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재원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왜 전화를 한 거야?”“모르겠어. 받아 봐야 알 것 같아.”윤슬은 말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부시혁은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출발했어?”윤슬이 대답했다.“방금 출발했어요.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별일은 아니고 나중에 유신우가 너에게 연락해 최성문의 행방을 언급한다면 나한테 알려줄 수 있을까?”전화기 너머 부시혁은 병실의 창가에 서서 바깥의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나무줄기만 남은 나무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하지만.....
윤슬은 육재원의 까만 두 눈을 바라봤고 그 눈은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어볼 것만 같았다. 결국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인정했다.“맞아, 약간 화난 거. 재원아, 남자들은 다 말을 하다마는 것을 좋아해?”“무슨 말이야?”육재원은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윤슬은 차창에서 손을 내리며 말했다.“그러니까 분명 무슨 말을 하려고 해놓고 절반만 하곤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서 갑자기 말을 안 하는 거 말이야.”“그렇구나. 그래서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이 상한 거야?”육재원은 입꼬리를 씰룩 걸렸다.윤슬은 입술을
그러니 그녀의 마음이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윤슬이 말이 없는 것을 보자 육재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봐, 너도 부시혁이 절벽에 뛰어내렸을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못하잖아. 그러니 슬아, 난 네가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하게 될까 봐 걱정돼. 힘들게 부 씨 가문의 고통의 구렁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들어가는 거 싫어. 또다시 상처를 받을 거야.”그의 생각은 분명 이했다. 그는 그녀가 다시 부 씨 가문에 들어가 지난 6년처럼 사람 같지도 않는 날들을 보내는 게 싫었다.그녀는 지금 사업도 있고, 힘도 있고, 온몸에
그녀가 이렇게 바로 들어가는 걸 보니, 육재원은 만약 자신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남자도 아니고 여자보다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택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고택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탓에 거미줄과 먼지가 곳곳에 있었고 영화에서처럼 귀신이 나오는 집 같았다.어쩐지 방금 육재원이 귀신이 나오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니.윤슬은 탁자 위의 먼지를 닦으며 생각했다.“슬아.”육재원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윤슬은 손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왜?”“네 외할아버지 노트는 어디에
그리고 이 앨범이 낡은 것으로 봐서 몇 년 사이에 나타난 것은 말도 안 되고 수십 년은 된 것 같았다.어쨌든 6년이란 시간 동안 이 앨범이 이렇게 낡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니 외할버지가 6년 사이에 이 앨범을 여기에 넣어놓은 것이 아니라 십여 년 전 혹은 더 오래전에 줄곧 여기에 있었는데, 단지 그녀가 알지 못했을 뿐이다.윤슬은 순간 무슨 생각이 난 듯 멍해졌다.그녀가 고택에 올 때마다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이곳저곳 마음껏 뒤질 수 있었지만 매번 외할아버지 서재에 들어갈 때마다 외할아버지께서 책상 서랍을 열지 말라
이게 어떻게 된 거지?이 아기는 도대체 누구지?윤슬은 사진의 속의 창백한 얼굴에 생명 징후가 없는 것 같은 아기를 보고 저도 모르게 손을 움켜쥐기 시작했고, 눈 속에는 충격, 당혹감, 믿기지 않는 듯한 기색이 가득했다. 심지어는 한 가닥의 말할 수 없는 괴이감도 담겨 있었다.사진 오른쪽 하단의 시간은 그녀가 4개월 5일째 되는 날이었지만, 사진 속이 아기는 그녀가 아니었다.그녀는 그녀가 태어난 지 두 달 된 사진을 제외하고 그 이후의 사진은 모두 본 적이 있다.그녀가 4개월 때 전혀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그러니까 사진 속
그의 말에 윤슬은 그때의 기억이 번쩍 떠올랐고 막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아기가 그 아기구나.”“응. 우리 엄마도 그랬잖아, 이 아기는 너희 집 친척 친구 아기라고.”육재원은 사진 속의 아기를 보며 말했다.하지만 그의 말에도 윤슬의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친척 친구의 아이라면 왜 생년월일이 나와 같지?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왜 이 아기 사진을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했을까?”앨범은 낡았지만 안의 사진은 노란빛이 도는 것 외에는 색이 바래지도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잘 보존됐는지 알 수 있었다.특별히 아끼고 보존한 게 아니라
부시혁은 장용의 대답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왜냐하면 물을 때 이미 그의 마음속에 답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부시혁은 손가락으로 서류 위를 가볍게 두드리다 몇 초 후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렇다면 계속 소준석을 지켜보세요.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시고요.”이 사람이 그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든 아니든 이 사람을 감시해야 했다.수 천 명을 잘못 죽일지언정 한 명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알겠습니다, 대표님.”장용은 고개를 끄덕이고 또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이 있습니다.”“무슨 일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