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너랑 말하기도 귀찮아. 밥 먹고 싶으면 좀 기다려. 이건 안 돼.”그녀의 말에 육재원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알았어. 부시혁이 널 구해준 걸 봐서 이것들은 그에게 양보하지.”“그래야지.”윤슬이 웃으며 말했다.“일단 앉아있어. 반찬 두 가지만 할게. 금방이야.”“응.”육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 쪽으로 향했다.윤슬은 다시 앞치마를 하고 주방으로 들어가 계속 요리를 했다.빠르게 요리가 완성되고 두 사람은 테이블 앞에 앉았다.육재원이 젓가락을 들며 갑자기 물었다.“참, 슬아, 테이블
“아가씨, 안녕하세요. 누구 찾아오셨어요?”“부시혁 대표님 만나러 왔어요. 밥을 주려고요.”윤슬은 수중의 보온병을 들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간병인은 순간 깨달은 듯 말했다.“윤슬 아가씨이군요.”“저를 아세요?”윤슬은 깜짝 놀랐다.간병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부시혁 씨 돌볼 때 부시혁 씨가 저에게 알려주셨어요. 만약 밥을 가져다주려고 오는 아가씨가 있다면 바로 들여보내라고요.”“그렇군요.”윤슬은 그제야 깨달았다.부시혁이 미리 간병인에게 말을 했던 것이다.“윤슬 아가씨, 어서 들어오세요. 부시혁 씨가 아
그가 죽을 먹자 윤슬은 숟가락을 그릇에 놓으며 약간 기대가 담긴 어투로 물었다.“맛은 어때요?”“너무 맛있어.”부시혁은 입안의 죽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말에 윤슬은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에요.”그녀가 죽을 걸쭉하게 만들기 위해 쌀을 불리고 약한 불에 천천히 끓이고 휘저은 것이 헛되지 않았다.“계속 먹어요.”윤슬은 다시 죽을 한 숟가락 떠서 건넸다.두 사람은 이렇게 하나는 먹이고 하나는 받아먹자, 죽 한 그릇이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윤슬은 일어서며 물었다.“더 드실래요?”“이미 배불러.”부시혁
시간이 일분일초 흐르고 어느새 11시가 되었다.윤슬은 이미 10시에 돌아가겠다고 한 자신의 말을 잊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침대 위에 엎드려 잠들었기 때문이다.부시혁은 그녀를 보며 살짝 불렀다.“윤슬?”윤슬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깨어나지 않았고, 보아하니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그리고 평온하게 자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깨우고 싶지 않았다.그는 두리번거리다 병상 반대편 선반에 걸린 외투를 봤고, 부시혁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내밀어 외투를 가져온 뒤 윤슬에게 덮어줬다.만약 지금 그가 한 손밖에 쓸 수 없는 상황이 아니
“만약 정말 그렇다면 저희가 처음부터 한발 늦은 거네요. 지금쯤 최성문은 이미 밀입국해서 해외에 있을 겁니다.”장용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말에 부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최성문이 해외에 있다면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세계가 이렇게 큰데 최성문이 어느 나라로 갔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그는 비록 해외에도 세력이 좀 있지만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만약 최성문이 작정하고 숨는다면 그도 어쩔 수 없다.“그렇겠네요.”장용은 한숨을 내쉬었다.부시혁은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사람을 시켜
“재원아, 잠깐만. 확인해 볼게.”말을 마친 그녀는 문 앞으로 와서 문을 열었다.방문을 여는 순간 익숙한 병실, 익숙한 사람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고 그녀는 순간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분명 부시혁 병실의 보호자 실에 있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어젯밤에 부시혁에게 경험을 전수받은 후에 기억이 없다.그것은 그녀가 잠들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부시혁이 사람을 시켜 그녀를 이 보호자 실에 들여보낸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윤슬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낯선
“당연히 기쁘지. 네가 처음으로 육재원 앞에서 날 지켜준 건데.”부시혁은 머리맡에 기댄 채 말했다.그의 말에 윤슬의 눈빛이 반짝였고 이내 눈꺼풀을 떨구며 말했다.“당신이 제 은인이니 당연히 당신을 지켜줘야죠. 아니면 제가 뭐가 되겠어요?”“그저 은인이라서?”부시혁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윤슬의 심장이 두근거렸고 더욱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렇지 않으면요?”부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봤다.한참 후, 그는 그제야 얇은 입술을 열고 말했다.“그래. 은인도 괜찮지. 아침부터 먹자.”그는 머리맡의 보온병을
부시혁은 손을 흔들었다.윤슬은 보온병을 정리하며 말했다.“시간도 늦었으니 대표님,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내일 다시 올게요.”그녀는 가방을 멨다.부시혁은 그녀가 오늘 어디에 가는지 알고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가는 길에 조심하고.”“그럴게요.”윤슬은 입꼬리를 올리고 웃으며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곤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부시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윤슬도 그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만약 예전 같았으면 그가 그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그녀는 결코 돌아보지 않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