소희에게 조용히 업무도 하고 휴식도 하라고 준비해 준 방으로 굳이 CCTV를 설치하지는 않았다.그걸 확인한 순간 소동의 심장박동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었다, 긴장하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여서.‘하느님이 나를 도와 주고있는 거야.’신속히 디자인 원고를 프린트한 후 소동은 폴더를 끄고 디자인 원고를 의상 리스트 맨 아래장에 숨겼다. 그러고는 막 떠나려는데 마침 미나가 뛰어 들어왔다.“아직도 안 끝났어요?”“아니요, 방금 작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