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이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최연희가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언니, 오랜만이에요. 저 안 보고 싶었어요?”강서연이 웃으며 그녀의 코끝을 톡 쳤다.“당연히 보고 싶었죠. 옆에서 재잘거리는 연희 양의 없으니까 얼마나 지루한지 몰라요.”최연희가 눈웃음을 지었다.강서연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그녀 뒤에 서 있는 중년 여인에게로 향했다. 관리를 잘한 듯해 보였으나 웨이브 단발머리에 명품으로 도배된 옷차림과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을 들고 있어 그런지... 왠지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했다.“콜록콜록!”중년 여인이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자 최연희는 재빨리 그녀를 강서연에게 소개했다.“언니, 이분은 저희 엄마예요. 절 보러 특별히 강주로 오셨어요!”강서연이 화들짝 놀랐다.‘이분이 바로 최씨 가문 사모님이시구나. 최씨 가문이 재벌이긴 하지만 명품으로 도배할 만큼 허세를 부리길 좋아하는 가문 같지는 않던데...’강서연은 혹시라도 예의 없어 보일까 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엄마.”최연희가 혀를 날름 내밀었다.“여긴 강서연 언니예요. 강주에서 저랑 가장 친한 친구예요!”은미연이 선글라스를 벗고 그녀를 아래위로 자세히 살폈다.‘얘가 바로 강서연이구나. 연준이 혼을 쏙 빼놓고 강주에서 신분을 숨긴 채 좋은 남편으로 살게 만든 그 강서연.’은미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 피부가 하얗고 여리여리한 게 나름 순진해 보여. 이목구비도 이 정도면 꽤 괜찮고. 그런데 예전에 연준이 옆에 있던 여자들이랑은 완전히 다르네. 연준이가 이런 애한테 빠질 줄은 몰랐어!’“엄마!”최연희가 팔로 그녀를 툭툭 치며 눈치를 줬다.“사람을 너무 빤히 쳐다보지 말아요.”“아... 알았어!”은미연도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정말 예쁘네요, 서연 씨. 이 가게도 너무 아기자기하게 잘 꾸몄어요. 딱 봐도 서연 씨는 참 능력 있는 여자 같아요!”강서연은 민망한 듯 웃어 보이고는 은미연에게 자리를 안내했다.그들은 마
“그래, 알았어.”최연준이 무덤덤하게 대답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최연희는 은미연과 눈빛을 주고받고는 강서연에게 말했다.“언니,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강서연이 멈칫한 사이 은미연은 그녀를 잡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커피도 만들 수 없게 되었으니 그녀도 차라리 마당에 앉아 은미연과 함께 웃으며 얘기를 나누었다.최연희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쩍 벌어진 어깨로 카운터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최연준을 발견했다. 그녀가 살며시 다가가자 최연준이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가슴이 움찔한 최연희는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말했다.“오빠...”“은 대표님을 모셔온 목적이 뭐야?”최연준의 낯빛이 말이 아니게 어두웠다.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최연희가 손사래 쳤다.“목적이라니, 아무 이유 없어. 오빠는 오히려 우리 엄마한테 고마워해야 해. 엄마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오늘 여기 온 사람은 임나연이었을 거야.”“뭐?”눈썹을 치켜올린 최연준의 표정이 더욱 싸늘해졌다.“나연 씨도 다 알아?”“오빠가 여기 있는 건 모를 거야. 그런데 내가 계속 강주에 있으니까 자꾸 오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오라고 했어.”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찌푸려졌던 미간도 그제야 살짝 풀렸다.“걱정하지 마, 오빠. 엄마가 평소에는 입이 가볍지만 어떤 얘기는 하면 안 된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최연희가 가슴팍을 툭툭 치며 장담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최연준도 딱히 걱정되진 않았다. 어쨌거나 어릴 적부터 은미연은 그에게 잘해줬으니까. 하지만 강주에 온 사람이 너무 많아 그게 늘 불안했다.“할 게 없으면 빨리 돌아가.”그의 표정이 그나마 누그러졌다.“작은삼촌은 내가 계속 맨체스터에 있는 줄 아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꾸 강주로 오면 의심할 거란 말이야.”“작은삼촌은 아직도 오빠가 맨체스터에 있는 줄 알아.”최연희가 피식 웃었다.“우리 엄마가 컴퓨터 고수인 거 잊었어? 작은삼촌이 갖고 있는 동영상들 있잖아, 오빠
“여보!”강서연은 최연준에게 고개를 흔들며 눈짓하고는 최연희를 위로했다.사실 최연희는 놀란 게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오빠 때문에 하도 많이 놀라 이젠 그가 화를 내도 별로 개의치 않아 했지만 오히려 강서연이 연신 사과하며 깨진 조각들을 치웠다.최연준이 도와주려 하자 강서연은 그를 말리며 다정하게 웃었다.“여긴 내가 정리할게요. 현수 씨는 이런 거 잘하지 못하니까 손 다칠 수 있어요.”그녀는 아주 능숙한 손놀림으로 바닥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때 손님이 가게로 들어와 손님을 맞이하러 마당으로 달려 나갔다.은미연은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며 최연준의 눈치도 살피다가 몰래 그에게 다가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주 제대로 된 와이프를 찾았구나!”움찔한 최연준을 뒤로 한 채 은미연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비록 너의 친엄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내가 키우다시피 했어. 네가 서연 씨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최연준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차가운 얼굴에는 여전히 그 어떤 표정도 없었다.은미연은 그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끔 최씨 가문의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했다.겉으로 보기에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결혼 문제에 있어서는 선택권이 없었다. 늘 자유를 즐기고 자기 생각대로 하길 원하는 그녀는 이런 걸 딱 질색했다. 하여 그녀는 최연준과 강서연을 도울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도울 생각이었다.“연준아, 서연 씨를 언제 가족들한테 소개할래?”최연준이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했다.“이 일은 경거망동해서는 안 돼요. 최씨 가문 사람의 결혼이 많은 이익과 연결되어 있어서 잘못했다가는...”“서연 씨한테 불리할까 봐?”은미연이 싸늘하게 웃었다.“흥! 누가 그런 생각을 한다면 내가 가장 먼저 가만 안 둘 거야!”“할아버지도... 가만 안 둘 거예요?”조금 전까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던 은미연이 순식간에 겁에 질려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과거 그녀가 조금만 더 감정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최문혁과 이혼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최연준이 숨을 깊게 들이쉬던 그때 밖에서 강서연과 최연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햇살 가득한 마당에 앉아있었다. 주변에는 온통 활짝 핀 아이리스꽃이었고 베리 쿠키와 마키아또의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평생 간직하고 싶을 정도였다.“걱정하지 마.”은미연이 웃으며 말했다.“네 동생이 서연 씨를 저렇게 좋아하는 걸 봐서라도 내가 최선을 다할게! 사실 최씨 가문에서 다른 사람은 다 괜찮아. 하지만 그 영감쟁이 최진혁이랑 최지한 그 녀석이...”은미연은 잘만 얘기하다가 또다시 막말을 퍼붓기 시작했다.최연준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최진혁이 뒤에서 그를 뭐라 욕하든 은미연이 이미 대신 다 갚아줬다....자신의 출신에 대해 알게 된 후로 강서연은 한동안 겉으로는 미소를 잃진 않았지만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최연준은 알고 있었다.가게에 손님이 많을 때는 분주히 움직여야 하니까 오히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게가 조용할 때면 그녀는 홀로 마당의 계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쓸쓸하고 서글퍼 보였다.그녀를 기쁘게 하고 싶었던 최연준은 염치 불구하고 임우정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임우정은 마침 육경섭과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고 여행지는 성남이었다.“그럼 우리랑 같이 가요!”임우정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랑 서연이 대학교 때부터 돈 모아서 성남에 가자고 했었거든요. 지금 마침 기회도 생겼고, 서연이 무조건 좋아할 거예요.”육경섭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다급하게 임우정을 잡아당기자 임우정이 그를 째려보았다.“왜? 싫어?”육경섭이 멋쩍게 웃으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사람이 많으면 북적북적하고 좋지, 뭐. 문제는 현수 씨가 우리랑 같이 가려나 모르겠네. 우정아, 어쩌면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지도 모르잖아... 그렇죠?
최연준이 그를 힐끗 보았다. 사실 그도 그 의문이 든 지 오래였다.하지만 더욱 이상한 건 남자 중에서도 체력이 좋은 편인 두 사람이 두 여인을 따라가지 못하고 거의 녹초가 되었다는 것이다.오늘 밤 아무래도 제대로 ‘벌’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저기요, 뭘 그렇게 웃어요?”육경섭이 그의 눈앞에서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제야 생각에서 빠져나온 최연준은 미소를 거두어들이고 다시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경섭 씨.”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다시 바른길로 돌아갈 생각은 안 해봤어요?”육경섭이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표정이 복잡해졌다.“비록 우정 씨랑 다시 잘됐고 우정 씨도 경섭 씨를 받아들였지만 지금 삶이 살얼음판인 건 사실이잖아요. 어느 정도 권력을 얻긴 했지만 그만큼 원수도 많아졌죠. 지난번에는 제가 마침 그 호텔에 있었기에 망정이지...”최연준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만약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 지난번 같은 우연이 다시 있을까요? 혹시라도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정 씨의 행복은 어떡해요?”육경섭이 어두워진 얼굴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사실 그도 진작 생각은 했었다. 그때 최지한이 그에게 일을 시킬 때도 신분 세탁을 해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최지한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서 함부로 믿어선 안 되었다.육경섭은 최연준을 빤히 쳐다보며 뭔가 얘기하려다가 결국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제가 도와줄게요.”최연준이 나지막이 말했다.“하지만 그 과정이 쉽진 않을 거고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그리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어요.”“괜찮아요.”육경섭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즉각 답했다.“우정이랑 함께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다 포기해도 좋아요.”최연준은 그를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그때 강서연과 임우정이 마침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으나 꽤 잘 지내는 것 같았다.임우정이 손을 흔들
“그렇게 얘기하면 어떡해.”육경섭이 맞장구를 쳤다.“겨우 장가갔는데 와이프를 잘 지켜야지...”“긁혀서 상처가 나도 괜찮아요.”그때 옆에서 갑자기 장사꾼의 소리가 들려왔다.“저한테 특효약이 있는데 절대 흉터 안 져요!”장사꾼의 말에 육경섭과 임우정이 배꼽 빠져라 웃어댔다.강서연은 정교한 약병에 끌렸는지 약병을 들고 살폈다.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포장에 가볍고 작아서 한 손에 잡기에도 딱이었다. 약을 공예품처럼 만드는 건 또 처음 봤다.장사꾼이 그녀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한 병 살래요? 이건 재희 제약에서 만든 건데 제가 십 년 넘게 팔았어요. 상도의를 지키면서 장사하는 사람입니다, 저!”“재희 제약?”“네! 윤제 그룹의 제약 공장 말이에요.”최연준이 살짝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성남과 남양이 가깝긴 하다만... 설마 저 사람이 말한 윤제 그룹이 바로 남양의 윤씨 가문인가?’그들은 한참 동안 걷다가 사람이 비교적 드문 곳에 왔다. 임우정은 강서연과 함께 길거리 음식을 먹으러 갔고 두 남자는 여전히 그녀들 뒤를 따랐다.최연준의 안색이 이상함을 눈치챈 육경섭이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아니에요.”덤덤하게 대답하던 최연준이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아까 약 장사꾼이 윤제 그룹이고 뭐고 하던데, 들어본 적이 있어요?”“당연하죠. 남양에서 아주 유명해요.”육경섭이 조직 보스와 여러 지역을 돌아다녀 이런 일에 대해 들은 바가 많았다.“윤제 그룹은 남양 일대에서 그래도 꽤 세력이 있어요. 예전에 의사 집안이어서 지금까지 제약 공장을 남겨두고 있대요.”“그런데 그 약들이 왜 야시장에서 팔리고 있죠?”“재희 제약의 약값이 저렴한 데다가 약효까지 좋아서 인기가 아주 좋아요. 그리고 다른 큰 제약 공장처럼 거드름 부리지 않아서 곳곳에서 재희 제약의 약을 볼 수 있거든요. 게다가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일반인들도 다 구매할 수 있으니까 모조품을 만드는 사람도 없어요.”최연준이 실눈을 떴다.“그럼 아주 양심적인 기업이
두 남자가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질렀다.“안 돼!”“안 돼요!”물론 그들의 반대는 당연히 무효였다. 어쨌거나 남자와 함께 자는 것보다 와이프를 화나게 하는 결과가 더 심각하니 말이다.늦은 시각, 육경섭은 쇼핑백을 바리바리 들고 풀이 죽은 얼굴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방 문을 열고 푹신푹신한 큰 침대를 본 순간 그는 울분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에 비해 최연준은 덤덤하기만 했다. 묵묵히 겉옷을 벗고 술 진열장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 얼음을 넣고 천천히 흔들어 마셨다.“연준 씨,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반드시 한배를 타야 해요!”육경섭이 이를 꽉 깨물었다.“내일부터 자기 여자는 자기가 알아서 책임져요. 절대 저 둘이 붙어있게 해서는 안 돼요. 들었어요?”육경섭이 씩씩거리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최연준은 그를 보며 덤덤하게 웃어 보이고는 창밖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후, 그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남양, 윤제 그룹, 윤정재, 제약 공장...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최진혁이 그를 해하려는 원인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정재는 왜 그를 도우려 했을까? 그깟 1억 불이 넘는 보험금에 흔들렸단 말인가?윤씨 가문의 세력이 최씨 가문보다는 못해도,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의약과 정보 과학기술 영역의 사업을 하고 있어 절대 돈이 부족할 리가 없었다. 하여 윤정재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성남에서 돌아간 후, 강서연은 전보다 눈에 띄게 웃음이 많아졌다. 최연준이 조금 시름을 놓던 그때 유찬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연준 형, 형이 나한테 쓰라고 했던 성명서 있잖아요. 영감님께서 막으셨어요. 형 아무래도 오성에 한 번 다녀가야겠어요.”“응, 알았어.”최연준은 진작 예상하였다. 유찬혁에게 성명서를 쓰라고 할 때부터 그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최연준은 고개를 들어 아직 집 청소를 하는 강서연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강서연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서연아.”그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나 내일부터... 합숙 훈련에 들어가.”강서연이 화들짝 놀랐다.“또 경기가 있어요?”“응.”그가 대충 얼버무렸다.“이번에는 합숙 훈련이 꽤 길 것 같아.”강서연의 표정이 우울해졌다. 하지만 최연준이 좋아하는 일이라 그녀는 무조건 응원했다.최연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감싸 안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향긋한 냄새가 그의 코끝을 스쳤다.“여보, 내가 예전에 가르쳤던 동작 기억나?”강서연이 두 눈을 깜빡이더니 별다른 생각 없이 그의 질문에 답했다.“기억나요.”그러자 최연준이 음흉하게 웃었다.“어느 정도 기억해?”순진한 강서연이 동작을 보여줬다.“만약 누군가 앞에서 날 공격하면 이렇게... 뒤에서 공격하면 이렇게...”그런데 그녀가 그의 손목을 잡았을 때 최연준은 그녀를 더욱더 세게 끌어안았다. 최연준의 힘이 더 세다 보니 그녀가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여보... 으악!”최연준은 그녀를 번쩍 들어 곧장 안방의 큰 침대로 향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서연은 작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두 눈을 부릅떴다.“아까 한 동작들은 다 괜찮았어.”최연준이 목소리를 내리깔고 가볍게 웃었다.“그럼 지금...”그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도련님, 도착했어요.”방한서가 차를 최상 빌라 밖에 세웠다.최연준이 유리창 밖을 힐끗 보더니 조금 전 정신을 딴 데 팔아 민망한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했다.방한서는 시선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강서연 씨 쪽에 사람을 많이 보냈으니까 절대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그래.”최연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비행기에 몸을 실은 내내 그녀의 부드럽고 간질간질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고 보호 본능을 자극하듯 그의 가슴팍에 살포시 기대던 모습이 그리웠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강서연밖에 없었다.오성에 도