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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과 비서의 깜짝결혼
대표님과 비서의 깜짝결혼
작가: 토토만

0001 화

작가: 토토만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13 18:01:07
비서로서 어떻게 대표님을 꼬실 수 있단 말인가.

‘그냥 자 버리자.’

강수지는 정말 그렇게 했다.

이 순간 그녀의 이마는 땀으로 젖어 있고 검은 긴 머리는 어깨 위로 늘어져 있었으며 손바닥은 벽을 짚고 있다...

온몸이 전율이 통하는 듯했고 두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거의 쓰러지려고 하는 순간 하시원은 그녀를 덥석 안아 침대에 던졌다.

강수지가 매트리스가 꺼지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 또 다른 폭풍이 몰아쳤다.

그녀도 오늘 밤 이렇게 순조로운 줄은 몰랐다.

출장길에 하 대표님과 같은 호텔에 머물며 회식을 하며 조금 취했다. 회식이 끝난 후 그녀는 하 대표님의 스위트룸 문을 두드렸다.

하시원은 문을 열고 그녀를 본 순간, 그녀가 준비한 공연을 펼치기도 전에 방으로 끌어들였다...

강수지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의식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

이튿날 새벽.

정신을 차린 강수지는 벌거벗은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간이 정말 커. 회사 그만두고 싶었던 거야? 안돼. 난 직장이 필요해.’

하진 그룹에서 비서로 일하면 월급이 매우 높아 돈이 부족한 그녀는 그만둘 수 없었다.

어젯밤 누군가 하시원의 술에 약을 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에게 그렇게 미친 듯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강수지는 어젯밤에 그를 꾄 것을 후회하며 살금살금 일어나 바닥에 있는 옷을 줍고는 쏜살같이 도망쳤다.

방문이 닫히는 순간 남자는 천천히 눈을 떴는데 검은 눈동자에 한기가 스쳤다.

...

강수지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서둘러 샤워를 하며 몸을 식혔다.

‘정말 미쳤어!’

전 남자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하시원을 꼬시려고 했다니, 이건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다.

공교롭게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전 남자친구 한성준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지야, 나랑 아린이 결혼식에 꼭 와!”

강수지는 토할 것 같았다.

한성준은 그녀와 사귀는 중 양다리로 백씨 집안의 큰아가씨인 백아린과 사귀었는데 결혼 날짜까지 잡힌 후 뒤늦게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렸다.

그리고 뻔뻔하게 ‘절친'의 신분으로 결혼식에 참석하라고 했다.

남자친구가 결혼할 때까지 바람피웠는데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백아린은 하시원의 조카이고 하시원은 백아린의 삼촌이었다.

한성준은 부잣집 따님을 선택한 것이다.

강수지는 징그러움을 참으며 대답했다.

“한성준, 행복하길 바랄게. 하지만 내가 결혼식에 참석하고 너에게 축의금까지 주기까지 바라지 마.”

“우린 소꿉친구라는 걸 아는 친구들이 많은데 네가 결혼식에 오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어? 난 아린이가 오해하게 하고 싶지 않아.”

한성준은 쉬지 않고 지껄였지만 눈시울이 붉어진 강수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쩐지 한성준이 그때 급하게 연애 사실을 밝히지 않더라니. 그는 결혼 때 사람들을 초대해서 깜짝 이벤트를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양다리를 걸치기 위해 미리 계획했던 것이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 비서님, 그룹 메시지에 답장도 없고 전화도 연결되지 않아서 찾아왔어요. 30분 후 제시간에 출발할 거예요. 하 대표님께서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서두르세요. 전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갈게요.”

“네, 고마워요. 금방 갈게요.”

강수지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다행히 2박 3일의 짧은 출장 일정이라 정리할 것이 많지 않았다. 그녀는 재빨리 캐리어를 들고 내려가 버스를 탔다.

이번 출장은 추첨을 통해 선발된 직원들로 구성된 팀이 하 대표님을 따라 새로 개발한 리조트에 들러 체험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강수지는 서둘러 버스를 찾아 캐리어를 놓고 자리에 앉으려 했다. 하지만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본 그녀는 갑자기 눈이 캄캄해져서 하마터면 똑바로 서지 못하고 넘어질 뻔했다.

‘하시원이 왜 버스에 탄 거야?’

누군가 손을 재빨리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서야 그녀는 겨우 몸을 바로 세웠다.

강수지는 남자의 깊고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지만 표정이 엄숙해서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순간 그녀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달래며 마음속으로 하시원이 어젯밤 일을 기억할지 궁금해졌다.

“다들 자리에 앉아요. 곧 출발할 거예요.”

기사 아저씨가 그녀에게 말했다.

정신을 차린 강수지는 얼른 뒤를 돌아보았지만 뒷자리가 다 차고 하시원이 옆자리만 비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강수지는 순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강 비서, 시간 없어. 빨리 앉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엄숙하고 차갑고 명령 섞인 말투였다.

바로 어젯밤, 이 목소리의 주인이 그녀의 귓가에 계속 거친 숨을 몰아쉬었는데 너무 섹시했다.

강수지는 무뚝뚝하게 앉아 감히 남자를 돌아보지도 못했다.

가는 내내 차 안은 조용했다.

하시원이 있어서 그런지 떠들썩하게 노래를 부르며 큰소리치며 올 때와 사뭇 달랐다.

강수지는 앉아 있기가 불편하고 온몸이 쑤셨는데 어젯밤에 너무 달려서 그런 것 같았다. 게다가 어제는 그녀의 첫 경험이었으니 정력을 더 많이 소모한 것 같았다.

하지만 옆자리에는 직속 상사가 앉아 있어 뻣뻣하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서너 시간을 달려 버스가 드디어 하진 그룹 앞까지 사람들을 안전하게 실어왔다.

강수지는 일어서서 차에서 내리려다가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설 수 없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다가 마침 그윽한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수지는 불안한 마음에 이내 숨을 죽이고 차에서 내렸다.

하시원은 마지막으로 차에서 내렸는데 대표님이 내려올 때까지 사람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3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돌아가서 반나절 쉬고 내일 정상 출근하도록 합시다.”

하시원이 명령을 내리자 다들 떠나갔다.

강수지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돌아섰지만 그때 남자가 불렀다.

“강 비서는 좀 남아.”

강수지는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하시원이 어젯밤 그 여자가 나인 걸 알고 한바탕 훈계하고 해고할 생각은 아니야?’

그녀는 하시원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수지는 어젯밤에 그렇게 충동적으로 문을 두드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속으로 크게 후회했다.

그녀는 마지못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하 대표님,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캐리어 좀 갖다 줘. 출입 카드인데 도착하면 전화로 비밀번호 물어봐.”

하시원은 자신의 캐리어를 넘겨주며 말했다.

“은하빌라 8동 1808호야.”

강수지는 황급히 건네받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하 대표님.”

그녀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깜짝이야!’

보아하니 하시원은 어젯밤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짐 심부름을 시키려 했던 것이었다.

어젯밤 정신이 흐릿해 보였고 방 안이 어두컴컴했으니 그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을 것이다.

강수지는 두 사람의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타고 하시원의 집으로 갔다. 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시원은 그녀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덧붙였다.

“저녁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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