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정말 그렇다면 저희가 처음부터 한발 늦은 거네요. 지금쯤 최성문은 이미 밀입국해서 해외에 있을 겁니다.”장용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말에 부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최성문이 해외에 있다면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세계가 이렇게 큰데 최성문이 어느 나라로 갔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그는 비록 해외에도 세력이 좀 있지만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만약 최성문이 작정하고 숨는다면 그도 어쩔 수 없다.“그렇겠네요.”장용은 한숨을 내쉬었다.부시혁은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사람을 시켜
“재원아, 잠깐만. 확인해 볼게.”말을 마친 그녀는 문 앞으로 와서 문을 열었다.방문을 여는 순간 익숙한 병실, 익숙한 사람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고 그녀는 순간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분명 부시혁 병실의 보호자 실에 있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어젯밤에 부시혁에게 경험을 전수받은 후에 기억이 없다.그것은 그녀가 잠들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부시혁이 사람을 시켜 그녀를 이 보호자 실에 들여보낸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윤슬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낯선
“당연히 기쁘지. 네가 처음으로 육재원 앞에서 날 지켜준 건데.”부시혁은 머리맡에 기댄 채 말했다.그의 말에 윤슬의 눈빛이 반짝였고 이내 눈꺼풀을 떨구며 말했다.“당신이 제 은인이니 당연히 당신을 지켜줘야죠. 아니면 제가 뭐가 되겠어요?”“그저 은인이라서?”부시혁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윤슬의 심장이 두근거렸고 더욱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렇지 않으면요?”부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봤다.한참 후, 그는 그제야 얇은 입술을 열고 말했다.“그래. 은인도 괜찮지. 아침부터 먹자.”그는 머리맡의 보온병을
부시혁은 손을 흔들었다.윤슬은 보온병을 정리하며 말했다.“시간도 늦었으니 대표님,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내일 다시 올게요.”그녀는 가방을 멨다.부시혁은 그녀가 오늘 어디에 가는지 알고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가는 길에 조심하고.”“그럴게요.”윤슬은 입꼬리를 올리고 웃으며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곤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부시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윤슬도 그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만약 예전 같았으면 그가 그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그녀는 결코 돌아보지 않았을
“알았어, 가 봐.”육재원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윤슬은 방으로 돌아가 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육재원은 소파 쪽으로 걸어가 앉아 리모컨을 들고 TV를 켰다. 그녀는 TV를 보며 그녀가 씻고 나오기를 기다렸다.10여 분이 지났을까 윤슬이 나왔다.방금 씻고 나온 윤슬의 머리는 아직 젖어 있었고, 뺨도 불그스럼하고 눈도 촉촉한 것이 순수하고도 매혹적이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었다.육재원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참지 못하고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슬아, 이렇게 나오는 건 날 유혹하겠다는 거야?”그의 말에 윤
육재원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왜 전화를 한 거야?”“모르겠어. 받아 봐야 알 것 같아.”윤슬은 말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부시혁은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출발했어?”윤슬이 대답했다.“방금 출발했어요.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별일은 아니고 나중에 유신우가 너에게 연락해 최성문의 행방을 언급한다면 나한테 알려줄 수 있을까?”전화기 너머 부시혁은 병실의 창가에 서서 바깥의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나무줄기만 남은 나무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하지만.....
윤슬은 육재원의 까만 두 눈을 바라봤고 그 눈은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어볼 것만 같았다. 결국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인정했다.“맞아, 약간 화난 거. 재원아, 남자들은 다 말을 하다마는 것을 좋아해?”“무슨 말이야?”육재원은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윤슬은 차창에서 손을 내리며 말했다.“그러니까 분명 무슨 말을 하려고 해놓고 절반만 하곤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서 갑자기 말을 안 하는 거 말이야.”“그렇구나. 그래서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이 상한 거야?”육재원은 입꼬리를 씰룩 걸렸다.윤슬은 입술을
그러니 그녀의 마음이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윤슬이 말이 없는 것을 보자 육재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봐, 너도 부시혁이 절벽에 뛰어내렸을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못하잖아. 그러니 슬아, 난 네가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하게 될까 봐 걱정돼. 힘들게 부 씨 가문의 고통의 구렁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들어가는 거 싫어. 또다시 상처를 받을 거야.”그의 생각은 분명 이했다. 그는 그녀가 다시 부 씨 가문에 들어가 지난 6년처럼 사람 같지도 않는 날들을 보내는 게 싫었다.그녀는 지금 사업도 있고, 힘도 있고, 온몸에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