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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 화

Author: 토토만
last update Last Updated: 2025-01-13 18:01:07
강수지는 그 말을 듣고 손을 부르르 떨며 휴대폰이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환청이 들렸다고 생각할 뻔했다.

떨리는 심장을 달래며 강수지는 얼른 휴대폰을 주워 더듬거리며 물었다.

“하 대표님, 무... 무슨 일 있어요?”

“너 잘 알고 있잖아.”

이 말을 남긴 하시원은 전화를 끊었다.

강수지는 얼굴이 창백하다.

‘망했다! 이번에는 정말 망했어! 하시원은 나를 찾아 결판을 내려나 봐!’

강수지는 그의 짐을 집에 놓은 후 서둘러 집에 가서 이력서를 제출했다.

너무 피곤했던지 이력서를 넣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가 휴대폰 벨 소리에 잠이 깼다.

하시원 번호인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졸음을 가라앉히고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하, 하 대표님.”

“어디 갔어?”

간단한 한 마디는 차갑고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시간을 살펴보니 저녁 6시 반이 되었다.

“죄송해요. 늦잠을 자서 아직 못 갔어요.”

강수지는 머리를 감싸 쥐고 즉시 사과했다.

“30분 줄게.”

하시원이 명령을 내리자 강수지는 택시를 잡아탔다.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으라고 계속 재촉하자 기사님은 그녀가 간통을 잡으러 가는 줄 알았다.

그렇게 숨을 헐떡이며 마지막 1초에 도착한 강수지는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다. 그의 집 문 앞에서 숨을 거둔다면 아마 하시원이 직접 그녀의 뼈를 가루 내 버릴지도 모른다.

강수지는 비밀번호를 알면서도 예의를 갖춰 문을 두드렸고, 문이 열리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시원은 정말 잘 생겼다. 제인시는 물론 전국 여자들의 이상형임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 대표님.”

강수지가 고개를 숙이고 불렀다.

하시원은 워낙 키가 큰 데다 그녀가 머리를 숙이고 있어 그녀의 뒤통수만 보이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들어와.”

강수지는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가며 그의 기분이 좋은 것 같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번 리조트 프로젝트가 매우 만족스러운 것 같은데 이 기회에 사과하고 용서해달라고 하면 안 될까?’

그녀는 정말 이 일을 잃고 싶지 않았다.

오후에 이력서를 냈는데 다른 회사에서는 자리가 마땅치 않았고, 급여는 하진 그룹보다 두 배나 낮았다.

게다가 그녀는 하시원이 수석비서관이 아니라 비서실의 작은 비서일 뿐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래서 하시원의 말 한마디면 바로 잘리게 되고 자신을 위해 변명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니 말이다.

“하 대표님, 저를 해고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맹세할게요. 대표님이 절 보고 싶지 않다면 절대 대표님 앞에서 얼씬거리지도 않을게요. 아니면 절 다른 부서로 보내도 돼요. 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전 하진 그룹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강수지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정말 하진 그룹을 떠나기 싫었다.

“내가 해고한다고 누가 그래?”

하시원이 돌아서자 앞에 있는 여자가 얼굴이 빨갛게 된 채 두 눈에 물이 그렁그렁한 것이 보였다.

어젯밤, 그에게 색다른 느낌을 느끼게 해줬는데 오늘 또 목이 타오르게 해 자기도 모르게 야릇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네?”

강수지는 눈을 번쩍 들어 그의 그윽한 시선을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매우 음흉했는데 강수지는 심장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그의 눈에 담긴 의미를 읽을 수 없었다.

‘잠깐만!’

‘방금 하 대표님의 뜻은 나를 해고할 생각이 없다는 건가? 그럼 나를 불러서 뭘 하려는 것이지? 따로 혼내주려는 거 아니었어?’

“남자친구 있어?”

불쑥 던진 질문에 강수지는 정신을 차리고 망연하게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그녀는 한성준과 헤어졌으니 지금은 싱글로서 확실히 남자친구가 없다.

하시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처음이었다는 걸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내일 오전 9시에 구청에 가자.”

하시원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강수지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하 대표님이 자신을 경찰서로 보내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구청이라면...

“하 대표님, 구청에는 왜요?”

강수지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결혼하러.”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 소파 앞으로 몰아붙이자 강수지는 몸을 휘청이다가 소파 위로 넘어졌다.

곧이어 그녀는 불빛을 등지고 선 그의 커다란 모습을 보았다. 강수지는 자신이 하시원과 두 번 째 밤을 보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소파에서 침실까지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

강수지는 하시원이 정말 따로 혼내줄 줄은 몰랐다.

“하 대표님, 왜 저와 결혼하시려는 거에요? 저는 대표님이 책임질 필요가 없어요.”

그녀는 사실 어젯밤에 일부러 그를 꾀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어젯밤이 사고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결혼 상대자가 필요한데 네가 적임자야.”

...

이튿날 아침, 9시 반.

그녀가 세 들어 살던 아파트에서 증명서를 받고 두 사람은 구청으로 갔다.

구청의 문을 나선 강수지는 손에 들고 있는 혼인 관계 증명서를 보며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하시원과 결혼했다고? 대표님과 깜짝 결혼한 거야?’

물론 그녀는 이미 하시원이 그녀와 결혼하려는 목적을 알고 있었다. 그녀를 책임지려는 것이 아니라 하시원이 결혼 독촉 대처하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그녀는 여전히 비서실의 직원이며 두 사람의 결혼 관계는 대외비로 유지하면 된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진정한 의미의 결혼도 아니었고 혼인 계약까지 맺은 계약 결혼이었다.

하시원은 돈을 주었고 그녀는 그의 요구를 완수했으니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한 것이다.

“반차 줄 테니 돌아가서 짐 싸고 은하 빌라로 옮겨.”

하시원은 그녀를 그녀가 사는 동네로 데려다주고는 차를 몰고 회사로 갔다.

강수지는 짐이 많지 않아 금방 정리를 마치고 내려가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낯익은 사람을 발견했다.

하시원 주변의 개인 비서 소정원이었다.

“실장님.”

강수지는 조금 놀랐다.

소정원은 즉시 앞으로 나가 그녀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말했다.

“사모님, 하 대표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어요.”

강수지는 등골이 서늘해 나며 어색한 어조로 말했다.

“실장님, 저를 그냥 강 비서라고 부르세요. 저와 하 대표님은 몰래 한 결혼이라서요. 그냥 거래일 뿐이에요.”

강수지는 어색하게 웃었다.

소정원은 회사에서 하시원 다음으로 권위가 높아서 그녀들은 소정원이 내부 총책임자라고 놀렸다. 그의 직위는 확실히 매우 높았는데 직원들은 그를 만나면 공손하게 대할 정도였다.

지금 그런 소정원이 자기 앞에서 굽실거리면서 가방도 들어주고 짐도 들어주고 하니 강수지는 너무 어색했다.

“그래요. 강 비서.”

소정원은 결국 그녀의 요구에 응해 호칭을 회복했지만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눈에 띄게 공손해졌다.

강수지가 살짝 귀띔했다.

“실장님, 말투 좀 편하게 하세요.”

“네.”

소정원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진지한 모습이었다.

강수지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은하 빌라에 도착한 강수지는 짐을 정리하던 중 한성준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수지야, 제인시로 돌아왔어? 언제 시간이 나면 우리 만나서 얘기해.]

[네 축의금 이미 준비했어. 네가 직접 내라고 하지 않을 테니 직접 만나서 돈을 줄게. 응?]

[결혼식 당일에만 와서 참석하면 되고 드레스 비용을 포함한 모든 비용은 내가 다 줄게.]

‘다 준다고?’

강수지는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그래, 12시, 스타카페.]

마침 한성준을 만나러 갔다가 출근하면 된다. 괘씸한 자본가가 반나절만 휴가를 줬으니 말이다.

...

강수지가 카페에 도착했을 때 한성준은 이미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다가오자 다급하게 돈 봉투를 그녀 앞에 내밀었다.

강수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한성준, 축의금 줘서 고마워. 마침 나 오늘 결혼했어. 때마침 잘 보냈네.”

“뭐라고?”

한성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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