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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 화

작가: 토토만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13 18:01:07
강수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몇 번 발버둥을 치더니 당황해서 사무실 문을 바라보며 사람이 들어올까 봐 걱정했다.

“무슨 일이야?”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런 충동이 생겼던 하시원은 감정을 추스르고 단정하게 앉았다. 방금은 평소의 자신과도 완전히 달리 마치 이성을 상실한 것 같았다.

강수지는 일어서서 자신의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저... 저 해고될 것 같아요. 대표님의 지시가 아니죠?”

강수지는 조심스럽게 한 마디 덧붙었다.

두 사람은 오늘 아침에 갓 혼인 신고를 마쳤는데 결혼 이유가 바로 회사의 직원으로서 관리하기 편하고 수시로 그의 수요에 따라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시원이 그녀더러 가정주부로 지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해고된 것이 하시원과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찌 된 일이야?”

하시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턱을 살짝 꼬집었다. 마치 분명히 말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 같았다.

강수지는 입을 감빨며 오늘의 상태를 강조했다.

“저는 오늘 비록 머리가 멍하기는 했지만 실수를 하지 않았어요. 제가 정말 실수했다고 해도 해고당할 정도는 아니잖아요... 혹시 하진 그룹의 경영에 문제라도 생겼어요?”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익살스럽게 물었다.

강수지는 하시원이 전영미에게 비서실 인원이 많아 조정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마침 해고 상대가 됐다고 생각했다.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강수지는 엉덩이가 아파 눈을 크게 뜨고 하시원을 바라봤다.

하시원이... 그녀의 엉덩이를 때리다니?

“강 비서, 비서실 구성원으로서 하진 그룹의 경영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몰라?”

하시원은 피식 웃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이렇게 보면 너를 해고하는 게 틀린 것도 아니네.”

입술을 깨문 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수지는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다고 후회했다.

하진 그룹과 같은 대기업은 원래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적었다. 특히 하시원은 대표로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손해를 보지 않아 심지어 ‘비즈니스 사탄'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대표님, 저 농담한 거예요.”

강수지는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럽게 말했다.

“저를 해고하지 않으면 안 돼요?”

강수지는 그때 안간힘을 써서 겨우 하진 그룹의 ‘말단 비서’직에 합격했기 때문에 이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진 그룹의 요구가 너무 높아서 그녀는 합격할 수 있다는 희망도 품지 않았지만 번마다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을 넘으며 입사하게 되었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의 모든 행운을 이 회사에서 면접 볼 때 다 써버리지 않았는지 의심하기도 했다.

특히 하진 그룹의 급여가 다른 회사보다 월등히 높았고 최근에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 일자리를 잃기 싫었다.

“전영미 부장은 회사에 공로가 있는 사람이니 그 결정에는 일리가 있을 거야. 나도 잘 생각해볼게.”

그의 냉담하고 엄숙한 태도는 그녀에게 일부러 겁을 주려는 것 같았다.

강수지는 얼굴이 창백해졌는데 그가 정말 아무 사정도 생각하지 않을 줄 몰랐다. 어쨌든 그들은 지금도 부부 사이가 아닌가?

비록 계약한 협력관계지만 어떻게 오전에 혼인 신고를 올리자마자 오후에 해고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이미 그녀와 두 날 밤이나 잤는데도 이렇게 무정하다니...

하지만 강수지는 그와 논쟁할 용기가 없었다.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하니 말이다.

“네. 대표님.”

그녀는 풀이 죽은 말투로 말한 후 돌아서서 하시원의 사무실을 나가 큰 사무실에 있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동료 하유리가 달려와 관심을 보였다. 평소 회사에서 그녀는 하유리와 친하게 지냈다.

“수지 씨, 안색이 왜 이렇게 어두워요? 전 부장님께서 혹시 혼냈어요?”

머리가 어질어질해진 강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마 해고될 것 같아요...”

“네?”

하유리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바라보자 그녀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하유리는 강수지의 팔을 잡아당겨 탕비실로 끌고 가서 자세히 캐물었다.

“설마, 그까짓 일로 해고해요? 그래도 오래 일했는데 기회를 한 번도 안 줄 수 없잖아요?”

하유리는 고민하다가 계속해서 말했다

“수지 씨, 혹시 전 부장님께 미움을 샀어요?”

“아니요.”

강수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영미에게 미움을 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더욱 어이가 없었던 건 하시원의 태도다. 어쨌든 계약 부부인데 어떻게 그녀가 해고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인정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혼인 신고를 하는 게 아니야!’

“알았어요.”

하유리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는지 계속해서 말했다.

“아마 수지 씨와 하 대표님 사이 때문일 거예요.”

강수지는 멍하니 있다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하시원과는 비밀 결혼했기 때문에 이 일은 극히 비밀로 처리되어 아는 사람이 없었으며 기껏해야 소정원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유리는 어떻게 알았을까?

“아이참,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요. 비록 저는 리조트에 가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수지 씨가 대표님 옆에 억지로 앉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우린 모두 수지 씨를 동정했거든요.”

하유리는 혀를 끌끌 차며 분석했다.

“부장님께서 수지 씨와 대표님이 같은 차를 타는 것을 보고 질투한 게 분명해요. 그래서 수지 씨를 해고하려는 게 분명해요.”

전영미가 하 대표님을 짝사랑하는 일은 회사 직원들이 다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하유리는 이렇게 분석하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혹시 대표님을 유혹했어요?”

“저... 저는 당연히 그러지 않았죠...”

강수지는 당황했지만 시치미를 떼고 부인했다.

하시원이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그녀는 하시원과 선을 그으려고 했다.

“저도 수지 씨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전 부장님은 질투해서 그런 게 분명해요. 아니면 왜 갑자기 수지 씨를 해고하겠어요? 그것도 리조트에서 돌아오자마자 했잖아요.”

하유리는 턱을 만지며 자기 생각이 맞다고 확신했다.

강수지는 고개를 저으며 풀이 죽어 말했다.

“관둬요. 저는 일단 오늘 업무를 완성해야겠어요. 아직 파일을 정리하지 못했거든요. 이렇게 해고되면 적어도 보상금을 줄 테니 그럼 다른 직장을 찾을 때까지 살아갈 수 있겠죠.”

...

퇴근 무렵.

강수지는 소정원이 건 내선 전화를 받았는데 그녀더러 대표님 사무실로 가라고 했다.

강수지는 의문스러웠지만 하던 일을 제쳐놓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익숙하게 하시원의 사무실 문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고 노크하려고 했는데 마침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수지는 마침 억울한 표정으로 커다란 사무 책상 앞에 서서 사과하는 전영미를 보았다.

“미안해요. 제 불찰이에요. 저는 강수지 씨의 책임인 줄 알고 해고하려 했어요.”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리던 전영미는 강수지를 보자 두 눈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강수지가 제대로 보기도 전에 전영미는 이런 눈길을 거두고 눈치 있게 강수지를 향해 허리 굽혀 사과했다.

“죄송해요. 강 비서, 제가 사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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