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아는 확신할 수 있었다.“조윤정과 남궁 노부인은 사이가 아주 친하고 심지어 조윤정이 그 노부인의 부하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노부인을 도와 많은 일들을 하거든요. 그래서 남궁 가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발견하기도 쉽지 않아서 주혜를 그곳에 가뒀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강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남궁 가문의 노부인이 설립한 암시장에 대해서는 그가 M 국에 오자마자 사람을 시켜서 수사에 착수하게끔 했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대신 강주환은 강주혜의 실종이 장만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냈다. 남궁설하가 장만석네 저택 뒷산에서 강주혜를 봤다고 단호하게 말했기 때문에 강주환은 어떤 가능성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그는 윤성아에게 말했다.“주혜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니 여기 머무는 게 조사하는 데 더 편할 것 같아.”윤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1만 분의 1의 가능성이 있는 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먼저 모든 것을 조사해야 했다.“성아야.”강주환이 따뜻한 목소리로 외쳤다.그는 큰 손을 뻗어 윤성아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리고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리고 오윤미도 여기 있어!”윤성아는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누구라고 했어요?”“오윤미 말이야, 나의 친엄마!”강주환은 윤성아가 놀랄 것을 예상하고 깊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나도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어. 하지만 이런 일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일어나는 법이지. 게다가 엄마와 장만석의 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였어.”강주환은 장만석의 저택을 처음 방문했을 때 오윤미를 마주친 것과, 그가 알게 된 모든 것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진하상에게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까지 다 말했다.윤성아는 강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주환 씨가 장만석의 아들이라는 건 말도 안 돼요!”.그녀는 확신했다.강주환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고 검은 눈동자로 강주환을 빤히 쳐다보며 아낌없이 칭찬했다.“제 남자는 이렇
오유선은 사적으로 남서훈을 찾아 말했다.“나 그쪽이 누군지 알았어요. 이미 들은 적도 있고요. 준회 씨가 당신 엄청 싫어하는 거 같던데요? 그쪽 일도 엄청나게 싫어하고요!” “예전이라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준회씨 저랑 같이 있어야 해요!”“이것만 알아둬요! 당신이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내가 간섭은 안 할 건데, 그쪽이 감히 우리 준회 씨를 좋아한다면...” 오유선이 이어서 말했다.“그쪽 할아버지 찾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남서훈의 할아버지를 협박 삼아 남서훈에게 말했다.“그때 가서 나 절대 아빠더러 당신 데리고 할아버지 보러 못 가게 할 거예요! 그냥 그쪽 할아버지를 죽일 거라고요!” 그날 남서훈은 오유선을 죽일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남서훈은 반짝이는 여우 눈으로 양준회를 보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더는 나 찾아오지 말아요. 준회 씨 여자 친구가 질투심에 이상한 짓 하게 하지 말고요!” 양준회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뭔 여자 친구?” 그러더니 그는 뭐가 생각난 듯 검은 눈동자로 남서훈을 쳐다봤다.“혹시 오유선 말하는 거야?” 오유선이란 걸 확인한 양준회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하하.” 그는 손을 뻗어 남서훈의 턱을 치켜들었고, 자신의 웃음기 가득한 표정을 마주 보게 했다.“왜? 지금 질투하는 거야?”“질투는 개뿔!” 남서훈은 짧은 한마디를 남긴 뒤 바로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하지만 양준회 또한 빠른 액션으로 몸을 돌려 떠나려 하는 남서훈을 품에 끌어당기며 빤히 바라봤다.“다 알아, 너 질투한 거 맞잖아!” 그는 가녀린 손으로 가볍게 남서훈의 허리를 감싸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나 오유선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야!” “네가 여기 왔으니 널 급하게 보고 싶어서 오유선에게 연락한 거야.” “오유선은 그냥 내 사촌 동생일 뿐이라고.” “지금 나 이 저택에 남아서 오유선을 내버려두는 거도 널 도와 네 할아버지를 찾아주고 싶어서야! ” 양준회는 검은 눈동자로 남서훈을 바라보
그 사람은 할아버지의 친여동생이다.전에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할아버지와 그 어르신은 어릴 때부터 사이도 엄청 좋았다고 했다.비록 남미자 어르신은 고집스러운 남씨 가문의 규칙 때문에 남씨 가문을 미워하게 되고 인연도 끊게 되었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미자 어르신은 할아버지를 해치지 않을 거란 걸 남서훈과 남유성 모두 굳게 믿고 있다!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서로 본 적도 없거니와, 남미자 또한 그녀가 딸인지 아닌지를 캐내려고만 했을 뿐이지, 단 한 번도 그녀의 생명을 해치려 했던 적은 없다!그녀의 생명을 해치려 했던 사람은 남궁 가문의 다른 사람이니 말이다.“만약 그냥 할아버지를 가두기만 한 거면?”여준회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서훈을 파고들며 계속하여 말했다.“남미자 어르신이 할아버지를 섬에 가두고 자유를 박탈한 목적은 할아버지한테서 자신이 원하는 걸 가져내고 싶기 때문이야. 예를 들면 의서!”그 말에 남서훈은 깜짝 놀랐다. 양준회가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하여 그녀는 차분하게 양준회에게 말했다.“저도 장만석이 그분 부하라는 거 알아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실종된 게 그분하고도 연관이 될 거란 것도 예상했고요!”“만약 진짜로 그분이라면, 저는 오히려 걱정 안 돼요.”“적어도 남미자 어르신은 할아버지 생명이 다치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남서훈은 가능한 한 빨리 할아버지를 뵙고 싶었다.본인이 직접 두 눈으로 할아버지가 괜찮은 걸 확인을 해야 안심될 것 같으니 말이다.문제는...“암시장 쪽에 외부인은 드나들 수 없어요!”남서훈은 이미 이 부분에 대해 일찍이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때문에 남서훈은 장만석의 저택에서 할아버지를 찾다가 없다는 걸 알게 된 후에도 끝까지 남아서, 장만석을 도와 병을 억제하는 약물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비록 장만석이 남미자 어르신을 도와 일을 하는 거라 해도, 사실상은 서로 견제를 하고 있다.남미자 어르신이 장만석에게 병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을 준
송아름의 눈빛은 사악했다.젠장, 이 빌어먹을 여자가 진짜 M 국까지 쫓아오다니!속으로는 윤성아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고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하지만 송아름은 얼굴에 곧 무해한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말했다.“성아 씨, M 국에는 언제 왔어요?”“흐흐.”윤성아가 차갑게 웃으며 담담한 눈빛으로 송아름을 바라봤다.“나 그쪽이랑 친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송아름,“...”그 쌀쌀맞은 답변에 그녀의 표정도 다소 뻘쭘해졌다.하지만 곧 다시 무해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듣기론 주환 씨가 부주의로 산에서 떨어져 다쳤다던데요! 그래서 보러 왔죠.”“성아 씨, 주환 씨 상처 지금은 어때요? 저 들어가 봐도 돼요?”그 말에 윤성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안 돼요!”송아름은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지더니, 계속하여 온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성아 씨, 지금 아직도 예전에 그 일 때문에 질투하는 거예요?”송아름은 윤성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어서 말했다.“그거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저도 그쪽과 주환 씨 사이좋은 거 알아요. 그래서 이미 희망도 다 버린 상태고요. 현재 저는 그냥 주환 씨를 친구나 오빠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성아 씨만 괜찮다면, 그쪽과도 친구가 되고 싶고요...”윤성아는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 차가운 눈으로 송아름을 바라봤다.“그딴 허접한 연기 집어치우시죠!”그 말에 송아름은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에는 물방울까지 맺혀있었다.“성아 씨, 저에 대해 깊게 오해하고 계시군요! 저는 연기한 적 없어요. 난 그냥 진짜로 성아 씨랑 친구...”윤성아는 차가운 기운을 뽐내며 송아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짝!” 소리와 함께 그녀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있는 힘껏 때린지라 송아름의 머리카락까지 헝클어졌다.조금 전까지 온갖 불쌍한 척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삽시간에 새빨개졌다.“이 년이, 감히 날 때려?”그 말에 윤성아는 웃으며 송아름을 바라봤다.“왜? 뺨 한 대
윤성아가 말했다.“이 일 제대로 조사해 볼 필요가 있어요!”남궁 가문 주인이 강주환의 친부이든 어떻든 간에 일단은 현실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응.”강주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성아의 말에 동의했다.그날 오후, 윤성아는 강주환이 다친 원인에 관해 물으려고 남서훈을 찾아갔다.장만석의 부하들이 자리에서 떠난 것을 확인한 뒤에야, 윤성아는 얼른 남서훈에게 물었다.“장만석네 저택에 오윤미라는 주방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혹시 본 기억 있어요?”그 말에 남서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성아가 이어서 말했다.“그분이 강주환 씨 친모예요!”윤성아의 말을 들은 남서훈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장만석이 그토록 아끼던 여자가 강주환의 친모일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윤성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하여 말했다.“제가 강주환 씨에게서 들은 바로는, 오윤미 아주머니가 벼랑에서 떨어져 기억을 잃었대요! 제가 오늘 여기로 온 이유 또한 그 아주머니 병을 고치기 위해서고요.”남서훈은 오윤미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그녀가 장만석 저택에 온 뒤, 오윤미는 그녀한테 엄청나게 잘해주었다! 게다가 예전에 사적으로 그녀에게 혹시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었다.남서훈은 그때 당시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오늘 또한 마찬가지였다.왜냐하면, 그녀한테 현재 자기 일이 있기에 오윤미의 병을 치료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만석은 오윤미의 기억이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남서훈은 오윤미에게 약을 주었으니 도움은 될 거라고 윤성아에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언제 기억이 회복될지는 남서훈도 뭐라고 확정 짓기는 어려운 노릇이다.“기억상실이라는 게 약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다른 병하고는 달라요.”“중간에 점차 회복되는 그 과정이 필요할 거예요. 아니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충격을 받아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는 거고요!”윤성아는 이 말을 강주환에게 알려주었다.그는 장만석이 오윤미
남궁수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멍청해요! 설마 본인이 가짜인 거 모르는 건가? 어떻게 감히 태문 아저씨 진짜 아이까지 데려올 생각을 다 해요? 본인 가짜 신분이 들통이라도 나면 어쩌려고?”그러더니 남궁수영은 더욱 차갑게 이어서 말했다.“윤성아가 사적으로 하는 모든 짓은 조윤정만 몰라요. 만약 안다면 조윤정이 가장 먼저 윤성아부터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요.”남미자는 소리가 나도록 책상을 내리쳤다.“멍청한 것!”강주환이라는 장애물을 송아름이 가져온 거라니! 남미자는 당장이라도 송아름을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현재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남궁수영의 말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더는 기다리지 말고 반드시 최대한 빠르게 남궁태문을 손봐줘야 했다!그날,남궁수영은 바로 송아름에게 연락을 해 그녀의 신분 관련된 비밀로 그녀를 협박했다! 그러면서 송아름이 자신들의 말을 반드시 들어야 하며, 그들과 같이 남궁태문을 해쳐야 한다고 말했다.그렇게 모든 일이 술술 풀려나갔다!송아름은 남궁수영이 그녀에게 준 독약을 남궁태문이 못 본 틈을 타 그의 음식에 약을 탔다.그날 저녁, 남궁태문은 심각한 중독에 걸렸다.비록 생명은 살렸지만, 그 독약이 그의 몸에 퍼져 죽음을 가속화한다고 한다! 하여 남궁태문은 길어봤자 1주일도 채 살지 못한다.“하하하…”남궁수영은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엄청나게 기뻐하며 사악하게 눈을 반짝였다.“지금 태문 아저씨 일도 해결됐으니 이제는 그 사생아만 남았네! 그 사람도 같이 해결되어야 두 발 뻗고 잘 수 있지! 그리고 남궁 가문도 진정한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고!”남궁수영은 강주환도 손 좀 봐주려 다짐하고는 시선을 윤성아에게로 옮겼다!“저 여자가 강주환이 신경 쓰는 사람이라며? 어떻게든 저 윤성아라는 여자를 납치해야겠어!”그날 저녁,윤성아가 김은우와 따로 외출할 때쯤 갑자기 검은색 옷을 입은 한 무리 사람에 의해 습격당했다! 그러자 윤성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왔어요.”그녀는 김은우에게 분부했다.“이따가 연기
그때였다. 남궁설하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고모님, 왜 이렇게까지 강주환과 싸우세요?”남궁설하는 강주환 곁으로 달려갔다.원래는 강주환의 팔뚝을 잡아당기려다가 사나이의 무서운 낯빛을 보고 다시 손을 거두었다.“주환 씨, 저랑 결혼할 거죠?”“저와 결혼하는 한, 주환 씨도 남궁 가문 사람이에요! 그러면 남궁 가문이 분명히 강주혜와 윤성아를 찾아줄 거고, 그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정말!”“지금 당장 고모님께 부탁할게요.”남궁설하는 돌아서서 남궁수영 앞으로 몇 걸음 다가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고모님, 평소에 저를 제일 예뻐하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주환 씨를 좋아해요!”“저를 좀 도와주세요. 부탁해요!““주환 씨가 저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하면 그를 도와 두 여자를 찾아주겠어요.”남궁설하는 계속하여 말했다.“제가 주환 씨와 결혼하면 Z그룹과 남궁 가문은 남이 아닌 한 집안이지요.”남궁설하는 더 많은 것을 말하려 했다.하지만 이때 남궁수영은 손을 들어 “퍽” 소리와 함께 남궁설하의 뺨을 한 대 때렸다.“몹쓸 소리!”남궁설하는 얼떨떨해졌다.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남에게 얻어맞은 적이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남궁설하는 고모가 왜 자신을 때렸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모님.”남궁설하는 얻어맞고 아픈 볼을 감싸안으며 억울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고모님, 아무리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때릴 필요는 없잖아요?” “셋째 할머니를 찾아갈래요!”“셋째 할머니가 고모보다 저를 더 예뻐해 주니까 당연히 도와주실 거예요!”“고모님이 강주환과 싸워서 둘 다 손해 보는 것보다 낫거든요.”남궁설하는 정말 남미자를 찾으러 떠나려 했다.“거기 서!”남궁수영은 남궁설하를 불러 세웠다.그러고 나서 남궁설하에게 명확하게 말했다. “누구 찾든 너는 강주환과 결혼 할 수 없어!”남궁수영 이제는 말하지 않았다.말하면 안 되니까!남궁수영은 단지 남궁설하를 노려보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강주환은 너의 사촌 오빠인데, 네가 못나게도 시집가
들어오는 강주환을 보고 기억을 되찾은 오윤미는 그를 단숨에 남궁태문으로 여겼다.오윤미는 증오심이 강해지며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태문 씨, 평생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제 손으로 당신을 죽일 거예요!”다른 한편, 윤성아가 체포된 후, 남궁수영은 그를 암시장 감옥으로 보냈다.윤성아가 어둡고 습한 지하실로 끌려가면서 방마다 사람이 갇혀 있는 걸 보았다.햇볕이 잘 드는 방은 정리가 가장 깨끗했다! 안에는 백발노인이 말끔히 정돈된 채 책장 앞에 앉아 있는데, 무엇을 쓰고 있었다.노인은 갇힌 것 같지 않고 태연한 모습이 오히려 손님인 것 같았다!윤성아가 말했다. “남유성입니까?”윤성아는 남유성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단지 전에 남서훈한테서 대충 들은 것으로 눈앞 노인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질문을 들은 후, 남유성은 끌려가는 윤성아를 올려다보았다. “누구지?”“저와 남서훈은 친구예요!”윤성아를 호송하고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냉담한 얼굴로 힘껏 윤성아를 밀었다.“빨리 가! 이미 잡혔는데 과연 살아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지금 잡담을 할 기분이냐?”“감금된 사람의 신분을 알아서 뭐 어쩌려고?”검은 옷차림을 한 사람이 윤성아에게 명확히 알려줬다.“여기 보내진 사람은 살아서 떠난 적이 없어.”말하는 동안 윤성아는 이미 떠밀려 남유성을 가둔 방에서 멀어졌다.윤성아는 밀려서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다른 감방문을 잡고 일어섰을 때, 윤성아는 그 안에 마른 피로 범벅이 된 여자가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그 여자는 죽은 듯이 조용히 누워있었다.생기가 없고 뼈만 앙상한 것이 무섭기만 했다.하지만 여자의 귀신같이 창백한 볼은 한때 그지없이 아름다웠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윤성아는 여자가 은근히 낯익었는데 어디서 본 것 같았다.그러나 윤성아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천재 화가 초희였다.초희는 한때 고통에 시달렸었고, 이곳에 갇혔을 때는 죽은 사람과 다름없었다. 남유성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