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갑자기 핸들을 꺾었다. 스포츠카는 마치 치타처럼 쏜살같이 교차로로 달렸다.동시에 그와 함께 있던 차 몇 대도 서둘러 따라갔다.30분가량 질주하던 부시혁이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해서 멈춰 섰다.왜냐하면 바로 앞에 갈림길 하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그 갈림길을 보며 부시혁은 핸들을 잡은 손을 꽉 조였고, 너무 힘을 세게 준 탓에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 손등의 핏줄마저 울퉁불퉁 솟은 것이 지금 이 순간 부시혁 마음속의 분노를 그대로 보여줬다.젠장!이렇게 빨리 갈림길을 마주하더니.그
그러니까 지금 유신우도 윤슬이 납치된 것을 알고 쫓아온 건가?게다가 유신우가 여기까지 쫓아왔다는 것은 유신우가 윤슬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있다는 것이었다.그런 생각에 부시혁은 입술을 오므리고 시동을 걸었다. 그는 차를 앞으로 몰고 가더니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 다가오는 벤츠 G클래스 앞에 가로섰다.끽!벤츠 G클래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고, 바퀴가 지면에 마찰되면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유신우는 창문을 내리더니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일그러진 얼굴에 시뻘건 두 눈으로 앞의 스포츠카에 대고 소리 질렀다.“당장 꺼져.
부시혁은 그를 따라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내가 생각한 차도였어!”방금 그는 그 사람들이 최고 속도의 차도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그의 추측은 현실이 되었다.부시혁은 유신우가 그 사람들이 왼쪽 차도로 간 걸 어떻게 알았는지, 또 그 사람들이 운무산으로 갔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건 그들이 빨리 쫓아가서 윤슬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사람만 구해낸 다면 이런 것들은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부시혁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얼른
이는 차가 막힌다는 것을 설명하기 때문에 윤슬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차가 막히는 건 좋은 일이다.이렇게 되면 부시혁이 그들을 따라잡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하지만 부시혁이 잘 따라올 수 있을지, 길에 갈림길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멀리 왔으니 길에 갈림길이 있을 확률이 높다.만약 정말 갈림길이 있다면 부시혁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을까.만약 제대로 된 선택을 했다면 그녀는 살 수 있겠지만 틀린 선택을 한다면......윤슬은 눈꺼풀을 내리깔고 입술을 깨물었다.아니 아니 아니, 쓸데없는 생각
유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하지만 당신의 스포츠카가 조금 더 빠르니 먼저 가서 최성문 그들을 막아. 우리도 바로 갈게.”“알았어.”부시혁이 대답하고 다시 마력을 높여 앞으로 나아갔다.정체 구간에서 최성문의 운전기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왔다.“넷째 도련님, 일이 좀 번거롭게 됐습니다.”운전기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앞에 연쇄 추돌사고가 났는데 한두 시간 정도 지나야 도로가 뚫릴 것 같습니다.”“한두 시간?”최성문은 이 결과에 불만을 표했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왜 이렇게
다행히 이들은 오래 웃지 않고 곧 진정을 되찾았다.운전기사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됐어. 너희 둘 빨리 준비해서 길을 서둘러.”“그래, 알았어.”밴 위의 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운전기사는 몸을 돌려 떠났다.두 남자는 각각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뒤 윤슬의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 속에서 뒷좌석 차 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았다.윤슬은 그들이 만지는 게 싫은 듯 힘껏 고개를 흔들었다.그들이 그녀를 잡아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 그녀를 데리고 산으로 가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녀는 산에 들어가고 싶지도,
그는 비록 그 물건을 절반만 꺼냈지만, 운전기사는 그것이 총이라는 것을 알았다!인신매매 상인에게 총이 있다니!운전기사는 몸을 벌벌 떨며 창백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고, 입술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끊임없이 떨었지만 마치 누군가에게 목이 졸린 듯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됐어요, 형님.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요. 저 사람 모습을 보니 충분히 겁을 먹은 것 같은데 우리의 계획에 지장을 줄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다른 남자가 일깨워주듯 말했다.그러자 운전기사를 위협하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가자.”그는 다시 몸
유신우의 말을 들은 부시혁은 안심하고 전화를 끊었다.왜냐하면 그는 이미 유신우가 해커라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게다가 계속 윤슬을 도와주던 여우남이 유신우라는 것도 깨달았다.부시혁은 휴대폰을 쥐고 빠른 속도로 산을 향해 달려갔다.한참을 달리다가 휴대폰 진동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급히 멈춰 서서 휴대폰을 확인했고, 유신우가 보내온 로드맵을 보고 급히 클릭했다. 그러자 부시혁은 지도 위의 녹색 점 하나와 붉은 점 하나가 보였다.그는 녹색 점이 자신이고 붉은 점이 아마도 최성문 일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3km......”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