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토를 한 후, 윤슬의 속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녀는 찬물을 받아 얼굴에 끼얹고, 다시 거울 속의 자신을 올려다보았다.정말 낭패스럽고 불쌍했다.취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길 바랐다.윤슬이 화장실에서 나와 베란다 쪽으로 가자 마침 종업원이 쟁반을 들고 지나갔다.종업원은 윤슬이 취한 듯 얼굴이 빨간 것을 보고 쟁반에 있던 생수를 건넸다.“손님, 물 마시면 좀 괜찮아지실 거예요.”“고마워요.”윤슬은 받아 병마개를 비틀어 열고 몇 모금 마셨다.그때 손 쓸 틈도 없이 탁한 호흡이 그
부시혁은 윤슬이 그런 말을 할 거라는 생각지도 못했고 눈에는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윤슬의 빨간 얼굴과 초점이 맞지 않은 눈을 본 그는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넥타이를 그녀의 손에서 잡아당겼다.“윤슬, 너 취했어.”“아니, 나 멀쩡해!”윤슬이 소리쳤고 다시 한번 남자의 넥타이를 잡고 그의 얼굴을 보며 바보처럼 웃었다.“오빠, 너무 잘생겼어요. 제 스타일이에요. 저랑 잘래요?”“......”“아, 말씀드리는데요. 저 결혼했었는데 또 이혼했어요. 제 전 남편이......”윤슬은 손을 뻗어 새하얀 손가락을 흔들었다.“안 돼요
고유나: 괜찮아. 난 시혁이 믿어. 이따가 돌아오면 나한테 다 설명할 거야. 오늘 밤 고마웠어, 얼른 가서 쉬어. 그리고 이 일은 우리 둘만 알았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메시지를 보낸 후, 그녀는 맹소은에게 4천만 원을 보냈다.맹소은은 바로 돈을 받고 빠르게 답장을 보내왔다: 에이, 당연하지. 우리는 친구잖아. 오늘 밤 난 술에 취해서 아무것도 못 본 거야.그녀의 약속을 받은 고유나는 채팅방을 나갔고 굳은 얼굴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가씨.”“룸에 있던 건 손에 넣었어요?”고유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목소리는 부드
윤슬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숙취 후유증으로 머리가 약간 아팠다.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고, 이불이 미끄러져 내려가자 이내 쌀쌀함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봤고, 그녀는 끈나시만 입고 있었다!어떻게 된 거지?윤슬이 이불을 젖히고 내려가려던 순간 여광이 살짝 비쳤고 머리맡에 남자가 있는 게 보였다. 남자는 벌거벗은 채 깊이 잠들어 있었고, 잔머리는 이마를 가렸고 이목구비는 준수했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어젯밤에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았고, 정신이 혼미했지만 부시혁의 목소리
육재원은 밀치며 발밑까지 수를 썼고, 빠르게 윤슬을 끌어안은 채 포위망을 뚫고 천강으로 들어갔다.윤슬은 고개를 돌려 밖의 아직 흩어지지 않은 기자들을 보더니 육재원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너 정말 대단한데. 어릴 때 우리 집에서 밥을 괜히 얻어먹은 게 아니었어.”이혼 후, 만약 육재원이 자주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끝장났을 것이다.“우리가 알고 지낸 지 20년도 넘었는데 내가 대단한 걸 이제 알았어?”육재원은 한마디 내뱉더니 윤슬을 끌어안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층수 버튼을 누른 후 주시하는 눈빛이
“내가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인데, 그게 가짜겠어?”육재원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내일 내가 결혼 사탕 좀 가져올 테니까 박희서 비서도 맛 좀 봐.”“아, 네......”어릴 때부터 커서까지 진지한 면이라고는 없었던 육재원이었기에 이미 익숙해진 윤슬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손을 뿌리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보이차 한 잔이랑, 설탕 안 넣은 커피 한 잔.”분부를 마친 육재원도 윤슬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윤슬, 일 처리 끝나면 우리 가우 인수 건에 관해 얘기 좀 해. 아침에 가우에 대해 알아봤는데......”박희
고유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휴대폰만 보는 것 같은데 많이 바쁜 거야? 회사로 돌아가도 괜찮아. 나 혼자 있어도 돼.”부시혁은 휴대폰에서 눈을 뗐다.“안 바빠. 오늘 병원에 같이 있어 줄 수 있어.”“그래.”고유나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점심으로 뭐 먹을 거야?”그녀는 배달시키려는 듯 다시 휴대폰을 켤 때 “실수로” 어느 뉴스 앱에 들어가 뉴스를 힐끔 보고는 놀라며 말했다.“시혁아, 너 기사 봤어? 윤슬 아가씨랑 육재원이랑 사귄대.”“응. 방금 뉴스 푸시 봤어.”“전에 윤슬 아가씨가 너랑 이혼하겠다고
여자의 입술은 부드러웠지만 부시혁은 약간 거부감이 있었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면서 왕수란이 보온병을 들고 들어왔고 그 광경을 보고는 멍해 있다 이내 빙그레 웃었다.“어머, 내가 잘못 들어와서 너희를 방해했나 보네. 아니면 나가서 기다릴까?”그녀는 나가려는 기세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고유나는 왕수란의 말에 얼굴이 빨개져서 황급히 남자를 놓아주었다.“방해 안 했어요, 어머니. 얼른 들어오세요.”“방해 안 됐으면 다행이고.”왕수란은 보온병을 들고 들어왔다.“아침에 너희 엄마랑 통화하다 어젯밤에 네가 실수로 넘어졌다는 것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