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로서 어떻게 대표님을 꼬실 수 있단 말인가. 강수지의 전 남자친구는 가난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인 그는 강수지 몰래 예쁜 부잣집 따님과 사귀었다. 이에 강수지는 홧김에 대표님과 하룻밤을 보내고 예쁜 부잣집 따님의 외숙모가 되었다. 결혼 후, 하시원은 그녀가 말을 잘 듣고, 비서로서도 아내로서도 제격이며 할아버지를 상대하기에도 맞춤해 자신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몸만 섞고 마음을 주지 않는 게임이었는데 강수지는 차츰 마음이 흔들렸다. 그의 여신이 돌아온 후에야 그녀는 그의 따뜻함이 그녀에게 허락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실망한 그녀는 마음을 접고 떠난다. 오랜 시간 후, 하시원은 그녀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목 놓아 울었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수지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미안, 나 안 죽었는데.’
View More강수영은 2초간 웃는 모습을 멈추더니 계속해서 아첨했다.“대표님은 저녁에 계속 일해야 해요?”그녀는 하시원이 진심으로 거절한 게 아니라 단지 일이 바쁘기 때문이라고 착각했다.책상 밑에 숨은 강수지는 심장이 목구멍을 타고 곧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그녀가 이곳에 숨었다는 것이 강수영에게 발견된다면 이 일은 아주 시끄러워질 것이다.“여긴 네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하시원은 강수영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쌀쌀하게 이렇게 말했다.강수영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자신이 너무 주동적임을 알았다.‘혹시 내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대표님은 나에 대해 흥취를 잃었을까? 아니면 잠시 다른 사람에게 우리 사이를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 내가 먼저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나?’강수영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심지어 하시원의 호출을 기다려야지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꺼져.”강수영이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자 하시원은 짜증이 나서 낮은 소리로 외쳤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전 그저 고맙다고 밥을 한 끼 사고 싶었을 뿐이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바로 갈게요. 바로 갈게요...”강수영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연신 사과하며 풀이 죽어 떠났다.이렇게 큰 사무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강수지는 아직도 책상 밑에 있었는데 방금 ‘꺼져’라는 말을 듣고 미처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하시원이 말도 건네지 않고 조금도 체면을 주지 않고 강수영을 이렇게 내쫓았다니?“이미 떠났어. 언제까지 숨어 있을래?”강수지의 머리 위에서 남자가 불쾌하고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강수지는 고개를 들어 마침 그가 내려다보는 눈빛과 마주쳤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말없이 기어 나왔다.다만 하시원의 두 다리가 ‘출구’를 막아버려 그녀는 난처해졌다.“대표님, 비켜주실래요? 제가 나가야겠어요.”강수지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이젠 나오고 싶어?”하시원이 무심코 질문하자 강수지는 마치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우린 비밀결혼이에요. 저 말고는 아무도
질... 질투라니?강수지는 의아해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럴 리가!강수지는 당연히 자신이 질투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데 하시원은 그녀가 질투한 줄 알았다!‘헐, 역시 남자들은 쉽게 나르시시즘에 빠지네.’“하 대표님, 만약 정말 저의 동생이 마음에 들었다면 저는 두 분을 중매할 수도 있고 제가 먼저 계약을 폐지할 수도 있어요. 그저 저의 외할머니가 치료를 계속...”강수지가 부탁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시원이 가로챘다.“난 강수영에 관심 없어.”강수지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남자의 엄숙한 표정을 보고 갑자기 자신이 정말 오해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그렇게 형편없는 이력서로 하진 그룹에 인턴으로 들어온 건 다 네 체면 때문이야.”하시원이 설명했다. 예전에도 이 일 때문에 설명했었지만 강수지는 또 오해한 것 같았다.“하지만...”강수지는 망설이다가 계속해서 말했다.“대표님, 저희가 결혼한 다음 날에 저는 하마터면 해고될 뻔했어요. 대표님은 공평, 공정하고 업무 능력을 중시한다고 말했는데 어찌 저의 체면을 봐서 강수영을 모집했겠어요?”더는 추측하기 싫었던 강수지는 아예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차라리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좋았다.하시원은 그제야 강수지가 왜 부질없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는지 알게 됐다예전 같으면 하시원은 이런 일은 설명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하겠지만 그녀의 억울해하는 가련한 모습을 보고 난생처음 입을 열어 설명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하시원에 품에 안겨있던 강수지는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려 문 쪽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문을 떼고 들어올까 봐 걱정했다.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걱정하고 있을 때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도대체 누가 대표님의 허락도 없이 함부로 문을 떼로 들어온단 말인가?’머릿속이 텅 비워진 강수지는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 하시원이 무슨 동작을 하기도 전에 그 문은 덜컥 열렸다.강수영이 성큼성큼 들어왔다. 건장한 남자가 책
뜨거운 호흡이 그녀의 목덜미에 뿌려졌다.강수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이 남자를 밀쳐버리며 그의 불만스러운 눈빛을 마주 봤다.“왜 그래?”강수지가 이유 없이 반항하자 하시원의 마음은 더욱 불쾌해졌고 강수지는 어리둥절해졌다.‘대표님은 계약을 해지하려는 게 아닌가? 강수영을 마음에 들어 한 게 아닌가?’“대표님, 저는...”입가에 말이 맴돌았어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강수지는 하던 말을 잇지 못했다.하시원은 화내지 않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의 시선을 단단히 고정했다. 그도 오늘 밤 강수지가 마음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무슨 말을 하고 싶었어?”하시원이 물었다.그는 강수지가 말을 마음속에 묻어두지 말고 주동적으로 털어놓기를 바랐다.그녀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가 바로 단순해 보였고 속셈이 많은 여자 같지 않기 때문이다.하시원이 이렇게 말하자 강수지는 그가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그가 죄책감을 느끼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어쨌든 강수지는 남자들은 다 그렇다고 생각했다.마지막 순간이 되기 전까지 헤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헤어지지 않는 것이고 이혼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바람을 피우는 것이 얼마나 좋아서 이럴까?엄마가 돌아가지 않았으면 강수지는 아빠가 밖에 이미 새‘집’을 차렸고 고아정, 강수영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결혼일이 다가오지 않았다면 한성준도 백아린과 바람났다는 일을 알려주지 않고 끝까지 속였을 것이다.지금 하시원도 마찬가지다.중요한 시각이 되기 전까지 그녀와 계약을 취소하지 않을 것이다. 또 전미영이 오해한 것처럼 하시원은 그녀가 강수영과 함께 그의 시중을 들기를 바랐겠지?강수지는 냉정함을 되찾았다.그녀는 다시는 이런 문제에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며 강수영과 함께한 남자의 시중을 들지도 않을 것이다.강수지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하 대표님, 저의 여동생이 마음에 들었다는 걸 알아요.”강수지는 하시원의 표
만약 전영미 부장이 나중에 트집을 잡는다고 해도 강수지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그저 그녀가 이곳에 2시간이나 있었는데 하시원은 일만 할 뿐 계약 해지에 관해 언급하지 않아 의아했다.혹시 출근 시간에는 일만 하고 퇴근한 다음 다시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강수지는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했고 데이터를 정리하면서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업무 효율도 그렇게 높지 못했다.해가 점점 지면서 이 큰 사무실도 어두컴컴해졌다.하시원이 노트북을 덮는 ‘퍽’ 소리에 강수지는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은 즉시 시선을 마주쳤다.그녀가 딴짓하는 게 하시원에게 발견될까 봐 강수지는 급히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쳐다봤다.이때 하시원의 목소리가 들렸다.“다 했어?”강수지가 대답했다.“15분 정도면 다 할 수 있어요. 죄송합니다. 오후에 졸려서 정리하는 데 조금 지체했어요.”하시원이 노트북을 닫자 그녀는 자신의 진도가 느려 그의 일에 영향 주었다고 생각되어 가슴이 떨렸다.“여긴 우리 두 사람밖에 없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돼.”하시원은 미간을 찌푸렸는데 말투에는 그 자신도 알아볼 수 없는 불만이 가득했다.아마 강수지가 너무 ‘공손’하게 대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불만스러운 말투와 정서에 강수지는 자신이 마음속에서 했던 짐작이 맞다고 생각되어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이렇게 되면 그녀는 계약이 해지된 후 일자리도 잃을 것 같아 더더욱 두려웠다.강수지는 후회막급이다. 그때 겁도 없이 리조트에서 하시원을 꼬시는 게 아니었다...원인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강수지는 더는 생각할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재빨리 나머지 일을 완성하려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마지막 데이터까지 입력한 후 그녀는 즉시 파일을 저장하여 하시원에게 전달했다.“하 대표님, 이미 전달했습니다.”강수지는 자신의 태도가 좋으면 하시원은 지난날 깊게 교류했던 상황을 봐서라도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대표님?”하시원은 그녀가 그의 말을 귀담아듣기는커녕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요?”허유리는 놀란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했다.“그렇지만 소 비서님이 일이 바쁘고 야근이 잦아서 아마 수지 씨를 만날 시간이 없을 거예요.”강수지는 어이가 없었다. 하유리가 글쎄 소정원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소정원이 점심을 먹을 때 그녀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며 안부를 물었다. 평소에 소정원은 회사에서 슈퍼 로봇이라고 불릴 정도로 워커홀릭이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거리를 두었기 때문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었다.“유리 씨, 아마 착각했을 거예요. 소 비서님은 그저 물어봤을 뿐이에요...”강수지가 화제를 돌리려고 했지만 허유리는 중단했다.“어떻게 오해일 수가 있겠어요! 수지 씨에게 관심이 있는 게 분명해요. 소 비서님이 언제 다른 분을 관심하는 걸 봤어요?”“수지 씨, 저는 수지 씨가 소 비서님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소 비서님은 하 대표님의 오른팔이잖아요. 소 비서님과 함께라면 앞으로 하진 그룹에 자리를 잡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전영미 부장님도 다시는 수지 씨를 괴롭힐 수 없을 거예요.”강수지는 난처했다. 허유리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 말하는 걸 알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진실을 알려줄 수 없었다.“소 비서님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강수지는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했어요. 저도 처음에는 남편이 싫었지만 이젠 결혼도 했잖아요. 다 이런 과정이 있어요. 먼저 급하게 거절하지 말고 소 비서님이 데이트 신청하기를 기다리세요.”허유리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귓전에 말했다.설명하려고 해도 통하지 않자 강수지는 어쩔 수 없었다.다행히 그녀와 하시원의 일이 발견되지 않아 강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소정원에게 그녀를 좋아한다는 딱지가 붙게 되어 미안했을 뿐이다....점심 휴식 시간이 끝난 후 강수지는 요구대로 대표님 사무실로 갔다.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했고 몇 가지
강수지의 머릿속에는 또 어젯밤의 여러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하시원은 이미 고난도 동작을 시도하고 있어 그녀는 너무 피곤했고 그를 상대할 정력도 없었다.강수지는 말없이 묵묵히 밥만 먹었고 허유리도 감히 말을 걸지 못했다.이때 소정원이 느닷없이 불쑥 물었다.“강 비서,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혹시 불편한 데라도 있어요?”소정원은 하시원의 암시를 받고 특별히 강수지를 관심했다.강수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고개를 흔들었지만 하시원을 힐끗 보며 얼굴이 더 빨개졌다.그녀는 방금 정신을 팔 때 19금 화면을 떠올렸기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을 뿐이다. 소정원이 이렇게 물어보자 강수지는 더더욱 어색해졌다.“아니, 아니에요. 그저 식당에... 사람이 많아서 조금 더웠을 뿐이에요.”강수지는 재빨리 부인했다.“그럼 다행이에요.”소정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하씨 가문 사모님인 강수지가 몸이 불편해지면 소정원이 약 심부름을 다녀와야 했지만 그에게는 밀린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하시원과 소정원이 먼저 먹었고 하시원은 일어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소정원은 강수지와 허유리에게 간단히 인사하며 뒤를 따랐다.“천천히 드세요. 저와 대표님은 먼저 가볼게요.”그들이 떠난 후 허유리는 입을 크게 벌리고 강수지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큰일 났다! 난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강수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설마 그녀와 하 대표님의 관계를 알아챘다는 걸까?어쨌든 하시원은 오늘 점심에 그녀들과 함께 식사했는데 정말 이상했다. 허유리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다 지켜보고 있었다.만약 정말 무슨 소문이 돈다면 강수지는 입이 열 개라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하시원도 참, 강수영을 언제 보면 안 돼 하필 점심에 식당에 와야 할까? 식당에 왔으면 그만이지 왜 하필 강수영이 아닌 나와 밥을 먹었을까?’이렇게 생각하던 중 강수지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하시원은 그녀들과 함께 밥을 먹기 싫었지만 눈치가 없는 소정원이 그녀와
강수지가 멍해 있을 때 갑자기 여자의 그림자가 쏜살같이 달려가 하시원의 앞에 섰다.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수지 앞에 서 있던 강수영이다.“하 대표님.”강수영은 익숙한 척 애교스럽게 불렀다.“하 대표님, 감사합니다. 하진 그룹에서 저를 합격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꼭 열심히 일해 대표님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강수영은 가슴을 곧게 쭉 펴며 인사했다. 그녀는 몸매가 좋았고 타이트한 니트를 입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단추를 세 개나 벌려놓고 있어 가슴을 쭉 펴자 바디라인이 예쁘게 드러났다.이 장면은 보고만 있어도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했다.고등학교 때부터 따르는 사람이 많았던 강수영은 자신에게, 특히 그녀의 몸매에 대해 자존심이 있었다. 강수영은 자신의 몸매가 절대다수의 여자보다도 더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강수영은 자신이 이 학력으로 하진 그룹에 합격했다는 것은 하시원이 특별 지시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하시원이 그녀를 알아보았고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하진 그룹에 채용했다고 생각했다.방금 강수지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건 이 기회를 통해 두 직원에서 자기도 백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동료들에게 자신의 뒷심이 강수지라는 걸 알려줘야 그녀들이 하시원을 적게 주의할 수 있으니 말이다.그중 한 여직원은 몸매는 말랐지만 얼굴은 정교하고 예뻤는데 강수영은 심지어 라이벌 의식이 생겼다. 다른 여자들이 자신과 하시원을 다투는 게 싫었기 때문에 강수영은 강수지를 몰아세워 언니 때문에 낙하산을 탄 것처럼 연기했다.솔직히 강수영은 강수지에게 이런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 대표님이야말로 그녀의 진정한 백이다!하시원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볼 뿐 대꾸하지도 않고 그녀를 에돌아 곧장 강수지를 향해 걸어가 앞에 섰다.강수지는 새치기가 생긴 줄 알고 고개를 쳐들었는데 이때 남자는 몸을 돌려서며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서히 입을 열었다.“강 비서, 점심 휴식이 끝난 후 내 사무실로 와. 문서를 정리해야 해.”“네? 아
강수지는 도박하고 있었다. 한성준이 혼사를 위해 감히 모험할 수 없다는 도박이다.“너!”한성준은 화나 나서 이빨마저 떨렸지만 그렇다고 하시원에게 고자질할 수 없었다.천신만고를 거쳐 겨우 백아린을 손에 넣었지만 백씨 가문에서는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강수지와 사귀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는 백아린과의 결혼에 무조건 영향을 줄 것이다.이렇게 하면 얻는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게 더 많았다.“강수지, 이렇게 끝나지 않을 거야!”한성준은 독설을 내뱉은 다음 노기등등해서 전화를 끊었다.강수지가 하시원과 결혼했다는 것은 두 사람이 오래전과 관계가 있었다는 말이다. 아마 그와 백아린이 함께 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빨랐을 수도 있다.자신이 강수지에게 오랫동안 놀리움을 받았고 하씨 가문에서 볼 때마다 ‘작은 숙모’라고 불러야 할 것을 생각하니 한성준은 가슴에 솜뭉치가 박힌 것처럼 호흡하기조차 힘들었다.사무실에서 한성준의 전화를 끊어버린 강수지는 말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이 도박에서 그녀가 이겼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눈이 멀어 한성준처럼 이익만 따지는 남자를 좋아한 것 같았다.다행히 지난 몇 년 동안 너무 깊게 빠지지 않았고 그에게 쏟아부은 청춘은 개먹이로 줬다고 생각했다.이때 자료실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강수지는 흠칫 놀라 문 방향을 바라보았다.다행히 허유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그녀가 아까 전화 내용을 들었는지는 모른다.그녀는 허유리와의 사이가 좋았다. 허유리는 강수지에게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수척해졌다는 것을 알고 위로도 했다.하지만 허유리는 그 사람이 한성준이라는 것을 몰랐고 그저 한성준의 사진만 봤을 뿐이다.강수지는 하성준과 셀카로 함께 찍은 사진을 화면으로 하고 있어 마침 허유리가 봤을 뿐이다.“수지 씨, 우리도 밥 먹으러 가요! 오늘 분식은 닭 다리 조림이래요.”허유리는 그녀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었는데 아마 방금 한 전화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강수지는 잠들기 전에 한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낮에 회사에서 전영미의 괴롭힘을 받고 저녁엔 ‘야근’해서 하시원의 잠자리 시중을 하다 보니 이 가냘픈 몸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특히 하 대표님의 에너지가 보통 왕성한 게 아니다.이런 상황이 오래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생리 기간이 되면 조금이나마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강수지는 난생처음 생리가 빨리 오길 기다렸다.전영미의 괴롭힘을 받는 부분에 관해서 그녀는 아직 하시원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 지난번 경험이 있고 난 뒤 전영미는 만단의 준비를 하고 괴롭히는 것 같았는데 설령 하시원에게 고자질한다고 해도 그녀는 변명거리가 충분했다.강수지도 자신이 현재로서는 하시원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어쨌든 두 사람은 협력 관계일 뿐 진짜 부부가 아니니 말이다.전영미는 직속 상사였고 강수지는 전영미의 지시를 들어야 했다.이렇게 생각한 강수지는 더는 생각하지 않고 깊은 잠이 들었다....자료실은 비서실의 제일 안쪽에 있어 공간은 크지 않지만 조용했다.강수지는 세심했고 전문 능력도 뛰어나다 보니 얼마 안 되어 이 일을 어떻게 해낼지 계획을 만들었다.그리고 이 지루한 정리 작업에서 그녀는 재미를 느꼈고 심지어 하진 그룹의 과거 중요 프로젝트 사례도 분석했다.며칠 적응하고 난 강수지는 오히려 편안해졌다. 자료실에서 일하는 시간은 오히려 조용했고 사무실에서처럼 수다스럽거나 가십이 많지도 않았다.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 책상 위에 놓은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곧 점심시간이라 강수지는 허유리가 전화 와서 함께 식당에 밥 먹으러 가는 줄 알았다.그런데 발신 번호에는 한성준의 이름이 적혀 있어 강수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래도 수신 버튼을 눌렀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한성준의 노기등등한 말소리가 들렸다.“난 지금 너의 회사 근처니까 나와!”강수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성준의 당연한 말투에 웃어버렸다.“일이 있으면 전화로 말해. 널 만나고 싶지 않으니까. 그
비서로서 어떻게 대표님을 꼬실 수 있단 말인가.‘그냥 자 버리자.’강수지는 정말 그렇게 했다.이 순간 그녀의 이마는 땀으로 젖어 있고 검은 긴 머리는 어깨 위로 늘어져 있었으며 손바닥은 벽을 짚고 있다...온몸이 전율이 통하는 듯했고 두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녀가 거의 쓰러지려고 하는 순간 하시원은 그녀를 덥석 안아 침대에 던졌다.강수지가 매트리스가 꺼지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 또 다른 폭풍이 몰아쳤다.그녀도 오늘 밤 이렇게 순조로운 줄은 몰랐다.출장길에 하 대표님과 같은 호텔에 머물며 회식을 하며 조금 취했다. 회식이 끝난 후 그녀는 하 대표님의 스위트룸 문을 두드렸다.하시원은 문을 열고 그녀를 본 순간, 그녀가 준비한 공연을 펼치기도 전에 방으로 끌어들였다...강수지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의식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이튿날 새벽.정신을 차린 강수지는 벌거벗은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간이 정말 커. 회사 그만두고 싶었던 거야? 안돼. 난 직장이 필요해.’하진 그룹에서 비서로 일하면 월급이 매우 높아 돈이 부족한 그녀는 그만둘 수 없었다.어젯밤 누군가 하시원의 술에 약을 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에게 그렇게 미친 듯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강수지는 어젯밤에 그를 꾄 것을 후회하며 살금살금 일어나 바닥에 있는 옷을 줍고는 쏜살같이 도망쳤다.방문이 닫히는 순간 남자는 천천히 눈을 떴는데 검은 눈동자에 한기가 스쳤다....강수지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서둘러 샤워를 하며 몸을 식혔다.‘정말 미쳤어!’전 남자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하시원을 꼬시려고 했다니, 이건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다.공교롭게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전 남자친구 한성준의 전화가 걸려왔다.“수지야, 나랑 아린이 결혼식에 꼭 와!”강수지는 토할 것 같았다.한성준은 그녀와 사귀는 중 양다리로 백씨 집안의 큰아가씨인 백아린과 사귀었는데 결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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