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아가 방에서 나와 화장실에 들어가 담배를 꺼내자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다. “너 뭐 하고 있어?”“브라이트문 클럽에서 대표님들 카드 하는 거 구경하고 있어.” 진서아가 담배를 피우며 전화를 받았다. “왜? 올 거야?”“내가 하이시에 사람 찾으라고 보냈더니 네가 진짜 거기 직원인 줄 알아?”“그만 재촉해!” 진서아는 짜증 나 죽겠다는 듯 화를 냈다. “혼자 살겠다고 부인이랑 아내를 버렸잖아. 참, 이제는 죽었지. 남은 아이들한테 보상해 주고 싶어서 우리한테 찾아오라는 거야?”“빨리 병원 가서 노 선생님한테 말해서 죽으라고
잠시 후, 진서아는 방으로 돌아왔다. 진서아가 윤슬의 카드 패를 보기도 전에 고유나 입가에 미소를 보고 승부를 알 수 있었다.진서아가 나갔다 온 사이 윤슬은 처참하게 지고 있었을 것이다.진서아가 윤슬 옆으로 가서 카드를 슬쩍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윤 대표님, 상대편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전 남편의 달빛인데 이대로 지고만 있을 거예요?”“아직 급하지 않아. 다섯 판 삼선 승이야.” 윤슬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표정이었다.진서아가 말하는 사이 윤슬은 또다시 카드를 냈다.“휴.” 고유나는 윤슬이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윤슬의 눈이 떨렸다.윤슬은 하이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특히 이런 가족 관련 일들은 드물었다. 단지 하이시 이가 집안과 남강 고가 집안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이미영이 이렇게 거만한 이유는 든든한 집안과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같은 수준인 이가 집안에 시집을 간다고 하더라고 이가 집안이 신분 상승하는 것이다. 만약 부시혁과 결혼할 때 윤슬 집안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 왕수란이 그녀를 존중해 줬을까?윤슬도 이 결혼 생활에서 이렇게 처참하지는 않았을까?윤슬이 지난 일을 떠올리
남자는 검정색 코트가 남자를 더욱 멋있어 보이게 했다.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싸늘해 차마 다가갈 수 없었다. 윤슬은 남자를 쳐다보고 심장이 뛰어 고개를 휙 하고 숙였다. 이혼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부시혁에게 아직도 두근거릴 줄 상상도 못했다. “부 대표님 오셨어요?” 맹소은이 진서아를 무시하고 부시혁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회사 일 바쁘시다면서 유나 언니 보러 온 거예요?”부시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슬을 보고 기분이 언짢아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윤슬이 지난번 교훈을 벌써 잊은 걸까?30분 전, 성준영이 부시혁에게
“유나 언니는 그냥 카드 할 거냐고 물어본 거야. 유나 언니가 협박도 했어?”“그러니까. 누가 시킨 게 아니라 본인이 한다고 한 거야.”“......”진서아를 제외하고 나서 세 여자가 모두 고유나의 친구였다. 세 사람은 당연히 고유나 편을 들면서 맹소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여자들이 싸우고 있을 때 타투이스트가 들어왔다. “됐어, 그만해.” 윤슬은 진서어와 세 사람의 싸움을 말리고 침착하게 말했다. “이번 게임은 제가 졌어요. 패배에 승복할게요.”윤슬이 소파에 누워 스웨터를 걷어 올려 잘록한 허리를 드러내자 ‘BSH’
원래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던 윤슬은 보븐에 있는 유신우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그녀에게 선물을 보낼 줄 몰랐다.이 선물은 그녀의 답답하고 괴롭던 마음을 단번에 날려버렸다.유신우의 까톡에 답장을 보낸 후, 윤슬은 당당하게 반지를 약지에 끼워 결혼반지를 끼던 흔적을 가렸다.부시혁은 그녀 입가의 환한 미소를 포착했고, 눈빛은 갑자기 어두워졌다.맹소은은 누군가가 윤슬에게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할지 몰랐고, 화가 나기도 질투가 나기도 했다.맹소은은 무언가 생각난 듯, 일부러 큰 소리로 물었다.“윤슬 아가씨, 남자친구가 육재원이라고
“......”이미영의 낯빛은 일그러졌고, 화가 나서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그녀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자, 육재원은 그제야 룸을 둘러보며 여자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부시혁과 고유나도 있었다.윤슬은 방금 소파에서 일어나 스웨터를 내렸고, 타투이스트는 공구함을 정리하고 있었다.육재원은 상황이 이상한 것을 감지하고 자신에게 과도를 건네준 진서아를 보며 말했다.“얘네들이 방금 우리 윤슬이 괴롭혔지. 나한테 말해봐.”“어디 괴롭히기만 했겠어!”진서아는 바로 다가가 모든 일들을 전부 육재원에게 알려줬다.얘기
“육재원, 적당히 해!”이미영은 차갑게 말했다.“판판마다 유나만 지게 만들고 우리가 눈이 먼 줄 알아. 네가 유나만 겨냥하는 거 모르는 줄 아냐고? 이미 다 벗어서 끈나시만 남았는데 뭘 더 어쩌라고?”육재원은 손을 펴며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이겼으니까 이 여자 옷 벗는 거 당연한 거 아니야? 왜 내가 너무한 건데? 네가 대신 벗어도 괜찮아!”“......”클럽은 난방이 잘 됐기에 이미영은 옷을 많이 입고 있지 않았고, 긴 민소매 원피스 하나만 입고 있었다.그녀는 당연히 고유나를 도와주기 위해 자신을 난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