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며칠간의 ‘체험'을 통해 하시원의 성적 취향이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정상일 뿐만 아니라 그 방면으로...대단한 것 같았다.그녀는 비교할 만한 다른 경력이 없어서 자신의 느낌으로만 판단했다.두 사람은 항상 호흡이 잘 맞아 그녀는 거절할 수 없을 정도였다.“내 얼굴에 뭐 있어?”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와 엉뚱한 생각을 하던 강수지의 가슴이 떨려왔다.“네?”강수지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하시원의 입술에 닿았고 어젯밤 그가 자신에게 키스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그 감촉이 아직도 그
우렁찬 소리가 들려오자 강수지는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하시원은 흔적도 없이 그녀의 손등을 다독이며 그녀에게 냉정할 것을 귀띔했다.그러고는 거실에 앉아 있는 백발이지만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어르신을 향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아주 원기 왕성해 보이시니 이런 작은 일로 화낼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강수지는 하시원이 어르신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조금 놀라웠지만 어르신은 생각처럼 언짢은 기색을 보이지 않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자식, 네가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색시를 데려온 것을 봐서 따지지 않을 거야.
“다 네 탓이야. 입맛이 없어서 좀 늦게 먹겠다고 했는데 무슨 소란을 피우는 거야.”하시원은 말이 없었지만 그윽한 눈동자가 불빛 아래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냉기를 띠었다.그의 기세가 너무 강해서 거실의 분위기도 따라서 차가워졌다.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강수지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우리 집 어른들도 아플 때 입맛이 없을 때가 많아요. 제가 식욕을 돋우는 밑반찬을 만들 줄 아는데 어르신 한번 드셔보시겠어요?”하정수는 구원자를 만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좋아. 수지가 요리하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응원할 거야.
서재.하정수는 금고에서 빨간 상자를 꺼냈다.“수지는 괜찮아 보여. 집안 배경이 평범하지만 현숙하고 내조를 잘할 것 같아. 또 너의 비서이니 업무와 일상생활에서도 다 널 도울 수 있어. 잘 대해줘야 해.”하시원의 표정은 담담했는데 잘생긴 얼굴에는 감정이 나타나지 않았다.“마음에 드시면 됐어요.”하정수는 퉁명스럽게 그를 노려보았다.“내 마음에 드는 게 뭐가 중요해? 나를 위해서 결혼한 거야? 결혼했으면 어서 아이부터 낳아! 내가 죽기 전에 손자를 보지 못하면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거야!”말을 마친 하정수는 심하게 기침했다
이렇게 생각한 강수지는 한결 편해진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과찬이세요. 이건 다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하시원은 그녀를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표정은 담담했다.“오늘 밤 날 위해 많은 문제를 해결해줬어. 잘했어. 보상으로 한 가지 요구를 제출할 수 있어. 내가 들어줄게.”강수지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살며시 웃었는데 두 볼에는 보조개가 피어올랐다.“하 대표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상을 줄 필요가 없어요. 이미 보수를 줬잖아요.”하시원은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갑자기 물었다.“외할머니를 더 좋은 요양원에 안
강수지는 얼굴에 화끈 달아올랐다.눈 밑에는 곧바로 물안개가 피어올랐고, 부드럽고 얇은 입술은 유난히 빨갛게 물들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이런 모습이 얼마가 청순하고 매력적인지 모른다.“저... 제가 먼저 할게요.”강수지는 용기를 내어 겨우 이 한마디를 뱉어낸 후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그러나 하시원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있어 그녀는 피할 틈도 없었다.강수지는 어떻게 하시원에게 ‘고마움’을 표달해야할지 몰랐으나 남자의 정욕으로 충만한 두 눈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이 말을 내뱉었다.그녀에게는 물러설 곳이 없
지금 하고 있던 데이터 취합 업무를 그만하라는 통지였다. 새벽에 보내온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문자지만 강수지는 왠지 전영미의 들끓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자신도 의지할 사람이 생겼다고 느껴진 강수지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이렇게 되면 전영미가 그녀에게 대한 오해는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하시원은 휴대폰을 들고 몰래 웃다가 또 이내 수심에 가득 찬 표정을 짓는 강수지를 재밌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뭔가 말하려고 할 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사모님,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일
강수지는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고 멋쩍게 웃었지만 사실은 손발이 오그라들었다.하정수가 방심한 틈을 타 하시원이 귀띔했다.“아버지가 내가 연기하는 걸 까봐 어젯밤에 사람을 보내서 살펴보라 했을 거야.”강수지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싶어도 울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에 그렇게 크게 소리 내지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그녀도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고택의 인테리어가 이렇게 좋은데 왜 이렇게 방음이 안 된단 말인가.“걱정하지 마, 방음이 잘 돼서 안 들려.”그녀가 무슨
강수영은 2초간 웃는 모습을 멈추더니 계속해서 아첨했다.“대표님은 저녁에 계속 일해야 해요?”그녀는 하시원이 진심으로 거절한 게 아니라 단지 일이 바쁘기 때문이라고 착각했다.책상 밑에 숨은 강수지는 심장이 목구멍을 타고 곧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그녀가 이곳에 숨었다는 것이 강수영에게 발견된다면 이 일은 아주 시끄러워질 것이다.“여긴 네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하시원은 강수영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쌀쌀하게 이렇게 말했다.강수영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자신이 너무 주동적임을 알았다.‘혹시 내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질... 질투라니?강수지는 의아해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럴 리가!강수지는 당연히 자신이 질투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데 하시원은 그녀가 질투한 줄 알았다!‘헐, 역시 남자들은 쉽게 나르시시즘에 빠지네.’“하 대표님, 만약 정말 저의 동생이 마음에 들었다면 저는 두 분을 중매할 수도 있고 제가 먼저 계약을 폐지할 수도 있어요. 그저 저의 외할머니가 치료를 계속...”강수지가 부탁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시원이 가로챘다.“난 강수영에 관심 없어.”강수지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남자의 엄숙한 표정을 보고 갑자기
뜨거운 호흡이 그녀의 목덜미에 뿌려졌다.강수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이 남자를 밀쳐버리며 그의 불만스러운 눈빛을 마주 봤다.“왜 그래?”강수지가 이유 없이 반항하자 하시원의 마음은 더욱 불쾌해졌고 강수지는 어리둥절해졌다.‘대표님은 계약을 해지하려는 게 아닌가? 강수영을 마음에 들어 한 게 아닌가?’“대표님, 저는...”입가에 말이 맴돌았어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강수지는 하던 말을 잇지 못했다.하시원은 화내지 않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의 시선을 단단히 고정했다. 그도 오늘 밤 강수지가 마음이 다른 곳에
만약 전영미 부장이 나중에 트집을 잡는다고 해도 강수지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그저 그녀가 이곳에 2시간이나 있었는데 하시원은 일만 할 뿐 계약 해지에 관해 언급하지 않아 의아했다.혹시 출근 시간에는 일만 하고 퇴근한 다음 다시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강수지는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했고 데이터를 정리하면서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업무 효율도 그렇게 높지 못했다.해가 점점 지면서 이 큰 사무실도 어두컴컴해졌다.하시원이 노트북을 덮는 ‘퍽’ 소리에 강수지는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은 즉시 시선을 마주쳤다.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요?”허유리는 놀란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했다.“그렇지만 소 비서님이 일이 바쁘고 야근이 잦아서 아마 수지 씨를 만날 시간이 없을 거예요.”강수지는 어이가 없었다. 하유리가 글쎄 소정원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소정원이 점심을 먹을 때 그녀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며 안부를 물었다. 평소에 소정원은 회사에서 슈퍼 로봇이라고 불릴 정도로 워커홀릭이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거리를 두었기 때문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었다.“유리 씨
강수지의 머릿속에는 또 어젯밤의 여러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하시원은 이미 고난도 동작을 시도하고 있어 그녀는 너무 피곤했고 그를 상대할 정력도 없었다.강수지는 말없이 묵묵히 밥만 먹었고 허유리도 감히 말을 걸지 못했다.이때 소정원이 느닷없이 불쑥 물었다.“강 비서,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혹시 불편한 데라도 있어요?”소정원은 하시원의 암시를 받고 특별히 강수지를 관심했다.강수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고개를 흔들었지만 하시원을 힐끗 보며 얼굴이 더 빨개졌다.그녀는 방금 정신을 팔 때 19금 화면을 떠올렸기 때문
강수지가 멍해 있을 때 갑자기 여자의 그림자가 쏜살같이 달려가 하시원의 앞에 섰다.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수지 앞에 서 있던 강수영이다.“하 대표님.”강수영은 익숙한 척 애교스럽게 불렀다.“하 대표님, 감사합니다. 하진 그룹에서 저를 합격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꼭 열심히 일해 대표님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강수영은 가슴을 곧게 쭉 펴며 인사했다. 그녀는 몸매가 좋았고 타이트한 니트를 입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단추를 세 개나 벌려놓고 있어 가슴을 쭉 펴자 바디라인이 예쁘게 드러났다.이 장면은 보고만 있어도 여
강수지는 도박하고 있었다. 한성준이 혼사를 위해 감히 모험할 수 없다는 도박이다.“너!”한성준은 화나 나서 이빨마저 떨렸지만 그렇다고 하시원에게 고자질할 수 없었다.천신만고를 거쳐 겨우 백아린을 손에 넣었지만 백씨 가문에서는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강수지와 사귀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는 백아린과의 결혼에 무조건 영향을 줄 것이다.이렇게 하면 얻는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게 더 많았다.“강수지, 이렇게 끝나지 않을 거야!”한성준은 독설을 내뱉은 다음 노기등등해서 전화를 끊었다.강수지가 하시원과 결혼했다
강수지는 잠들기 전에 한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낮에 회사에서 전영미의 괴롭힘을 받고 저녁엔 ‘야근’해서 하시원의 잠자리 시중을 하다 보니 이 가냘픈 몸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특히 하 대표님의 에너지가 보통 왕성한 게 아니다.이런 상황이 오래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생리 기간이 되면 조금이나마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강수지는 난생처음 생리가 빨리 오길 기다렸다.전영미의 괴롭힘을 받는 부분에 관해서 그녀는 아직 하시원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 지난번 경험이 있고 난 뒤 전영미는 만단의 준비를 하고 괴롭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