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은 순간 당황했다.그녀는 인지석이 이런 요구를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강서연은 쉽게 대답 못 했다. 지금 최연희한테는 이 남자가 세상 전부였다.그래서 최연희를 무안하게 할 수 없었다.“지석 씨.”강서연은 웃으며 말했다.“어떤 그림을 좋아하세요?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 가져가서 천천히 감상하시면 남의 집 여기저기서 사진 안 찍으셔도 되겠죠?”인지석의 눈동자에 먹구름이 스쳤다.그는 약간 복잡한 표정을 한 채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강서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조금 전 그녀가 한 말은 얼핏 들었을 때 우호적인 것 같은데 ‘남의 집’ 에 강조했다. 조금만 돌려 생각해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있다.인지석은 고개를 들어 강서연과 눈이 마주쳤다.‘이 여자는 생각했던 것만큼 연약하지 않네. 까만 눈동자에는 결연함과 위엄이 깃들어 있고 최연준한테서 느낄 수 있는 기세까지 갖췄구나.’인지석은 잠시 생각하고 핸드폰을 거두었다.“호의는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이 그림들은 모두 도련님께서 좋아하는 것일 텐데, 저 같은 하인이 어떻게 주인집 물건을 가져갈 자격이 있겠어요.”“지석 씨...”최연희는 그의 곁으로 걸어가서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그녀가 지금 인지석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을 강서연은 알고 있다.강서연은 근심이 가득했다.사랑에 빠진 여자를 속이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지석 씨, 말이 심하시네요.”강서연이 말을 했다.“사실 연준 씨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에요. 게다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최씨 가문과 당신은 그저 고용 관계일 뿐이에요. 월급 받고 일을 하는 건데 하인 주인이라고 오해하면 안 돼요!”“그래도 우리 집안의 팔자가 좋아서 최씨 가문과 같은 고용주를 만날 수 있는 것이에요!”인지석은 웃으면서 최연희를 바라보고 부드럽게 그녀의 이마 앞에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 줬다.소녀의 얼굴에는 약간의 부끄러움이 보였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으면서 행복해 보였다.그러나 강서연의 마음에는 시종일관 응어리가
“국물 끓이는 솜씨도 일품이에요.”강서연은 허풍을 떨었다.“서연 씨가 좋게 봐줘서 그런 거예요!”박경실은 인지석과 가까운 자리에 국솥을 올려놓았다.그를 힐끗 쳐다보고 박경실이 말했다.“음식이 다 나왔어요! 아참, 요즘 젊은 사람들끼리 식사하기 전에 인증샷 찍는 것이 유행이라고 들었는데요? 다들 같이 찍을래요?”“맞아요!”최연희는 즉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주머니가 해준 밥이 이렇게 먹음직스러운데 당연히 찍어야죠!”“지석아, 아가씨가 직접 찍게 하지 말고 네가 찍어드려라!”인지석은 얼굴빛이 변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쳐들었다.박경실은 그의 악랄한 눈빛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그 악랄함은 잠깐도 지속되지 않았다.박경실이 다시 정신을 차리자, 인지석은 또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소년으로 돌아왔다.“미안해요, 제 핸드폰이 자주 먹통 돼서요...”“그래요?” 강서연은 웃으며 말했다.“아까 사진 찍을 때는 괜찮은 것 같던데요.”인지석은 잠시 말이 없다가 천천히 핸드폰을 꺼냈다.그러나 바로 이때 그는 최연희를 한번 봤다. 최연희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둘러댔다.“됐어요. 먼저 밥 먹어요!”“왜요!”박경실은 앞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다들 드세요. 제가 찍어줄게요! 제가 나이는 좀 많지만 그래도 유행을 잘 타는 사람이에요!”그녀는 인지석의 핸드폰을 가지려고 했지만, 인지석이 안 놓아주는 느낌을 분명히 느꼈다.인지석이 힘을 꽉 써서 핸드폰을 쥐고 있어 손등에 핏줄까지 튀어나왔다.박경실은 속으로 냉소했다. 두 사람이 서로 안간힘을 쓸 때, 박경실은 갑자기 손을 놓았다!그는 그녀가 이런 수단을 쓸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핸드폰은 순간 펄펄 끓는 국물에 떨어졌다. 국물은 튀어나와 식탁보를 더럽혔고 인지석의 마음도 같이 뒤흔들었다.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더니 집안은 조용해졌다.강서연의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고 박경실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녀는 인지석이 화가 났지만 애써 화를 억누르며 제법 자연스러운
강서연이 이렇게 말하자 박경실도 이상을 의식하고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서연은 계속해서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발견했는지 모르겠는데 인지석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먼저 연희 씨를 보고 나서 연희 씨가 입을 열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아요.”“맞는 거 같아요.”박경실은 조금 전 상황을 돌이켜봤다.“방금 핸드폰을 꺼내게 했을 때, 인지석이 연희 씨를 한 번 쳐다보더라고요. 연희 씨 얼굴색이 변하더니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어요.”“연희 씨 표정이 어떤 것 같았어요?”“그게... 두려움?”박경실은 설명할 수 없었다.강서연도 같은 느낌이다.최연희는 인지석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이것은 아마도 인지석이 실제로는 최연희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박경실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서연 씨, 이 사실을 사모님에게 빨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은미연에게 인지석이 위험하다고 알려줘야 할지... 고민이다.섣불리 가서 말하는 것은 분명히 적절하지 않다. 또 너무 성의 없게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고 심각하게 말하다가 만약 오해라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강서연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 일은 반드시 적절한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할 것이다....인지석은 바람처럼 앞에서 성큼성큼 걷고 있다.뒤에는 소녀가 비틀거리며 따라오는데, 소년의 걸음걸이가 빨라서 소녀는 뛰어서 따라잡을 수밖에 없었다.너무 달려서 숨을 가쁘게 쉬었다.“지석 씨. 지석 씨...”최연희는 마음이 조급했다.“나 좀 기다려 줘!”인기척이 없는 작은 길로 걸어가자, 인지석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최연희는 깜짝 놀라서 온몸이 굳어 버린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슬퍼하며 고개를 숙였다. 두 손은 옷자락을 쉬지 않고 문지르고 있었다.“왜 계속 나 따라다니는데?”인지석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눈빛에는 그녀에 대한
강서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최연준과 은미연은 이미 응급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상황이에요?”강서연은 걱정스럽게 물었다.최연준은 그녀를 한쪽으로 데려가서 말했다.“나도 자세한 건 잘 몰라. DL 몰 매니저가 갑자기 나한테 연락이 와서 연희가 쓰러져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고 하더라고.”강서연은 많이 걱정했다.“연희 씨가 왜 백화점에 갔을까요?”최연준은 깊이 생각 안 했다.“여자애가 평소 백화점에 가는 것이 뭐가 이상해? 게다가 연희는 DL의 블랙 골드 카드 고객인데, 평소에 자주 가는 곳이야.”“제 말은...”강서연은 말하다 말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최연희가 쓰러진 것이 인지석과 관련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은 두 사람이 에덴을 떠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서연아, 무슨 일인데?”“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강서연은 입술을 깨물고 눈빛이 복잡했다.“사람 없는 곳을 찾아 얘기해줄게요. 일단 은 대표님이 듣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미연이 황급히 달려왔다.“깨어났어! 연준아, 연희가...”“서연 씨도 왔어요?”“네.”강서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 연희 씨는 괜찮은 거죠?”“괜찮아요.”은미연은 눈이 빨갛게 부었다.“머리를 부딪쳐서 머리에 세 바늘을 꿰맸어요.”강서연은 입술을 꼭 깨물고 마음 아파했다.“지금 들어가 봐도 돼요?”“아직은 안 된대요. 의사가 좀 기다리라고 했어요.”은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길도 제대로 못 걸어서 넘어지다니요. 내가 잔소리해도 안 듣는 걸 어떡해요. 그러니 오늘 심하게 넘어졌지요! 한번 넘어져 봐야 다음에 정신 차릴 수 있어요!”최연준은 앞으로 걸어가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어릴 때부터 최연준 기억 속의 은미연은 항상 강인하고 낙천적인 사람이었다. 지금 말로는 그렇게 얘기하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플 것이다.간호사가 다가와 병실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자 은미연은 급하게 달려
지금은 또 그를 지켜 주겠다고 말했다.최연준은 운명이 자신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서로 속이고 당하고 하는 그림자 속에서 살아왔고 세 살 때부터 언제든 독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항상 이 세상을 경계하면서 살아왔다.그로 하여금 인간 세상의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하였고 심장은 굳은살로 박혀 다시는 인간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강서연을 만나면서 그는 운명이 한 사람에게 진 모든 빚을 다른 방식으로 갚아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리고 강서연을 만난 후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다. 자기가 여자 앞에서 연약한 척하는 것도 꽤 재능이 있다는 것을...최연준은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이때 복도 반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온 사람의 훤칠하고 마른 체구를 확인한 강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인지석?”최연준도 경각심을 가지면서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네가 왜 여기 왔어?”“도련님, 서연 씨.”인지석의 표정은 초조해 보였다.“연희 아가씨는 지금 어떠세요?”강서연은 그의 표정을 살펴봤다. 그의 까만 눈동자 속에는 오직 최연희에 대한 근심이 가득했고, 에덴에 있을 때처럼 음흉한 느낌은 없었다.“연희 씨는 넘어져서 머리에 바늘을 꿰맸어요.”그녀는 인지석에게 사실대로 말했다.“네?”인지석의 입은 살짝 떨리면서 표정은 슬퍼 보였다. 보아하니 정말 정이 많은 남자 같았다.“셋째 도련님.”그는 최연준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제가 들어가서 연희 아가씨를 돌봐도 될까요?”“필요 없어.”최연준은 차갑게 거절했다.“인지석. 인씨 집안은 삼대째 최씨 가문에서 집사로 일을 하고 지금까지 본분을 지키면서 충실하게 일해왔어. 나는 네가 그 장점을 계속 유지하기를 바란다.”최연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여전히 위엄이 있다.“최씨 가문은 너희를 부당하게 대우하지 않을 것이야.”“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인지석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저는 아
최연준은 잠시 멈칫했다.“나는 무슨 수를 쓰든 여기에 남을 것이야.”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강서연은 웃었다. 이 대답은 그녀가 이미 예상했다.이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최연준이 다쳤어도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병실 밖에 남았을 것이다.그러나 인지석은 한참 애틋하고 감동적인 고백을 한 후 성큼성큼 떠나 버렸다.마치 조금 전의 모든 것들이 연기 같았다.최연준은 강서연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조여지면서 무언가를 깨달았다.“내가 진작부터 알아봤어. 인지석 이 사람은 믿으면 안 돼! 연희가 계속 이 감정에 깊이 빠져들면 장차 큰 손해를 볼 것이야!”최연준은 몹시 화가 났다.“성급하지 마세요.”강서연은 그를 살살 달랬다.“보아하니 은 대표님께서는 아직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는 것 같아요.”“알게 되더라도 크게 캐묻지 않을 거야.”최연준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은 대표님은 자유연애를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아이가 가문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것을 가장 싫어해. 하지만 인지석과 연희는 어울리지 않아서 절대로 같이 있으면 안 돼.”“연준 씨.”강서연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제가 걱정하는 건... 인지석이 연희 씨에게 진심이 아니라 이용하려는 마음이 있는 거예요.”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제가 잘못 생각하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해야 해요. 연희 씨가 손해 보지 않게 우리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강서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최연준은 이전에 강주에서 있었던 일을 되새겨 보았다.구현수가 도망친 이후로 그는 모든 길목의 CCTV를 찾아봤는데 번호판이 없는 그 검은 차는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때 최연준은 CCTV에서 모호하게 찍힌 기사를 의심했다. 그 사람은 검은 모자를 쓰고 얼굴은 반쪽만 드러냈는데 창백하고 말라 보였다. 만약 인지석의 코 윗부분을 다 가리고 보면 그 반쪽 얼굴과 매칭이 된다.그러나 그는 감히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나중에 다시 사람을 보내
강서연은 신경 쓰지 않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갑자기 익명의 메시지가 하나 더 들어왔다.「보고 싶어.」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길한 예감이 덩굴처럼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것 같았다.그녀는 한참 동안 머리가 텅 빈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숨을 깊게 빨아들였지만 뭔가 가슴에 막힌 듯 괴로웠다.조금 전에 온 문자와 같이 잘못 보낸 것이라고 그녀는 자신을 위로했다.강서연은 갑자기 등 뒤에서 한기가 느껴져 외투를 두르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집으로 갔다....최상 그룹, 꼭대기 층.최연준은 통유리창 앞에 서서 발아래 번화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깊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한기가 서렸다.“도련님.” 방한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신 의사님의 거처를 준비해 드렸습니다. 오늘 의학연구센터로 출근할 겁니다.”“응.”최연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신 의사님은 외과 의사이지만 정신과나 심리학 쪽에서도 연구 성과가 있어 의학센터 쪽에서는 평소에도 진료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에 오성에 도착하자마자 연희 아가씨를 만났는데 아가씨의 기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방한서의 보고를 다 듣고 나서야 최연준은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천천히 풀었다.“다행이다.”그는 돌아서 방한서를 보고 말했다.“서연이는 연희가 백화점에서 쓰러진 것이 인지석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하지만...”방한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저희가 이미 CCTV를 확인해 보았는데, 그때 인지석은 아가씨 곁에 없었어요.”최연준은 한참 동안 생각을 하고 조용히 말했다.“아마도 두 사람이 평소에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 같아...”“도련님 뜻은?”“만약 그들 두 사람이 정말로 연애하고 있다면, 핸드폰에 틀림없이 서로 주고받은 문자가 있을 거야.”최연준은 표정이 어두웠다.“연희는 절대로 핸드폰을 보여주지 않을 거야. 어떻게 해서든 인지석의 핸드폰을 구해와야 해!”“네. 알겠습니다.”방
“나는 딸일 것 같아.”임우정은 배를 만지며 말했다.“아기가 너무 착하고 배려심이 많아. 다른 사람들은 임신 초기에 온갖 반응을 보이고 토하고 어지러워하는데 나는 전혀 반응이 없어서 잘 먹고 잘 자고 있어!”“언니...”강서연은 웃으며 말했다.“배려심이 많은 건 아기가 아니라 경섭 씨 아니에요?”그녀는 부엌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육경섭은 주방에서 임산부 식단을 만들고 있었다. 균형 잡힌 레시피에 비주얼도 갖추었고 예쁜 그릇에 토핑까지 해서 그야말로 임산부 식단 포맷이다.부엌에 기대어 있던 최연준마저도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자신이 강서연에게 만들어줬던 아침 식사를 떠올렸다... 탄 토스트, 탄 계란, 시리얼이 없는 시리얼죽...그는 자신이 평생 노력해도 육경섭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왜 멍하니 서 있어요?”육경섭은 손을 닦고 자신의 걸작을 감상하다가 작은 문제를 발견했다.“안 돼... 우정이는 당근 냄새를 맡으면 속이 쓰리다고 해서 당근 조각들을 모두 골라내야 해!”그리고 그는 젓가락을 들고 조금씩 고르기 시작했다.최연준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저를 숭배할 필요는 없어요.”육경섭은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알려줄게요... 제가 이렇게 시중을 들었는데도 우정이는 하루 종일 나를 못마땅해요.”“왜요?”“호르몬 때문이겠죠.”육경섭은 어깨를 으쓱했다.“괜찮아요. 제가 선택한 마누라는 무릎 꿇어서라도 끝까지 모셔야죠!”“네, 정신력이 대단하시네요.”“제 생명보다 소중한 사람인데 당연히 지켜야죠!”최연준은 웃으며 목청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제가 할 말이 있어요.”“뭔데요?”“나석진, 계약 못 할 것 같아요.”육경섭은 갑자기 멘탈이 나갔고 칼을 들어 그를 베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몇 초 후, 주방에서 핑퐁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강서연과 임우정이 들었다...“최연준! 최연준!”육경섭은 국자를 들고 그를 때리려고 했다.“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