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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6 화

작가: 토토만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13 18:01:07
강수지는 말문이 막혔다.

이런 사소한 일을 하시원이가 직접 조사하다니, 정말 공정한 사람이다.

만약 하시원이 리조트에서의 그날 밤이 사고가 아니라 그녀가 원래 그를 꾀러 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강수지는 몸서리를 치며 더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거 가져가.”

갑자기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를 생각에서 끄집어냈다. 그가 은행 카드 한 장을 그녀의 앞에 내민 것을 본 강수지는 눈을 깜빡이며 멍해졌다.

“카드 안에 20억이 있으니 자유롭게 써도 좋아.”

하시원의 말에 강수지의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들었다.

하시원은 생활비와 출연료를 주겠다고 했지만 침대 위여서 얼떨떨해 가격 협상도 잊었다.

그녀에게 하진 그룹의 월급과 같은 비율로 줄 수 있는 금액밖에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액수였다.

비록 20억이 하시원에게는 별거 아니지만 그녀에게는 몇십 년을 분투해도 벌 수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강수지는 곧 냉정해졌다.

20억, 많긴 하지만 그녀가 마음대로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시원의 성격으로 앞으로 두 사람이 기분 나쁘게 헤어지면 계약서를 가지고 일을 논하고 돈을 써서 그녀를 곤란하게 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나중에 꼬투리를 잡혀 빠져나오기 힘드느니 그녀는 얌전히 월급을 받으며 사는 것이 낫다고, 이 돈은 당분간 잘 남겨두고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 하 대표님.”

강수지는 카드를 조심스레 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지출할 때마다 기록할게요.”

그녀는 그의 돈을 한 푼도 탐내지 않았다.

하시원은 말없이 눈을 감으며 불만스러워했다.

하지만 강수지의 맑고 깨끗한 두 눈을 마주치자 그는 자신이 과민반응을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이런 습관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시원은 마음을 다잡았으나 손바닥은 그녀의 허리를 만지고 있었다.

“이미 아버지께 결혼에 대해 말씀드렸어. 일요일에 나랑 고택에 돌아가 아버지를 만나야 해.”

강수지는 말랐지만 빼빼 마른 편은 아니라 부드러운 살이 만져졌다.

특히 그 한 줌밖에 안 되는 허리는 쓰다듬을 때마다 하시원은 이색적인 장면들을 떠올렸다.

“네...”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던 강수지칭는 순순히 승낙했다. 이미 그와 혼인신고를 했으니 어쨌든 그의 가족을 만나야 한다.

그녀는 한성준이 그녀를 보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다.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강수지는 입술을 깨물며 거의 튀어나올 듯한 신음을 필사적으로 눌렀다.

“저기... 좀 만지지 말아 줄래요...”

평소 하시원은 차갑고 비정하며 금욕적인 일만 하는 로봇 같았다.

다들 사석에서 그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했고 하시원과 소정원이 커플이라는 말도 나왔다.

어쨌든 별 이상한 소문이 다 있었지만 강수지는 이제 그가 정상적인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수지의 두 뺨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맑은 눈동자에는 물안개가 자욱했다. 가련한 모습은 괴롭히고 싶게 만들었고 빨간 입술에 요염한 매력을 더했다.

하시원은 눈을 감았다가 이성을 잃어가려 할 때 강한 자제력으로 간신히 손을 뗐다.

“돌아가서 일해.”

그는 잠긴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결코 욕망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는 마음이 잔잔하고 욕심이 적다고 할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일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강수지가 그의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그는 이상하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그를 불편하게 한다.

“네.”

강수지는 얼른 그의 몸에서 내려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을 벌렸다.

그녀가 돌아서서 가려고 할 때 갑자기 하시원이 불렀다.

“잠깐만.”

“하 대표님, 또 무슨 일 있으세요?”

강수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지금 회사에서 비서실 말단 비서이고 하 대표님은 고귀한 총수라는 생각에 여전히 그런 부하 자세를 유지하며 공손한 말투로 일관했다.

비록 그들 사이에 심상치 않은 관계가 진작에 깨졌다 하더라도 말이다.

“집에 가는 날 빈손으로 가지 말고 아버지 선물 고르는 거 잊지 마. 귀중한 게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네가 알아서 챙기면 돼.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면 잘 보이도록 노력하고 말 잘해. 네 임무를 잊지 마.”

‘그런 거였구나...’

강수지는 문득 그녀가 단지 하시원이 집안일을 처리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두 사람은 이미 또 다른 관계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녀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만약 리조트에서의 그날 밤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 그와 ‘협력'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뭐가 특별하겠는가.

강수지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쨌든 그와 결혼한 것도 사심이 있었기 때문이니 말이다.

만약 한성준이 아니었다면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하시원의 요구를 쉽게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에게 결혼은 원래 매우 중요한 일이었고 절대 이렇게 장난칠 수 없었다.

강수지는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의 평소 취향을 알 수 있을까요?”

하시원이 대답했다.

“소정원에게 아버지의 취향을 보내주라고 할게.”

“네, 그럼... 또 다른 분부는요?”

그녀는 또 자신이 또 빠뜨린 것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마디 물었다.

하시원은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깊이 응시했다. 그녀의 이런 자태는 정말 명령을 듣고 있는 어린 비서 같았다.

“없어.”

그의 말투는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한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

강수지는 입술을 깨문 채 자신을 귀찮아하는 줄 알고 황급히 말했다.

“그럼 이만 내려가서 일할게요.”

돌아서서 가려고 하던 그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뒤돌아보며 말했다.

“참, 오늘 밤 나 야근을 해야 해요. 개인적인 일도 좀 있을 것 같으니 좀 늦게 돌아갈 거예요.”

이들은 기혼이라도 강수지는 하시원의 차를 얻어타기 불편했고 가급적이면 스스로 출퇴근해야 했다.

물론 오늘 밤은 야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또 다른 곳에 가야 한다.

그녀는 당분간 하시원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남자가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너무 냉담했다고 생각했는지 또 한마디 붙였다.

“나와 호흡을 맞춰야 할 때를 빼고는 자유야. 보고할 필요 없어.”

물론 하시원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신이 강수지와 엮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앞에서 얼쩡거리기만 하면 그는 일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다.

어차피 계약한 사이이니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하 대표님.”

그의 말을 듣고 강수지는 마음이 조금 편해져서 문을 열고 사무실을 떠났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간 강수지는 다시 전영미를 만났다.

“부장님.”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전영미는 분노에 찬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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