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최연준과 은미연은 이미 응급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상황이에요?”강서연은 걱정스럽게 물었다.최연준은 그녀를 한쪽으로 데려가서 말했다.“나도 자세한 건 잘 몰라. DL 몰 매니저가 갑자기 나한테 연락이 와서 연희가 쓰러져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고 하더라고.”강서연은 많이 걱정했다.“연희 씨가 왜 백화점에 갔을까요?”최연준은 깊이 생각 안 했다.“여자애가 평소 백화점에 가는 것이 뭐가 이상해? 게다가 연희는 DL의 블랙 골드 카드 고객인데, 평소에 자주 가는 곳이야.”“제 말은...”강서연은 말하다 말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최연희가 쓰러진 것이 인지석과 관련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은 두 사람이 에덴을 떠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서연아, 무슨 일인데?”“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강서연은 입술을 깨물고 눈빛이 복잡했다.“사람 없는 곳을 찾아 얘기해줄게요. 일단 은 대표님이 듣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미연이 황급히 달려왔다.“깨어났어! 연준아, 연희가...”“서연 씨도 왔어요?”“네.”강서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연희 씨는 괜찮은 거죠?”“괜찮아요.”은미연은 눈이 빨갛게 부었다.“머리를 부딪쳐서 머리에 세 바늘을 꿰맸어요.”강서연은 입술을 꼭 깨물고 마음 아파했다.“지금 들어가 봐도 돼요?”“아직은 안 된대요. 의사가 좀 기다리라고 했어요.”은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길도 제대로 못 걸어서 넘어지다니요. 내가 잔소리해도 안 듣는 걸 어떡해요. 그러니 오늘 심하게 넘어졌지요! 한번 넘어져 봐야 다음에 정신 차릴 수 있어요!”최연준은 앞으로 걸어가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어릴 때부터 최연준 기억 속의 은미연은 항상 강인하고 낙천적인 사람이었다. 지금 말로는 그렇게 얘기하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플 것이다.간호사가 다가와 병실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자 은미연은 급하게 달려
지금은 또 그를 지켜 주겠다고 말했다.최연준은 운명이 자신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서로 속이고 당하고 하는 그림자 속에서 살아왔고 세 살 때부터 언제든 독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항상 이 세상을 경계하면서 살아왔다.그로 하여금 인간 세상의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하였고 심장은 굳은살로 박혀 다시는 인간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강서연을 만나면서 그는 운명이 한 사람에게 진 모든 빚을 다른 방식으로 갚아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리고 강서연을 만난 후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다. 자기가 여자 앞에서 연약한 척하는 것도 꽤 재능이 있다는 것을...최연준은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이때 복도 반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온 사람의 훤칠하고 마른 체구를 확인한 강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인지석?”최연준도 경각심을 가지면서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네가 왜 여기 왔어?”“도련님, 서연 씨.”인지석의 표정은 초조해 보였다.“연희 아가씨는 지금 어떠세요?”강서연은 그의 표정을 살펴봤다. 그의 까만 눈동자 속에는 오직 최연희에 대한 근심이 가득했고, 에덴에 있을 때처럼 음흉한 느낌은 없었다.“연희 씨는 넘어져서 머리에 바늘을 꿰맸어요.”그녀는 인지석에게 사실대로 말했다.“네?”인지석의 입은 살짝 떨리면서 표정은 슬퍼 보였다. 보아하니 정말 정이 많은 남자 같았다.“셋째 도련님.”그는 최연준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제가 들어가서 연희 아가씨를 돌봐도 될까요?”“필요 없어.”최연준은 차갑게 거절했다.“인지석. 인씨 집안은 삼대째 최씨 가문에서 집사로 일을 하고 지금까지 본분을 지키면서 충실하게 일해왔어. 나는 네가 그 장점을 계속 유지하기를 바란다.”최연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여전히 위엄이 있다.“최씨 가문은 너희를 부당하게 대우하지 않을 것이야.”“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인지석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저는 아
최연준은 잠시 멈칫했다.“나는 무슨 수를 쓰든 여기에 남을 것이야.”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강서연은 웃었다. 이 대답은 그녀가 이미 예상했다.이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최연준이 다쳤어도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병실 밖에 남았을 것이다.그러나 인지석은 한참 애틋하고 감동적인 고백을 한 후 성큼성큼 떠나 버렸다.마치 조금 전의 모든 것들이 연기 같았다.최연준은 강서연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조여지면서 무언가를 깨달았다.“내가 진작부터 알아봤어. 인지석 이 사람은 믿으면 안 돼! 연희가 계속 이 감정에 깊이 빠져들면 장차 큰 손해를 볼 것이야!”최연준은 몹시 화가 났다.“성급하지 마세요.”강서연은 그를 살살 달랬다.“보아하니 은 대표님께서는 아직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것 같아요.”“알게 되더라도 크게 캐묻지 않을 거야.”최연준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은 대표님은 자유연애를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아이가 가문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것을 가장 싫어해. 하지만 인지석과 연희는 어울리지 않아서 절대로 같이 있으면 안 돼.”“연준 씨.”강서연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제가 걱정하는 건... 인지석이 연희 씨에게 진심이 아니라 이용하려는 마음이 있는 거예요.”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제가 잘못 생각하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해야 해요. 연희 씨가 손해 보지 않게 우리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강서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최연준은 이전에 강주에서 있었던 일을 되새겨 보았다.구현수가 도망친 이후로 그는 모든 길목의 CCTV를 찾아봤는데 번호판이 없는 그 검은 차는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때 최연준은 CCTV에서 모호하게 찍힌 기사를 의심했다. 그 사람은 검은 모자를 쓰고 얼굴은 반쪽만 드러냈는데 창백하고 말라 보였다. 만약 인지석의 코 윗부분을 다 가리고 보면 그 반쪽 얼굴과 매칭이 된다.그러나 그는 감히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나중에 다시 사람을 보내
강서연은 신경 쓰지 않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갑자기 익명의 메시지가 하나 더 들어왔다.「보고 싶어.」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길한 예감이 덩굴처럼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것 같았다.그녀는 한참 동안 머리가 텅 빈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숨을 깊게 빨아들였지만 뭔가 가슴에 막힌 듯 괴로웠다.조금 전에 온 문자와 같이 잘못 보낸 것이라고 그녀는 자신을 위로했다.강서연은 갑자기 등 뒤에서 한기가 느껴져 외투를 두르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집으로 갔다....최상 그룹, 꼭대기 층.최연준은 통유리창 앞에 서서 발아래 번화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깊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한기가 서렸다.“도련님.” 방한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신 의사님의 거처를 준비해 드렸습니다. 오늘 의학연구센터로 출근할 겁니다.”“응.”최연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신 의사님은 외과 의사이지만 정신과나 심리학 쪽에서도 연구 성과가 있어 의학센터 쪽에서는 평소에도 진료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에 오성에 도착하자마자 연희 아가씨를 만났는데 아가씨의 기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방한서의 보고를 다 듣고 나서야 최연준은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천천히 풀었다.“다행이다.”그는 돌아서 방한서를 보고 말했다.“서연이는 연희가 백화점에서 쓰러진 것이 인지석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하지만...”방한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저희가 이미 CCTV를 확인해 보았는데, 그때 인지석은 아가씨 곁에 없었어요.”최연준은 한참 동안 생각을 하고 조용히 말했다.“아마도 두 사람이 평소에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 같아...”“도련님 뜻은?”“만약 그들 두 사람이 정말로 연애하고 있다면, 핸드폰에 틀림없이 서로 주고받은 문자가 있을 거야.”최연준은 표정이 어두웠다.“연희는 절대로 핸드폰을 보여주지 않을 거야. 어떻게 해서든 인지석의 핸드폰을 구해와야 해!”“네. 알겠습니다.”방
“나는 딸일 것 같아.”임우정은 배를 만지며 말했다.“아기가 너무 착하고 배려심이 많아. 다른 사람들은 임신 초기에 온갖 반응을 보이고 토하고 어지러워하는데 나는 전혀 반응이 없어서 잘 먹고 잘 자고 있어!”“언니...”강서연은 웃으며 말했다.“배려심이 많은 건 아기가 아니라 경섭 씨 아니에요?”그녀는 부엌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육경섭은 주방에서 임산부 식단을 만들고 있었다. 균형 잡힌 레시피에 비주얼도 갖추었고 예쁜 그릇에 토핑까지 해서 그야말로 임산부 식단 포맷이다.부엌에 기대어 있던 최연준마저도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자신이 강서연에게 만들어줬던 아침 식사를 떠올렸다... 탄 토스트, 탄 계란, 시리얼이 없는 시리얼죽...그는 자신이 평생 노력해도 육경섭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왜 멍하니 서 있어요?”육경섭은 손을 닦고 자신의 걸작을 감상하다가 작은 문제를 발견했다.“안 돼... 우정이는 당근 냄새를 맡으면 속이 쓰리다고 해서 당근 조각들을 모두 골라내야 해!”그리고 그는 젓가락을 들고 조금씩 고르기 시작했다.최연준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저를 숭배할 필요는 없어요.”육경섭은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알려줄게요... 제가 이렇게 시중을 들었는데도 우정이는 하루 종일 나를 못마땅해요.”“왜요?”“호르몬 때문이겠죠.”육경섭은 어깨를 으쓱했다.“괜찮아요. 제가 선택한 마누라는 무릎 꿇어서라도 끝까지 모셔야죠!”“네, 정신력이 대단하시네요.”“제 생명보다 소중한 사람인데 당연히 지켜야죠!”최연준은 웃으며 목청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제가 할 말이 있어요.”“뭔데요?”“나석진, 계약 못 할 것 같아요.”육경섭은 갑자기 멘탈이 나갔고 칼을 들어 그를 베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몇 초 후, 주방에서 핑퐁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강서연과 임우정이 들었다...“최연준! 최연준!”육경섭은 국자를 들고 그를 때리려고 했다.“내가
최연준은 나석진의 배경에는 관심이 없었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주걱을 테이블 위에 털썩 내던지고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 안은 채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까만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분위기가 감돌았다.육경섭은 계속해서 말했다.“듣기로는 성남 사람인데 그쪽 가문과 남양의 군사 세력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해요. 그 사람의 성과는 개인의 노력과 떼어놓을 수 없지만 그 뒤의 세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성공할 수 없었을 거예요!”최연준은 그를 힐끗 보고 침묵하다가 한마디 했다.“이게 무슨 배경이라고...”육경섭은 멀리서도 질투의 감정을 느꼈다.“단지 알려줬을 뿐이에요.”육경섭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적을 알아야 승산이 있어요! 만약 그 사람을 상대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내가 그 사람의 배경을 알아서 뭐 하게요?”최연준은 냉소했다.“오성에서는 내가 왕이에요!”“왕이라고요? 그럼, 도련님께서 담배 한 갑을 사 올 수 있어요?”“...”“소소한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습니까?”“육경섭!”최연준은 얼굴빛이 굳어졌고 이를 갈며 큰소리쳤다.육경섭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그에게 손사래를 치고 계속해서 감자채 썰기에 바빴다.‘담배 한 갑도 아까워한 게 누군데? 담배 살 돈도 없다고 비웃은 게 누군데? 다 이유가 있는 법이야!’“육경섭 씨, 칼에 손 조심하세요!”...보름 후.검은 롤스로이스가 명황세가의 문 앞에 멈췄다.오늘 밤 이곳에는 유명 인사들이 총출동했고 전부 지위가 있는 분들이다. 강서연은 유리창 너머로 한 번 보기만 해도 이런 고급 연회의 포스와 위압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최연준과 손깍지를 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좀 불안해졌다.남자는 그녀의 약간 차가운 손끝을 느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자리가 처음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은 대표님도 전에 본 적이 있잖아. 그분은 아주 친절한 사람이야.”“알아요.”강서연은 심호흡을 한번 했다.“그래
강서연은 목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강유빈이 골든 드레스를 입고 사람들 사이를 활보하는 것을 봤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임나연이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최씨 가문의 큰 사모님이면 어때서? 그래봤자 졸부일 뿐이잖아! 오성에서 은씨 집안이 돼지 사료 파는 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은미연은 이쪽의 소리를 듣고 얼굴빛이 금세 바뀌었다. 적지 않은 하객들도 이런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다른 여러 대가족에 비해 은씨 집안은 그리 깊은 가족역사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은씨 집안은 돈이 많아서 농산업 외에도 땅을 사서 건물을 짓는 것은 일도 아니다.상류사회에서는 감히 은씨 집안을 무시하는 사람이 없고, 졸부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강서연은 그쪽을 바라봤는데 강유빈의 의기양양한 표정은 마치 호구 같았다.그녀는 강유빈이 또 남에게 이용당했다고 단정했다.강서연은 그녀의 행동에 대해 창피했다. 강유빈과 혈연관계는 없지만 20년 넘게 강씨 집안과 같이 지내왔다.“은 대표님...”강서연은 미안해했다.“듣지 마세요. 이 사람은...”“이 사람이 서연 씨 언니죠?”은미연은 태연자약했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유빈이 다가와 과장된 몸짓으로 강서연에게 손을 흔들었다.“어이구, 내 동생! 너도 여기 있었구나?”강서연은 어쩔 수 없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주위에는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다.“이 두 자매가 무슨 수단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최씨 가문의 두 도련님을 다 꼬시다니!”“최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을지는 또 별개의 문제죠.”“큰 사모님께서 방금 그 강씨 아가씨를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은 건 셋째 도련님의 체면을 봐서 그런 거고... 이제 저 여자와 이 강씨 아가씨의 관계를 알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불만이 있지 않을까요?”강서연은 마음이 조급해서 은미연의 손에서 손을 빼내려 했지만, 은미연은 그녀의 손을 더 꽉 쥐었다.은미연은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고, 눈빛에는
주변이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하지만 사람들도 그저 구경하려는 것일 뿐 강유빈 때문에 최씨 가문 큰 사모님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 게다가 강유빈은 자기가 뿌린 씨를 자기가 거두고 있을 뿐이었다.“강유빈 씨 화가 많이 났네요?”은미연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이 술로 화 좀 가라앉혀요!”강유빈이 날카롭게 소리 지르며 얼굴을 쓱 닦자, 화장이 전부 번지고 말았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옆에 있던 케이크를 집었다. 그런데 던지기도 전에 마침 도착한 경호원에게 잡히고 말았다.은미연은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가 웃음기를 싹 거두고 날카롭게 째려보았다.“앞으로 또 한 번 뒤에서 수군거리다가 내 귀에 들리기라도 한다면 술 한 잔 뿌리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 혀를 확 뽑아버릴 수도 있으니까 명심해요!”...은미연은 강서연과 함께 메이크업을 수정하러 대기실로 갔다.“저 여자를 언제부터 혼쭐 내주고 싶었어요!”은미연이 레드 립스틱을 바르자 더욱 생기가 돌았다.“최지한은 어디 가서 저런 여자를 찾았대요? 최씨 가문 자제들은 정말 점점 형편없어지는 것 같아요. 저 강유빈도 문제예요. 최지한의 마음에 들었으면 해원 별장에 얌전히 있기나 할 것이지, 괜히 나와서 내 심기를 건드려서는...”그러더니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강서연을 쳐다보았다.“서연 씨, 내가 이렇게 말해도 괜찮죠?”강서연은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방긋 웃었다.“그럼요!”“내가 괜한 생각 했네요.”은미연도 따라 웃었다.“서연 씨가 감정을 중요시한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아까 강유빈한테 함부로 해서 마음이 아파할까 봐 걱정했어요.”“감정을 중요시하는 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죠.”강서연이 덤덤하게 말했다.“저한테 잘해주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보답할 거예요. 하지만 해하려는 사람이라면 제가 마음 아파할 이유가 없죠.”“좋아요, 그런 마인드라면 됐어요!”은미연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그녀도 김자옥처럼 좋고 싫음이 분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