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훈은 은침을 송아름의 혈 자리에 꽂았다. 그리고 환약 한 알을 송아름의 입에 넣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송아름은 구역질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양의 피를 토해냈다.구토가 잦아들 때쯤, 송아름은 갑자기 벌레들이 온몸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 같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악!”그녀는 자지러지듯 비명을 질렀다.그리고 몹시 괴로워하며 침대에서 이리저리 뒹굴었는데 당장 몸 안에서 기어다니는 벌레를 손으로 도려내고 싶었다.“제발 저를 그냥 죽여주세요...”송아름은 너무 고통스러웠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죽고 싶었다.설령 그녀가 죽는다고 해도, 강주환이 지금 당장 그녀와 같이 죽는 게 아니라도 상관없었다.이런 고통은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하여 송아름은 혀를 깨물고 죽으려고 했다.남서훈이 재빨리 발견하고는 냉큼 침 하나를 꽂아서 송아름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그녀의 허락 없이는 송아름은 함부로 죽지도 못했다.강주환 쪽.초반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하지만 빠르게 해독반응이 생기면서 강주환도 똑같이 괴로워하기 시작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온몸에 경련이 올 정도로 아파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 참았다. 곁을 지키고 있는 윤성아가 이 모습을 보면 분명 걱정하기 때문이다.그는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다.그러면서 애써 그와 윤성아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렸다.하지만 윤성아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예전의 일들이 같이 떠오르면서 더 괴로워졌다.요 며칠 계속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심지어 강주환은 해독 때문인지 머릿속의 윤성아와의 기억들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금방모든 걸 잊어버릴 것 같았다.이러면 안 되지!강주환은 병마의 싸움에서 지기 싫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죽어도 잊기 싫었다.“성아야.”“네?”윤성아가 대답했다.그녀는 남자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사실과 지금 아픔을 참고 있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채고는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두 눈은 요 며칠 동안 너무 많이 울어서 이미 빨갛게 부어올랐다.강주환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윤성아에게 말했다. “대표님의 몸속에 고독이 퍼진 이상 아마 점차 두 사람의 과거와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아마 대표님도 그걸 인식하고 있어서 지금 외롭게 맞서 싸우고 있는 겁니다.”“하여...”남서훈은 방 안에 누워있는 강주환을 한번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잊지 않으려 할수록, 맞서 싸울수록 그는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을 겪어야 할 겁니다.”윤성아는 오랫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방안에서는 남궁성우가 은침 몇 개로 찌른 뒤로는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는 강주환이 남궁성우의 도움을 받고 다시 침대에 눕혀졌다.“다시는 저 사람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독이 없어질 때까지 다시는 안 나타날 거라고요!”이 남자가 독충의 영향으로 그녀를 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더 이상 죽을 만큼의 고통을 겪는 강주환을 보기 힘들어서 윤성아는 아예 남자의 시선에서 멀어져서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멀리 떠나기에는 그가 너무 그리웠다.하여 언제나 방문 밖에 서서 묵묵히 바라보고 남들 몰래 그의 곁을 지켰다.그러다 밤이 깊어지고 남자가 잠든 후에야 그녀는 비로소 방에 들어가 침대 옆에 앉아 살며시 남자의 수척해진 얼굴을 쓰다듬어보곤 했다.빠르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윤성아가 강주환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은 뒤로 더 이상 괴로워하는 일이 사라졌다. 이것은 윤성아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하지만 남서훈은 여전히 해독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윤성아도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었다. 이날, 그녀는 남미자를 찾아왔다. 남미자는 이미 그곳에 일주일째 갇혀있었다.남궁태문에 의해 부러진 팔은 여전히 절단된 상태였다. 그리고 매일 멀건 국물과 배가 전혀 부르지 않는 야채만 먹어야 했고 매일 두 시간씩 무릎을 꿇고 죽은 망령들에게 사죄했다.그동안 남미자는 살이 좀 빠지고 많이 초췌해졌다.그녀는 지금의 모욕감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그래서 윤성아가 다시 찾아와 강주
남미자는 이미 오래전 죽은 남궁 가문의 어르신을 생각하며 낮게 중얼거렸다.“제일 우수했던 당신 아들이 죽었어요! 근데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소원을 이뤄드릴게요.”“제가 비록 여자지만 남자보다 못하지 않거든요.”언젠가 그녀는 정상에 도달한 뒤 모든 걸 손에 넣어서 다시는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그렇게 이틀이 지났다.강주환도 결국에는 남궁태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여 그와 윤성아, 그리고 남궁성우는 남궁태문이 살고 있는 성으로 갔다.그들은 남궁태문을 위해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다.남미자와 남궁수영은 두 눈으로 직접 남궁태문이 안장되는 모습과 오윤미가 통곡하다가 기절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날 밤 저녁.남궁성우는 남미자의 저택으로 돌아와 자기 아버지인 남궁주혁에게 눈물을 머금은 채 따져 물었다.“아버지,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어요?”“왜 태문 삼촌을 구해주지 않았나요?”“분명히 살릴 수 있었잖아요. 아닌가요?”“태문 삼촌은 아버지 이복동생이잖아요. 그렇게 아버지를 믿고 잘 대해주고 예전에 어머니랑 제 목숨도 살려줬는데....”남궁주혁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리고 겨우 세 글자만 내뱉었다.“미안해...”남궁성우는 자기 아버지에게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컸다.하여 곧바로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왔다.이튿날, 남궁성우는 그렇게 강주혜와 함께 모든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M 국, 어느 섬.이미 ‘죽은’ 남궁태문, 오윤미, 남유성 그리고 사라졌던 남궁성우와 강주혜가 모두 여기에 있었다. 남궁태문은 그때 혼수상태에 빠진 뒤 건강이 더 악화되었다.남궁주혁이 지속적으로 치료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지금으로서는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는데 바로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나는 겁니다.”남궁주혁이 임준서와 오윤미에게 말했다.“제게 약이 있는데 태문을 가짜로 죽게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심맥을 보호한 뒤 더 훌륭한 의사에게 치료받는 겁니다.”“제가 알기로는 남유성 씨도 지금 여기
웃음이 멈춘 뒤 남미자는 고개를 들어 남서훈을 보며 말했다.“난 지금 그 의서가 필요해!”“너랑 강주환네는 서로 친구 사이잖아? 설마 그가 죽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남씨 가문의 의서만 내놓으면 내가 두 번째 단계의 처방전을 줄게.”남서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래서 지금 고모할머니는 했던 말을 번복하려는 거죠? 예전에 성아 씨랑 약속했던 모든 걸 지키지 않겠다는 건가요?”“그래.”남미자는 그녀의 변덕스러움을 인정했다.현재 그녀는 거의 남궁 가주로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남궁태문은 죽었고, 강주환은 고독에 중독된 지금 상황에는 어쩔 수 없이 남미자에게 의지해서 해독해야 한다.종사도 다시 그녀의 지시를 따르기 시작했다.그래서 남미자는 지금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었다.그녀가 아무리 이랬다저랬다 말을 바꾼다고 한들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남서훈의 얼굴이 더욱 찡그러지더니 남미자에게 물었다."근데 고모할머니께서 지금 찾는다는 의서는 저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그럴 리가."남미자는 믿지 않았다.그리고 의심스레 물었다.“네가 남씨 가문의 상속자잖아, 네 할아버지가 너한테 의서를 안 줬을 리가 없는데?”“준 건 맞아요.”“근데 멍청하게 제가 잃어버렸어요.”남미자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미련한 놈, 그때 네 부모님이 돌아가고 네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분명히 여자아이였거든? 근데 왜 또 지금은 남자로 되었을까?”“너무 궁금했어.”갑자기 남미자가 아랫사람들에게 손가락으로 남서훈을 가리키며 외쳤다.“잡아!”온통 검은색 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남서훈은 차가운 냉기를 뿜으며 남미자를 쏘아보며 말했다.“그때 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던 일도 당신이 수를 쓴 거죠?”“미안.”남미자는 갑자기 눈물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그리고 다시 눈물을 닦고는 남서훈에게 말했다.“죽이려던 건 아니었어.”남서훈의 눈도 금세 빨개지더니 분노에 차서 남미자에게 외쳤다.“역
그녀들은 평생 독을 연구했다. 심지어 다양한 뱀, 벌레, 독개미, 독이 있는 액체를 사용하여 일찍부터 온몸에 독을 지닌 사람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하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그 사람들은 아무런 쓸모도 없이 모두 죽어버렸다.그런데 남서훈은...만약 남서훈을 잡을 수 있다면, 그들은 이렇게 독을 지닌 사람을 더 많이 복제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그리고 온몸에 독혈이 흐르고 있어도 죽지 않고 이렇게 잘 살 수 있다니, 무조건 남씨 가문의 의서를 읽었을 것이다. 중학교에서 이런 의술을 배웠을 리가 없지 않는가!"잡아!"남미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그녀는 탐욕스럽게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 남서훈을 노려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여자를 잡아!”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남서훈의 피에 독이 들었고 닿으면 죽는 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모두가 두려워했다.하여 남서훈을 에워싸고 있던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은 누구도 쉽게 덤비지 못했다.이런 모습에 남미자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하지만 어차피 남서훈은 더 이상 도망 못가니 괜찮았다.남미자가 남궁수영에게 눈치를 주니 그녀는 금방에 알아듣고 재빨리 자리를 떴다.그리고 남미자는 다시 독한 눈빛으로 남서훈을 에워싸고 있는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에게 차갑게 명령했다.“만약 저 여자를 못 잡으면 다 죽을 줄 알아!”“무조건 산 사람을 잡아 와!”“목숨만 붙어 있으면 되니깐.”듣고 있던 남서훈이 웃었다.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남미자에게 말했다.“요망한 늙은이, 오늘의 일 그리고 내 부모의 죽음까지 전부 되갚아 줄 테니깐 기다려!”말을 마치고 남서훈은 밖으로 나갔다.지금의 상황으로는 무조건 여기를 벗어나야 했다.하지만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다시 그녀를 에워싸고 그녀가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그들도 같이 한 발짝 움직이면서 그녀를 따라갔다.그렇게 남서훈과 한 무리들이 커다란 거실을 벗어나 마당으로 나왔다. 이때, 검은 옷차림의 사람 중 한 사람이 총을 꺼냈다.아까 남미자가
양준회는 있는 힘껏 그녀를 안아줬다. 남서훈은 자신의 작은 얼굴을 그의 단단한 가슴에 기댔는데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한없는 그의 사랑을 느꼈다.“음...”남서훈은 이상하리만치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빨개진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당장 여기서 저를 데리고 나가줘요. 저 사람들이 더러운 향을 피웠는데 제가 마셨어요.”“젠장!”양준회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온몸에서 살기를 뿜었다.남서훈이 혼자 남미자네로 온다고 했을 때부터 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냉큼 사람들을 데리고 따라온 것이다.때마침 왔으니 다행이지 아니면...양준회는 남서훈의 얼굴에 긁힌 핏자국과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모습을 보고는 조금이라도 늦어서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벌어졌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였을지도 모른다.그는 냉큼 남서훈을 공주님 안기 식으로 들어 올렸다.그리고 자기가 데리고 온 십여 명의 용병에게 차갑게 명령했다.“절대 봐주지 말고 전부 쓸어버려!”“네!”그들은 우레와 같은 소리로 대답하더니 하나둘씩 총을 들고 저마다 쏘기 시작했다.남궁수영은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총이 그녀를 향해 겨눠지자 남궁수영은 냉큼 부하 한 명을 앞세워 총을 피했다. 아니면 그녀가 죽기 때문이다.“날 죽일 수 없어!”남궁수영이 큰 소리로 외쳤다.“내가 죽으면 강주환이 걸린 정독은 영원히 제거하지 못할 거야! 우리 엄마가 화가 나면 절대로...”“잠깐.”남서훈이 양준회를 보며 말했다.“죽이지 마요.”“그래.”양준회는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아랫사람들에게 명령했다.“목숨만은 살려 둬!”“네.”모든 사람이 죽게 되었고 오직 남궁수영만 살아남았다.그녀는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자 긴장감이 풀린 탓에 그만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이때, 양준회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쪽 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방금 그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이 망할 늙은이가 분명 남서훈의 두 다리를 못 쓰게 하려고 했다. 감히 자기 사람을 괴롭히다니,
양준회가 데리고 온 모든 사람, 그리고 남기준도 같이 전부 떠났다.그렇게 남미자 저택의 마당에는 온통 피를 흘리고 있는 시체들만 쌓였다.남궁수영은 두 다리에 총을 맞고는 고통스러움에 죽을 것 같았다.남미자도 연속 두 번이나 발로 차인 뒤로는 몸을 지탱하기 힘들었고 아까 피까지 토해내 다크써클이 턱밑까지 내려오더니 못 버티고 그대로 기절했다.한편.양준회는 남서훈을 안고 차에 올랐다.한 명의 부하가 운전석에 타더니 차를 몰고 신속히 자리를 떠났다.나머지 10여 명의 용병들은 남기준과 같이 다른 세 대의 차를 타고 그들의 차를 뒤따랐다.양준회와 남서훈의 차 안.뒷좌석에 앉은 남서훈은 은침으로 자기 몸 혈 자리 곳곳을 찌르기 시작했다. 아니면 이 남자가 옆에 있는 한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바보야...”낮게 속삭이는 남자의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혔다.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자기 몸을 이곳저곳 바삐 찌르고 약 효과를 애써 억제하려는 남서훈에게 말했다.“사실 번거롭게 이럴 필요 없어. 네가 원하면 난 아무 때나 해도 상관없거든.”남서훈은 어이없었다.그녀는 당연히 저 아무 때나 해도 상관없다는 뜻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하여 애써 알아듣지 못한 척했다.남서훈은 심지어 그의 말에 흔들릴까 봐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고 애써 그의 존재를 무시했다. 하나 둘 씩 은침이 그녀의 몸에 꽂히더니 정신이 점점 맑아지면서 약발이 날아가기 시작했다.양준회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녀를 도와 당장에라도 해독해 주고 싶었지만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피까지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짐승이 아닌 이상 이 시점에서 어찌 딴마음을 먹겠는가?“지혈제는?”“자꾸 몸속에 독소만 빼려고 하지 말고 흐르는 피부터 지혈해!”말을 마치고 양준회는 직접 남서훈의 몸을 훑으며 지혈제를 찾았다.그의 큰 손이 남서훈의 가슴 안쪽을 헤집었다.타고난 허약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양준회의 눈에는 남서훈의 몸이 여자처럼 빈약할 뿐만 아니라 허리가 거의
양준회는 운전하고 있는 용병에게 말한 것 같았지만 남서훈이 들으라고 한 말이다.그는 남서훈을 쳐다보다가 다시 한번 말했다.“네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 난 너라면 다 좋으니까. 서훈아, 나 한 번만 믿어줘. 지금 돌이켜도 늦지 않았다고.”남서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남자를 좋아했다.이 남자의 진심 어린 말에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하지만 남서훈은 아직 대답할 때가 아니라고 여겼다.갑자기 쓰러지는 척하면 어떨까?남서훈은 갑자기 몸에 힘을 풀더니 양준회 품에 쓰러졌다.쓰러지는 척하고 싶었으나 과다 출혈로 인해 남서훈은 그대로 혼미 상태에 빠졌다.양준회가 M국에서 구매한 별장으로 향했다.그는 남서훈을 안고 계단을 올랐다.누가 뭐라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는 남서훈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해 주려 했다.하지만 남기준이 동의할 리가 없었다.양준회가 남서훈의 상처를 치료해 줄 때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이 들통날 것이다.“양 사장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양준회는 남기준이 동의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그저 그녀를 안고서 계단을 올랐다.남기준을 치워버릴 사람은 있으니 말이다.아니나 다를까, 두 용병이 다가왔는데 그중 한 명은 예전에 운전하던 남자였다.그는 남기준의 어깨를 잡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사장님께서 남서훈 씨를 잘 돌봐주실 겁니다. 남기준 씨도 다쳤네요. 갑시다, 상처를 봐 드릴게요.”두 사람은 남기준을 데려갔다.남기준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래. 주인님은 양 사장님을 좋아하시잖아. 그동안 혼자서 버텨내시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양 사장님께서 주인님이 여자인 걸 알게 되시면 그건 하늘의 뜻이겠지. 차라리 잘된 일이야.’남기준은 두 용병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한편.양준회는 남서훈을 안고는 그의 거실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혹여나 어디 다칠까 봐 천천히 눕히고는 그녀의 옷을 한 겹씩 벗겼다.한 겹 또 한 겹.양준회는 남서훈이 입고 있는 근육 패치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예전에 그를 속일 때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