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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7 화

Author: 토토만
last update Last Updated: 2025-01-13 18:01:07
전영미는 원래 문서를 보낸다는 핑계로 하시원을 찾아가 사과하려고 했다.

어쨌든 그런 작은 실수를 저지른 거로 그녀의 이미지에 너무 큰 영향을 미쳤으니 말이다. 그녀는 하시원이 그녀를 이렇게 꼼꼼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이렇게 강수지에게 누명을 씌웠지만 하시원 앞에서는 당연히 자신이 실수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났는데 강수지가 이제야 대표님 사무실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안에서 하 대표님과 무슨 얘기를 하는데 말을 이렇게 오래 했어요?”

전영미는 강수지를 빤히 쳐다보며 안색이 어두워진 채 마음도 따라서 불편했다.

리조트에서의 그날 밤, 강수지가 그녀의 좋은 일을 가로챈 것을 생각하면 그녀는 매우 원망스러웠다.

그날 밤, 원래 하시원과 관계를 맺어야 했던 사람은 그녀였다고 생각했다.

이번 계획을 위해 애썼고 간신히 기회를 찾아 하시원의 술잔에 손을 댔다.

하지만 그녀가 하시원이 발작한 틈을 타서 그를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마침 그가 강수지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전영미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강수지가 너무 미웠다.

“아니,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강수지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게... 일부 업무상의 안배였어요.”

회사에는 전영미와 하시원에 대한 소문이 적지 않다.

강수지가 비서실에 막 들어왔을 때, 하시원은 독신이 아니며 일찍이 개인적으로 전영미라는 이 후배와 커플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후 이 소문은 회사 송년회에서 하시원이 직접 부인하며 두 사람의 스캔들을 해소했다.

강수지는 그때 전영미의 표정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얼굴엔 미소를 유지한 채 담담한 척 하고 있었지만 여자로서 강수지는 전영미의 어색함과 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하 대표님을 짝사랑하지 않았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강수지는 좀 찔리는 것 같았다.

전영미가 짝사랑하는 남신이랑 자고 그 사람과 깜짝 결혼까지 했는데 전영미가 이 일을 알면 화가 나서 목을 졸라 죽일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방금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하씨 가문 어르신을 만나러 가는 등 임무는 확실히 그녀의 일이니 말이다. 단지 그녀의 본업이 아닐 뿐.

전영미의 눈에는 강수지의 마음이 켕긴듯한 모습이 다른 의미로 보였다.

“업무상의 안배요?”

전영미는 질투가 나서 이를 갈며 말했다.

“강수지 씨, 입사한 지 얼마나 됐어요? 나야말로 수지 씨의 직속 상관이에요. 하 대표님이 일을 시킨 대도 나를 넘어 따로 강수지 씨를 찾지는 않을 거라고요. 거짓말하려면 제대로 해요!”

강수지는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전영미가 뭘 알고 있는 건가?’

하긴, 전영미는 소정원과 함께 줄곧 하시원의 곁을 따라다니는 그의 오른팔이자 유능한 인재였다.

하시원과 소정원은 회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두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정원도 하시원이 비밀결혼한 사실을 알고 있으니 전영미가 아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강수지는 입술을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부장님, 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 모두 하 대표님의 분부예요. 비밀로 해달라고 했으니 더는 말하기 곤란해요.”

일자리는 지켜냈지만 그녀는 앞으로 전영미의 밑에서 일해야 하니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좋은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강수지는 속으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전영미가 이미 화가 나서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녀는 강수지가 연약한 모습으로 불쌍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강수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었다.

전영미는 이를 갈며 물었다.

“자랑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을 위해 돗자리를 깔아줬으니 묵묵히 그 결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날 자신이 손을 썼다는 것을 하 대표님이 알게 되면 결과는 더욱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전영미는 부드럽게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 잘 들어요. 강수지 씨, 얼굴이 반반하다고 대표님에게 매달려 출세할 생각하지 말아요. 하 대표님은 그저 일시적인 신선함을 추구하는 것뿐이에요. 매일 몸으로만 높은 곳에 오르려고만 한다면 회사는 언젠가 강수지 씨를 내보낼 거예요.”

적절한 기회를 찾으면 반드시 강수지를 하진 그룹에서 쫓아낼 것이고 결국 하시원 곁에 남을 여자는 그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강수지는 할 말이 없었다.

전영미는 더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또각또각 앞으로 걸어갔다.

강수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비서실로 내려갔다.

허유리가 그녀를 붙잡고 물었다.

“수지 씨, 어디 갔었어요? 왜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어요?”

강수지는 마음이 켕겼지만 곧 표정을 바로 잡고 솔직히 말했다.

“하 대표님에게 불려갔어요. 사퇴 신청을 기각해줬네요.”

“네? 하 대표님이 직접 도와줬다고요? 수지 씨를 남겨둔다고요?”

허유리의 눈빛은 즉시 이상해졌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도둑질하는 듯 낮게 속삭였다.

“수지 씨, 정말 하 대표님과 사귀는 거 아니죠? 예전에 부장님이 내린 결단에 하 대표님은 절대 관여하지 않았어요. 하물며 수지 씨는 말단 비서잖아요. 이번에 리조트 출장을 다녀와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잘 얘기해봐요.”

“아, 아니에요.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

강수지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그녀는 고심 끝에 겨우 핑계를 찾아 설명했다.

“대표님의 실수가 맞았어요. 스스로 데이터를 잘못 처리한걸 발견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 대표님에게 일부러 찾아가 이야기를 했고 나도 해고당하지 않은 거예요.”

“네? 마녀 같은 사람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고요?”

허유리는 좀 어리둥절해졌다.

“그것도 자진해서 하 대표님께 보고했다고요?”

강수지가 어리둥절해 하며 어떻게 다시 설명해야 할지 생각하던 중 허유리가 문득 깨달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알겠어요. 부장님은 이번 기회에 하 대표님 앞에서 많은 것을 보여 하 대표님에게 더 많은 관심을 끌게 함으로써 하 대표님께 더 가까워지려는 거예요. 우리 부장님이 하 대표님을 짝사랑한다는 건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인걸요.”

이 주제에 그녀는 맞장구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영미에게 알려지면 분명 그녀에게 원한을 품게 될 것이니 말이다.

강수지는 친절하게 주의를 주었다.

“유리 씨, 그만 해요. 벽에도 귀가 있댔어요.”

“네네, 알았어요.”

허유리는 이 설명을 믿은 듯 강수지의 손을 붙잡고 기뻐하며 말했다.

“수지 씨가 해고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가요, 저녁에 우리 훠궈 약속 잡는 게 어때요?”

강수지는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나서 거절했다.

하진 그룹에서 출발해서 그곳까지 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고, 늦으면 그녀는 아마 마지막 면회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낮이 갈수록 길어진다.

거의 7시였지만 하늘은 여전히 밝았고, 하늘가의 노을은 붉게 빛나 내일도 좋은 날씨를 예고하고 있었다.

강수지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효림 요양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그녀를 알아보고는 묻지도 않고 웃으며 안내했다.

“강수지 씨, 영자 할머니가 방에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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