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내가 관련 부서 쪽에 말해 둘게. 내일 안에 모든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말이야.”부시혁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윤슬이 미간을 찌푸렸다.윤슬이 거절하려는 걸 눈치챈 걸까? 부시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신세지고 싶지 않은 마음 이해해. 하지만 신세를 한번 지든 두번 지든 질적인 차이는 없는 거잖아? 한번에 보답하면 되지 뭐.”부시혁의 말에 말문이 막힌 윤슬이 입을 벙긋거렸다.그래. 부시혁 말이 맞아. 한번 도움을 받는 거나 두번 도움을 받는 거나 본질적으로 다를 건 없어. 그리고 난 회사의 대표야.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윤슬의 말에 부시혁의 표정도 어두워졌다.고유나의 라이브 방송을 보기 위해 부시혁이 더 가까이 다가왔지만 윤슬은 딱히 그를 막지 않았다.고유나의 라이브 방송을 클릭한 윤슬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라이브 방송에 들어온 시청자들만 수십만 명, 댓글창은 쏟아지는 댓글들로 고유나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연예인들의 라이브 방송에도 수십만 명은 모이기 힘든데 놀라울 따름이었다.환자복 복장의 고유나는 창백한 안색에 빨간 눈시울로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오늘 제 라이브 방송을 보러 와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고유나는 머리를 무릎에 파묻은 채 오열하기 시작했다.“뭐? 6명?”“헐, 한 명도 아니고 6명?”“어떻게 같은 여자로서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이건 단순한 성폭행이 아니라 살인미수야.”한편 역시 댓글을 확인하던 윤슬은 차오르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부시혁이 윤슬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무 흥분하지 마. 몸 상하겠다.”“어떻게 흥분을 안 할 수가 있어요? 저 여자가...”“그래, 네 마음 알아.”모니터 속 고유나를 바라보는 부시혁의 눈동자에서 고요한 폭풍이
펑!댓글 내용과 고유나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바라보던 윤슬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쾅 내리쳤다.그 모습을 보던 부시혁이 다급하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왜 이래요?”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윤슬이 손을 홱 빼갔다.잔뜩 경계하는 윤슬의 모습에 부시혁의 가슴이 욱신거렸다.“그냥... 손 다친 게 아닌가 해서.”“책상 조금 내리친 걸로 다칠 리가 없잖아요.”무덤덤한 윤슬의 모습에 부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그럼 다행이고. 앞으로는 아무리 화나도 뭐 치고 그러지 마. 다치면 어떡해.”“저 애 아니에요. 그런 일까지
그런데 그 사람이 FS그룹의 부시혁 대표였다니...“부, 부 대표님이 어떻게 여기에...”흔들리는 눈동자로 부시혁과 윤슬을 바라보던 주호준이 말을 이어갔다.“혹... 혹시 두 사람...”“윤슬 대표와 일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겁니다. 윤슬 대표가 신에너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건 아시죠?”부시혁이 담담한 말투로 주호준의 추측을 부인했다.물론 윤슬이 걱정되어 오긴 했지만 그렇게 말하면 윤슬의 입장이 난처해질 거라는 걸 알았기에 대충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한편, 윤슬 역시 부시혁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보고 눈썹을
부시혁이 정말 다른 인력으로 그의 자리를 대체하고 다른 기업에까지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니 떠날 수 있을 리가.그리고 애초에 회사를 나갈 생각도 없었다고!“윤 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비록 주호준도 끔찍했지만 부시혁의 사람들이 천강그룹에 들어오는 건 더 싫었다.부시혁에게 또 신세를 지는 건 죽는 것보다 싫었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주 대표님은 참 농담이 심하시다니까요.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시죠.”“그래요.”부시혁이 실망스러운 듯 살짝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주 대표님이...”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윤슬이 대답했다.“주 대표님도 동의하셨어요.”“정말요?”“네.”그제야 박희서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나도 관련 부서쪽에 연락할게. 박 비서가 도착하면 바로 절차 밟을 수 있게.”부시혁 역시 바로 휴대폰을 꺼내더니 통화를 위해 발코니로 향했다.휴, 이렇게 또 부시혁한테 신세를 지네...하지만 잠시 후 다시 돌아온 부시혁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잔뜩 굳어있었다.심상치 않은 그의 모습에 윤슬의 가슴 또한 철렁 내려앉았다.“왜요?
두 사람의 등장에 기자들은 미친 사람들처럼 윤슬, 부시혁을 향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밀었다.하지만 30여 명의 경호원들의 탄탄한 방어막 덕분에 기자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뭐야? 벽에 부딪히는 것 같잖아.결국 방어막을 뚫는 걸 포기한 기자들은 먼 거리서라도 목소리를 높여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윤슬 씨, 정말 고유나 씨의 성폭행을 사주하신 겁니까?”“한 말씀 좀 해주세요, 윤슬 씨!”기자들의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윤슬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기자들 쪽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