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민혁이 윤슬을 형수라고 부르자 고유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유나는 차에 있는 약 상자의 약을 꺼내 부민혁의 상처를 치료해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민혁아,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 아니면 형한테 전화해. 우리는 가족이잖아. 가족끼리 귀찮을 게 뭐 있어~ 그리고 윤슬 씨는 남자친구도 있으니까 네가 가서 방해하는 것도 안 좋아. 아마 남자친구도 안 좋아할 거야.”집에 혼자 사는 것 같던데? 남자 흔적은 하나도 없더라고.”부시혁은 백미러로 부민혁을 힐끗 봤다. 왠지 모르게 부민혁의 말을 듣자 마음이 놓였다.“아마 집이 하
부시혁이 편지를 보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방에 불이 켜져 있길래... 바쁜가 봐?” 고유나는 검은색 가운을 걸친 치고 있었으며 헐렁하게 묶은 허리띠 때문인지 가운이 아래로 내려와 새하얀 쇄골을 드러냈다. 게다가 코끝을 스치는 향수 냄새가 매혹적으로 다가왔다.고유나는 과일차를 테이플 위에 놓고 부시혁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만든 과일차야. 마시면서 해.”“일 다 끝났어.” 부시혁은 서랍에 있는 편지를 고유나에게 보여줬다. “잉크 꺼내려다 편지를 봤어. 우리가 이렇게 많은 편지를 썼을 줄 몰랐네.
고유나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윤슬을 도발했다. 윤슬은 그저 눈썹을 치켜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 “고유나씨가 먼저 말했으니 사세요.”고유나는 윤슬이 순순히 양보할 줄 몰랐기 때문에 잠깐 당황했다. “유나야, 윤슬이 너한테 함부로 못 할 거야.” 고유나의 자매들이 득의양양하며 말했다. “부시혁 씨 하고 이혼하고 기댈 곳도 없고, 회사도 파산 직전에 있으니 네 것은 절대 못 뺐지.”그렇다. 지금 윤슬은 파산 직전의 회사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고유나는 자매들의 말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계를 챙기고 직원에게 카드를
“정말 대단하네요. 이미영 씨랑 같이 다니다니.” 진서아가 고유나 옆에 있는 여자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이미영 씨는 강남시에서 지난해 퇴직한 분 손녀인데, 저분이랑 같이 다니는 거면 인맥이 대단한 거예요.”윤슬은 거의 집에만 있어서 비즈니스 쪽에서 아는 인맥이 거의 없었다. 어쩐지 고유나가 이미영에게 공손하게 행동했다. 이미영 앞에서는 고유나의 집안도 별 볼일 없다. “어? 부시혁 대표님 전 부인 아니에요?” 이미영이 윤슬을 보고 무시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여겼다. “여기서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놀아요. 괜찮죠?”
진서아가 방에서 나와 화장실에 들어가 담배를 꺼내자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다. “너 뭐 하고 있어?”“브라이트문 클럽에서 대표님들 카드 하는 거 구경하고 있어.” 진서아가 담배를 피우며 전화를 받았다. “왜? 올 거야?”“내가 하이시에 사람 찾으라고 보냈더니 네가 진짜 거기 직원인 줄 알아?”“그만 재촉해!” 진서아는 짜증 나 죽겠다는 듯 화를 냈다. “혼자 살겠다고 부인이랑 아내를 버렸잖아. 참, 이제는 죽었지. 남은 아이들한테 보상해 주고 싶어서 우리한테 찾아오라는 거야?”“빨리 병원 가서 노 선생님한테 말해서 죽으라고
잠시 후, 진서아는 방으로 돌아왔다. 진서아가 윤슬의 카드 패를 보기도 전에 고유나 입가에 미소를 보고 승부를 알 수 있었다.진서아가 나갔다 온 사이 윤슬은 처참하게 지고 있었을 것이다.진서아가 윤슬 옆으로 가서 카드를 슬쩍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윤 대표님, 상대편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전 남편의 달빛인데 이대로 지고만 있을 거예요?”“아직 급하지 않아. 다섯 판 삼선 승이야.” 윤슬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표정이었다.진서아가 말하는 사이 윤슬은 또다시 카드를 냈다.“휴.” 고유나는 윤슬이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윤슬의 눈이 떨렸다.윤슬은 하이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특히 이런 가족 관련 일들은 드물었다. 단지 하이시 이가 집안과 남강 고가 집안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이미영이 이렇게 거만한 이유는 든든한 집안과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같은 수준인 이가 집안에 시집을 간다고 하더라고 이가 집안이 신분 상승하는 것이다. 만약 부시혁과 결혼할 때 윤슬 집안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 왕수란이 그녀를 존중해 줬을까?윤슬도 이 결혼 생활에서 이렇게 처참하지는 않았을까?윤슬이 지난 일을 떠올리
남자는 검정색 코트가 남자를 더욱 멋있어 보이게 했다.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싸늘해 차마 다가갈 수 없었다. 윤슬은 남자를 쳐다보고 심장이 뛰어 고개를 휙 하고 숙였다. 이혼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부시혁에게 아직도 두근거릴 줄 상상도 못했다. “부 대표님 오셨어요?” 맹소은이 진서아를 무시하고 부시혁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회사 일 바쁘시다면서 유나 언니 보러 온 거예요?”부시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슬을 보고 기분이 언짢아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윤슬이 지난번 교훈을 벌써 잊은 걸까?30분 전, 성준영이 부시혁에게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